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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화제

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유전병·암 진단 척척, 미래의 질병도 차단

  • 글: 황승용 한양대 교수·분자생명과학 syhwang@hanyang.ac.kr

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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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소변을 보면서 바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음식점에서 나오는 고기가 한우인지 수입육인지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비 신랑신부의 유전병 내림 가능성도 알아볼 수 있다. 이 모두가 DNA칩 덕분이다.
DNA칩, 질병 없는 세상 만드나
21세기에 급격하게 발전한 생명공학 기술의 하나인 DNA칩(chip)은 인류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2019년에 살고 있는 한 중년남자의 일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할까 한다.

1964년 용의 해에 태어난 나의 이름은 한국인(韓國人). 나이는 쉰여섯으로 결혼을 앞둔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을 둔 평범한 직장인이다. 직업은 웰빙프로그래머(Well Being Programer)다. 2000년 초 전세계에 불어온 웰빙 바람을 타고 생겨난 직업으로 사람들의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위해 개개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지도하는 일이다.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먼저 화장실로 간다. 내가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30분. 화장실의 좌변기 앞에 놓인 큰 화면에서 간밤의 모든 뉴스를 보고 오늘 일정을 확인한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좌변기에 나의 대소변을 순간적으로 검사할 수 있는 바이오칩 장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왕의 대소변을 검사해 건강을 검사하는 어의가 있었다는데, 지금은 이 장치가 매일 나의 건강을 검진해 이상이 발견되면 주치의와의 원격진료 약속을 잡아준다.

좀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면 동네마다 마련된 첨단종합의료검진센터를 찾아간다. 검사 결과는 차 한잔 마시는 동안이면 얻을 수 있다. 그 결과는 바로 주치의에게 통보돼 조기진단을 하는 데 활용된다. 이토록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DNA칩 같은 첨단 의료장치가 개발된 덕분이다. 지난 15년 동안 의료시스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한 가지는 병이 걸리기 전에 그 병을 예측하는 DNA 검사가 보편화됐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대소변이 매우 정상적이라는 결과를 보면서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한다. 먼저 집에 마련된 TV를 보면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고객들과 단전호흡을 같이한다. 오늘은 2명의 신규 고객과 약속이 있고, 저녁에는 미래의 사위를 만나 술 한잔 하기로 돼 있다. 고객과 만나서 하는 일은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적절한 음식과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도해주는 것이다.

먼저 현재의 질병 유무와 DNA 검사를 통한 질병 유발 가능성을 검사한다. DNA칩을 이용한 DNA 의료검사는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균 존재 유무뿐만 아니라 유전병과 암 유발 및 심혈관 질환 가능성, 습관성 유무, 치매와 같은 신경질환 발전 유무 등을 진단해준다.

오늘의 첫 고객인 30대 여성은 DNA칩 검사 결과 자궁암과 간암 유발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고, 심혈관 계통에 질병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됐다. 이 여성 고객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의사에게 정규적으로 자궁암과 간암을 검사받고, 체질에 맞는 식사를 하면서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하는 것이다. 물론 술과 지방질 음식은 피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의 상담을 통해 개인 맞춤형 심혈관 질환 예방약을 복용하도록 유도한다. 이 약은 개인의 DNA 검사를 통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도록 디자인된 것으로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같은 약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효과를 내는 것은 서로 조금씩 다른 DNA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고객인 20대 남성은 DNA 검사 결과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습관성의약품에 노출됐을 때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체질을 가진 것으로 진단됐다. 또한 DNA칩 검사결과 남성불임으로 판정됐다. 먼저 이 고객에게는 담배를 끊도록 유도했다. 이 고객은 지금까지 여러 번 금연을 시도했지만 검사결과가 보여주듯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에 그에게 맞는 금연약과 식사, 운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생식 능력이 없으므로 결혼할 때 배우자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리고 인공수정이나 입양 문제를 상의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일러줬다.

질병 미리 알아 마음의 병 안 되게

상담에 응할 때는 고객이 질병 가능성을 미리 알게 됨으로써 도리어 마음의 병을 얻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병의 정확한 진로와 가능성, 그리고 예방과 치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줘야 한다. 질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질병의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것이므로 정규검진을 받으면 조기에 치료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이유로 고객들과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한편 비슷한 처지에 있는 고객들끼리 소모임을 가져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나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다행히 이러한 고객의 DNA 정보가 개인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줄 수 없다는 법이 제정돼 있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미래의 사위와 술 한잔 하기로 한 한우고기 전문식당으로 간다. 이 음식점은 한우인지 수입육인지를 고객이 보는 앞에서 DNA칩으로 검사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또한 곁들여 나오는 채소와 반찬의 원산지와 기능성 유전자변형식품인지 아닌지를 바로 분간할 수 있는 DNA칩을 가지고 항상 품질관리를 한다. 내가 이 음식점을 자주 찾는 이유는 맛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양한 맞춤 음식을 내놓기 때문이다.

미래의 사위는 얼마 전 딸과 함께 건강검진(일명 ‘DNA 궁합’)을 받아 보았다. 다행히 염려할 만한 유전병이 미래의 손자들에게서 나타날 가능성은 없었다. 사위 본인의 건강도 별 문제가 없었다. 기분이 좋아져 조금 과음한 나는 사위와 헤어진 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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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승용 한양대 교수·분자생명과학 syhwang@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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