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9월호

‘KAL 858편 폭파사건’ 바레인 경찰 수사보고서

  • 글: 이정훈 동아일보 주간동아 차장 hoon@dinga.com, 이진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leej@dongal.com

    입력2004-08-27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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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L 858편 폭파사건’  바레인 경찰 수사보고서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편 폭파사건의 핵심 용의자를 검거한 바레인 경찰당국의 수사보고서 전문이 입수됐다.

    이 영문 보고서에는 12월14일 바레인공항에서 김현희씨 등을 한국측에 넘겨줄 때 양측이 서명한 서류가 붙어 있다. 쪽마다 ‘Secret(기밀)’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는 보고서는 그해 12월31일 바레인 내무부 경찰국이 작성한 것이다. 사건의 개요가 상세하게 정리돼 있는 수사보고서를 읽다보면 바레인 경찰이 김현희씨를 체포해 조사하면서 어떠한 판단을 갖게 되었는지 짐작하게 하는 내용이 심심찮게 나온다.

    이 문서는 수사보고서답게 극히 사실적으로 정리돼 있다. 한국 공무원은 ‘∼했다’는 식의 완전한 문장이 아니라, ‘∼했음’ 식의 개조식 문장으로 공문을 작성한다. 이 보고서는 영문으로 작성돼 있지만 읽다보면 ‘∼했음’ 식 개조식 문장이 느껴져 번역도 개조식 문장투로 했음을 밝혀둔다.

    ‘KAL 858편 폭파사건’을 둘러싸고 새롭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수사보고서는 사건 개요를 이해하는 데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아래 날짜와 시각, 장소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에 전달된 자료는 다음과 같다



    1. 남자인 하치야 신이치 시신의 두개골(2장)과 가슴(1장), 복부(1장)를 찍은 엑스(X)선 사진 네 장과 방사선 전문의의 보고서2. 상기(上記) 인물 시신의 혈액형과 일치 여부에 관한 보고서3. 하치야 마유미라는 동명의 여자 혈액형과 일치 여부에 관한 보고서4. 1987년 12월1일 하치야 신이치의 지갑에서 발견된 미화(美貨) 2160달러5. 대형 가방 1개와 소형 가방 49개에 들어 있는 물건과 증거물 전체 목록6. 봉인된 대형 목재 가방 1개(소형 가방 49개가 담겨 있음)7. 건강한 상태의 하치야 마유미라는 이름을 쓰는 여자 용의자 1명8. 하치야 신이치 시신이 들어 있는 관 1개

    1987년 12월14일 20시00분바레인 국제공항]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 KE 858편 사건과 관련해 바레인에서 사망한 사람과 생포된 사람에 대한 바레인 경찰의 수사보고서]

    【사건 개요】

    (1) 하치야 신이치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노년의 남자가 하치야 마유미라는 이름을 쓰는 젊은 여자와 함께 아부다비공항을 출발한 걸프항공 GF 003편으로 1987년 11월29일 오전 9시5분 바레인공항에 도착했음.

    (2) 그에 앞서 두 사람은 대한항공 KE 858편을 타고 아부다비공항에 도착했음. 두 사람이 내린 대한항공기는 아부다비-방콕 구간을 비행하던 11월29일 오후 2시15분(방콕 시간)쯤 안다만해 상공에서 공중 폭발을 일으킨 후 실종됐음. 두 사람은 바레인행 GF 003편에 탑승하기 전 아부다비공항의 환승 라운지에서 6시간 정도 머물렀음.

    (3) 1987년 12월1일, 두 사람은 암만을 거쳐 로마로 가기 위해 바레인공항을 떠나려다 제지당하자 청산가리를 복용했음. 그로 인해 남자는 죽었으나 여자는 회복돼 1987년 12월14일 서울로 인도됐음.

    (4) 두 사람이 사용한 이름은 가명인 것이 분명할 테지만, 여기에서는 이들을 신이치와 마유미로 언급할 것임.

    【여정과 항공권 발권】

    (5) 마유미에 따르면, 그와 신이치는 1987년 11월14일 ‘관광’을 목적으로 도쿄를 떠나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곧장 갔는데 마유미는 그곳에서 이틀을 머물고 빈으로 갔다고 함. 그러나 두 사람이 도쿄에서 프랑크푸르트, 프랑크푸르트에서 빈으로 가는 항공권을 구입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음. 마유미는 그 여행을 입증할 아무런 사실을 제시하지 않았음.

    (6) 11월14일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떠난 것으로 돼 있는 두 사람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었고 일본 출국 도장도 위조된 것임(이는 일본 당국의 확인에 따른 것임).

    (7) 두 사람 여권에는 빈에 도착했음을 보여줄 입국비자나 서명(endorsements)이 없었음. 하지만 11월19일 이들이 직접(또는 대리인을 시켜서) 오스트리아항공의 도심 사무소에 가서 장당 1만5650 오스트리아 실링(현찰)을 주고 산 빈을 떠나는 항공권 두 장은 가지고 있었음.

    (8) 이들은 아래와 같은 항공권이나 부본(副本, counterfoils : 수표나 영수증을 떼어 주고 남겨두는 쪽지)을 가지고 있었음.

    (a) 빈/베오그라드-오스트리아항공 OS 821-1987년 11월23일 14시25분

    (b) 베오그라드/바그다드-이라크항공 IA 226-1987년 11월28일 14시30분

    (c) 바그다드/아부다비-대한항공 KE 858-1987년 11월28일 23시30분

    (d) 아부다비/바레인-걸프항공 GF 353-1987년 11월29일 14시45분

    또한 이들은 11월20일 빈의 카른트너 링에 있는 알이탈리아항공 사무실에서 장당 9690 오스트리아 실링(현찰)을 주고 구입한 다음과 같은 여정의 항공권을 소지하고 있었음.

    (a) 아부다비/암만-알리아항공 RJ 603-1987년 11월29일 09시00분

    (b) 암만/로마-알이탈리아항공 AZ 719-1987년 11월29일 12시10분

    (9) 두 사람의 여권에는 11월23일 베오그라드공항 입국 도장이 찍혀 있으나 선명하지 않음. 11월23일 두 사람이 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고 하는 것은 11월19일 빈에서 항공권을 구입한 것과 앞뒤가 맞는 이야기로 보임.

    (10) 11월26일 베오그라드의 오스트리아항공 사무소에서 496 유고슬라브 디나로(미화 402달러)를 현찰로 주고 다음과 같은 여정의 항공권 두 장을 구입했음.

    (a) 로마(FCO)/빈-오스트리아항공 OS 276-1987년 11월30일 20시45분

    (11) 두 사람 여권에는 베오그라드를 떠났음을 보여주는 어떠한 도장도 찍혀 있지 않음. 이들이 베오그라드를 떠났음을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바그다드를 출발하는 비운의 대한항공 KE 858편을 타기 위해 11월28일 베오그라드에서 이라크의 바그다드로 가는 이라크항공 IA 226편을 예약하고 이 항공권을 구입했다는 것뿐임. 두 사람의 여권에는 이라크를 떠나 바그다드로 향했음을 보여주는 이라크 출국 도장이 찍혀 있지 않았는데, 이는 두 사람이 (이라크항공의 IA 226편이 아닌) 다른 항공기편으로 바그다드에 도착해 대한항공의 KE 858편을 탑승할 때까지 환승라운지에 머물렀기 때문으로 추정됨.

    (12) 대한항공 KE 858편의 승객 명단은 (발권한 대로) 두 사람을 바그다드에서 아부다비로 갈 승객으로 분류해놓고 있었음.

    (13) 이들의 여권에는 아부다비공항 입국 도장이나 출국 도장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두 사람은 아부다비공항에서도 환승했다고 가정해 볼 수 있음.

    (14) 아부다비공항에서 이들은, 11월29일 09시05분(바레인 현지시간) 바레인공항에 도착하기 위해 아부다비 현지 시간으로 같은 날 09시 00분 떠나는 걸프항공의 GF 003편에 탑승했음. 이를 위해 이들은 사전에 예약해둔 14시45분발 걸프항공의 GF 353편을 취소했음. 그리고 대한항공의 KE 858편은 아부다비 현지시간으로 04시00분 승객을 115명 태우고 아부다비공항을 이륙했음.

    (15) 두 사람은 예정대로 바레인에 도착했음. 두 사람은 걸프항공 GF 003편에서 바레인 입국카드를 작성했는데 이 카드에 쓴 이름과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항공권에 쓰여 있는 이름, 그리고 이 항공기 승객명단에 올라 있는 두 사람의 이름은 정확히 일치했음.

    【바레인 도착】

    (16) 이들은 입국카드에 바레인에서 머물 곳으로 마나마에 있는 디플로맷 호텔을 써넣었으나, 어떤 이유에선지 몰라도 싱글 침대 두 개가 있는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 611호를 ‘미스터 및 미스 하치야’ 이름으로 투숙했음. 투숙한 시간은 오전 10시00분쯤이었음. 이들은 12월2일까지 호텔에 묵겠다고 예약했음(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떠난 것은 12월1일이었음).

    (17)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에 묵는 동안 이들을 찾아온 방문객은 없었고, 이들은 호텔 교환을 통해서 전화하지도 않았음.

    (18) 이들이 호텔에 도착한 뒤인 11월29일 10시00분쯤 파키스탄인 교환원 리아즈 아메드는 국제전화 두 통을 611호에 연결시켰음. 어떤 여자가 도쿄에서 하치야씨를 찾는다며 걸려온 것이었음. 전화를 걸어온 두 명의 통화자는 ‘일본식 억양’의 영어를 구사했음. 리아즈 아메드는 전화를 받은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나 10시30분에서 17시00분 사이에 전화를 받았던 것이 분명함(대한항공의 KE 858편은 17시00분이 될 때까지 약 7시간 동안 실종된 상태로 있었지만, 10시30분에는 이 민항기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전혀 알려진 것이 없음).

    ‘KAL 858편 폭파사건’  바레인 경찰 수사보고서

    김현희(마유미)가 가지고 있던 수첩에는 방점을 찍은 한자가 적혀 있었다. 바레인 경찰은 방점이 암호일 것으로 보았으나 그 뜻을 풀진 못했다. 안기부는 김현희의 진술을 토대로 이 방점이 부다페스트에 있던 북한 공작지도원의 전화번호(164635)를 뜻하는 것임을 알아냈다.

    (107) 바레인에서 시도하지 못한 중요한 조사들

    (a) 신이치 시신에 대한 병리학자 보고서 확보(신이치 배에 있는 수술흔적과 그가 틀니를 낀 이유를 설명해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는 것).

    (b) 여권과 여권에 찍혀 있는 도장과 서명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우리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지 알지 못함).

    (c) 폭발물질과 접촉한 흔적이 있는 의류(특히 밀봉돼 가방에 들어 있는 의류)에 대한 법의학적 검사.

    (d) 마유미에게서 잘라낸 손톱과 손톱 밑에서 추출한 물질(밀봉해 놓았음)에 대한 법의학적 검사.

    (e) 누가 두 사람의 여권에 소지인 서명을 했고 기타 다른 필체의 글씨를 써놓았는지를 밝히는 필체 분석.

    (f) 바레인 이외 지역에 대한 조사. 두 사람이 묵었던 호텔과 항공권 발권 사항, 빈과 베오그라드, 바그다드, 아부다비 등 체류지에 관한 조사. 그리고 대한항공 KE 858편이 기착한 바그다드와 아부다비공항에서 이 항공기에 접근하는 방법과 그곳의 효율성과 보안성 검토.

    (g) 작은 수첩에 가로로 쓰여 있는 한자(?)로 보이는 여섯 개 문자 주변에 찍혀 있는 점과 기타 마크가 암호인지의 여부 (작은 수첩은 마유미 몸에서 발견됐지만 이 수첩은 두 차례 신이치의 손에 있었던 것으로 보임. 누가 수첩에 있는 전체 문자를 썼는지 확실하지 않음).

    【남한으로 인도】

    (108) 대한민국의 요구에 따라 신이치의 시신과 마유미, 모든 사진과 증거물, 소지품과 돈을 1987년 12월14일 21시00분쯤 바레인 국제공항에서 남한 수령단(受領團)에게 인도했음.

    (109) 바레인측이 전달한 자료를 가져가기 위해 바레인에 온 대한항공 특별기편이 1987년 12월14일 21시40분 정각 서울을 항해 바레인공항을 이륙했음.

    (110) 신이치의 시신과 기타 모든 소지품들은 미리 대한항공 특별기에 실렸고 마유미는 엄중한 보안 아래 차량 3대의 호위를 받아 탑승계단 발치로 이송됐음.

    (111) 그녀는 한 시간 전에 서울로 이송된다는 얘기를 들었음. 그녀는 무표정하게 이 이야기를 받아들였음. 공항으로 가는 차량 안에서 그녀는 침착했고 말이 없었음. 탑승계단 발치에 도착해 한국인 호위원들(남자 2명과 여자 2명)에 의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에도 마찬가지 상태였음. 그녀는 겁먹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음.

    (112) 공항에 도착하기 전 그녀는 호송하러 온 영국인 고위 간부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 감사합니다(God Bless. Thank yor)’라고 말했음.

    (113) 인도 절차는 바레인 주재 대한민국 대사의 임석하에 진행됐음.

    (114) 다음 품목들이 1987년 12월 14일 바레인 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대표단에 인도됐음.

    1. 신이치 시신의 엑스(X)선 사진 4장(두개골 2장, 가슴 1장, 복부 1장).

    2. 엑스(X)선 사진에 대한 방사선 전문의 보고서.

    3. 시신의 혈액형과 일치 여부 보고서.

    4. 마유미의 혈액형과 일치 여부 보고서.

    5. 12월1일 신이치가 몸에 지니고 있던 미화 2160달러(전신 스타킹에 소지하고 있던 미화 1500달러는 72번 항목을 참조).

    6. 별첨한 목록에 첨부된 바와 같이 소형 가방 49개와 대형 가방 1개에 포장된 증거물과 소지품들 전체 목록.

    7. 밀봉된 상태(소형 가방 49개가 들어간)의 대형 나무 가방 1개.

    8. (얼음으로 쌓인) 신이치의 시신이 담긴 특수 관 1개.

    9. 양호한 상태의 여자 용의자 1명-마유미.



    (19) 11월29일 17시00분부터 (용의자인 두 사람이 체크아웃한) 12월1일 06시30분 사이에 근무한 교환원 두 명은 이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기억하지 못함. 그러나 이들이 호텔을 떠난 다음인 12월1일 아침, 여러 통의 전화가 일본 TV 방송국으로부터 걸려 왔음. 이 중 한 통은 자신의 전화번호를 도쿄 4856066이라고 밝힌 하시모토라는 남자가 걸어온 것이었음. 이 시점에서 KE 858편 실종은 세계적 뉴스가 됐음.

    (20) 11월29일 16시00분경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의 일본인 영업이사 카이 오추보 다비에스 여사가 커피숍에 있는 신이치와 마유미에게 다가가 일본어로 일본에서 왔는지를 물었음. 남녀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은 후 고개를 끄덕였음. 오추보 다비에스 여사가 자신을 이 호텔의 영업이사라고 소개하자, 남자는 그 말을 알아들었음. 그러나 두 사람이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 ‘필요할 때 찾으시면 도와드리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음.

    (21) 11월29일이나 30일 (택시 기사는 며칠인지 모른다고 함) 16시20분, 용의자들은 택시 한 대를 대절해 한 시간 반 동안 드라이브하며 바레인항구와 아다리공원을 둘러봄. 택시 기사인 에이싸 압둘라 라비아(바레인인)는 “이들은 관광에는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단 한 차례 (외국어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음. 드라이브를 위해 출발할 때 신이치는 느리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바레인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음. 이에 운전기사가 바레인항구와 박물관을 보고 싶은지 묻자, 신이치는 “싫다”고 대답하고 나서 “스포츠 경기를 좀 보고 싶다”고 말했음. 그러나 운전기사로부터 “스포츠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바레인항구와 아다리공원을 방문하는 데 동의했음. 관광중 운전기사가 신이치로부터 들은 유일한 말은 아부 사이바에서 한 구조물을 가리키며 “무엇이냐”라고 물어 기사가 “소방용 급수탑(water tower)”이라고 대답한 것이 전부였음. 마유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

    (22) 11월30일 10시15분 두 사람은 11월20일 빈의 알이탈리아항공 사무소에서 구입한 항공권을 가격 변경 없이 알리아 항공권으로 교환하기 위해 바레인의 알리아항공 사무소를 방문했음. 그곳에서 그들은 항공권을 승인받으려면 먼저 (알이탈리아의 바레인 지역대행사인) 타즈여행사로 가라는 말을 들었음. 그들은 시키는 대로 한 뒤 11시00분경 되돌아와 항공권을 변경했음. 알리아항공에서 발부해준 항공권에는 다음과 같은 여정이 담겨 있었음.

    (a) 아부다비/바레인-이미 사용됨

    (b) 바레인/암만-알리아항공 RJ 607-1987년 12월1일 08시30분

    (c) 암만/로마-알리아항공 RJ 101-1987년 12월1일 09시15분

    이 항공권은 이들이 12월1일 바레인을 떠나려고 준비한 것이었음. 이들은 분명 암만에서는 환승하려고만 했음.

    (23) 두 사람은 바레인의 알리아항공 사무실에서,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로마발 빈행 항공권의 시간을 11월30일 20시45분에서 12월2일 20시45분으로 바꾸었음(그러나 항공편은 동일한 것임).

    (24) 알리아항공 사무소 소장인 미트리 파헬(파키스탄인)과 항공권을 변경해준 여자 영업직원 사비하 부트(요르단인)는 신이치가 말을 했지만 영어가 서툴고 우물거려 알아듣기 힘들었다고 했음. 마유미는 사비하가 항공권을 최초로 발부해준 곳을 묻자 “오스트리아”라고 대답했다고 함.

    (25) 12월2일 16시15분경 한 여자가 유창하지만 극동아시아 억양을 띤 영어를 구사하며 바레인의 알리아항공 사무소(258616)로 전화를 걸어왔음. 바레인사람인 마히야 살만이 받았는데 전화를 걸어온 여성은 “마유미(지목했음)의 친척”이라며, “마유미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다. 그녀의 숙소를 알고 싶다”고 말했음. 이 여자는 마히야 살만이 불러주는 두 사람 항공편의 예약 내용을 듣고 “더 알려줄 게 없느냐”면서 전화번호를 남겨놓겠다고 했음. 이 여자는 자신의 전화번호를 도쿄 033571077로 불러주었음. 발신음으로 미루어 이 전화는 분명히 국제통화였음. 컴퓨터를 이용해 12월2일 258616번을 사용하는 바레인의 알리아항공 사무소로 걸려온 국제전화를 추적해보자 10시15분 암만에서 딱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만 확인되었음.

    (26) 이들의 여행에서는 다음과 같은 모순점이 발견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었음.

    (a) 빈에 있을 때 왜 이들은 다른 날 다른 여행사를 찾아가 서로 다른 항공사의 항공편을 이용하는 티케팅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로써 두 사람은 아부다비를 떠날 수 있는 두 개 여정을 갖게 되었다(하나는 바레인으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레인을 경유하지 않고 암만으로 갔다가 로마로 가는 것이다).

    (b) 이들은 관광을 목적으로 여행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들이 짜놓은 두 여정 중 하나는 베오그라드를 떠나 (바그다드-아부다비-암만을 거쳐) 로마에 도착할 때까지 채 24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이는 문제가 된다. 비행기를 갈아타기만 하는 것을 관광이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C) 이들은 왜 예약을 바꿨을까. 이들이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먼저 바레인을 떠나려고 항공권 시간을 변경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d) 이들은 11월29일 09시00분 아부다비/암만(이어 로마)으로 가는 RJ 603편 항공권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은 바레인으로 갔다. 왜 이런 여정을 택했을까.

    (e) 이들이 대한항공 KE 858편 폭발에 책임이 있다면, 왜 이들은 바레인에서 약 70시간을 체류하기로 했을까.

    (f) 이들은 왜 맨 처음 빈으로 가는 여정을 증명하는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왜 여행을 끝낸 후 빈을 떠났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갖고 있지 않을까.

    (두 사람은 일본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빈으로 왔다고 주장했으나 훗날 안기부는 김현희로부터 “실제로는 평양에서 항공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까지 간 후 헝가리 주재 북한대사관이 제공한 자동차를 타고 빈으로 들어갔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두 사람은 임무를 수행한 다음에는 암만-로마를 거쳐 빈에 도착한 후 북한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다. 바레인 경찰은 마유미로부터 이러한 진술을 받지 못했으므로 도쿄에서 빈까지 왔다는 것을 의심한 것이다-편집자).

    (g) 왜 이들은 손가방만을 들고 여행했을까(일본 관광객 치고는 짐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당시 일본 관광객은 쇼핑을 즐겼다는 의미인 것 같다-편집자).

    【용의자들의 신원】

    (27) 바레인측은 아직 마유미와 신이치의 확실한 신원을 확인하지 못했음. 이들의 출신지와 국적, 직업 그리고 주소가 어디인지를 밝혀줄 신뢰할 만한 증거도 포착하지 못했음. 하지만 이들의 지문과 사진은 널리 배포되었음.

    (28) 일본 관측통들은 하치야 마유미는 흔한 일본인 이름이라고 했음. 일본 당국은 이 여자의 여권(번호 MG 5021208, 1983년 3월16일 도쿄 발행)은 위조된 것이라고 설명했음. 이 여자의 예방접종증명서는 도쿄 긴자에 실존하지만 위조된 것으로 보임. 두 사람의 예방접종증명서에는 1986년 7월18일과 1987년 11월10일에 예방접종을 받았다고 돼 있으나, (일본측 설명에 따르면) 그날은 그 어떤 예방접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함.

    (29) 마유미의 여권에는 1984년 8월25일과 1986년 8월5일 도쿄 나리타공항을 출국한 도장이 찍혀 있는데 일본 당국은 이 도장도 위조된 것이라고 설명했음. 다른 도장이나 서명의 진위 여부는 바레인에서 확인되지 않음.

    (30) 신이치라는 이름 역시 전형적인 일본인 이름으로 알려짐. 신이치 명의의 여권도 여권 번호(MG 5741532 1983년 9월2일 도쿄에서 발행)를 근거로 확인해본 결과 위조된 것으로 보고됐음. 일본 당국은 신이치가 가지고 있던 여권과 동일한 인적사항이 적혀 있지만 전혀 다른 사람의 사진이 붙어 있는 여권을 가진 일본인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주었음.

    (31) 마유미는 자신이 아는 한 “신이치는 일본인이고 도쿄에서 함께 살았다. 신이치는 중국 광동어와 영어도 잘 하지만 영어로 말하는 것은 쓰는 것보다 서툴렀다”고 말했음. 바레인에서 신이치에게 말을 걸었던 고학력의 여성인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의 카이 오추보 다비에스는 신이치는 뚜렷한 억양이 없는 일본어를 구사했다고 말했음.

    (32) 신이치와 마유미는 아버지와 딸, 할아버지와 손녀, 또는 (전혀 그럴듯하게 보이지 않지만) 남편과 부인처럼 행세하려고 애쓴 것으로 보임, 그러나 이러한 인상은 대화나 서류를 통해 나온 것은 아니었음. 관계가 어떻든 간에 마유미는 신이치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이나 비통함을 내비치지 않았음.

    (33) 대한항공 KE 858편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되었던 11월30일 20시00분쯤 바레인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기정 이등서기관이 리전시 인터컨티넨털 호텔에 도착했음. 그는 “대한항공 직원”이라며 호텔 부매니저인 하싼 무카위(수단인)와 영업이사인 카이 오추보 다비에스 여사를 만나 호텔 숙박부를 점검한 뒤 611호로 전화를 걸어 여권에 적혀 있는 두 사람의 인적 사항과 바레인 이후 여정을 질문했음. 호텔 측은 이들이 호텔을 떠나려고 했을 때 호텔 숙박부에 적어준 내용이 맞는지에 대해 질문하지 않았음. 하싼 무카위는 신이치에게 영어로 두 사람의 여권 번호를 물어 적었는데 그는 신이치가 영어를 잘하지만 억양이 단조롭다고 생각했음.

    (34) 몇 분 뒤(20시15분경) 카이 오추보 다비에스 여사는 신이치에게 “당신의 여권 정보에 대해 더 물어보길 원하는 대한항공 직원 한 명이 와 있다”고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음. 그에 대해 신이치는 “왜 그런 세부사항을 다시 질문 받아야 하는가”라고 물었고, 오추보 다비에스는 “한국 비행기가 실종돼 대한항공 직원이 승객 자료를 점검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음. 신이치는 알리아항공편으로 로마로 가는 그들의 향후 여정을 알려주었으나 짜증을 내면서 언성을 높였음. 일본어로 이뤄진 이 대화에서 오추보 다비에스는 신이치가 일본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는 미묘한 억양 차이를 느꼈다고 함.

    (35) 신이치와 마유미가 대한항공 KE 858편 폭발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이들은 이때부터 경계심을 가졌음에 틀림없음.

    (36) 12월1일 06시30분 바레인 주재 일본대사관의 스나가와 소준씨와 시오바라 준 이등서기관이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에 도착해 신이치와 마유미의 여권이 위조된 것으로 보인다며 프런트데스크 직원들에게 입수 가능한 두 사람의 여권 정보 전부를 요청했음. 그러나 이 대화는 용의자 두 명이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탈 때 진행됐음. 때문에 일본 외교관 승용차를 이용해 두 사람이 탄 택시를 따라갔음.

    【공항에서 청산가리를 삼켰음】

    (37) 신이치와 마유미가 암만을 거쳐 로마로 가는 알리아항공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바레인공항에 도착해 수속을 밟으려 할 때 일본인 외교관 두 명도 공항에 들어섰음. 이들은 외교관 패스를 보여주고 출입국사무소로 가서 “(적어도) 마유미는 위조 여권으로 여행하는 것이 분명하고 두 사람은 실종된 대한항공 858편의 승객이었던 것 같다”고 밝힘.

    (38) 07시45분쯤 신이치와 마유미는 출입국사무소 직원에 의해 제지받고 검사를 받기 위해 손가방을 압류당했음 (큰 가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음). 이들은 몸수색을 받기 위해 관세구역으로 이동했음. 신이치는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로마에서 빈으로 가는 항공권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 항공권은 미화 1500달러와 함께 그가 속옷으로 입고 있던 스타킹에 들어 있었음. 이들은 입고 있던 옷과 담배, 라이터 1개를 제외한 모든 물품을 압류당했음

    (39) 몸수색을 받은 후 남녀는 출입국사무소 옆의 의자에 앉아 경찰(여자 2명, 남자 3명)의 보호를 받았음. 경찰관의 이름은 다음과 같음.

    6157 수르티 아왈 (여) 알람 하산7421 수르티 아왈 (여) 나즈마 모하메드2807 수르티 아왈 살레 압둘라6768 수르티 모하메드 아쉬라프6785 수르티 레한 카심

    ‘KAL 858편 폭파사건’  바레인 경찰 수사보고서

    김승일과 김현희의 이동 및 이동준비 경로.



    (40) 두 명의 용의자와 다섯 명의 경찰관은 출입국사무소를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 있었음. 용의자들은 경찰관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마유미는 신이치의 오른쪽에, 마유미의 오른쪽에는 남자 경찰관 3명이, 신이치의 왼쪽에는 여자 경찰관 2명이 앉아 있었음. 맞은편의 출입국사무소에서는 5728 수르티 아왈 아마눌라 우마르 덴이 일하고 있었음.

    (41) 이후 15분간(09시15분과 09시30분 사이) 혼란스러운 사건이 일어났음. 그 누구도 이 사건이 일어나는 전체 과정을 목격하지 못한 듯 관련 경찰관들의 진술에서는 차이점과 모순점이 존재함. 갑작스럽게 발생한 혼란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임.

    (42) 09시30분 신이치와 마유미가 청산가리를 먹고 쓰러진 것은 분명함. 마유미가 먹은 청산가리는 담배 필터 끝에 숨겨진 유리 앰풀에서 나왔음. 그러나 이 앰풀은 마유미가 입에 넣어 깨물려고 할 때 (경찰관에게) 빼앗겼음. 신이치는 마유미가 삼키려고 한 앰풀이 아닌 다른 것에 들어 있던 청산가리를 삼켰기 때문인지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했음. 신이치가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앰풀은 전혀 수거되지 않았음. 그의 시신은 부검과 법의학적 검사를 위해 보존됐으나 그의 머리와 목, 위장을 찍은 엑스선 사진에서는 깨진 앰풀 조각이 발견되지 않았음. 하지만 신이치의 시신은 사망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부검하지 않았고 임상적으로 하는 검시만 했음.

    (신이치(후에 김승일로 밝혀짐)의 시신은 한국에 도착한 후 12월19일 국군수도통합병원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주관으로 부검되었다. 이때 김승일의 기관지와 식도에서 유릿조각과 담배 필터 등이 발견되었음-편집자)

    (43) 목격자들의 증언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음. 5명의 경찰관 건너편출입국사무소에 있었던 수르티 아마눌라 우마르 덴은 “마유미가 왼쪽 손바닥 위에서 담배 한 개비를 분질러 그 일부를 천천히 신이치에게 전달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음. 몇 초 후 신이치는 (담배조각을 받은)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가 입술을 문지르는 듯했음. 이 목격자는 이후 호위 경찰관이 마유미와 몸싸움을 하는 소란이 진행되는 몇 분 동안 사무소에서 계속 일을 했음. 목격자가 그들에게 달려갔을 때 마유미는 이미 쓰러져 있었음. 이어 신이치가 의자에서 “쿵” 하고 떨어지고 머리가 뒤로 젖혀져 의식을 잃은 것이 분명해 보였음. 그는 마유미가 앉아 있던 의자 밑 바닥에서 말버러 담배 한 갑과 이름 모를 또다른 한 갑 등 담배 두 갑이 있는 것을 보았음.

    (44) 호위 경찰관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은 신이치와 마유미가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각기 말버러 담배 한 갑씩을 손에 쥐고 있었다고 말함. 하싼은 마유미가 담뱃갑을 꼭 쥐고 있다고 생각해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에게 그 담뱃갑을 조사해 보자고 제안했음. 그들은 마유미를 바라보며 담뱃갑을 달라고 해 내용물(10개비 정도의 담배)을 꺼내 검사하고 빈 담뱃갑도 조사한 뒤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음. 이때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은 충동적으로 담배 한 개비를 손으로 분질렀음. 그 순간 마유미가 신이치에게 뭔가를 말했고 신이치는 (외국어로) 대답했음. 그러자 마유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른손으로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으로부터 담배조각(분명히 필터가 붙어있는 부분)을 낚아챘음.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가 마유미를 의자에 주저앉혔음. 마유미는 뒤로 밀리면서 오른손을 입으로 가져갔음. 여러 명의 호위 경찰관이 마유미의 손을 입에서 떼려고 했고 그녀가 쥐고 있던 것을 빼앗았으며 그녀의 입을 닦아주려 했음. 이때 마유미가 입을 악물어 몸싸움이 이어졌음. 마유미의 몸이 갑자기 경직되면서 짧은 몸싸움이 끝났음. 수르티 레한 카심은 마유미의 손아귀에서 담배의 필터 부분을 꺼낼 수 있었음. 마유미가 쥐고 있던 불붙은 담배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음. 마유미의 입술에는 담배조각과 핏자국이 있었음. 신이치는 그 전에 쓰러졌음.

    (45)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는 자잘한 세부사항을 제외하고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의 증언을 확인했음. 그녀는 마유미가 오른손에 뭔가를 쥐고 있어서 왼손으로 담배조각을 낚아챘다고 말했음. 모하메드는 마유미가 담배 한 갑을 건네주었을 때와 수르티 아왈 알람이 담배를 분질렀을 때 (두 번) 신이치에게 말을 건넸다고 생각함.

    (46)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은 마유미가 담배 한 개비를 분질러 이중 절반을 입에 넣은 것을 보았다고 말했음. 그리고 하싼과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는 마유미와 몸싸움을 했음.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는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이 저항하는 마유미로부터 담뱃갑을 빼앗으려고 했고 마유미가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고 생각하고 있음. 수르티 아왈 나즈마 모하메드는 그 담배를 잡아채는 바람에 담배가 부러졌고, 그 결과 마유미는 절반만 입으로 가져가 삼켰음.

    (47) 수르티 레한 카심은, 마유미가 담뱃갑을 검사하기 위해 담뱃갑을 달라고 한 여자 경찰관(하싼)에게 담뱃갑을 넘기기 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오른손에 쥐었는데, 그때 이미 마유미의 오른 손에는 불붙인 담배가 들려 있었다고 말했음. 카심은 마유미가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으로부터 담뱃갑을 낚아채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음. 의자에 주저앉혀질 때 마유미는 쥐고 있던 불붙지 않은 담배를 분질러 그 조각을 입에 가져갔음. 뒤이은 몸싸움에서 불붙은 담배가 마유미의 손에서 떨어졌음. 카심이 마유미의 손에서 부러진 담배의 필터 부분을 강제로 빼앗았음. ‘분홍색 분말’이 담긴 유리 앰풀이 필터 끝에 나와 있었음. 약간의 분말이 그의 손으로 흘러나왔음. 그는 마유미의 아랫입술에서 이 분말의 흔적을 보았음.

    (48) 수르티 모하메드 아쉬라프는 여자 경찰관들이 마유미가 가지고 있던 담뱃갑을 검사했는데 수르티 아왈 알람 하싼이 손으로 담배 한 개비를 분지르자 마유미는 이미 손에 쥐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분질러 그 끝부분을 입에 털어넣었다고 확인해주었음.

    (49) 수르티 아왈 살레 압둘라는 앞서 사무실에 도착해 있었지만 막바지 몸싸움만 보았다고 함. 그는 마유미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분지르고 신이치와 몇 마디 주고받았으며 이어 담배 끝에 있던 뭔가를 삼키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음. 그는 제일 신뢰할 수 없는 증인으로 간주됨.

    (50) 몸싸움 도중 모든 호위 경찰관은 정신을 마유미에게 집중해 마유미가 쓰러진 후에야 신이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함.

    (51) 5명의 호위 경찰관 중 어느 누구도 신이치와 마유미 사이에 뭔가가 건네진 것을 보지 못했음. 그러나 (출입국사무소에 있던) 수르티 아왈 아마눌라 우메르 덴은 (건네지는 것을) 보았다고 믿었음.

    (52) 앰풀이 들어 있던 담배 필터 끝은 앰풀을 넣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음. 다른 담배에서는 앰풀과 특수 필터가 발견되지 않았음.

    【병원에서의 검사】

    (53) 신이치와 마유미로부터 채취한 혈액과 소변, 구강 세척물을 대상으로 한 청산가리 검사 결과 모두 양성으로 나왔으나 수거된 앰풀에서는 청산가리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음. 신이치의 사인(死因)은 청산가리 중독으로 인한 심장 및 호흡 정지로 밝혀졌음.

    (54) 마유미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청산가리를 복용하려는 순간 호위 경찰관들이 강제로 제지했기 때문인 듯함. 즉각 두 사람에게 인공호흡이 실시됐고 마유미의 입은 물로 세척되었음. 응급 산소가 두 사람에게 공급됐고 공항병원으로 옮겨졌음. 그곳에서 구급차에 실려 살마니야병원의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신이치는 이미 사망한 다음이었음.

    (55) 12월1일 12시30분 마유미는 바레인 국군병원으로 이송됐음. 임상적으로 볼 때 그녀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고 자극에 반응하지 않았음. 그녀의 체온은 36.5。였고 심장 박동수는 분당 75회, 혈압은 110∼70㎜/Hg였음. 그녀의 혀끝에는 작은 궤양이 있었음. 정맥 주사가 투여됐음. 12월2일 그녀는 점차 의식을 회복했고 12월3일에는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으나 유동식이나 음식을 먹을 수는 없었음. 12월4일에는 신체의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해 그날 11시30분 병원을 나와 경찰에 구금되었음.

    【음식 선택과 필체】

    (56) 11월29일 신이치와 마유미는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 커피숍에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음. 동양 음식을 주문하지는 않았음.

    (57) 11월30일 아침 두 사람은 커피숍에서 가벼운 아침을 먹었음. 그 외에는 호텔에서 어떤 음식도 먹지 않았고 룸서비스도 이용하지 않았음.

    (58) 신이치는 호텔 직원에게 외투를 다림질해달라고 했음. 세탁은 시키지 않음.

    (59) 호텔 숙박부는 신이치가 작성했음. 숙박부의 필체는 공항 입국카드에 쓴 것과 비슷함. 그러나 공항 입국카드에 쓰인 숫자들 중에서 8과 9자는 구금 도중에 마유미가 쓴 그 숫자와 놀랄 정도로 모양이 비슷함. 두 사람의 필체는 이상하게도 비슷함.

    (60) 호텔 커피숍 영수증 서명은 마유미의 여권에 있는 서명과 유사함.

    (61) 커피숍 영수증에 대한 서명은 신이치의 여권과 호텔 숙박부에 서명한 것과 유사함.

    (62) 11월30일 신이치는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의 객실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미화 200달러를 현찰로 냄.

    (63) 체류 기간중 이들은 호텔에서 모두 95~790의 할인어음(total of B.D. 95/790)을 사용했음. 청구서는 신이치가 현찰로 지불함.

    (64) 신이치는 호텔에서 숙박부를 작성했음.

    (65)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 객실 611호에 대한 수색은 12월1일 09시00분 실시됨. 그 객실은 청소된 상태였으나 쓰레기는 처리되지 않았음.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음.

    (66) 신이치의 소지품에서 발견된 35㎜ 코니카 카메라로 촬영된 코닥 컬러 필름을 현상해 보니 26장의 사진이 찍혔음(증거물로 보존됨). 5장은 마유미를, 4장은 신이치를 찍은 것임(마유미는 빈에서 촬영했다고 말했음-이 가운데 7장은 빈을 배경으로 찍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음) ; 3장은 마유미를, 3장은 신이치를 찍은 것임(마유미는 베오그라드에서 찍었다고 말했음-가능한 일이지만 입증할 수 없음) ; 마유미 사진 4장과 신이치 사진 3장이 바레인의 리전시 인터컨티넨털에서 촬영됨 ; 마유미 사진 1장과 신이치 사진 1장은 바레인 항구에서 촬영됨(장소 확인됨) ; 마유미 사진 1장과 신이치 사진 1장은 바레인 아다리 공원에서 촬영됨(장소 확인됨).

    (67) 바레인에서 택시 관광을 하며 방문한 곳과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에서 촬영이 이뤄진 지점을 대상으로 12월2일 수색해보았으나 확보할 것은 없었음.

    【옷과 관련해 언급된 요점들】

    (68) 신이치와 마유미가 소지한 의류 대부분은 양호한 상태였음(일부는 여행 도중 구입한 듯함).

    (69) 바레인에서 찍은 사진 중 한 장에는 신이치가 길고 뾰족한 깃이 달린 평범한 셔츠를 입고 있는 것이 있었음. 그런데 쓰러진 신이치는 짧은 깃이 달린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음. 사진에 찍힌 셔츠는 발견된 소지품에는 없었으므로 폐기된 것이 틀림없음.

    (70) 마유미는 금속 심 하나가 빠져나간 살색의 낡은 코르셋을 소지했음. 코르셋 안쪽에는 원인 미상의 붉고 푸른 얼룩이 있어 증기 폭발 탐지기(vapour explosives’ detecter)로 검사해보자 양성 반응이 나타났음 (화학검사는 실시되지 않았음).

    (71) 신이치가 찍은 사진에서 마유미가 입고 있던 모피 깃이 달린 갈색 외투의 왼쪽 호주머니 가장자리를 폭발물 탐지기로 조사해보자 역시 양성 반응이 나왔음.

    쪾주 : 사용된 탐지기는 PD4-C 폭발물 탐지기로, 주로 니트로글리세린을 토대로 한 폭발물과 TNT, 테트릴(TNT보다 강력한 트리니트로페닐메틸니트로아민을 가리킴 - 편집자)을 검사하기 위해 제작됐음. 경험적으로 볼 때 이 탐지기는 PETN, 즉 암모니아 질산염을 토대로 한 폭발물에는 반응하지 않음. 이 탐지기는 탄소 4염화물(세탁용제)과 같은 다양한 비폭발성 증기와 여러 화장품에 쉽게 반응하는 것이 큰 단점임. 따라서 탐지기에 나온 수치는 단정할 수 없으며 법의학적 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함.

    (72) 신이치는 배와 허벅지 엉덩이를 감싸는 모직 전신 스타킹을 입고 있었음. 이 스타킹 안에서는 베오그라드에서 구입한 로마발 빈행 항공권과 미화 1500달러가 발견됐음. 극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귀중품을 감춰두는 경우가 많음.

    【바레인에서 마유미의 진술】

    (73) 어느 때건 마유미는 말수가 적었음. 말하지 않는 편을 좋아하는 듯했음. 시종일관 그녀는 매우 허약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음. 의사의 질문이나 ‘불편하거나 해로운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녀는 잘 대답하지 않았음. 끈기 있게 달래야 겨우 대답했음. 이 상황은 그녀가 중국어나 일본어, 한국어, 영어를 하는지와는 상관 없었음. 뭔가를 말할 때 그녀는 언제나 간결하고 거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 아주 조용하고 주저하듯이 말했음.

    (74) 그녀에게 건네 본 여러 언어 중에서 그녀는 중국어에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듯했음. 그 다음으로 일본어를 훌륭하게 구사하는 듯했음. 그녀의 영어는 어설펐으며 한국어나 아랍어에는 대꾸하지 않았음.

    (75) 그녀를 돌본 필리핀인과 인도인 간호사들에 따르면 그녀는 상기(上記)한 것보다는 영어를 훨씬 잘 이해했으며 다른 인종보다는 유럽인(특히 유럽 여자 통역)이 심문했을 때 더 잘 대꾸했다고 생각했음.

    (76) 마유미는 중화인민공화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학룽 출신이라고 주장했음. 그 곳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고아가 됐고 지금은 사망한 ‘종화’라는 이름의 아주머니의 양육을 받았다고 함(그녀는 살아 있는 가족이 없다고 했음에도 “가족이 걱정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흐느꼈음).

    (77) 그녀의 중국 이름은 박와와이(PAK WAH WAI)였음(CCC 4102/0583/1920). 그리고 가능한 다른 이름들은 (마유미가 기술한 대로라면) 바이추이후이(BAI CUI HUI)나 바이하우후이(BAI HAU HUI)도 될 수 있음(김현희는 중국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백취혜(白翠惠)라는 중국 이름을 사용했는데, 이를 영어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편집자).

    (78) 그녀는 (가난 때문에) 기본 교육만 받았음. 하크룽에서 그녀는 텍로서 혹 호우(Tek Lo Seo Hok How) 라는 이름의 초등학교를 다녔다고 했음.

    (79) 그녀는 19세경 아주머니 곁을 떠나 일자리를 찾으러 상하이로 갔음. 그곳의 생선가게에서 손님의 신발을 닦아주는 등 허드렛일을 하면서 2,3개월간 생계를 이어갔음. 이후 광둥(廣東)성으로 갔으며 주소는 세키양가(街) 2, 처욱탁로(路) 46이었음. 그녀는 광둥에서 1년내지 1년6개월간 있었고 역시 허드렛일을 했다고 함.

    ‘KAL 858편 폭파사건’  바레인 경찰 수사보고서

    베오그라드에서 김현희가 찍어준 신이치(김승일) 사진.

    (80) 광동에서 ‘닝잉’이라는 처녀를 만나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배를 타고 마카오로 갔음. 젊은 남자 3명도 함께 갔다고 함.

    (81) 마카오에서 그녀는 약 2개월간 엄선된 고객들을 맞는 ‘술집 여자’로 일했음. 그녀는 그곳 술집에서 ‘릴리’로 불렸음. 그녀는 고객 이름은 전혀 모르지만, 단골 고객 중 한 명은 홍콩 남자였다고 함.

    (82) 그녀는 마카오의 한 술집에서 신이치를 만났고 그는 그녀에게 가정부 일자리를 제안했음. 이후 이들은 부녀(그녀는 그를 ‘아빠’라고 불렀음)처럼 지냈고 그는 열심히 그녀를 보호했음. 이들은 성 관계를 갖지 않았음. 그녀는 신이치 복부에 있는 절개수술 상처를 보지 못했으며 수술한 적이 있는 것도 전혀 몰랐음.

    (83) 일본에 사는 동안 그녀는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전혀 없었으며 신이치는 외출할 때 그녀를 집안에 가두고 문을 잠갔다고 함. 그녀는 자신의 여권 문제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믿었음. 시장 보는 것도 신이치가 도맡아 했음. 그녀의 개인적이고 내밀한 물건조차 신이치가 사왔음. 그녀는 텔레비전을 통해 일본 프로그램을 많이 보았다고 함. 그녀는 신이치가 일본인이라고 믿었음.

    (84) 두 사람이 살았다는 집의 주소는 ‘도쿄, 시부야, 에비수 4-10-6’임(그녀는 이 주소를 영어로 썼고 바레인공항에서 작성한 입국카드에도 그렇게 적혀 있음). 그 집은 도쿄의 한적한 지역에 있음. 이 집 창문에서는 어느 방향에서든 다른 집 지붕을 볼 수 있다고 함.

    (85) 신이치는 그녀에게 1987년 11월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말했음. 그는 도쿄를 떠나기 2, 3일 전에 이 계획을 말했음. 이 여행은 이들의 첫 번째 동반 휴가였음. 이들은 손가방만 휴대했는데, 신이치는 이런 여행에서는 가볍게 다니는 것이 낫다고 말했음. 신이치가 출국 수속을 했고 출국카드도 작성했는데 그는 그녀의 여권을 내내 가지고 있었음.

    (86) 그녀는 이들이 (일본을 떠날 때) 탄 비행기가 ‘점보기’라는 것 말고는 어느 항공사인지 알지 못했고 다만 점보기의 여승무원들이 동양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이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까지 직항했다고 함.

    (87) (프랑크푸르트에서) 신이치는 묵을 호텔을 알고 있었는데 이는 신이치가 예약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했음. 그녀는 호텔 이름을 알지 못했음. 방값은 비싸지 않았고 철도 중앙역에서 걸어서 30분 이내 거리에 있었음.

    (88) 이들은 그 호텔에서 2박을 하며 낮에는 관광을 했고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밤에 먹기 위해 샌드위치를 사서 호텔로 가져왔다고 함. 신이치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전혀 전화를 사용하지 않았고 주머니칼을 구입했음.

    (89) 이들은 오후에 프랑크푸르트의 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음. 이들은 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으나 그녀는 ‘유럽’ 항공사 비행기라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고 함.

    (90) 이들은 빈의 한적한 지역에 있는 작은 호텔에 머물렀고 도심에 갈 때는 택시를 탔음.

    (91) 빈에서 신이치는 그녀에게 (그녀가 바레인에서 입고 있던 흑백 얼룩무늬가 있는) 드레스를 사주었음. 그녀는 상점에서 이 드레스로 갈아입고 그때까지 입고 있던 옷은 종이백에 넣었으며 이 종이백은 신이치가 빈을 걸어다닐 때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함.

    (92) 이들은 아침에 관광을 했고, 카페에서 점심을 먹었으며 이후엔 내내 호텔 방에서 보냈다고 함.

    (93) 빈에서 두 사람은 차량번호가 W 412096인 폴크스바겐 앞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이 사진에는 빈의 오페라하우스가 잡혔음.

    (94) 마유미는 바그다드에서 아부다비로 가는 항공편(대한항공 KE 858편)에 탑승하기 전 몸수색을 받았고 가방을 열어 짐 검색을 당했다고 주장했음.

    (95) 이들은 KE 858편에 올라 앞쪽에 앉았고, 신이치(통로쪽)와 그녀 사이에는 유럽 여성이 앉았음. 그녀와 신이치는 각 한 차례씩 화장실에 다녀왔음. 그녀는 두 사람이 아부다비에서 내릴 때 비행기에 아무것도 놓아두지 않았다고 분명히 주장했음.

    (96) 그녀는 바레인으로 간 것은 ‘여행의 일부’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음.

    (97) 신이치는 리전시 인터컨티넨털호텔을 떠나던 날(12월1일) 아주 화가 났음. 이유는 이들의 여권에 관한 질문을 받았기 때문임. 신이치는 그녀에게 그들이 탔던 비행기(대한항공 858편)가 실종됐고 그녀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며 붙잡히면 좋지 않은 일이 그녀 신상에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었음.

    (98) 신이치는 그녀에게 담배 한 갑을 보여주며 필터에 담뱃가루가 조금 묻은 담배 한 개비를 가리켰음. 그는 만약 붙잡히면 이 필터를 깨물어야 한다고 말했음. 그러면 죽게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한 말은 그녀를 매우 혼란스럽고 놀라게 했음. 그녀는 그 담배의 필터 끝에서 노란 분말을 보았기 때문에 그 담배에 독이 들어 있다는 점을 알았음.

    (99) 신이치는 바레인공항에 도착해 담뱃갑에서 두 개비를 꺼내 그녀에게 한 개비를 주고 나머지는 그가 지녔음. 그녀는 신이치가 그것을 먹으라고 말했기에 매우 놀라며 독을 삼켰다고 함.

    (100) 신이치는 그녀의 여권을 가지고 다녔는데, 그녀는 자신의 여권이 위조됐다는 점을 몰랐음. 그는 그녀에게 마유미라는 이름을 주었음.

    (101) 그녀는 추웠던 데다 신이치가 돈을 그 안에 넣어 안전하게 지니고 다니라고 했기 때문에 코르셋을 입었음. 그러나 베오그라드 이후부터는 날씨가 더웠고 신이치가 돈을 전부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코르셋을 입지 않았음.

    (102) 11월29일 두 사람이 바레인공항에 입국했을 때 이들을 담당했던 출입국 담당 관리는 마유미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고 신이치 하고만 외국어로 짤막하게 대화했다고 말했음.

    【바레인 경찰에 구금돼 있을 때 마유미의 심신 상태】

    (103) 바레인에서 마유미는 어떤 상태에서도 심문을 받지 않았음. 그녀는 치료 때문이 아니라 안전 문제를 우려한 병원 당국의 요구로 병원 밖으로 이송됐음. 경찰에 구금된 첫 3일 동안 그녀는 어지러워했고 아주 허약했으며 아구창을 앓았음. 곁에 간호사가 앉아있는 상태에서 그녀는 거의 대부분 조는 듯이 잠을 잤음. 의료진은 물론이고 의료진이 아닌 사람들도 그녀의 몸 상태가 호전되었지만 4일 연속 첫째로는 일본 관리, 둘째로는 한국 관리의 방문을 받아 심리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았음. 일본과 한국 공무원의 방문이 그녀를 매우 두렵게 만든 듯 함. 그녀는 두 나라의 관리에게는 전혀 대꾸하지 않았고 대체로 눈을 감고 대했음. 마지막 며칠간 전반적인 그녀의 상태와 심리 상태는 달래면 말할 정도로 나아졌음. 바레인 체류 마지막 날이 돼서야 그녀는 상대적으로 편안해 하고 묻는 말에 대꾸할 것처럼 보였음. 그녀에 대한 심문은 그녀를 (한국으로) 이송하는 시기가 임박하지 않았다면 시작되었을 것임.

    (104) 그녀는 신이치가 죽었다는 사실을 구금 5일째 의사에게 듣고 알게 된 것으로 보임.

    【수사 지침】

    (105) 마유미를 상대로 큰 비중을 두고 확인해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음.

    (a) 그녀는 대한항공 KE 858편에 탑승했고 이 비행기가 공중 폭발로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기착한 곳(아부다비공항)에서 그녀는 내렸다.

    (b) 그녀의 여권은 위조된 것이며 나리타공항을 출발할 때 찍었다는 출국 도장도 위조된 것이다.

    (c) 그녀는 행동을 제지당하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녀의 동행인(신이치)과 함께 청산가리를 삼켜 자살을 기도했음. 그로 인해 동행인은 죽었음.

    (d) 그녀는 담뱃갑을 검사하려는 여자 경찰관의 손에서 청산가리 앰풀이 담긴 담배를 낚아챘음.

    (e) 그녀가 여행한 여정들에 대한 의심스러움 : 손가방만 들고 장거리 여행을 했다든지, 사전 예약한 숙박지를 전혀 몰랐다든지, 대체용 항공권을 소지했다든지, 예약한 항공편을 변경한 것 등이 의심스런 사례이다.

    (f) 그녀는 신원을 확인해 줄 사람의 연락처나 이름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음. 그녀는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밝히지 못했음.

    (106) 확인될 경우 이 사건의 방향을 근본에서부터 바꿀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다.

    (a) 대한항공 KE 858편이 공중 폭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질 경우.

    (b) 아부다비공항에서 대한항공의 KE 858편에서 내린 다른 사람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또다른 사람이 있거나, 이 항공기가 아부다비공항이나 바그다드공항에 도착하기 전 누군가가 시한폭탄을 설치해 놓은 것이 확인될 경우(지상근무자 등 승객이 아닌 사람이 화물 형태로 시한폭탄을 대한항공기에 장착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c) 두 사람이 청산가리를 복용한 다른 이유가 제시될 경우. 다시 말하면 그녀와 신이치가 마약 밀수범으로 밝혀질 경우.

    (d) 마유미가 빈민 출신의 단순한 여자로서 진짜로 신이치에 의해 갇혀 살았고 그에게 완전히 종속됐으며 그가 무엇을 하는지도 전혀 몰랐을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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