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호

‘인상학 박사’ 1호 주선희의 인상학 특강

‘영부인 오른 과부상’ 힐러리, ‘비명횡사한 과부상’ 다이애나

  • 글: 주선희 인상학 연구가 sh80000@yahoo.co.kr

    입력2004-09-22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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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학 박사’ 1호 주선희의 인상학 특강
    “사람들은 잘생긴 사람을 보면 으레 능력 있고 친절하고 정직하며 영리할 것이라 연상한다.”(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사회생활에서 외모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회 전체가 내면의 아름다움보다 외모 가꾸기에 혈안이 돼 있다. 성형뿐 아니라 화장품과 스파 마사지 등 미용산업은 불황을 모른다. 비단 치알디니가 지적한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외모는 성개방 풍조, 외래문화 유입, 경제성장 등 다양한 영역과 관련이 있다.

    인상학은 바로 외모의 사회적 의미를 다루는 학문이다. 사람의 상(相)을 보고 그 사람이 처한 현재 상태를 알아내고 그것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요즘엔 응용과학으로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에 활용되고 있다. 또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위한 치료요법으로, 사회조직의 관리와 기업 경영방식의 일환으로 쓰이기도 한다.

    인상학에서는 사람을 영·혼·육(靈·魂·肉)으로 구성되어 있는 존재로 본다. 영·혼·육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인간의 삶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체계화된 학문이 인상학이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라는 틀 속에서 존재하며 사회적 영향을 받고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겪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은 개인의 인상(人相) 형성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개인의 일상 생활이 즐거우면 밝은 인상으로, 분노하면 찌그러진 인상으로, 슬프면 어두운 인상으로 변한다. 이는 인체의 얼굴과 몸 어느 부위에서라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체형(體形)은 타고나는 것이며 불변하는 것이라 여기기 쉽다.



    그러나 인상학에서는 사회적 관계에서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희로애락이 신체의 근육활동을 촉진하고, 개인의 체형도 바꾸어놓는다고 본다. 이처럼 근육활동에 의해 바뀐 체형을 ‘체상(體相)’이라 하며 체상에는 골상(骨相), 면상(面相), 수상(手相), 족상(足相)이 있다.

    인간의 심리 드러내는 人相

    체상을 평가하는 핵심 기준은 ‘매력’과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이다. 문제는 매력이나 아름다움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있다. 매력이나 아름다움은 외형으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기도 하고, 개인의 내적인 가치에도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의 어떠한 특징을 근거로 매력이나 아름다움을 측정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역시 일차적으로 개인의 외형 평가에서 시작된다. 평가의 대상은 면전에 있는 실체 하나뿐이고, 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외형, 즉 생긴 모습과 언행 등을 인상의 기준으로 삼는다. 결국 외형은 인상학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인상학적 관점에 의한 평가방법의 몇 가지 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마가 넓고 둥글수록 더욱 지적이다’ ‘입술이 두터울수록 더욱 관능적이다’ ‘입술이 얇을수록 이기적이며 신뢰성이 떨어진다’ ‘넓고 풍부한 턱을 가진 이는 지배력이 있다’ 등.

    하나의 인상착의는 다양한 인상학적 특징의 상호연결 속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인상학적 특징이 동그란 머리, 넓은 이마, 작은 코, 작은 입, 맑은 눈, 통통한 볼 등이라면 이는 전형적으로 유아적 면상의 인상학적 특징이다. 인상학적 차원에서 유아 얼굴은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애교 단순 정직 유순 등의 특징을 드러낸다.

    인상은 단순히 외형적인 특징을 넘어 인간의 마음 상태가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학적 특징과 인품은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연관성뿐 아니라 인상학적 특징을 통해 그 사람의 사회적·심리적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인간상이나 그 상을 보는 관점 자체도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예컨대 과거에는 여성의 경우 둥근 얼굴과 통통한 체형이 대표적인 미인형으로 꼽혔지만, 요즘엔 달걀형 얼굴과 날씬한 체형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사실은 ‘인상의 척도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기계기술의 발달과 생산방법의 자동화, 풍요롭고 경제적인 일상생활, 교통수단의 발달, 그리고 인간의 관계 변화 등 일련의 사회적 변화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체형과 체상을 바꿔놓고 있다.

    예컨대 신장과 체중의 변화는 음식문화 등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사람의 생물학적인 체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한국인은 근대화를 거치며 신체 발육에 있어 커다란 변화를 겪어왔다. 물론 이런 체형 변화가 삶의 질을 동시에 변화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 변화상은 너무나 뚜렷하다.

    1913년부터 1953년까지 약 40년간은 ‘사회적 정체기(social stagnation)’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3년간의 한국전쟁을 겪었다. 1953년 7월27일 휴전할 때까지는 사회적 갈등과 궁핍으로 혼란스러운 험난한 시대였다. 이 기간에 남성은 신장 4cm, 체중 3kg 가량 증가했고, 여성의 경우 신장 6cm, 체중 7kg 가량 늘어났다.

    반면 이후 40년, 즉 ‘사회적 발전기’인 1953년부터 1994년까지 신지식과 신문화의 유입, 급속한 경제성장을 겪으면서 남성은 신장이 7cm, 체중도 7kg 가량 증가했다. 여성의 경우 신장은 6cm 늘어났지만 체중은 오히려 0.5kg 가량 감소했다. 특히 여성의 체중이 줄어든 것은 여성의 미적 감각이 호리호리한 체형을 선호하는 쪽으로 크게 변했음을 말하고 있다.

    한국표준기술원 1979년부터 1997년까지 18년에 걸쳐 20~24세 남녀의 평균 체중과 신장을 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몸무게는 4.3kg 늘어났고 키는 3.6cm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키가 4.7cm 자란 데 비해 몸무게는 오히려 1kg이 줄었다.

    주목할 것은 남성의 가슴둘레는 오히려 1cm가 줄어들었다는 점. 이는 운동부족인 까닭도 있겠지만 심장, 기관지, 폐 등 가슴 부위의 장기가 20여 년 전만큼 튼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여성은 가슴둘레가 1979년보다 4.2cm나 줄어들었다. 가슴이 작아진 것은 충분한 양의 모유 생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우유를 대용식으로 사용하는 추세에 맞춰 가슴이 작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의 유방은 성기능을 대표하는데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하면서 가슴이 활동하기에 편리한 유형으로 옮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엉덩이의 경우 남성은 1979년에 비해 2cm 커졌고 여성은 자녀를 생산하는 골반이 자리잡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0.3cm 작아졌다. 역시 단산(斷産)하는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다. 뛰거나 활동하기에 편리하도록 엉덩이가 작아지고 있는 것.

    체형의 변화는 이상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사실이 그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영양공급 방법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 이후 20년 만에 1인당 하루 총영양공급량이 600kcal가 증가했으며, 동물성(200kcal)보다는 식물성(300kcal)이 더 많이 증가했다. 생활수준이 높아질수록 동물성 지방질이나 단백질보다는 식물성 음식을 더 섭취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인의 사회지표를 보면 가정에서 음식을 만들어 취사하는 빈도가 점점 낮아지는 반면 외식은 20년 사이에 10배로 늘었다. 교육비는 2배, 교통·통신은 3배, 교양·오락비는 2.5배, 그리고 잡비는 3배가 늘어났다. 외식, 오락, 전화, 잡비와 같은 변수들은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 개인의 일상과 가치관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생활양식은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넓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동시에 외형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만든다.

    사회 변화에 따라 사람의 상이 변한다고 할 때 대표적인 것이 여성상의 변화다. 예컨대 여자의 생명을 단축시키는 ‘홀아비상’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과부상’은 남성의 생명을 단축하는 매우 불길한 상으로 여겼다. 그러나 남녀평등 사상이 보편화되고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두드러진 서구에서는 과부상인 사람들이 대단한 활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 능가하는 힐러리의 氣

    그 대표적인 예가 힐러리 클린턴. 그는 눈이 크고 광대뼈가 발달해 있다. 눈이 큰 사람은 감정 표현을 많이 하므로 인내의 미덕과는 거리가 멀다. 광대뼈는 명예궁의 자리인데 그 자리가 클 때는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는 만큼 남을 이기려는 욕구도 강하다. 턱도 견실해서 저력이 있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옛날 순종을 여성의 미덕으로 여기던 시대에는 이런 상을 두령지상(頭領之相)이라 하여 꺼렸다. 일명 과부상이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은 과연 남자의 기를 누를 만한 대단한 기운으로 클린턴을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르윈스키 사건 때도 의연한 모습으로 대통령을 지켜내면서 장부보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부상의 ‘남자를 능가하는 기’가 높은 목표를 향한 의지로 전환된 것이다.

    힐러리와 비교되는 상으로 고인이 된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가 있다. 다이애나 또한 눈이 크고 광대뼈가 살아 있으며 어깨가 벌어져 이른바 ‘과부상’에 해당된다. 그러나 힐러리와 달리 자신의 센 기운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하고 마음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불우한 삶을 살다 갔다. 사람들과 활발하게 어울리며 마음껏 웃고 살았다면, 훨씬 더 밝은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인상학 박사’ 1호 주선희의 인상학 특강

    테레사 수녀.

    인상학에서 좋지 않게 거론되는 상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화된 예는 얼마든지 있다. 영국 전 총리 대처의 경우는 눈에 각이 졌다. 인상학에서는 각진 눈을 가진 이는 마음고생이 심하고 팔자가 세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대처 총리는 개인적인 마음고생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국정에 대한 고민으로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울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넓적한 얼굴에 턱이 조금 틀어졌다.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롬브로소가 얘기한 ‘여성범죄형상’에 속한다. 턱은 틀어지지 않았지만 과거의 상학적 해석에 의하면 역시 ‘과부상’에 속한다. 그런데 현재 울브라이트의 사회적 지위를 보면 분명 해석을 달리해야 한다. ‘과부’가 될 기운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기성취의 기운으로 변화시킨 아주 좋은 사례다.

    우리 시대의 성녀인 테레사 수녀를 보자. 젊은 시절의 테레사 수녀는 동글동글한 얼굴선이 고운 처녀였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을 탈 무렵 그녀의 상은 깊게 팬 주름에다 턱이 약해서 인상학적으로는 말년이 편치 않은 상이다. 물론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살피느라 고생스런 삶이긴 했지만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기쁜 삶이었기 때문에 말년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더구나 최고의 영예인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얼굴은 아마 불쌍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들과 교감하는 상으로 변했을 것이다.

    롬브로소가 범죄와 인상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던 시대에는 자유연애가 불가능했고, 여자의 사회적 지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며 사회에서 활동하기도 어려운 시대였다. 따라서 당시에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성향을 보이는 여성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는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졌고 여권도 신장돼 남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사회다. 그에 따라 인상의 해석도 변하게 된 것이다. 그 한 예로 과거 이상형이었던 조신한 여성상이 이제는 소극적인 여성상으로, 과거의 팔자 센 여성상이 현대에는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얼굴은 사회의 가치관이나 교육 정도, 사회적 지위, 제도권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서 다각도로, 입체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큰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예를 들어 유인원형이 범죄 소굴에서 어울리면 전형적인 범죄형이 되지만, 교육을 받아서 고위관료가 된다면 추진력이 강해 소신껏 밀어붙이는 유능한 엘리트가 되기 때문이다. 힐러리나 대처 총리 같은 인물도 생각이 왜곡되거나 습관과 생활태도가 잘못 들면 롬브로소가 이야기하는 범죄형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시대에 따른 여성의 체형 변화도 흥미롭다. 특히 미스코리아들의 체형 변화는 우리나라 여성의 이상적 체형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1962∼72년 미스코리아들의 평균 체형을 보면 신장은 156㎝에 체중은 53㎏이었다. 경제성장에 따라 생활수준이 향상되기 시작한 1979~81년엔 평균 신장은 166㎝, 체중은 50㎏이었다. 이는 보통 한국 여성의 신장보다 10∼11㎝ 크고, 체중은 2∼4㎏ 정도 덜 나가는 것. 당시 미스코리아들의 얼굴 길이는 18.6㎝ 정도로 8등신이 아닌 9등신 미인이었다.

    그후 15년이 지난 1998년의 경우는 평균 신장이 174㎝, 체중은 50.7㎏이고, B-W-H(가슴-허리-엉덩이)가 각각 32.9-24.3-35.3이다. 키는 커지고 몸집은 가늘어졌다. 시간이 갈수록 체형은 서구화되었고 사람들은 이런 서구적인 외모에 한국의 고전미를 갖춘 미인을 선호하고 있다.

    인상학적으로는 하체보다 상체가 더 긴 것을 귀격으로 보았다. 상학적 해석으로는 다리가 길면 앉아서 사람을 부리는 게 아니라 자기가 직접 다녀야 하는 활동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주종관계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다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 여성의 다리가 길어진 것은 자전거를 타고 의자생활을 함으로써 나타난 신체적 변화다. 가정에서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것은 적극적인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덕분이다. 또한 남성이 가사노동을 함으로써 가정 내 남녀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게 됐다. 이런 사회 변화에 따라 중국여성의 신체가 남성과 별 차이 없이 커지면서 여장부형 상이 많아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다다미에서 무릎 꿇고 순종하는 여성이 이상형으로 여겨져 다리가 ‘O’자형인 여성이 많았다. 그러나 서구문물이 들어오고, 생활방식과 가치관이 변하면서 체형도 변하게 됐다. 더욱이 성형수술을 통해 빼어난 미모에 다리가 곧은 여성이 많아졌다.

    한국 여성의 이상적 얼굴상은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시대의 우상이 되는 연예인의 얼굴은 사회상의 변화에 따라 미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1960년대를 풍미하던 독보적 배우 엄앵란의 얼굴에서 알 수 있듯 그 시대는 눈이 작고 갸름하고 선이 고운 사람이 미인이었다.

    문희 남정임 윤정희 등 1차 ‘트로이카’를 지나 1970년대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로 이어지는 2차 트로이카 시대까지만 해도 미인상은 기품이 있으면서 얼굴이 동그란 양가집 맏며느리상에 가까웠다. 얼굴의 가로와 세로 비율이 1대1.3이 미인형으로 꼽히는 시대였다. 참고 인내하면서도 웃는 얼굴의 봉사형 여성상을 높이 평가하던 남성 우위의 가치관이 반영된 미인상이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황신혜, 이미연 등 코가 오뚝하고 갸름한 얼굴형을 이상적인 미인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때부터 미인형 얼굴의 비율은 1대1.5가 됐다. 이러한 현상은 서구문화의 물결이 유입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서구적인 외모가 미인형으로 등장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2004년 대표 미인형’ 이효리

    최근에는 이효리로 대표되는 미인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도 그리 높지 않고 광대뼈도 튀어나오지 않고 턱도 약하다. 어려움을 견디지 않으려 하고, 쉽게 살아가려는 사회 풍조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이성에게 쉽게 접근하고 또 쉽게 헤어지는, 책임감 부재의 남녀관계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효리의 얼굴형과 비슷한 형이 이 시대의 미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연구 자료가 있다. 1994년 ‘평균에 관한 연구’에서 평균적인 미인은 평균 얼굴보다 광대뼈가 더 높고 턱이 더 좁으며 얼굴 크기에 비해 눈이 더 컸다. 턱과 입, 입과 코 사이의 거리가 평균보다 짧다. 말하자면 그들의 얼굴 하부는 평균적인 얼굴에 비해 더 작았다. 즉 아이 같은 얼굴에 더 가까운데, 여기서 더욱 주목할 사실은 인간이 좋아하는 쪽으로 DNA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유전적으로 남성들은 젊은 여성의 얼굴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으므로 여성들은 젊음을 과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오늘날 화장품과 성형수술이 이러한 목적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DNA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남성의 본능을 자극하는 동안(童顔)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후대에 더 많이 전해져 여성의 얼굴이 점점 더 어려 보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바로 이 얼굴을 이효리 스타일의 미인형이라고 분석한다.

    평균적인 미인형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지 10년이 지난 요즘, 미인형은 대략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한국적인 외모와 차분한 이미지형(탤런트 황수정)에서 지적인 매력과 대화가 통하는 팔방미인형(김태희)이 이상형으로 꼽힌다.

    둘째는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스타일로 본능을 자극하는 이미지의 미인형(탤런트 한가인)이며, 셋째는 귀여운 외모에 육체파 몸매, 그리고 애교와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형인 탤런트 송혜교가 대표적이다.

    최근 언론은 어느 결혼정보업체가 결혼적령기 자녀를 둔 40∼60대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연예인 가운데 ‘이상적인 며느리·사윗감’을 고르는 이 설문조사에서 개그맨 신동엽과 탤런트 김정은이 각각 1위에 꼽혔다고 한다. 두 사람은 남성다움, 여성의 후덕함 등 전통적으로 며느리, 사위를 고르던 기준에서는 다소 벗어난 인상의 소유자들이다. 시대상의 변화에 따라 자녀의 배우자를 고르는 부모의 눈도 달라진 것이다.

    1970, 80년대 부모들은 큰 광대뼈에 턱이 넓어 명예를 중시하고 지구력이 뛰어난 청년을 ‘1등 사윗감’으로 꼽았다. 큰 얼굴에 입술까지 적당히 두꺼워 정력이 좋을 듯하면서도 입이 무거운 막걸리 스타일은 체면을 우선시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다. 사근사근하기보다 홀로 추진력 있게 집안을 끌고나가는 믿음직함이야말로 딸을 고생시키지 않는 사위의 덕목이라 여겼던 것이다.

    원만한 인상 신동엽, 1등 사윗감

    반면 신세대 장인, 장모들이 1등 사윗감 후보로 꼽은 신동엽은 갸름한 얼굴형에 광대뼈가 작고 선이 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잘못을 지적당해도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웃어넘기는,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보인다. 작은 눈이 빛나면서 조금 빨리 움직이기 때문에 순간 포착이 빠르고 눈 사이가 좁아 재치가 있어 보인다. 얼굴 윤곽이 강하지도 날카롭지도 않기 때문에 모나지 않은 성격이다. 있는 척하거나 잘난 척하지도 않는다. 차분히 기다릴 줄 알고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 장모의 입장에서는 딸을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해주고 자신에게도 살갑게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사위가 될 것으로 보이는 것.

    눈이 큰 김정은도 ‘맏며느릿감’과는 거리가 멀다. 김씨는 유난히 크고 동그란 눈을 가졌다. 이런 사람은 솔직해서 감정표현을 잘한다. 눈의 선이 날카롭지 않은 김씨는 시부모가 꾸중을 하면 자기 생각을 조목조목 말하되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꽁하지 않을 것 같다. 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 할 정도로 세상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러다 보니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는 솔직담백한 며느리가 더 편하다. 도도하거나 건방진 것과는 다르다.

    김씨는 코믹연기를 자청할 정도로 재치와 유머감각이 있다. 말할 때는 눈썹이 자주 움직인다. 감정이 변화무쌍하다는 거다. 또렷한 입술선이 갈매기처럼 상하좌우로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는 것은 비위에 거슬리더라도 할말은 똑 부러지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걸 의미한다. 이래서 시부모에게는 며느리 아닌 친딸 같고 가정도 발랄하게 꾸려나갈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신동엽과 김정은의 공통점은 속을 털어놓기 쉽고 야단을 쳐도 뒤끝이 없으며 경제력, 생활력이 강해 제 앞가림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 보인다는 것. 이는 맞벌이가 늘어나고 경제적 여유를 중요시하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다.

    현모양처형 송윤아

    그렇다고 순박한 며느리, 듬직한 사위에 대한 선호가 아주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2위에 오른 연예인은 탤런트 김석훈과 송윤아다. 다소 나이 지긋한 이들에게서 두 사람의 지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김석훈은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질을 보여주는 짙은 눈썹에 명예를 중시하는 큰 광대뼈를 소유한 고전적 미남형. 가정에 어려운 일이 닥치면 알아서 솔선수범하고 무거운 짐도 마다하지 않고 질 것 같다. 송윤아는 조용조용하고 웃는 입 모양이 순하게 보인다. 어지간한 건 알아서 소화하므로 비위에 거슬릴 일도 없을 성격이다. 눈이 둥글고, 큰 편이 아니기에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이다. 인내심이 강하고 어른을 잘 모실 성격으로 여겨진다.

    시대적으로 바뀌어온 미인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 후기 미인상은 맏며느리형으로 동그랗고 넓적한 얼굴에 작은 아래턱, 야트막한 콧날과 살 없이 좁고 긴 코, 약간 통통한 뺨과 오무린 작은 입, 유연하고 가는 눈썹에 쌍꺼풀 없이 길게 올라간 눈을 가진 여성. 전체적으로 어린 소녀처럼 여리고 차분하면서 지적인 느낌이 풍겨야 했다.

    현대의 미인은 얼굴 전체로 볼 때 달걀형을 하고 있어야 한다. 얼굴의 상정은 이마 끝에서 눈썹까지를 가리키며 중정은 눈썹 끝에서 코끝, 하정은 코끝에서 턱끝을 의미하는데, 달걀형은 안면부 상정 중정 하정의 균형이 맞고 턱은 약간 좁은 듯하다.

    하정 중에서도 특히 하악골(아래턱뼈) 생김새가 미인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진취적인 시대엔 뼈가 강하고 턱이 큰 활동적인 여성이 인기가 있었다. 사회가 안정된 시기에는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보통 턱의 여성을 선호했다. 오늘날과 같이 사회 변화가 극심한 시대에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빈약한 작은 턱을 가진 여성을 미인상으로 본다. 사회적 격변기일수록 외형적이고 감각적인 미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회변화에 따라 변하는 유행가 가사나 춤추는 동작, 의상이 시대상을 조명하듯 그 시대의 미인형이나 미인관을 보면 사회가 발전적인지 퇴락하고 있는 부정적인 사회인지를 알 수 있다.

    평균보다 머리 큰 영재 아동

    서양에서는 얼굴보다는 골상 보는 법에 주력해왔다. 골상법이 활발히 연구된 서양에서는 17세기 이후 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머리 모양은 뇌가 발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뇌는 쓰는 만큼 발달해, 이를 담는 그릇인 머리도 그에 따라 모양이 잡힌다. 태교를 잘하면 머리가 선천적으로 발달하고 성장 과정에서 부단히 노력하면 머리가 개발된다는 것이다. 과학 영재아들은 일반 아동에 비해 머리가 크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앞이마가 둥글다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뇌도 골고루 키워졌다고 보면 된다. 뇌가 잘 발달했으니 잘 놀고 공부도 잘한다. 반대로 아이의 머리가 납작하고 이마가 울퉁불퉁하다면 직관을 살리도록 키우기보다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유전적인 상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노력에 따라 상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특정한 근육의 사용정도에 따라 얼굴 윤곽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얼굴 근육 50개 중 40개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있다. 얼굴 모양의 근본은 뼈대로 결정되지만 근육운동으로도 성형수술 없이 뭉툭한 매부리코나 돌출한 귀를 작게 만드는 방법이 있으며, 강인해 보이는 눈이나 눈두덩, 도톰한 입술, 혹은 풍성한 뺨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얼굴 표정을 만드는 근육은 두세 개의 층으로 형성돼 있고 한쪽 끝이 뼈나 다른 결합 조직과 밀착되어 있다. 운동을 하면 근육의 움직임을 감지하게 되고 근육이 어긋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까지 느낄 뿐만 아니라 근육이 움직일 때는 피부가 동시에 움직인다.

    양미간에 생기는 주름을 없애는 근육운동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양미간을 심하게 찡그렸다가 근육을 이완시킨다. 그런 다음 눈썹 꼬리 끝에 가운데 세 손가락을 각각 올려놓고 다시 인상을 찡그린다. 손가락이 밀려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끝으로 눈을 감고 살짝 올려놓은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여 근육을 설렁설렁 만져준다. 이렇게만 해도 느낌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병중에 가장 고질은 인상 쓰는 병이라 했다. 근육운동을 통해 바로 그 자리의 주름을 펴줌으로써 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다.

    인상학은 결코 운명론적인 분야가 아니다. 어떤 인생관을 갖고 삶을 살아가니까 체형이 이렇게 변하고 얼굴도 그렇게 변한다는 인간의 주체적인 역량을 강조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삶의 태도, 곧 인생관에 의해 주어진 외형을 가꾸고 다듬어가는 학문적 작업인 것이다.

    얼굴 생김새뿐 아니라 체격, 언변, 걸음걸이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해야 사람의 기질과 속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성격이론이 인간행동의 변화 양상에 대한 예측과 변화 방법을 찾기 위한 것이라면, 인상학은 개인의 얼굴에 나타나는 근육의 변화와 형성된 골격을 통해 개인의 기질과 속성을 파악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구성원간의 대인관계, 즉 긍정적 혹은 부정적 상호작용의 내용을 인식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상학은 ‘사람은 고정형이 아닌 자기변화를 추구하며 스스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며 ‘자신의 기질과 속성을 파악함으로써 긍정적인 가치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상학과 관상학의 차이

    사람의 얼굴은 사유 방법에 따라 표정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근육의 변화를 이뤄내 마침내 그 얼굴에 자신의 운명과 삶의 방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은 얼굴뿐 아니라 마음의 모습, 체상, 언상, 걸음걸이, 제스처 등 그 사람의 전체적인 모습과 행동에도 나타난다.

    인상학은 바로 이러한 과학적 추론의 과정을 통해 사람의 인생과 미래의 모습을 읽어내는 학문이다. 인상학의 특징은 일반적인 관상학의 수동적 운명론을 탈피하고 마음과 생각을 다스려 인상을 바꾸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여 운명까지 바꾸도록 인도하는 적극적이며 미래지향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인상을 잘 관리해 인정받는 상을 구축할 때 그 상은 사회로부터 수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사회로부터 거부된다. 그러므로 인상관리가 잘된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능력을 인정받고, 사회구성원들은 그 사람에 대해 친절하고 정직하며 머리가 영리할 것이라 연상한다고 한다.

    심리학자 제임스 레어드와 클라크대학 연구진이 실시한 ‘기분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인상이 사람의 심리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밝혀냈다. 이 실험은 먼저 대상자들에게 두 개의 짤막한 글귀를 보여준다. 하나는 참치잡이 도중 돌고래떼가 어이없게 죽음을 당한 슬픈 소식을 다룬 신문 사설이고, 다른 하나는 우디 앨런이 쓴 재미있고 간결한 이야기다.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기발한 방법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행복한 기분과 우울한 기분을 연출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연필 끝을 입술이 닿지 않도록 이로 물게 하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연필 끝을 이가 아닌 입술로 물게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연필을 이로 문 이들은 웃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고 나머지는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다.

    그후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필기구를 주면서 조금 전 읽은 글에서 기억나는 내용이 있으면 모조리 적어달라고 했는데 억지로나마 웃는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은 놀랍게도 우디 앨런의 이야기에서 더 많은 부분을 기억했다.

    기분이 기억에 영향을 미치므로 기분이 기억을 다스리고, 기억이 기분을 다스리기 때문에 운이 좋은 사람들은 과거의 불운에 연연하지 않고 밝은 인생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소 기분이 우울하더라도 억지로나마 웃는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좋아지며, 반대로 얼굴을 찡그리면 우울해진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다.

    이처럼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의 감정은 자연스레 표현되고 동일한 표현의 반복은 인상의 유형화에 작용한다. 웃는 얼굴과 즐거운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근육이 만드는 긍정적인 상과 슬픈 얼굴과 마음이 만드는 부정적인 상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이 밝은 인생관을 갖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그 사회는 자연히 밝아질 수 있다.

    밝은 생각이 좋은 인상 만든다

    좋은 인상은 조직문화를 바람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기 경영서나 성공학 책을 보면 어디에나 인상학이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요즘 유행하는 공존지수(Network Quotient: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나 잘 운영할 수 있는가를 나타냄)나 성공을 위한 전략에는 웃음과 깔끔한 옷차림 등 인상학과 관련된 요소가 반드시 들어 있다.

    기업체 관공서 병원 언론사 학교 등에서 실시하는 직장교육이나 사회교육에서도 ‘얼굴을 보면 사람이 읽힌다’ ‘성공하는 경영자의 인상관리’ 등이 인기과목으로 채택되고 있다.

    인간은 독존의 존재가 아니라 공존의 존재인 만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개인은 적응능력과 사회성을 갖춰야 한다. 공동체의 발전과 구성원간의 긍정적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개인의 사회문화적 적응능력과 사회성이다. 이러한 적응능력과 사회성은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고 이는 자신의 인상으로 나타난다.



    한 개인의 인상은 사회적 상호작용 과정에 영향을 주므로 인상은 긍정적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인상 관리는 곧 자신의 몸과 정신의 관리이며 하나의 사회적 책무다. 사회는 늘 그 구성원이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을 갖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를 동원해 지원해야 한다. 사회구성원의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정신은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신체적 자본으로 다시 사회로 환원되어 건강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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