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호

국가 ‘性관리’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여자 장사’ 뿌리 뽑으려면, 성착취·성매매부터 구분해야

  • 글: 박숙자 전 국회 여성위원회 전문위원 parksj16@hanmail.net

    입력2004-10-26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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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특별법 발효 한 달.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집창촌은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의 시위가 잇따르고, 벌써부터 특별법 집행이 용두사미가 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성매매 특별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 선행돼야 할 것은 무엇인가.
    • 성매매 근절은 과연 요원하기만 한가.
    국가 ‘性관리’ 정책, 어디로 가야 하나

    10월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이는 성매매 여성들.

    새로 제정된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 특별법’)이 9월23일 발효된 이후, 연일 성매매 종사 여성 및 업주들의 항의성 시위가 그치지 않는다. 성매매 피해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법인데 바로 그 여성들이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항의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남편의 성매매 사실을 알게 된 아내의 신고로 남편이 처벌받는 사례가 처음으로 발생, 그동안 남성의 외도를 공공연히 묵인해온 관행에도 비상이 걸렸다.

    물론 성매매 특별법 이전에도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하 ‘윤방법’)에 의해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윤방법은 부녀 보호 차원에서 입법화된 것으로 윤락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여성을 선도보호시설에 입소시키고 중간알선자(포주)는 처벌하되 성을 구매하는 남성은 처벌대상에서 제외했다가, 1995년 법을 개정하면서 남성도 처벌토록 했다.

    그러나 이 법은 남성의 성구매 행위는 범법행위가 아니며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오랜 사회적 통념에 밀려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거의 사문화되고 말았다.

    다만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구매자를 처벌할 뿐만 아니라 신상까지 공개함으로써 미성년자를 성범죄 대상에서 보호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

    국제사회에서는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연합(UN)은 성매매 문제를 국제적 인신매매의 산물로 보고 이를 방지하고 다국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여러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도 이들 협약에 대부분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조약으로 인신매매금지조약(1949년 채택, 1962년 비준), 인신매매 금지 및 타인의 매춘행위에 의한 착취금지에 관한 협약(1950년 채택, 1962년 비준), 인신매매 예방 및 억제의정서(2000년 채택, 2000년 비준), UN여성차별철폐협약(1979년 채택, 1984년 비준)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회의는 여성 인신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의 하나로 규정하고 이를 억제하는 효과적 방안을 강구할 것을 각국에 요구했으며, 인권보호를 위한 규정을 강화해 인신매매를 방지해야 한다는 실천 강령을 채택한 바 있다. 또한 유럽연합(EU) 북유럽이사회는 소련 붕괴 이후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여성 인신매매의 피해를 근절하기 위해 2002년부터 ‘발트해 및 북구 국가들의 여성 인신매매 퇴치 캠페인’을 재정지원하고 있다.

    동유럽과 인접한 스웨덴은, 국경을 넘어오는 성매매 여성들 때문에 자국의 남녀관계가 왜곡될 뿐 아니라 그들의 배후엔 폭력조직과 마약 등이 연계돼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고 판단, 1998년 7월 성적 서비스 구매 금지 및 성구매자 처벌이라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담은 포괄적 형태의 ‘여성에 대한 폭력금지법’을 제정해 1999년 1월1일부터 시행했다.

    대다수 유럽국가는 인신매매 범죄는 엄하게 처벌하되 성매매에 대해서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를 제외하곤 비(非)범죄(다만 성판매자의 연령이 18세 이하인 경우는 불법)로 간주한다. 네덜란드는 매춘을 합법적인 직업으로 인정하고 있고, 독일·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특정지역에 한해 성매매를 허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웨덴이 성구매자만을 처벌하도록 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동시에 처벌할 경우 판매자만 눈에 띄므로 먼저 수요자를 찾아내 처벌함으로써 수요를 줄이면 공급도 감소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했다고 한다.

    한편 성을 판매하는 여성은 사회적 약자로서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에 의해 착취당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보호대상으로 간주해 처벌하지 않는다. 이는 윤방법이 성판매자와 성구매자 및 중간알선자 모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성구매자는 극소수만 검거됐던 것과 크게 대조를 이루는 것으로, 우리 법 집행의 잘못된 단면을 일깨워주는 사례라 하겠다.

    특별법은 여성 인권 위한 것

    이번에 발효된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를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보는 국제적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성매매 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와 성매매 피해여성의 인권보호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성매매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성구매자와 판매자보다는 성매매 공급자와 중간매개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인식하에 성매매 알선행위에 대한 처벌을 윤방법보다 세분화하여 대폭 강화했으며, 성매매 알선 등 행위로 취득한 금품 및 재산상 이익은 몰수·추징하도록 했다. 선불금 등 성매매와 관련한 채권도 계약의 형식이나 명목에 관계없이 완전 무효화했다.

    또한 성매매를 한 자는 처벌하지만 폭력이나 협박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한 자, 청소년, 마약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자, 인신매매를 당한 자는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하여 처벌하지 않으며, 성매매 피해자를 긴급구조할 때 성매매피해상담소장이 관할 경찰서장에게 경찰관의 동행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성매매 피해자를 위한 지원시설을 설치·운영하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입소 또는 보호할 수 없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성매매 알선 등의 범죄를 수사기관에 신고한 자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신설해 사회구성원 전체가 성매매 업주를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놓았다.

    정부는 성매매를 뿌리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법대로만 집행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성매매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성매매에 종사하는 피해여성이 신고를 기피한 가장 큰 이유는 업주에게 빚진 선불금을 갚지 못할 경우 사기죄로 고소당할 수 있으며, 성매매 행위의 당사자인 성매매 여성도 처벌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성매매 피해여성이 적극적으로 신고만 한다면 자신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매매 업주가 처벌받음으로써 성매매업 자체를 못하도록 법적인 장치가 마련 된 것이다.

    그런데 9월23일 법 시행 이후 성매매의 삼각고리인 성판매자, 성구매자, 성매매 알선자가 모두 나서서 각기 나름대로 항의를 하고 있다. 이들의 항변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

    성매매 유입 경로는 티켓다방·룸살롱

    먼저 성매매 여성의 항의부터 보자.

    성매매 특별법에 의거해 빚도 무효화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까지 지원하면서 보호해주려는 대상인 성매매 피해여성들이 오히려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법 집행에 항의하고 있다. 일부 여성은 차라리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다. 물론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항의성 시위는 업주들의 강요에 의한 비자발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성매매를 그만두면 누가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릴 것이며 기술을 배워 전업할 때까지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는 항변은 이들이 새 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미묘하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우리나라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의 생활과 경험을 연구한 결과(2002년 12월 여성부의 ‘성매매 실태 및 경제규모에 관한 전국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출 후 숙식을 해결하려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티켓다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경로다. 다른 하나는 쉽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과정에서 단란주점과 룸살롱으로부터 출발하는 경로다. 즉 일정한 학력이나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숙식을 해결하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또는 당장 목돈이 필요한데 금융기관의 문턱은 너무나 높고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성매매로 빠져든다는 걸 알면서도 선불금을 받고 발을 들여놓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의 성판매는 거의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여성단체들은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위험을 감수하면서 헌신적으로 구조활동을 벌여왔다. 그럼에도 대다수 성매매 여성이 탈(脫)성매매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이유는 선불금 등 ‘빚’이라는 구조적 장애, 폭력과 위협의 일상화에서 오는 무기력과 자포자기와 같은 심리적 장애에서 찾아야 한다.

    윤방법에서도 성매매 여성의 빚은 불법채권으로 규정, 무효화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선불금을 갚을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만을 중시함으로써 이를 불법적인 고용조건과 ‘착취’의 문제로 다루지 않고 단순히 개인적 계약의 문제로만 보아왔기 때문에 사문화된 조항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성매매 여성의 탈성매매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빚이라는 구조적 장애를 제거해주고 동시에 이들이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새로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도 불법원인에 의한 채권에 대해 완전 무효화했는데, 이 조항이 실효를 거두려면 수사기관의 철저한 법 적용이 필수적이다.

    보다 실제적인 도움을 위해서는 성매매 여성이 다른 일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여성부는 올해 복권기금에서 39억원을 투입해 성매매 피해여성에 대한 구조에서 자활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성매매 피해자 구조·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성매매 종사 여성들은 경제적 자립의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보면 탈성매매 여성은 심신을 치료하는 데 최고 3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직업훈련을 위해 사설 기술학원이나 국공립 직업훈련기관이 제공하는 과정을 밟을 경우 훈련기간 중 매달 10만원의 현금수당 지급을 포함해 1인당 월 50만원의 범위 내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들은 월 10만원의 현금수당으로는 도저히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탈성매매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말모 성매매 프로젝트(Malmo Prostitution Project, 1977∼83년)’를 살펴보자. 이 프로젝트는 ‘대안이 제공된다면 여성은 성매매로부터 떠날 것’이라는 가정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래서 성판매 여성이 포주로부터 분리될 수 있게 돕는 한편 경제적 도움, 주거 지원, 직업알선 서비스, 상담, 의료서비스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했는데, 그 결과 약 70%의 여성이 성매매를 그만두었다고 한다(스웨덴에서는 1980년대의 탈성매매 사업 추진 결과 성매매 여성들의 전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나, 소련의 붕괴 이후 인신매매되어 국경을 넘어오는 동구권 여성들의 성매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처방안의 하나로 1999년에 성구매자인 남성을 처벌하는 법이 제정됐다).

    우리 사회에서도 탈성매매를 유도하려면 성매매를 그만두는 여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복합적인 지원체제가 마련돼야 하는데,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는 한 엄청난 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성매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빈민여성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의 집창촌은 ‘개점휴업’ 상태로 폐업위기에 몰려 있다는 성매매 알선 업주들의 항의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어떻게 하루아침에 전업할 수 있느냐고 항변하면서 유예기간을 달라고 요구한다. 일부는 마치 정당한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아예 성매매를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여성의 성을 매개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성매매 알선업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유린으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사회에서도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가 허용된 적이 없으며, 범죄로서 엄하게 다스려진다.

    유예기간의 연장은 또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다.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후 발효까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던가. 사실상 윤방법하에서도 성매매 알선업은 범죄행위였기 때문에 지난 40여년간 성매매 알선업은 분명히 불법이었다. 단지 법 집행이 제대로 안 되었을 뿐이다.

    업주들의 항의, 이유 있는 항변인가

    유예기간을 연장해준다고 해서 이들이 과연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 ‘여자 장사’를 쉽게 포기할까. 그보다는 법 집행을 충실히 하여 더 이상 ‘여자 장사’는 할 수도 없고, 하다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번엔 성구매자의 항변을 들어보자.

    법 시행 이후 성구매 남성을 단속하는 데 대한 항의가 인터넷에 빗발친다. 우선 ‘여자들은 선불금을 받아서 펑펑 쓴 뒤 안 갚아도 되고 돈 내고 산 남자만 처벌하느냐’는 반발부터 ‘성매매를 단속하면 성폭력 등 성범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엄포성 항의에 이르기까지 남성들의 불만은 각양각색이다. 어떤 남성은 ‘매춘은 역사적으로 항상 존재했으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역사를 들먹이면서 단속의 효용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그러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내 여동생이, 내 여자친구가 돈이 급해서 성매매를 한다면 그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돈으로 성을 산다는 것이 남성에겐 욕구해소가 될지 몰라도 상대 여성에게는 고통을 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성매매 억제책은 주로 성판매자에게 초점이 맞춰져왔으나 최근엔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는 논리에 근거해 성 구매행위에 제재를 가하려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스웨덴이 성적 서비스 구매를 법적으로 금지한 것에 영향을 받아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스 거리에서 성을 구입하는 행위(Kerb-crawl)에 대한 처벌법이 만들어졌으며, 캐나다도 거리에서의 성 구매행위를 처벌대상으로 정했다.

    성구매 남성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등 28개 관할구와 캐나다의 14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성구매자 재범방지 교육(John School)이다. 이는 성구매 초범자를 대상으로 하며, 재범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 여성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성구매 활동의 약 62%가 술자리와 접대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문화와 회식문화에서 술자리 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성구매 관행을 단절시킨다면 성매매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매매 근절, 과연 가능한가

    성매매를 근절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정부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결과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성매매=필요악’이란 답변이 65%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으며, 과연 국가가 개인의 성문제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 통제해도 되는가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 이러한 불신감은 너무도 오랫동안 사문화된 법제도하에서 성매매를 남성이 즐기는 오락문화의 한 부분으로 여기는 통념이 굳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성매매는 오락이나 사업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인권유린이라는 기본시각이 분명히 견지돼야 한다. 다만 오늘날의 한국과 같이 이미 성매매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고 범법행위로도 여겨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성매매 근절을 위한 종합적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의 삼각고리 중 중간알선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성매매 피해여성이 빚의 덫에서 헤어나오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법을 제대로 집행한다면 성매매는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성매매가 집창촌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유흥업소, 전화방, 노래방,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은밀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의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문이다.

    의지가 있어도 실제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단속할 방법이 없으며, 자칫 사생활 침해 논쟁에 말려들 수도 있다. 따라서 성매매를 근절하려면 철저한 단속뿐만 아니라 다각도의 노력이 입체적으로 함께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단속의지 필요

    성매매 특별법이 윤방법에 비해 한 단계 진전된 점으로 ‘윤락행위’라는 용어를 버리고 ‘성매매’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로 바꾼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라고 하면 구매자, 판매자, 중간알선자를 포괄하기 때문에 실제 성매매 시장을 움직이는 중간알선자들의 ‘실력적 지배’와 성매매 종사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의 심각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성매매 특별법의 내용에는 구조적 성착취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가 포함돼 있지만, 포괄적으로 성매매를 일반화하여 근절한다고 할 때 그 입법 취지가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성매매 근절이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일단 성매매와 성착취를 구분해 일차적으로 성착취를 뿌리뽑는 데 집중할 필요성이 있다. 인신매매에 의한 성착취의 고리를 끊으려면 법집행에 있어 조직적인 ‘여자 장사’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 인신매매조직을 소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더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일시적인 단속 강화로는 성매매 알선 업주들을 검거하기보다는 단순 성매매자들만 검거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시적인 성과 위주의 단속이 아닌 실제적인 성착취 범죄의 근절을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단속이 요구된다. 신고보상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단속 못지않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신매매 범죄 구성요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형법, 직업안정법,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산재해 있는 인신매매 관련조항들을 재정비해야 한다.

    물론 중간알선 업주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수록 그 착취의 고리에 얽매여 있는 성매매 종사 여성의 반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에게 당장 성매매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생계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에만 의존하여 성매매 문제를 풀려 하기보다는 피해여성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보호정책을 지속적으로 병행 추진함으로써 그들이 자립기반을 마련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성구매 고객 창피주기’ 도입도 고려할 만

    집창촌이나 퇴폐업소처럼 조직적으로 성매매를 하는 곳은 단속이 비교적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개인간 성매매에 대해서는 아무리 경찰력을 집중동원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런 점 때문에, 단속에 의한 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성구매 및 성판매에 대한 사회전반적인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인식의 변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성매매로 이어지는 접대문화, 회식문화, 술자리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는 방법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성매매에서 벗어난 여성들이 직접 나서서 성판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떠한 고통을 받게 되는가를 알리는 방법, 캐나다 밴쿠버에서 시작한 ‘성구매 고객 창피주기 캠페인’과 같이 성구매 사실을 구매자 가족에게 알림으로써 스스로 반성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한 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며 인권유린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법제도 및 정부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성매매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들이 쉽게 관련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성구매 욕구를 가진 사람이 그 결과 어떠한 처벌을 받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알도록 일깨우는 것도 필요하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후 시행일까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 이 기간에 언론매체들은 정작 제도에 대한 안내보다는 법 집행에 대한 항의성 주장들을 앞다퉈 소개해 성매매 근절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속도 중요하지만 성구매와 성판매의 계속적 유입을 막는 지속적인 홍보와 교육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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