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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폭로

중국 선양감옥서 한국인 재소자 가혹행위

“개구리처럼 엎드려 떨 때까지 전기고문 당했다”

  •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중국 선양감옥서 한국인 재소자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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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받게 해달라”는 고혈압 환자 방치해 결국 실명
  • ●팬티까지 벗긴 채 1시간씩 조사하기도
  • ●2001년까지는 전기봉 이용해 상습 구타도
  • ●두 차례 옥중 단식, 영사 면담 거절 움직임도
  • ●駐선양 한국 총영사관 “가혹행위 들은 바 없다”
중국 선양감옥서 한국인 재소자 가혹행위

정부는 지난 2001년 마약사범 신모씨의 사형집행 이후 중국내 재소자 관리를 강화했다.

‘감옥으로부터의 전화’.

지난해 4월경으로 기억한다. ‘신동아’ 편집실로 “여기는 중국 선양(瀋陽) 제2감옥”이라는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수감중인 재소자가 휴대전화로 국제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랬고, 이 재소자가 “중국 감옥의 한국인 수감자들이 극심한 차별대우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털어놓은 구타와 폭행, 심지어 전기고문 사례는 더욱 믿기 어려웠다. 이 제보자의 전화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현재 30명 가까이 되는 선양 제2감옥의 한국인 재소자들은 중국인 수감자에 비해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84세의 한국인 재소자가 병보석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들어주지 않고 있다. 주(駐)선양 한국영사관에도 이런 사실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다. 한국인 재소자들은 중국측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해 마지막 수단으로 단식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밑도끝도없이 걸려온 전화 내용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국내에 있는 그들의 가족과 접촉해보려 해도 이들이 대개 장기 수감자여서 가족과도 연락이 끊어져 있었다. 고민 끝에 현지 취재를 기획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지난해 이맘때쯤 북한을 탈출한 국군포로 김기종씨 일행을 옌지(延吉)에서 만나 인터뷰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돼 옌볜(延邊)에 억류됐던 기자의 전력이 문제였다. ‘불법 취재’ 혐의로 이미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기자가 또다시 민감한 취재에 나섰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데 ‘신동아’ 편집진이 의견을 모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여러 달이 흘렀고 그 후로도 전화는 몇 차례 더 걸려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감옥 내에서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하다 적발되면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독방 신세를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 기자는 지난해 말 문제의 선양 제2감옥을 출소한 한국인 재소자들을 통해 1999년 이후 이곳에서 벌어진 가혹행위를 포함한 인권침해 사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증언자들을 통해 드러난 선양 제2감옥의 실상은 지난해 휴대전화를 통해 ‘SOS’를 보내온 재소자의 증언을 대부분 확인해주는 것이었다.

지난해 말 선양 제2감옥에서 출소해 귀국한 박경춘씨(가명)는 “수형 생활 중 고혈압으로 인해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오른쪽 눈을 실명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되기 전부터 고혈압과 중풍 증세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공안에 체포돼 수감된 이후 아무런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

“2003년 8월경 선양 제2감옥으로 이감된 뒤 지병인 고혈압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고 오른쪽 시력이 갑자기 약해졌다. 그해 10월 한국 영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통증을 호소하고 병원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조치해주겠다’는 답변뿐이었다. 기다리다 못해 교도소내 의무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외부 병원 진료를 받게 해달라고 간청한 끝에 겨우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경 어렵게 찾아간 병원에서 나온 진단은 ‘오른쪽 눈 실명’이었다. 중국 사법당국과 우리 영사관의 약속만 믿고 1년을 기다리는 사이에 치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한쪽 눈 실명’ 판정

박씨는 2003년 8월과 2004년 5월 각각 이곳에 면담하러 온 선양 총영사관 소속 한국 영사에게도 통증을 호소하고 병원 진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선양 한국 영사관측의 설명은 달랐다. 영사관 관계자는 “박씨의 경우 2004년 5월 면담에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큰 애로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박씨는 “실명 판정을 받은 후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약을 지급해달라고 감옥당국에 요청했지만 ‘머지 않아 출소할 테니 한국에 가서 치료받으라’는 답변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는 이 밖에도 “선양으로 이감(移監)된 직후에는 팬티까지 벗겨진 채 1시간씩 조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씨는 “발가벗겨진 채 조사받고 서 있을 때는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997년에서 2003년 출소하기까지 5년여 동안 수감됐던 조형구씨(가명)는 한걸음 더 나아가 “1999~2000년 사이에 모두 세 차례 전기고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부당한 대우에 반발해 작업을 거부하거나 재소자들끼리 싸움이 일어나면 따로 불려가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전기봉으로 고문당했다. 처음에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약한 전기를 흘려 보내는데 고통을 못 이겨 쓰러지면 어깨와 다리에 전기 충격을 가하고 30여분간 흠씬 두들겨팼다. 개구리처럼 납작 엎드린 채 벌벌 떨 때쯤 돼서야 전기고문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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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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