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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교육

컴퓨터에 빼앗긴 아이 되찾으려면?

‘같은 곳’에서 ‘다른 것’ 보는, 그들의 세계를 인정하라

  •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컴퓨터에 빼앗긴 아이 되찾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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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무작정 자녀의 컴퓨터 사용 시간을 통제하려고 할 게 아니라 왜 아이가 인터넷과 게임에 매달리는지 알아야 한다. ‘재미있어서’ ‘그냥 좋아서’ 아이가 컴퓨터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컴퓨터 속 세계는 아이에게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제2의 생활공간이다. 아이는 부모가 행동을 평가하고 조절하는 존재가 아니다. 자신만의 행동방식과 의미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다. 아이는 부모와는 다른 시간과 행동의 규범을 만들어 이용한다. 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보내는 1시간은 현실 세계의 1시간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

컴퓨터를 둘러싸고 자녀와 갈등이 생겼다면 자녀가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다음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갈등이 빚어졌을 때 부모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음란물에 빠진 아이]

인터넷은 음란물을 아주 쉽게, 원하지 않아도 보게 만든다. 부모는 성인 사이트를 선전하는 스팸 메일이 아이를 사이버 홍등가로 유인하지 않을지 걱정한다. 그래서 성인 사이트는 성인 인증제를 받게 했고 부모들은 컴퓨터에 성인 사이트들을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성인 인증제나 차단 프로그램이 음란물의 유통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 가치관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성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부와 시민단체는 본질을 외면한 채 해결방법으로 편하고 쉬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터넷의 음란물 문제는 ‘아이들에게 음란 사이트를 보게 할 것이냐, 보지 못하게 할 것이냐’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성에 대해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게 할 것인가’ 하는 성 가치관과 성 도덕의 시각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진정으로 음란물의 유포와 범람을 고민한다면 아이로 하여금 무작정 못 보게 할 것이 아니라 자녀와 함께 성의 가치와 도덕에 대해 대화를 나눠야 한다. 음란물과 관련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규제와 통제가 아니라 자녀에게 어떤 성적 가치와 도덕성을 제공할지를 냉철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음란물을 어떻게 차단할지 고민하기 전에 우리는 기성세대가 성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관과 규범을 정립하지 못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현재 아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성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를 접하고 있다. 심지어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할 수준으로 성과 관련된 장난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제대로 정립하지 못한 기존의 성 가치관 위에 인터넷 음란물의 영향으로 더욱 왜곡된 그들만의 성 가치관을 더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아바타 구입에 돈을 쓰는 아이]

아이들이 아바타를 구입하는 바람에 전화요금이 수십만원씩 나왔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한 도토리 구입에 지출되는 돈이 전국적으로 한 달에 수억원을 넘는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아바타를 꾸미기 위해, 또는 게임 아이템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행위도 놀랍지만 돈의 규모를 알고 나선 더욱 놀라워한다. 수백원이나 수천원 수준이 아니라 수만원, 심지어 수십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이미 이해할 수 없는 가치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실 세계에서 멋진 옷과 신발 등으로 자녀를 빛내주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가 챙겨주지 않아도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을 멋지게 꾸미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부모 세대는 현실의 물질적 대상에만 가치를 부여하지만, 아이들은 사이버 세상에서 표현되는 자신의 이미지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는 아바타나 게임 아이템이 유명 메이커 신발이나 옷 못지않게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거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에 아이들에게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이버 신인류는 현물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본능적인 면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꼭 손에 만져지지 않더라도 비싼 값을 치르고 그것을 사려 한다. 이는 현실세계에서 어른들이 명품을 통해 자신을 꾸미려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찌 보면 가상의 것에도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이버 신인류가 기성세대보다 낫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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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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