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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수출’되는 간호사들

고액 연봉에 ‘의사급’ 대우 “한국 여성들, 어서오세요!”

  •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다시 ‘수출’되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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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주권 획득의 지름길’ ‘현지 취업 초봉 5만5000달러 보장’….
  • 솔깃한 광고문구가 간호대 졸업예정자와 전·현직 간호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숨막히는 취업경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미래의 불투명한 전망을 해소하기 위해, 경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2세 교육을 위해…. 장밋빛 꿈을 찾아 이국땅으로 떠나는 한국 간호사들의 해외취업 열풍.
다시 ‘수출’되는 간호사들

최근 한국인 간호사들의 미국 병원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봄 서울의 모 간호대를 졸업한 김한화(23)씨는 국내 취업을 포기하고, 해외 취업을 목표로 6개월 넘게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NCLEX-RN)을 준비하고 있다. 경기불황 여파로 준종합병원 이상에서는 해당 학교 병원 출신 외에 타 대학 출신의 간호사를 거의 뽑지 않는데다 졸업 전 병원 실습을 돌며 간호사 업무가 의사의 보조자에 불과한 현실에 실망한 나머지 아예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3시간씩 미국 간호사 시험 전문학원에서 강의를 들은 후, 도서관에서 전공과목과 영어를 공부한다. 현재 뉴욕주 간호국(Board of Nursing)에 응시원서를 제출한 상태.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에 합격하고 2월 중순경 호주에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할 예정이라는 경력 5년차의 박경희(27)씨는 세계화, 시장개방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간호사로 거듭나고자 2년 전부터 이 시험을 준비했다. 인력이 많지 않은 로컬 병원에서 근무하며 오후 6시까지 학원에 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게다가 강의가 끝나면 밤 9시를 넘기 일쑤. 저녁식사도 거르고 파김치가 되어 집으로 돌아올 때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회의가 밀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선후배에게 폐를 끼치면서 공부한 이상 꼭 합격해야 한다’는 의지가 그녀를 지탱해주었다.

6개월 코스의 학원 과정이 끝난 후에는 예상 문제만 집중적으로 풀이하는 ‘족보 풀이반’에 들어갔다.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반 년 정도 걸리는 심사를 통과해 시험허가서(ATT)를 받고, 컴퓨터로 테스트를 받기 위해 시험센터 이용신청서를 인터넷으로 등록했다. 시험일정이 잡혀 괌으로 날아가 시험을 보고 합격 통지서를 받아들기까지 길고 번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에 통과한 박씨가 미국이 아닌 호주를 택한 것은 학사학위를 따기 위해서였다. 3년제 간호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미국보다 학비가 저렴한 호주에서 영어연수를 받으며 1년 동안 공부하고, 편입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하면 미국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1970년대 해외 취업의 대표직종으로 꼽히던 간호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간호사로 취업하려는 열기가 높다. 국내 간호사의 해외취업사(史)를 살펴보면 1966년부터 10년간 독일로 건너간 간호사가 1만30여명이었고, 1973년 이후에는 미국 진출이 활발해져 한 해에만 미국 취업이민이 1244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1977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간호사의 취업이민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취업 열풍도 수그러들었다. 김대중 정부 초기 외환위기의 타개책으로 해외인력송출사업계획을 세우고 해외취업 활성화를 모색했으나 취업실적은 미미했다.

간호사 부족사태 겪는 미국

그러나 수년 전부터 미국 의료계에 지속돼온 간호사 부족 사태로 국내 경력 간호사들이 미국 종합병원에 진출할 기회가 늘어났다. 더욱이 오랜 경기 침체로 국내 취업시장이 악화되면서 한국의 전현직 간호사와 간호대 졸업예정자들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취업시장으로 대거 몰려들었다.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 주관기관협의회인 미국간호협의회(NCSBN)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시험을 본 한국인 응시자 수는 1997년 251명에서 2000년 637명, 2001년 920명, 2002년 1330명, 2003년에는 1444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9개월 동안 974명이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적별로는 필리핀, 캐나다, 인도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에서 5년째 간호사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이미숙씨는 “공단을 통해 해외에 취업한 간호사는 2003년 750명, 2004년 96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그중 미국에는 지난 2년 동안 110명이 취업했다. 올 초에는 미국에 200여명,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캐나다 등에 100여명의 간호사가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해외 이주 간호사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할 전망이며,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 응시자만 해도 1800~2000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간호사 자격증이 그대로 통용될 수 없어 미국에 취업하려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을 봐야 하고,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미국 본토나 괌, 사이판 등의 미국령 국가로 가야 합니다. 응시료나 시험센터 이용료 외에도 최소한 3박4일의 체류비와 1인당 평균 80만원의 출입국 비용까지 들여야 했죠. 또 비자 제한 등의 불편함 때문에 RN(미국 간호사· Registered Nurse) 면허증 따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6월 미국간호협의회가 외국인 간호사들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한국, 영국, 홍콩을 시험 해외 실시 지역으로 선정해 올 1월19일부터는 국내에서도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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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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