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호

일본,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 설치

해양수산부 국회 보고서 단독 입수: 해수부, “日 케이블 피해 안 주게 우리 어선 철저 지도”

  • 글: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5-04-21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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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 설치
    일본전기통신공사(KDD)는 1998년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 본토에서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을 매설해 운영 중이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독도 영유권 확보의 일환일 가능성이 다분함에도 우리 해양수산부는 매설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한국 어선의 접근을 막는 등 일본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해양수산부는 2005년 4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광원 위원장(한나라당)에게 일본의 독도 주변 수역 해저 광케이블 매설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KDD는 1998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해안선을 따라 일본 본토를 일주하는 해저 광케이블(JIH·Japan Information Highway) 설치공사를 했다. 이때 KDD는 독도가 일본 오키군도에서 158km나 떨어져 있는데도 본토 일주 해저 광케이블을 독도 앞까지 연장해 시공했다.

    이런 사실은 1999년 일부 언론에 짤막하게 소개된 바 있지만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로 한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일본 해저 케이블의 의미가 크게 달라졌다. 또한 보고서는 해양수산부의 대응과정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의 JIH 케이블은 독도에서 16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해역까지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 독도 주변 12해리(13.8마일)가 한국의 영해이므로 일본의 광케이블은 거의 한국 영해의 경계지점까지 왔다고 볼 수 있다. KDD는 이듬해인 1999년 10월9일부터 11월말까지 이 케이블을 해저에 묻는 작업을 벌였다.

    日 본토 일주 케이블, 독도 앞까지 연장



    일본,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 설치

    해양수산부가 2005년 4월 국회에 보낸 보고서. <br>일본이 독도 앞까지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에 대해 일본측 ‘궤변’만을 인용해 보고하고 있다.

    KDD는 독도를 비롯한 한일 중간수역에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해상보안청을 비롯한 일본 정부기관에 사전 신고해 허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와 긴밀한 협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1998년 1월 일본 정부는 구(舊)한일 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독도를 한국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밖인 한일 중간수역에 포함시키는 신(新)한일어업협정을 한국 정부와 타결했다. 일본측이 본토에서 독도까지 해저 광케이블 연결 공사를 한 시점인 1998년 1~10월과 일치한다(매립 공사는 1999년 10∼11월).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김광원 위원장은 “이로 미뤄볼 때 일본이 독도까지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과 독도를 한일 중간수역에 놓이도록 관철한 일은 동일한 목적 아래 추진된 사안으로 보인다. 일본은 독도에 대한 자국의 영유권을 점진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목적에서 이 두 사안을 동시에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DD의 해저 광케이블은 일본 해안선과 거의 평행을 이루다 유독 독도 및 중간해역에서 독도 방향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김광원 위원장은 “독도를 일본의 해저 광케이블 영역권에 편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향후 일본은 간단한 설치작업만 하면 독도를 일본 본토와 광통신망으로 직접 연결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해저 광케이블이 일본 해안선과 평행선을 달리다 독도 쪽으로 구부러진 구간은 480km. 이곳을 다른 구간처럼 해안선과 평행하게 설치하면 구간 길이는 350km 정도로 단축된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 따르면 해저 광통신케이블 시공비는 1km당 1억~3억원선. 즉, 일본은 독도 앞까지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하기 위해 무려 130km를 우회한 것이며, 비용으로는 130억원 이상을 추가 지출한 것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이렇게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통신 전문가들의 평가. 결국 일본이 독도 경유 노선을 택한 것은 영토문제에 대한 고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손해배상하게 됨을 철저 지도”

    김광원 위원장은 “일본은 독도가 일본 본토와 연결돼 있다는 가시적 ‘상징물’을 얻고자 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다케시마의 날’ 제정과 비슷한 의도”라고 말했다.

    “일본의 의도는 명약관화하다. 일본은 독도 인근 해저에 자국의 표지물을 설치함으로써 분쟁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또한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될 경우 재판에 유리한 증거물로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 KT가 독도에 무선 인터넷 설비를 설치했지만 한반도와 독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은 아직 없다.

    해양수산부는 일본의 해저 광케이블 공사가 거의 마무리될 때쯤에야 사실을 확인했다. 해양수산부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998년 11월14일로 당해 지역을 순찰 중이던 어업지도선(무궁화20호)이 케이블 공사 중이던 KDD 선박과의 교신을 통해서임”이라고 밝혔다.

    일본,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 설치
    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당일(11월14일) 수협중앙회에 “동해안에 출동 중인 우리부 지도선 보고에 의하면 일본 당국이 해저 광케이블 공사를 한다 하오니 인근 수역에서 조업하는 우리 어선 및 어업인들에게 홍보 지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일본의 작업구역도와 함께 발송했다. 오히려 한국 어선에 주의를 주라는 것이었고, 수협중앙회는 해수부의 이런 방침을 실행에 옮겼다.

    1999년 10월 수협중앙회는 “만일 우리 어선의 조업활동으로 인하여 일본국 작업선 및 해저 케이블에 피해를 주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됨을 철저히 지도, 홍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산하 기관에 배포했다. 일본의 독도 앞바다 해저 광케이블 공사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은 한국 어선들이 일본측 작업 구간에 들어가는 것을 자제시키는 정책을 편 것이다.

    이 같은 해수부의 대처 방식에 대해 김광원 위원장은 영토 수호 및 자국민 보호 의무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이 한일공동관리수역에서 한국측 동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이며 이로 인해 한국 어선들의 조업권 및 재산권이 크게 침해받게 된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일본이 해저 케이블을 불필요하게 독도 앞바다까지 설치한 것은 상당히 불순한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해수부는 지체없이 일본에 공사 중지 및 철거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했고, 한국 어선의 자유로운 조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해줬어야 한다. 그러나 해수부는 정반대로 일본이 공사를 순조롭게 하도록 협력했고 한국 어선을 단속했다”고 말했다.

    뒤늦은 노선변경 요청

    한국 당국은 일본이 해저 광케이블 설치공사를 거의 마무리하고 매립공사까지 끝낸 뒤에야 일본측에 일본 본토 쪽으로 광케이블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일축했다. 일본 KDD는 2000년 2월23일 한국측에 보낸 회신문에서 “해저 케이블 매설 구역을 일본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달라는 요구에 대해선, 거액의 비용을 요하므로 현재의 루트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밝혔다.

    일본이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한 독도 인근 등 중간수역 구간은 일본 어선은 거의 없고 한국 어선이 주로 조업하는 곳이다. 일본 해저 광케이블 공사로 인한 한국 어선들의 피해는 극심했다. 1999년 11월 수협중앙회가 일본측에 보낸 서한에 따르면 “일본 국내용 해저 케이블 매설을 위해 KDD가 중간수역 내 홍게잡이 어장에서 일방적으로 공사를 해 홍게잡이 어업에 종사하는 한국 어민들은 사고발생 위협으로 조업권을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해수부, 日 두둔으로 일관

    KDD가 1999년 1월20일 작성한 ‘JIH 케이블의 시마네현 근해 장애상황 및 대처건’이라는 문건은 “KDD 부설선 2척이 케이블 부설 공사상 부득이한 조치로 한국 어선의 게 통발 로프의 회수 혹은 이동을 실시했다. 따라서 한국 어선의 게 통발 로프의 분실은 어느 정도 본 공사에 의한 것이라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본 측은 공사과정에서 한국에 사전 통보도 없이 임의로 한국 어선 소유의 어업기구를 소실시킨 것이다. 해수부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 11월13일 한국 어선들은 통발 270~300개를 잃는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본측은 한국 어선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측은 어구장비에 의해 해저 케이블이 피해를 봤다며 이를 배상해달라고 한국측에 요구했다. KDD사는 한국측에 다음과 같은 회신문을 보냈다.

    일본, 독도 앞바다까지 해저 광케이블 설치

    김광원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은 “일본 광케이블은 한국의 독도 주권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귀국이 어민 피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겠다면 당사는 해저 케이블 수리에 소요된 비용을 귀국의 어민들에게 청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저 케이블 공사에 대해 귀국뿐 아니라 일본의 게 통발 어업자들에게도 동일한 협력을 요청했습니다. 일본의 게 통발어업자 분들로부터는 조업방해 등의 불만을 일절 받은 바 없습니다. 귀국의 게 통발어업자 분들이 케이블 보호 및 공사에 협력해주실 것을 강력히 요망하는 바입니다.”

    해양수산부 보고서는 2005년 현재까지 한국 어민들이 일본의 해저케이블 공사로 인한 피해를 전혀 보상받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 내용.

    “KDD측이 1999년 10월 추가 공사를 실시하자 경북홍게통발협회에서 6억4700만원의 피해액을 재산정하여 1999년 10월 보상을 요구했고 한일어업위원회에서 논의됐으나, 일본 KDD 또한 우리 어선 조업으로 인한 케이블 피해보상을 주장하여 상호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현재에 이름.”

    해양수산부는 2005년 4월 국회에 보낸 이 보고서에서 “일본의 해저 광케이블 시공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이 해저케이블을 독도까지 끌고 들어온 이유에 대해 “중간수역의 존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어민과의 마찰을 우려해 수심이 깊은 해역(수심 1000~2000m)에 케이블을 부설했다. 독도 영해를 침범하지는 않았다”는 일본 KDD사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설명했다.

    “케이블 보호 명분, 자위대 출동 가능”

    그러나 ‘해저 케이블은 수심 1000m 이상 심해에 설치해야 한다’는 기준은 통신업계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또한 독도 쪽으로 가까이 설치할수록 한국 어민과의 마찰은 극심해진다. 더욱이 KDD는 중간수역이 확정된 뒤에도 공사를 강행했으며, 언제든 독도에 상륙할 수 있도록 영해 코앞까지 케이블을 부설했다. 이처럼 KDD의 주장은 논리적 설득력이 완전히 결여된 것인데도 해양수산부는 KDD의 궤변만을 인용해 국회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유엔해양법 협약 79조에 의해 모든 국가는 대륙붕에서 해저 전선과 관선을 부설할 자격을 가진다. 연안국은 이러한 관선의 부설을 방해할 수 없다. 일본은 중간수역에서 해저 전선을 부설할 권리를 보유하는 것으로 인정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광원 위원장은 “중간수역은 말 그대로 한국-일본의 공동관리구역인 만큼 어느 한 국가의 일방적인 행위로 인해 다른 국가가 경제적 피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사전 협의를 통해 조율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이를 전혀 지키지 않았다. 한국 정부가 유엔법만을 내세워 한국민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일본의 행위를 용인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 해저 케이블이 독도에 너무 가까이 설치되어 있어 향후 한국이 독도 연해 해저자원을 개발할 때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라는 게 김 위원장의 설명이다. “케이블을 건드리지 않고는 자원탐사·개발이 불가능할 가능성도 높고, 한국이 케이블을 건드리면 ‘자국 시설물 보호’를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가 출동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8년 독도를 중간수역에 포함시킨 데 이어 일본의 독도 해저 광케이블 설치마저 수수방관한 해양수산부의 태도는 지금도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보고서에 나오는 KDD의 주장이나 유엔해양법 문제는 사실관계를 밝힌다는 차원이었다. 한일공동관리수역이므로 한국 정부도 일본측이 해저 광케이블을 설치할 당시 즉각 노선변경 등을 요구할 자격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1년여가 지난 1999년부터 한국 어민피해 보상을 요구한 것은 피해를 입증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해저 광케이블이 독도 심해자원 개발에 방해물로 작용할지는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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