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호

중3 자녀를 위한 2009학년도 대입전략

‘통째 암기’는 이제 그만, ‘원리 이해’와 ‘비판적 글쓰기’로 체력 다져라

  • 정리·송숙희 아이디어바이러스 대표 scarf94@joins.com

    입력2005-08-29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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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청산학원 최원석 강사의 ‘입시 개정안 이해하기’

    중3 자녀를 위한 2009학년도 대입전략
    “아직 중학생인데 뭘 벌써부터 대학 입시 준비야?”

    아마도 독자 대다수는 이런 의문이 먼저 들 것이다. 현재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1980년대 이전이나 초반에 대학입시를 경험한 세대다. 그때는 고등학교에 가서 대입을 준비하는 것이 상식이었고, 그렇게 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물론 이러한 반응의 저변에는 자녀교육에 유난을 떠는 현 세태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도 도사리고 있다. 적어도 잘못된 시류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공범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현실은 현실이다. 학교 공부만 해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과중한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데다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며 사교육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은 누가 봐도 불합리한 현실이다.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 나머지 하나는 ‘산골소녀 영자 가족’처럼 속세를 등지는 것. 두 방법 다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살고자 하는 평범한 생활인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차선책은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덜 고생하고 성공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피할 수 없는 승부라면 이기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기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 당연히 경기의 룰과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지난해 10월28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새로운 입시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그간 입시제도가 연례행사처럼 바뀌어왔기에 개정안이라고 해봐야 그다지 특별한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199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크고도 본질적인 변화가 담긴 개정안이다. 더구나 이번 개정안의 첫 대상은 2008학년도에 수능을 치르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지금의 중학교 3학년도 실질적인 당사자인 셈이다.

    학교 교과과정 의존도 높여

    2008학년도 대입 개정안의 특성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수능등급제 및 고교 교육과정 출제 강화, 내신성적 산출의 신뢰도 제고를 통한 반영 비중 강화, 동일계열 진학 촉진을 통한 특목고 정상화 도모가 바로 그것이다.

    기존 입시안과 달리 2008학년도 수능은 점수가 아니라 등급으로만 표시된다. 수능 점수가 몇 점 차이 나든 같은 등급이면 동일한 출발선에 서는 것이다. 따라서 수능의 변별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까지 수능은 교과서 밖에서, 흔히 말하는 범(汎)교과유형으로 출제됐다. 하지만 새 입시안이 시행되는 2008학년도부터는 교과과정에서 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변별력은 한층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내신이 불신을 받아온 이유는 ‘누군가 손을 댄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즉 일선 학교에서 광범위한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해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어느 대학도 내신을 신뢰하지 않게 됐고 입시에서 내신은 제 구실을 못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고교로 되돌아왔다. 내신이 중요시되지 않자 학생들은 학교 공부에 성의를 보이지 않게 됐다. 학교가 좋은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고 싶은 욕심에 자행한 내신 부풀리기가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학교교육을 피폐하게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성적 산출의 신뢰도를 높여 내신의 대입반영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으로 등장했다.

    개정 내용에서 읽히는 핵심적인 문제의식은 학생의 학교 교과과정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발생할 수 있는 여타의 부작용은 그 심각성 여하를 떠나서 당분간은 무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입시 개정안을 둘러싼 작금의 갈등 구조는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지금까지 좋은 대학을 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능을 잘 보는 것이었다. 내신의 웬만한 차이는 수능만 잘 보면 만회 내지 역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은 지난해 6월 전국 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실제 언어영역 점수와 해당 등급을 추출한 것이다.

    수능 등급제가 경쟁 낮출까?

    160점 만점인 언어영역에서 135점 이상은 모두 1등급이다. 학교 시험과 달리 수능은 개별 영역에서 최상위권이라 해도 만점을 받기가 대단히 힘든 시험이다. 언어 한 과목에서만 160점 만점을 받은 학생과 135점을 받은 학생의 점수차는 25점이다. 이 정도면 대학 수준이 두 단계 이상 변하는 점수다. 하지만 2008학년도부터는 두 학생이 모두 1등급이 된다. 이는 두 학생간에 대학 진학시 어떤 불이익도 유리함도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다.

    수능 1등급이 의미하는 바를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자. 앞에서 같은 등급에 속하는 학생이라도 점수차가 25점이면 기존 입시안에서는 대학 선택의 폭이 크게 변한다고 했는데, 를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수능 1등급이란 상위 4%를 의미한다. 이는 2005학년 수능 응시생 62만7000명을 기준으로 하면 2만5000명 선이고, 교육부 추산 2008학년도 예상 응시생 60만명을 기준으로 해도 2만4000명에 달하는 숫자다.

    이제 대학측에서 왜 그렇게 수능등급제를 난감하게 바라보는지 이해될 것이다. 위 정원은 예체능계 정원까지 포함한 숫자다. 결국 순수하게 수능 점수로 지원하는 2만4000명은 위 표에 소개된 대학말고도 서울시내 주요 대학 지망생까지를 포괄하는 숫자다. 이들이 2008학년도부터는 모두 동점자 자격으로 응시원서를 들고 각 대학의 접수창구 앞에 설 것이다.

    2등급으로 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2등급의 급간 간격은 7%다(1등급까지 포함한 누진 급간은 11%). 새로이 4만2000명의 동점자가 등장하게 된다. 원래부터 안정적으로 1등급을 고수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상위권 학생에게, 간발의 차이로 1등급이냐 2등급이냐가 결정되는 상황은 그리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생길 수 있는 등급 차이는 회복할 길 없는 간극을 만들기 때문이다.

    점수가 아니라 등급만 올리면 된다는 상황은 더 많은 잠재 경쟁자를 만들 또 다른 가능성을 의미한다. 등급제는 기회의 문이 넓어졌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등급을 올리거나 지키기 위한 피 말리는 경쟁구도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최상위권이 아닌 한, 수능 경쟁이 완화되기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은 바로 이런 상황 전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그래서 일부 교육시민단체는 급간을 9등급이 아닌 5등급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면 수능은 그야말로 ‘최소 자격기준’으로 전환된다. 개정안의 1, 2등급이 모두 최고 등급에 포함되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시행도 해보기 전에 9등급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 교육시민단체의 우려대로 9등급제는 경쟁의 심화라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변형된 본고사, 논술·구술

    교육부의 의도대로 학교 내신이 어려워지고 변별력을 얻게 된다 해도 문제가 남는다. 바로 학교별 격차다. 아무리 변별력이 있어도 내신은 같은 학교 내부의 경쟁일 따름이다. 다른 학교 학생과의 상대적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대학이 문제삼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지난해 가을 언론에 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2001학년도 전국학력평가 결과의 일부가 공개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175개 조사 대상 고등학교의 39.7%는 상위 10% 안에 드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6.3%에 해당하는 학교는 전교생의 절반 이상이 상위 10% 안에 포함됐다. 대학 처지에서 보면 전자의 학교 전교 1등보다 후자의 학교 중간 등수의 학생이 더 우월한 학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된다. 하지만 바뀐 제도에서는 이러한 학교별 격차를 반영할 여지가 없다.

    수만명에 달하는 동일 등급의 학생과 학교별 격차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개별 내신등급만을 갖고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눈 감고 학생을 뽑으라는 제도냐?’라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대응논리는 단순 명쾌하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려고 하지 말고 특기, 적성, 경력 등 다양한 전형요소를 개발하라는 것이다. 대학이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재 선발 방식을 고민하지 않고 기존의 방식에만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고교 교육 자체가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기반을 전혀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그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봉사경력도 조작하고, 학생회장 선거는 힘있는 학부모간의 알력 싸움으로 변질되고, 자기소개서도 대신 써주는 상황에서 무엇을 근거로 특기, 적성, 경력을 반영할 수 있단 말인가? 취지는 좋지만 아직은 요원한 문제다. 그래서 대학이 내민 카드가 바로 본고사의 성격을 띤 논술이다.

    마침내 서울대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4월29일 서울대는 “정시모집의 전형요소와 비율을 현행 내신 40%, 수능 40%, 면접 및 논술 20%에서 논술 40%, 내신 40%, 면접 20%로 하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금지하는 필답고사 형태의 본고사는 아니지만 학생의 학업능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논술시험 형태를 개발, 2008학년도부터 적용키로 해 논란이 된 것.

    특히 그동안 실시해온 2500자 내외의 서술형 문제뿐 아니라 주어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100자 이내의 단답형 논술 등을 통해 종합사고력을 측정할 방침이어서 서울대의 본고사 부활 가능성에 더 많은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이것이 본고사를 부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처음 해명하고 나선 것은 서울대가 아니라 오히려 교육부 쪽이었다. 교육부의 초기 반응은 서울대가 2008학년도 대입전형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 아니라 일부의 의견이 표명된 것에 불과하다며, 짐짓 별일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아직 확정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데다 자칫 너무 앞질러 공론화될 경우 교육부에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7월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서울대 입시안을 앞다퉈 비판하면서 교육부는 슬그머니 태도를 바꿨다.

    승부는 사고력에서 판가름

    그러나 교육부가 어떻게 생각하고 대처하는가에 상관없이 어떤 형태로든 ‘본고사(형태의 시험)’가 입시에 도입될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대학은 변형된 형태의 본고사를 ‘대학별 고사’라는 이름으로 치르려 할 것이다.

    문제는 여론의 향배(向背)다. 사실 지난해 벌어진 고교등급제 논란의 실제 성격은 대학과 교육부의 ‘본고사 시행의 불가피성’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여론은 대학측에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제 2006학년도 입시부터 벌어질 대학의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러다 보면 2008학년도에 대학이 어떤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하려 할지가 보일 것이다

    문제는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학습습관이다. 입시제도를 둘러싼 교육부와 대학의 갈등은 단순한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의 목적과 관련된 뿌리 깊은 인식차로부터 출발한다.

    중3 자녀를 위한 2009학년도 대입전략

    현재 중학교 3학년은 폭넓은 독서와 토론을 통해 대입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육부의 궁극적 목표는 학교교육의 정상화다. 이에 따르면 모든 시험의 내용은 학교 교과과정에서 소화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반면 대학의 목적은 유능한 인재의 발굴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난이도와 새로운 형식을 요구한다.

    본고사의 딜레마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만일 대학이 교과과정 문제로 자체 지필고사를 치르려 한다면 교육부 기준으로 볼 때 본고사가 된다. 교과과정 밖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면 본고사 논란은 피해갈 수 있지만, 이는 학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부는 어떤 식의 대학별 고사도 곤란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 방침대로 할 경우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객관적 변별력을 확보할 길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암기형 수재가 아니다. 비판적 사고력의 소유자다. 비판적 사고력의 핵심은, 전제마저 의심하는 개방적인 사고체계, 그리고 똑같은 상황에서 남들과 다른 해결책과 부가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이는 현재의 획일적인 교과과정과 5지 선다형 시험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대학은 통합교과형 논술에 목을 맨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교육부도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내용이고 서서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는 내년부터 고교 교과과정에 논술을 정식 교과목으로 편성하겠다는 것과 사범대 필수과목으로 사고력 과정을 포함시키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반년 안에 각 학교에 논술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를 배치할 수 있냐는 것이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사고력 과정을 이수한 사범대생이 교사가 되어 학교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차가 존재한다. 이 간극, 다시 말해 시험은 사고력 여부로 결판나는데 교육 현장은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 간극을 메워야 할 책임은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된다.

    학원보다 부모 역할이 변수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명심하자. 새로운 입시는 콘텐츠를 요구한다. 글쓰기는 테크닉이며 콘텐츠는 사고력이다. 만일 자녀가 고3이라면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모범답안을 연습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이라면 공부의 집중점은 테크닉보다는 콘텐츠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잡아줘야 한다.

    가장 흔한 오류 중 하나가 신문 사설을 읽히는 작업이다. 사설은 짧은 글 속에 선명한 자기 주장이 들어가 있는 글이다. 그러나 사고력 배양 과정에서 이런 글들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 사고력은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 개진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지 모범답안을 따라간다고 길러지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논술이 실전용 쓰기연습이 중심이라면 중학교 논술은 독서와 토론, 읽기와 말하기 위주로 진행돼야 한다. 사고력은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입시의 승자가 되는 길엔 다른 도리가 없다. 부모는 자녀가 좋은 학습습관을 갖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잡식성으로 책을 접하게 해주고 자신의 견해와 남의 견해를 비교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이는 반드시 학원이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집에서 부모가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에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대화하는 분위기를 일상적으로 조성해줄 수도 있다. 인터넷 지식검색서비스에서 손쉽게 답을 구하는 대신 관련 서적을 찾아보며 한 가지 사안이라도 깊이 있는 지식을 쌓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부모 구실을 자녀교육에 돈을 대주는 정도로 한정하는 것만큼 무책임한 일은 없다. 늘 책을 가까이 하고 사소한 의문이라도 스스로 답을 찾는 분위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아주 저렴하게 자녀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어떤 입시제도도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갈고 닦아온 학생을 소외시킨 적이 결코 없다는 사실이다. 제도보다는 학생의 노력과 학습습관이 더 큰 변수기 때문이다.

    에듀플렉스 이병훈 강사의 ‘성공하는 중3의 공부습관‘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중학교 3학년은 중학교의 마지막이자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시작이다. 상급학교로 진학한다는 것은 한 단계 더 높은 지식을 전수받는 것이며, 학생에게 한 단계 더 높은 역량을 요구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와 중학교는 ‘이해 수준의 차이’와 ‘학습습관의 형성’이란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사실 중학교 과정까지는 짧은 시험 기간 에 집중적인 암기를 통해 괜찮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공부는 매우 높은 수준의 이해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평소에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절대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분량이다. 중학교 때는 공부를 썩 잘한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은 바로 이런 차이를 제대로 인식해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닥친 시험의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대학에 직결되는 고등학교 공부를 위해 자신의 공부 습관을 반성하고 올바른 학습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는 자신의 목표 및 공부의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 대학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야 할 고등학교 생활은 머리보다는 가슴의 싸움이다. 즉, 의지에 달렸다. 분명한 목표를 갖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공부여야만 그 의지를 3년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문·이과를 올바르게 선택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때 가서야 허둥대며 단지 수학점수의 상하로 진로를 결정하기엔 그 중요성이 너무 크다.

    목표가 수립되면 그 목표를 어떻게 성취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턱대고 공부만 하다보면 쉽게 지친다. 계획에 맞추어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계획을 세울 때는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세운다. 즉 연간, 월간, 주간, 일간의 순으로 계획을 세분해 나가야 하며 자신이 공부해야 할 분량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계획만이 스스로를 구속하고 실천을 보장할 수 있다.

    중학생들의 잘못된 학습습관 중 하나가 무조건 암기하는 것이다. 특히 지나치게 학원에 의존하는 학생의 경우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학원에서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 강의를 들은 것으로 이해는 끝났다고 착각하고 그냥 암기하는 것이다. 이해는 절대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 그치면 안 된다. 자신의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해하려면, 스스로 그 내용을 충분히 익혀야 한다.

    암기 위주의 공부는 암기할 분량이 많지 않은 중학교 공부에서나 가능하다. 고등학교 공부를 모두 암기를 통해 해결하려 하다가는 3년이 아닌 5년이라도 모자랄 것이다. 원리를 이해해 암기할 분량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공부만이 고등학교 공부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중학교 때보다 많은 내용을 빠르게 배우므로 평소에 효율적으로 예습·복습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중학교까지는 수업만 듣고 어느 정도 내용을 파악하고 시험기간에 암기하는 방식이 통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수업은 예습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내용을 100% 이해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복습도 매우 중요하다. 시험기간에 몰아서 공부하기에는 고등학교 공부의 분량은 너무 많다. 평소 어느 정도의 복습을 통해 내용을 머릿속에 넣어둬야 한다.

    국·영·수 공부법

    고등학교 국어에 대비하려면 독서량 확보가 필수다. 단지 요즘 말하는 통합형 논술이나 대학별 고사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풍성한 독서량은 논술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먼저 독서를 통해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다.

    고등학교의 학습량이 많은 만큼 방대한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독해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 그런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어휘력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등학교 진학 전에 독해력과 어휘력을 충실히 키워놓는다면 고등학교 공부를 조금은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며, 결국 그 방법은 ‘독서’다. 방학기간을 적절히 이용해 독서량을 충분히 확보해놓아야 할 것이다.

    수학이나 영어 과목은 기초 다지기가 매우 중요하다. 수학은 고교 수학을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조금씩 선행학습을 해놓는 것도 좋다. 다만 고교 수학은 범위가 방대한 만큼 개념 이해를 통해 체계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진도 나가기 식으로 빨리 진행하는 선행학습은 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한다. 선행이 아닌 예습을 한다는 생각으로 개념 위주의 학습을 해야만 효과가 있다.

    영어는 문법을 정리해놓고 진도를 나가야 한다. 문법은 한번 정리되지 않으면 끝까지 학생을 괴롭힌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단어와 독해에 집중할 여유를 확보하려면 기본적인 문법사항은 중학교에서 마스터해야 한다. 한번만 체계적으로 공부해두면 문법은 학생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마케팅전문가 신병철의 ‘논술의 법칙’

    논술은 쓰는 것으로 귀결되지만, 시작은 생각이다. 생각이 없으면 시작할 수 없고, 만에 하나 시작하더라도 조리 있게 끝맺음을 할 수 없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다. 논술은 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라는 명제가 정리된다.

    그렇다면 논술을 준비할 때 쓰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 아니면 생각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 당연히 생각에 중심을 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교육은 논술을 쓰기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단기간에 논술을 완성하기 위해 학원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고등학생은 시간이 없으니 이해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입시의 긴 대열에 서서 끝을 바라보는 중3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하루의 성공은 아침에 달렸고, 1년의 성공은 새해 첫날에 달렸다고 한다. 지금의 중학생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확하게 시작해야 한다. 중학교 3학년의 논술 대비법을 몇 가지로 정리해본다.

    첫째, 논술은 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문제다. 이를 위하여 논술의 정의를 한번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논술이란 ‘어떠한 사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되,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글’이다. 즉 생각을 구조화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입시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도 아주 유용하다. 21세기 사회는 개인의 능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시기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논술을 공부한다는 것을 단순히 성적을 올려서 대학에 간다는 관점으로 이해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을 구조화한다는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잘되면, 논술 성적은 자동으로 올라가게 돼 있다.

    둘째,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요리를 하더라도 재료가 좋아야 좋은 음식이 나오게 마련이다. 머릿속에 좋을 글이 많이 들어 있어야, 좋은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배경지식이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사고력 신장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므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책 선택은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을 택하거나 분야를 가려 편식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쉬운 책부터 시작해 여러 분야를 섭렵하는 것이 좋다. 우선 많이 읽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읽은 내용을 남에게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길러보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구슬을 갖고 있는 것보다 이를 하나의 관점으로 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머릿속에 수만 가지의 정보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정보는 마치 흩어져 있는 구슬과 같아서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논술은 생각을 구조화, 조직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조직화하려면 남에게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남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스스로 머릿속의 정보를 구조화하고, 또 그 내용이 강하게 기억에 남아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

    다르게 생각하라

    넷째, 생각을 직접 글로 써보게 하라. 기억하고 있는 것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것도 효과적이지만, 이를 직접 글로 써보는 것도 효과적이다. 처음엔 일기나 독서 감상문을 써보는 것도 좋다. 직접 글을 쓰다 보면 논리의 허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 허점을 인식하면 메우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논리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꼭 논술을 위한 논설문이 아니라도 좋다. 일상적인 글이라도 직접 한번 써봄으로써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며 글 쓰는 흐름을 익히게 된다. 경험보다 값진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제 생각을 직접 글로 써보면서 논술에 익숙해질 것이다.

    다섯째, 항상 다르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라. 학원에서 논술을 배운 학생들의 답안은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학원 강사가 가르쳐준 대로, 그 패턴에 따라 답을 적어나가기 때문에 그 답이 그 답 같다. 이를 채점하는 대학교수가 천편일률적인 답안을 보고 좋은 점수를 주겠는가. 대학교수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남과 다른 창의적인 관점의 글에 더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당연하다. 창의적인 답안에 대한 평가가 더 높아지고 있다. 지금 시작하는 중학생들은 항상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는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주인공이 되는 시기다. 다른 생각에 더 좋은 평가가 따른다.

    여섯째, 작은 차이에 민감해지는 것이 좋다. 독창적인 관점을 갖기 위해서는 작은 차이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성공은 작은 차이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데서 비롯된다.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유추해낸 것처럼, 남들이 다 그러려니 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포착력을 길러야 한다.

    논술은 생각을 구조화하는 작업이다. 이것이 논술의 법칙이다. 중학교 3학년이라면 먼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고, 부모는 이를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논술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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