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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인터뷰

로버트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의 직격탄

“한국 대학은 사회주의식, 애국심 버리고 경제논리 챙겨라!”

  • 정호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demian@donga.com

로버트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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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엔 규정 대신 관행만 존재…최고법무책임자 둘 것
  • 민영화는 재원 다양성 확보하려는 ‘햇볕정책’
  • 애국심? 그건 ‘주인 없는 조직’에서 돈 유용하기 위한 트릭
  • 카이스트가 한국경제에 어떤 극적 효과 가져다줬나?
  • 내 개혁의 모델은 캘리포니아주립대
  • 과학자의 연구활동은 자신과 유명세 위한 것
로버트 러플린 카이스트 총장의 직격탄

●1950년 미국 캘리포니아 비세일리아 출생.
●UC버클리대 학사(수학·물리학), MIT대 석·박사(물리학)
●1979~82년 벨 연구소,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 근무
●1982년 노벨상 수상 논문이 된 ‘양자분수홀 효과’ 발표
●1998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
●現 스탠퍼드대 교수(휴직 중), 카이스트 총장

‘탈(脫)산업(Post Industry)사회’와 ‘신자유주의(Neo liberalism)’. 유사한 맥락으로 비칠 수도 있는 두 단어 사이엔 거대한 간극이 있다. 우선 ‘탈산업사회’란 현대를 해석하는 한 방법이지만, ‘신자유주의’란 그 현상에 대처하는 이데올로기다. 또한 전자가 가치중립적인 학술용어라면 후자는 현실 지향의 정치적 수사(修辭)다. ‘포스트모더니스트’가 신좌파 지식인을 규정하는 찬사에 가깝다면 ‘신자유주의자’라는 표현에는 일종의 ‘경제동물’이라는 부정적 의미가 덧씌워지는 것도 두 개념의 근본적인 차이에 기인한다.

1년 반 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에 온 로버트 러플린(55)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KAIST) 총장이 바로 그 차이를 몸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취임 직후 “탈산업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변화에 걸맞게 카이스트를 환골탈태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카이스트의 설립이념을 훼손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한다”는 학내 구성원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쳤다. 학내 반발이 ‘러플린의 진단엔 동의하지만 처방이 틀렸다’는 건지, 아니면 ‘진단 자체가 틀렸다’는 건지는 불확실하지만. 러플린 총장은 결국 ‘카이스트 사립화 논쟁’ 이후 심각한 내상을 입고 한 발짝 물러선 형국이다.

일요일인 10월2일 오후 3시. 기자가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 북문 쪽에 자리잡은 총장 관사에 도착했을 때 러플린은 산악자전거를 타고 땀을 흠뻑 흘린 뒤 피아노를 연주하며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영어 비서가 휴일에도 측근에서 보좌하길 바라는 한국식 상관은 아니었다. 직접 냉장고를 뒤져 얼마 남지 않은 포도주스를 꺼내놓고는 “차가 많이 막혔냐?”고 말문을 열었다. 행락철의 휴일,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까지 가는 데 무려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는 “고속도로 정체를 예측할 수 없어 오가는 시간을 가늠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방대학’ 총장의 고충을 에둘러 표현한 것일까.

당초 인터뷰의 방향을 ‘이론물리학자가 본 한국과 아시아’라는 거대 담론으로 정했지만, 대화는 시종 ‘카이스트 개혁’이란 주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이스트 총장으로 취임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그간의 업적이라면 어떤 게 있습니까.

“1년 반이 조금 모자란 1년4개월입니다. 약간 지체됐지만, 무엇이 해답인지 알게 된 게 큰 성과예요. 세계적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 카이스트의 고질은 형편없는 과학 실력도, 학생이나 교수의 낮은 역량도 아닙니다. 정답은 경제적 측면에 있었어요.”

-그건 세계의 모든 대학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 아닌가요?

“물론 보편적인 문제죠. 하지만 한국만의 독특한 문제가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법에 의한 지배(rule of law)가 없다는 점이고, 그것이 바로 나의 키워드입니다.”

-좀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정치에 의한 지배란 결코 문서화하지 않겠다는 뜻과 상통합니다. 흔적을 남기면 누군가의 견제를 받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문서에 의존하기보다는 여론이나 투표, 혹은 전통에 의해 옳고 그름을 결정짓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한국적 의미에서 ‘불법’은 정치적 해석이지 정해진 규칙을 어겼다는 것이 아니더군요. 서구에선 뭐든지 문서화·제도화합니다. 그간 카이스트엔 법에 의한 지배나 문서화된 룰이 없었어요. 있다 해도 허점투성이였어요.”

‘법에 의한 지배’ 실종

-어떻게 그것을 깨닫게 됐습니까.

“몇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올봄에 저의 신간(‘새로운 우주·A Different Universe’) 출간을 위해 공식 업무를 겸해 2주간 미국 여행을 떠났어요. 이 여행에 조수와 동행했는데, 그에 대한 급여가 문제가 됐습니다. 돌아와 보니 ‘총장이 정부 돈을 유용했다’는 루머가 퍼져 있더군요. 그러나 나는 여행 전에 경비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확인했어요. 알고 보니 아무런 규칙이 없어 책임을 논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올여름 전국적인 문제가 된 ‘대학 연구실의 연구비 유용’에 대한 국회의 감사 또한 마찬가지였어요. 문제는 있지만 법을 어긴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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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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