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태 르포

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퇴근 후 밤샘 숙제 도우미,주말엔 품앗이 일일교사

  •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1/4
  • 한국의 초등학생 부모는 정말 바쁘다. 아이 숙제 챙기느라 매일같이 도서관을 찾고, 유명 학원을 순례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폭넓은 체험학습을 위한 해외여행 스케줄도 짜야 한다. 전업주부는 아이의 매니저 겸 운전수를 자처하고,‘워킹맘’은 정보를 얻기 위해 ‘학부모 네트워킹’에 열을 올린다. 하루 24시간도 모자라는 초등학생 부모들의 고군분투기.
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초등학교 6학년, 3학년 남매를 둔 주부 한모(42)씨는 요즘 하루 일과를 인터넷 서핑으로 시작한다. 낮에는 검색한 정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교육기관을 일일이 찾아다닌다. 어제 오전에는 서울 강남 C학원에서 주최하는 설명회에 다녀왔고, 오늘은 또 다른 학원의 일정이 잡혀 있다.

건강이 나빠져 지난 여름 다니던 회사를 휴직한 그는 기력이 회복되자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 공부에 신경쓰기로 했다. 두 아이 다 반에서 상위권에 들어 공부에는 그다지 신경을 안 썼는데, 쉬면서 귀동냥으로 다른 엄마들의 이야길 듣자니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10등 안에 들면, 강 건너 갔을 경우에는 20등 이하래요. 강북 학교의 성적만 가지고는 아이의 실력을 믿을 수 없다는 거지요. 중학교에 가서 배치고사를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해요. 그래서 몇몇 엄마에게서 유명하다는 강남의 영어학원 두 곳을 소개받아 6학년인 큰아이를 데리고 갔어요. 아이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테스트한 후 상담을 받았는데, 글쎄 2~3년 늦었다는 거예요. 눈이 확 떠졌어요. 첫째가 정규반에 들어갈 수 없다니….”

그간 큰아이에게 영어교육을 안 시킨 것도 아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큰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2년간 집 근처의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아이가 학원 가기를 싫어해서 이후 1년 동안은 매일 아침 전화로 관리해주는 학습지로 영어 공부를 시켰다. 회사 생활로 바쁜 틈틈이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가끔 진도를 체크하기도 했는데,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늦었다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네 가지 영역에서 어느 하나가 뒤처지지 않고 고르게 발전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듣기와 쓰기가 뒤떨어져 있대요.”

큰아이가 메이저 반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해서 크게 실망한 한씨는 ‘수학은 어떨까’ 했지만, 테스트 결과는 역시 비슷하게 나왔다. 공부하는 스타일이 정돈돼 있지 않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뒤처진 2~3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만회할까’를 고심하며 그는 입소문이 난 학원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게시판에 올라온 리플까지 샅샅이 검색했다. 이렇게 해서 아이에게 맞는 최선의 계획표를 짜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그 시기만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원하는 대학의 원하는 학과에 아이를 입학시키려면, 늦어도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거지요. 중·고등학교, 대학입시까지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과정마다 무엇을 집중적으로 공부시킬지 흐름을 꿰고 있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겁니다. 고등학생, 특히 고3이 돼서는 이미 게임의 승패가 정해져 운신의 폭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가 최근 한 달 동안 이웃 엄마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성적이 대학입시까지 이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떨어지면 더 떨어졌지 거기서 실력을 높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뒷바라지하는 엄마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학습 환경 만들기에 만전을 기하고, 고학년이 되면 아이의 학습과 진로 구상에 집중적으로 관여한다고 한다.

초등학생의 엄마들은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일찌감치 준비에 들어간다. 자녀가 영어와 수학을 마스터할 수 있도록 학습 계획표를 짜놓는 것은 물론, 숙제를 돕기 위해 도서관에서 자료 수집에 열을 올린다.

초등학교 2학년, 3학년 자녀를 둔 주부 정모(43)씨는 ‘숙제 지도의 명수’다. 그는 자녀를 등교시킨 후 여러 과목의 참고서를 펴놓고 아이의 학교진도에 맞춰 단원별로 학습내용과 배경지식을 익힌다. 자녀의 학습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아이가 꼭 읽어야 할 책들도 메모한다.
1/4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목록 닫기

고3 부모보다 바쁜 초등학생 부모

댓글 창 닫기

2018/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