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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증언

대한민국 이공계 연구실의 한숨소리

“대학원에서 ‘창의적 연구’를 하겠다고? 그건 뭘 몰라서 하는 ‘상상’”

  • 천태영 충북대 강사·생물학

대한민국 이공계 연구실의 한숨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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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우석 파문’으로 전국이 들썩일 때 황우석 교수 연구실에 소속된 일부 연구원들은 황 교수나 선배 연구원들을 통해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매일 아침 날아드는 신문에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씩 알아갔다고 한다. 사람 좋아 보이는 황 교수도 연구실에서는 ‘군림하는 자’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의사 개진이 자유로운 연구실이라면 파문이 그처럼 커지도록 연구원들이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폐쇄적인 분위기가 한국의 이공계 연구실에서는 일반적이라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이공계 연구실의 한숨소리
지난해 말부터 우리 사회를 실망과 혼동, 여론 분열의 파국으로 몰고간 황우석 교수의 ‘클론 스캔들’로 말미암아 과학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그 후폭풍은 대단했다. 데이터 조작 여부를 놓고 진위를 따지는 공식 검증작업이 이뤄졌고, ‘제3언론’이라 불리는 인터넷 누리꾼들은 아직도 온라인상에서 물고 물리는 난상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황 교수의 연구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이 실험실 바깥 세상에 하나씩 알려지면서 우리 과학문화의 정체성을 따지는 자성(自省)의 여론이 형성됐고, 나아가 국가 차원에서 과학정책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의문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가 과학계의 연구실 문화와 연구원 생활의 참모습을 조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과학도도 적지 않다.

과학자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황 교수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려운 여건에서도 연구를 계속하게끔 밀어주는 정부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유능한 과학자 상당수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 이공계 전공자들은 기회만 된다면 해외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싶어한다.

국내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지인이 탁월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행정부 모 부처 연구관 자리를 제안받았다. 한 방송사가 바다 건너까지 그를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뉴스로도 보도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는 “연구직 공무원이 많지도 않은데,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국회의원실의 이런저런 자료 요청에 응하면서 마음 편하게 연구에 매달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월화수목금금금’

이공계 대학원 과정은 학문의 진리를 탐구하는 핵심 중 핵심이다. 하지만 그 기능은 이미 오래 전 변질되었다. 진리 탐구보다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코스로 그 색깔이 변한 것이다.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진리 탐구라는 막연한 동경심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은 한두 학기를 거치면서 고민거리를 떠안게 된다.

우선 연구실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황우석 교수 연구실도 그랬다지만, ‘월화수목금금금’이 그런 사례다. 도무지 개인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일주일에 단 하루, 종교활동을 위해 연구실을 비우는 것조차 못마땅해하는 지도교수 때문에 고민하는 대학원생을 상담한 적이 있다. 교수들은 대학원생들이 연구실에 뼈를 묻을 각오로 연구에 임해주길 바란다. 빠른 시일 내에 성과물을 내고 싶어하는 지도교수로서는 이를 당연하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대학원 교육은 철저한 도제식이다. 맨투맨 방식으로 교수에게서 기술과 실험방법을 전수한다. 연구실 선배로부터 전수하기도 한다. 언론에서 실험실의 군대식 문화를 비판한 적이 있다. 아직도 우리 사회구조가 남성 중심적인데다 군대를 다녀온 연구원도 많기 때문에 연구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군대식으로 흐르는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지도교수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연구실 내 최고 선임자다. 지도교수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논문 봐주고, 졸업 시키고, 능력이 닿는다면 취업 알선까지 신경 써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매일 마주치는 선배들은 실험실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에 잠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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