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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한국의 AI 불감증을 고발한다

“AI 감염 조류 살처분에 노숙자, 신용불량자 대거 동원… 경로추적 불가능”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충격! 한국의 AI 불감증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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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군 보건소, AI 감염 닭, 오리 살처분 참여한 일용잡부 연락 두절
  • AI 방역 담당자, “공무원 누구도 살처분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 충북 음성군 관계자, “AI 감염자 혈액, 살처분 전에 뽑았다”
  • 누구는 뽑고, 누구는 안 뽑고…살처분자 혈액 채취 기준 없어
  • AI 바이러스 못 구해 AI 검진 2년 늦어져
  • 과학논리 배제된 타미플루 확보전
충격! 한국의 AI 불감증을 고발한다
지난 2월24일 질병관리본부는 “AI(조류인플루엔자, Avian influenza) 유행 초기에 살처분에 참가한 사람 중 4명이 ‘무증상 감염자’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국내 첫 인체 감염 사례라 충격이 컸다.

국내에서 AI가 최초로 발생한 시점은 2003년 12월10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농가에서 발생한 AI는 충남 천안시, 경북 경주시, 전남 나주시, 충북 진천군, 울산시 울주군, 경기도 이천시로 삽시간에 전파됐다. 이천시까지 번지는 데 채 2주가 걸리지 않았다. AI는 2004년에도 계속 번져 1월에는 경남 양산시, 2월에는 충남 아산시, 3월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발생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전국 7개 시·도, 10개 시·군의 농장 19곳에서 AI가 발생해 발생 농가를 기점으로 반경 3∼10km 이내에 있던 270만마리(추정치)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됐다. 이후로는 AI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고, 농림부는 2004년 10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국내 AI가 종식됐음을 정식으로 알렸다.

이번에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무증상 감염자들은 2003년 말 각 시·군에서 AI에 감염된 닭, 오리의 살처분에 참가한 사람(이하 살처분자)들로, 살처분 작업에 앞서 AI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와 일반 독감 백신을 맞고 방역에 필요한 개인보호장구를 갖췄지만 AI에 감염됐다. 질병관리본부는 “AI가 인간 사이에 전염될 위험이 없다”면서도 AI가 법정 전염병임을 들어 이들의 신분 노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취재결과 이들 4명 중 2명은 각각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의 공무원이며, 1명은 충남 천안시의 자원봉사자, 1명은 전남 나주시에서 동원한 군인(현재 일본 유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무증상 감염이란 AI 바이러스(H5N1)에 노출은 됐지만 동일 균주(H5N1)에 면역을 가진 사람을 의미하며, 따라서 무증상 감염자는 환자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현재까지는 AI가 사람 사이에 감염된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전파의 위험도 없다”고 덧붙였다. 홍역을 앓은 아이는 면역이 생겨 성인이 되어서도 홍역에 잘 걸리지 않는 것처럼, 이들에겐 AI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면역)가 생겨 설사 앞으로 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AI에 걸릴 위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AI 무증상 감염자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처럼 바이러스 항원을 보유하고 있다가 상태가 악화되면 간염이나 간경화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전염병이 아니라, 한번 앓고 나면 면역 항체가 생겨 오히려 일반인보다 AI 바이러스(H5N1)에 강하다는 것.

하지만 AI 바이러스, 즉 H5N1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여전히 치명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수의과학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2003∼2004년에 AI를 일으킨 H5N1 바이러스는 조류에는 분명히 고병원성이다. 인간에게는 병원성이 낮은 것으로 추정될 뿐이지 사람에게 피해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측도 AI 바이러스에 노출된 살처분자들이 무증상인 것이 AI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를 사전에 먹은 덕분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AI 감염자, 추적 불가능

문제는 이들 무증상 감염자 외에 앞으로 감염자가 얼마나 더 생길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살처분자 중에는 검체로 쓸 혈액 채취를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일용잡부도 많다. 이들의 경우 AI에 무증상 감염이 됐는지, 환자가 됐는지, 또는 이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들이 노숙자이거나 자신을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처지라면 그들의 죽음은 경찰 조사보고서에 ‘변사’로 기록될 뿐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당시는 국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을 때”라며 “살처분자 중에는 연락이 두절된 사람도 일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처럼 AI 감염 여부의 추적이 불가능한 살처분자가 일부 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 방역에 동원됐거나 동원을 담당한 관계자의 이야기는 무척 다르다. 당시 상황에 대한 그들의 증언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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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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