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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하청업체 경리직원의 ‘양심 일기장’

“나는 이렇게 탈세를 도왔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대기업 하청업체 경리직원의 ‘양심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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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돈 마음대로 꺼내 땅 사고, 기업 매입
  • 가짜 지입기사, 청소용역업체 기장해 경비 뻥튀기
  • 허위 부채 만들어 대표가 ‘인 마이 포켓’
  • 운송대금 어음 할인율 속여 공금 착복
  • “007가방에 현금 넣어 여당 모의원에게 줬다”
  • 세무조사 관련, 전직 세무서장에 현금 1000만여 원 든 쇼핑백 건네
  • X회계법인, 탈세·횡령 알고도 묵인, 방조
대기업 하청업체 경리직원의 ‘양심 일기장’
검찰이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본격화하던 지난 3월말, ‘신동아’ 편집실로 한 묶음의 소포가 배달됐다. 소포에는 국내 유수의 물류기업 Q사(社)의 탈세와 회사 대표의 횡령 사실을 정리한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일기장의 작성자는 이 회사의 경리팀 차장을 지낸 이모(여·43)씨.

이씨는 동봉한 편지에서 “회사의 탈세와 대표의 횡령에 협조 또는 방임함으로써 사회에 큰 짐을 졌다”며 “이들의 횡령·탈세 행태를 고발하고, 이를 감시해야 할 회계법인의 도덕불감증을 폭로함으로써 경종을 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Q사는 현대차그룹의 물류계열회사인 글로비스로부터 화물을 배당받아 운송료를 받는 도급회사 성격을 띠고 있다. 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40%)과 아들 정의선 사장(60%)이 100% 출자해 만든 회사로 대검 중수부 수사에서 현대차 비자금 조성의 핵심으로 떠오른 업체다.

탈세제보 포상금만 1억원

이씨는 이미 지난해 3월11일 국세청에 Q사와 회사 대표의 탈세, 횡령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1년간의 조사 끝에 올 3월17일 이 회사와 대표에 대해 21억여 원의 추징금을 확정 고지했다. 국세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회사 대표 L씨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회사 돈 25억여 원을 무단으로 빼내 토지를 사고 자회사를 만드는 등 개인적인 용도에 쓰거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나 11억원의 소득세가 부과됐고, 같은 기간 회사법인은 경비 허위계상 등의 방법으로 총 20억5000만원을 탈세, 약 10억4000만원의 법인세(가산금 포함)가 추징됐다. 회사대표의 횡령금은 세법상 개인소득으로 잡혀 소득세가 부과된다. 회사대표 L씨는 회사에서 무단으로 빼내 쓴 돈 중 일부를 회사 경비로 쓴 것처럼 위장 계상함으로써 소득세와 법인세를 이중으로 탈루했다.

이씨는 국세청 고발에 그치지 않고 지난 4월6일 검찰에 이 회사 대표 L씨를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국세청이 횡령과 조세포탈 등 형사적인 부분에 대해 검찰에 고발조치를 하지 않아 내가 직접 수사를 의뢰했다”며 “비록 대표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 대부분이지만 나도 탈세에 가담한 게 사실이므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지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회사측이 국세심판청구 등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 포상규정과 각 시군의 포상규정에 따라 약 1억원의 탈세제보 포상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경리직원답게 이씨의 일기장은 마치 회계장부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매월 한두 차례씩 작성된 일기장에는 차변, 대변이 그려진 경리 일람표와 함께 자신이 어떻게 탈세를 하고, 대표가 어떻게 돈을 무단으로 빼냈는지 꼼꼼하게 정리돼 있다. 심지어 탈세에 이용된 전표 번호까지 빠짐없이 기록했다. 그는 일기를 쓴 이유에 대해 “꼭 일기라기보다는 그때 그때의 재무상황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둔 것이며, 연말 결산이나 세무조사 대비용 문건이기도 하다. 특히 경리와 재무에 대해 무지한 대표의 딸이 자금 책임자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일기를 써놓지 않으면 연초에 실시하는 결산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탈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작성한 일기장이 결국 국세청으로 하여금 이 회사의 탈세와 횡령 사실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된 것이다.

이전에 회계사·세무사 사무실에서 잔뼈가 굵은 경리통답게 그는 이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된 원인을 금세 알아챘다. 그가 쓴 일기 중에는 글로비스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띈다. 다음은 그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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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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