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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조사 중 자살한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유족 대리인의 육필 원고

“‘인간적 모욕’ 퍼부은 대검 중수부 수사관을 고발한다!”

대검 관계자, “강압수사 있었다면 다른 이들은 왜 항의 안했나”

  • 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인간적 모욕’ 퍼부은 대검 중수부 수사관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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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검찰은 박 국장의 진술이 바뀌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조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차를 산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따져 묻는 수사관들에게, 박 국장이 첫날에는 “예금계좌에서 인출해서 샀다”고 했다가 두 번째 조사에서는 “처남에게 빌렸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처남은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차를 사준 것”이라고 했다더라는 게 ‘진술번복’의 내용이다.

애초에 박 국장은 그 차를 정기적금을 깨서 사려고 했다고 가족들은 설명한다. 실제로 적금을 깨려고 준비했는데, 처남이 “매형 퇴직선물로 제가 사드리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그러저러한 사정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말이 엉킨 것뿐이었다. 게다가 차를 산 시점은 이미 현대차 사옥 증축 허가결정이 난 지 1년도 더 된 후였고, 고인의 퇴직이 코앞으로 닥친 때였다.

그러나 검찰은 이 문제를 가지고 그를 다섯 차례 소환했다. 고인은 죽기 전에 자기가 얼마나 심한 모욕을 당했는지 말하며 몇 차례에 걸쳐 울분을 토했다. 삿대질과 막말은 기본이었다고 했다. 자술서의 친필을 보고는 ‘그 머리로 어떻게 부이사관이 됐느냐’ ‘글씨가 왜 이렇게 졸필이냐, 그런 글씨로 어떻게 대학을 나오고 주택국장 같은 자리까지 올랐느냐’ ‘인사청탁이나 빽으로 진급한 것 아니냐’….

인간적인 모욕도 모욕이지만, 정말 고인이 힘들어한 것은 수사과정에서 수사관들이 했던 말도 안 되는 폭언이었다. ‘구속시켜 처남과 한방에 넣어주겠다’느니 ‘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느니 하는 말들이었다. 고인은 “나와 처남을 어떻게든 엮어서 수갑 채운 장면을 TV에 내보내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담당수사관 ○○○과 △△△가 정말 두렵다고 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 연달아 아침부터 밤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나왔음에도 주말을 지나 바로 월요일 아침 9시30분까지 출두하라는 말이 그렇게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는 이야기였다.

“두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



고인의 처남은 공대 교수다. 몇 년 전 위암으로 수술을 받아서 지금도 몸이 아주 가냘프다. 누가 봐도 건강이 좋은 상태가 아님을 한눈에 알 정도다. 처남도 검찰에 불려가 ‘매형의 차 값을 대신 내준 이유가 무엇인지’ 강도 높은 추궁을 당했다. 조사를 받은 처남은 집에 오자마자 실신하고 말았다. 오죽하면 고인의 부인이 “그 사람이 죽지 않았으면 동생이 죽을 판이었다”고 했을까. 고인은 “왜 네가 이런 고생을 당해야 하느냐. 차라리 내가 죽고 말겠다”며 처남과 실랑이를 벌였다.

혹자는 ‘아무리 심한 말을 들었기로서니 자살을 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인은 평생토록 우직하게 공무원 생활만 한 사람이다. 험한 말, 거친 대접에는 전혀 면역이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는 이제까지 건설관련 공무원들이 수뢰혐의로 수갑을 찬 채 TV화면에 비친 장면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중에는 결국 무죄가 선고된 이도 적지 않았지만, 한번 그렇게 망신을 당하면 판결과는 상관없이 인생과 가정이 망가지는 것도 보았다. 자기가 아무리 떳떳하다 한들,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언론에 공개되고 손가락질을 받는 순간 끝 아니냐는 것이었다. 죽기 전날, 술에 취한 그가 울먹이며 말한 것이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2004년 자살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는 것이었다.

“못 배길까봐 두렵고 무섭다”

“못 배길까봐 두렵고 무섭다….”

만경대 바위에서 내려온 그가 넋두리처럼 했던 말이다. 검찰이 사건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알 수가 없어 두렵다는 것이었다. 자기가 잘못한 게 있어 못 배길까 걱정스럽다는 게 아니라, 한마디라도 잘못 말한 것이 이용당해 다른 누군가에게 불똥이 튈까 무섭다는 것이었다. “적금 깨서 샀다”는 한마디에 처남까지 줄줄이 끌려들어온 판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어 고통스럽다는 것이었다. 유서에서 그가 ‘변호사가 아무리 유능하고 사법부가 공정하다 해도 대검 중수부를 이길 수가 없을 것 같다’고 쓴 것은 그런 이유였다.

검찰은 이미 고인과 주변의 계좌와 금융거래, 재산명세를 샅샅이 훑어본 뒤였다. 그나마 의심스러운 부분이 그랜저 승용차 딱 하나였다.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이고 처남까지 검찰에 불려 들어왔을뿐더러, 처남의 업무상 거래계좌까지 추적하고 추궁해가는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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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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