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호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제한하는 결정… 승자는 없다

  • 문재완 한국외국어대 교수·법학 conlaw@hufs.ac.kr

    입력2006-08-14 11: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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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신문법은 입법 전부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메이저 신문사를 겨냥한 ‘표적 입법’ 요소가 곳곳에서 드러남에 따라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잇따라 헌법소원을 냈고, 이에 헌법재판소가 6월29일 결정을 내렸다. 시민의 목소리는 언론의 자유가 확실히 보장될 때 자연스럽게 표출된다는 점에서 신문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고, 거꾸로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신문법과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조목조목 살펴보았다.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신문법, 누가 이긴 거예요?”

    2006년 6월29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정확하게 말하면 ‘신문등의자유와기능보장에관한법률’에 대하여 일부 위헌(違憲) 결정을 내리자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꽤 많다.

    이번 결정으로 공정거래법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조항(17조)과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신문발전기금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조항(34조2항)은 위헌으로 무효가 되었으며,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인수할 수 없도록 한 복수신문 소유금지 조항(15조3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아 앞으로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을 빚었던 신문사 자료신고 조항은 합헌(合憲) 판단을 받았고, 신문발전위원회·신문유통원·편집위원회·신문의 사회적 책임 등 대부분 조항에 대하여 각하(却下)결정이 내려졌다. 각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하여 해석이 분분하지만, 현행 규정이 효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즉 신문법 골격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신문법 논쟁의 승자는 정부인 것처럼 보인다.

    더구나 신문법보다 더 문제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언론중재및피해구제등에관한법률(이하 언론중재법)도 살아남았다. 언론사의 고의·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않는, 즉 언론사에 잘못이 없더라도 정정보도하도록 규정한 언론중재법 14조2항은 합헌 판정을 받았다. 다만 그 소송의 진행을 정식 재판이 아닌 가처분절차에 의하도록 규정한 26조6항과 정정보도청구권을 소급해서 적용하도록 규정한 부칙 2조가 위헌판정을 받았을 뿐이다. 정정보도청구와 관련해서 몸통은 합헌이고, 곁가지만 위헌인 셈이다. 언론중재법의 나머지 조항은 신문법처럼 대부분 각하 결정을 받았다. 결국 언론중재법에 대한 헌재 결정 또한 정부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진 것처럼 보인다.



    청와대의 헌재 결정 왜곡

    실제로 정부는 스스로 승자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청와대브리핑’ 7월6일자는 “헌재는 언론관계법의 기본 틀과 핵심적인 조항들, 즉 신문사 자료신고, 신문발전위원회, 신문유통원, 정정보도청구권 등은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오히려 언론관계법의 입법정신에 입각해 언론발전을 위한 제반 시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은 합헌이 아니라 각하 결정을 받았지만, 조직 자체의 위헌성은 앞으로도 다투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틀린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청와대가 헌재 결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청와대브리핑은 일문일답에 이어 “헷갈리는 ‘신문법 헌재결정’ 진실은…”이라는 글을 첨부했다. 여기를 클릭하면 ‘경향신문’ 기사로 이동한다. 기사의 내용은 일부 신문이 시장지배적 사업자 관련 결정을 오독(誤讀)하고 있으며, 헌재 결정에 따르면 신문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적절한 규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측 입맛에 딱 맞는 기사다. 청와대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청와대가 “국민의 정확한 인식과 이해를 돕기 위해” 신문법·언론중재법 판결에 대하여 설명한 내용은 이렇다.

    첫째, 헌법재판소는 위헌 주장이 제기된 34개 조문 가운데 단지 4개 조문에 대해 위헌으로 결정하고 1개 조문은 그 일부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대부분의 조문에 대한 청구는 합헌결정을 내리거나 기각 또는 각하했다.

    둘째,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 규정은 애초부터 실효성이 부족한 조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 헌재의 판결내용은 결과적으로 위헌 소송을 낸 청구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신문시장의 적용범위를 중앙종합일간지와 지방일간지, 그리고 특수 일간신문 등으로 구체화하자고 요구해온 언론시민단체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 헌재 결정문이 ‘입법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방법상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에 세부 내용을 손질하는 방향의 보완 입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판단한다.

    다섯째, 언론발전 시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자랑이 아니라 사과해야

    신문법의 제정 과정을 알거나 헌재 결정문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이라면 청와대의 이러한 해석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다. 청와대가 일부 신문을 향해 왜곡보도하고 있다면서 청와대는 마치 진실을 이야기하는 척하지만, 청와대도 헌재 결정을 왜곡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정부의 승자인 척하는 자세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고, 그 법률의 내용에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정부는 그에 대하여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이것이 국민을 두려워하는 민주정부의 자세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위헌 주장이 제기된 34개 조문 가운데 단지 4개 조문”이 위헌 결정되었다고 자랑 삼아 떠들고 있다.

    더구나 위헌 결정된 조항은 신문법을 제정하면서 내내 논쟁거리가 되었던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 조항이다. 즉 흔히 조·중·동(조선·중앙·동아)으로 일컫는 3대 신문사의 영향력을 축소하고자 의도적으로 도입한 조항이다. 처음에는 3대 신문사의 시장점유율 자체를 규제하려고 하다가 그 무모함이 지적되자 시장지배적사업자 추정 조항으로 규제의 강도를 낮추었다. 그런데도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잠재적인 피해자인 3대 신문사에 사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애초부터 실효성이 부족한 조항”이었다는 자기합리화를 시도한다.

    더욱 큰 문제는 헌재 결정문에서 청와대 구미에 맞는 표현만 읽는다는 데 있다. 문제가 된 조항에 대해 헌재는 이렇게 쟁점을 정리했다.

    “이 조항은 공정거래법과 신문법의 적용에 있어서 신문사업자를 다른 일반 사업자에 비하여 더 불리하게 차별하고 이로써 신문사업자의 자유를 제한하게 되는데 그러한 차별과 제한이 과연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리고 이 조항이 위헌인 근거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신문의 시장점유율은 발행부수뿐 아니라 신문매출액, 구독자수, 광고매출액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 평가해야 하는데도 이 조항은 단지 발행부수만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둘째, 공정거래법상 시장은 서로 대체될 수 있는 상품시장으로 한정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신문법 17조는 종합적인 뉴스를 다루는 일반 일간신문과 특정분야에 국한된 특수 일간신문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하는 등 관련시장의 범위를 부적절하게 확대했기 때문에 입법 목적을 실현시킬 수 없고 불필요하고 부적절한 규제만 보탰다.

    셋째, 신문의 발행부수는 주로 독자의 선호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해 인정되는 시장지배적 지위는 결국 독자의 개별적 정신적 정서적 선택에 따라 형성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불공정거래행위의 산물이라고 보거나 불공정행위를 초래할 위험성이 특별히 크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다. 그렇다면 신문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이 다른 상품이나 용역에 비하여 더 커서 이를 더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신문시장, 독자 선택의 반영

    이러한 세 가지 이유에서 헌재는 “이 조항이 신문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위하여 독자의 선택 결과인 발행부수의 많음을 이유로 일반 사업자보다 신문사업자를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여 규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그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단으로서의 합리성과 적정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소결(小結)을 내렸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헌재 결정문을 몇 번 읽어보아도 청와대와 같은 해석은 나오지 않는다. 청와대는 위헌 이유 중 두 번째, 즉 일반 일간신문과 특수 일간신문을 하나의 시장으로 규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내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헌법소원을 청구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이긴 것이 아니라, 시장을 종합일간지, 지방지, 특수일간지 등으로 세분하자는 일부 언론시민단체의 주장이 반영되었다고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 방법상의 문제를 고치는 방향으로 보완입법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독선적인 주장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신문법은 입법 전부터 논란을 빚었다. 신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인 2004년 한국언론법학회에서 주최한 신문법 관련 세미나.

    하지만 헌재 결정문을 마음을 비우고 읽어보면, 특히 셋째 이유와 소결에서 제시된 내용을 살펴보면 “신문은 독자가 선택하는 것이므로 발행부수가 많은 것을 이유로 공정거래법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규율할 수 없다”는 의미는 저절로 드러난다.

    그동안 신문법 제정 관련 토론회나 세미나에서 일부 언론시민단체가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 신문시장의 불공정행위였다. 현재 3대 일간지가 다른 신문보다 발행부수가 많은 것은 무가지·경품 등 불공정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며, 그래서 현재의 3강 구도는 법으로라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이 단체가 시민단체인지 의문이지만) 관계자는 신문법 관련 토론회에서 3대 신문의 불공정행위를 단골메뉴로 들고 나왔다. 그때마다 불공정거래가 있으면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면 된다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역사적 과오를 시정하기 위한 규제입법의 필요성 논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헌재는 이 문제에 대해 분명히 밝혔다.

    “설혹 신문의 보급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불공정행위가 문제된다면 이에 대하여는 이미 신문법 제10조 제2항, 제3항에서 특별히 규정을 두고 있고 독점금지와 공정거래에 관한 규정들이 따로 마련되어 있으므로 그것과 별도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더 쉽게 추정까지 할 이유는 없다.”

    신문법 10조2항은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여 구독계약을 체결·연장·해지하거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는 무가지 및 무상의 경품을 제공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이고, 같은 조 3항은 이에 따른 “불공정거래행위의 여부 및 그 처리 등에 관하여는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것이다.

    자료신고와 다양성의 관계

    결국 헌재 결정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현재의 신문시장은 독자의 선택 결과이며 현재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를 개편하려는 시도는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3대 신문을 규제하려고 달려든 일부 언론시민단체, 열린우리당, 청와대 모두 승자일 수 없다.

    그렇다고 3대 신문이 신문법 논쟁에서 승리했다고 할 수도 없다.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대부분 조항이 효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합헌 결정된 부분과 각하 결정된 부분을 나누어 보자.

    합헌 결정을 받은 신문법 조항 중 신문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조항이 16조 경영자료의 신고다. 16조1항은 신문사로 하여금 전체 발행부수 및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을 신문발전위원회에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3항은 신문발전위원회로 하여금 신고사항을 검증·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이 조항은 마치 아파트 원가공개와 비슷한 내용이다. 건설사가 부지를 얼마에 매입하여 얼마의 노무비와 자재비 등을 들여 아파트를 건설했는지 공개하라는 법률을 제정한다고 하면, 건설사가 취하는 이익이 얼마인지 금방 드러나므로 아파트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파트 소비자는 좋아하고 건설사는 울상을 짓게 된다. 마찬가지로 신문사가 몇 부를 찍어서 몇 부를 팔았으며 그 수입은 얼마인지가 드러나면 광고주는 어느 신문사에 얼마의 가격으로 광고를 내야 할지 결정하기 쉬워진다. 반면에 유가 판매부수가 적은 신문사는 그 실상이 다 드러나 광고비를 높게 받기 어려워진다.

    아파트 원가 공개나 신문사 유가 판매부수의 공개는 모두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조치다. 우리 사회가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자는 데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왜 신문사만 그 영업실적을 공개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있다. 주택처럼 국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재화로서 천정부지로 가격이 올라가는 비상적인 상황에서는 비상적인 입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문의 발행부수는 광고주에게만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설사 판매부수가 많은 것처럼 속였다고 하더라도 독자에게 손해를 입힐 만한 사유도 없다.

    그런데도 국가는 사인(私人)간의 거래-신문사와 광고주 및 신문사와 구독자-에 간섭해서 신문사로 하여금 모든 명세를 공개하라고 강요한다. 헌재는 이에 대하여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신문의 다양성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구현하기 위해”라고 대답하고 있다. 헌재 결정문에 ‘신문의 다양성’이란 용어가 많이 나온다. 이를 세어본 한 언론학자가 ‘신문의 다양성’이 28번, ‘언론의 다양성’이 15번 사용되었다는 내용으로 신문 칼럼을 썼을 정도다.

    신문발전위원회의 성급함

    우리 헌법 21조3항은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헌재는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를 “신문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하여”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다수의 신문이 존재하고 경쟁하도록 하기 위하여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성을 가지게 된다.

    현대 법치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개입은 법률로 이루어져야 하므로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즉 신문시장에 여러 종류의 신문이 존재하고 경쟁하도록 하기 위하여 신문법을 제정하는 것은 허용된다. 여기까지 헌재의 설명은 원론적인 것으로 올바른 해석이다.

    문제는 현재 신문시장에 다양성이 모자라는지와 만약 다양성이 부족하다면 이를 제고하기 위한 수단이 무엇인지를 찾는 데 있다. 우리나라처럼 신문이 너무 많아서 탈인 나라에서 신문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국가가 개입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신문법 16조 자료신고 조항으로 되돌아가면, 자료신고라는 투명성 제고가 신문의 다양성을 제고하는 데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 범인(凡人)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신문발전위원회나 신문유통원 조항에 대한 위헌 주장은 각하되었다. 헌법소원은 국민이 마지막으로 하는 구제수단이다. 보통의 경우 억울한 사정이 있으면 재판을 통해서 구제받으면 된다. 법률의 제정 같은 국가의 공권력 행사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직접 침해하고, 다른 구제수단이 없을 경우에만 헌법재판을 통하여 공권력 행사의 위헌성을 판단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신문법이 제정된 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헌법소원을 냈을 때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되리라고 판단한 헌법학자들이 있었다. 구체적인 권리침해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그것도 안 될 때 헌법소원을 내는 것이 통상의 방법이다. 다만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조항은 그러한 조항이 있는 것 자체가 언론활동을 위축시키는 직접적인 권리침해가 발생하므로 헌법소원의 적법성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었다.

    헌재는 통상의 방식을 택했다. 적극적으로 위헌성을 판단하자는 일부 소수의견이 있었지만, 다수의견은 대부분의 신문법과 언론중재법 조항에 대하여 각하결정을 내렸다. 신문발전위원회나 신문유통원과 관련된 조항이 각하 결정을 받은 이유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신문사의 어떠한 권리가 침해되었는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문발전위원회나 신문유통원이라는 조직을 두는 것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고 그 조직이 하는 일이 헌법에 위반될 수 있는데 그 일은 실제 벌어진 후 헌법소원을 낼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신문발전위원회가 신문발전기금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차별적인 집행을 하면 위헌성 시비가 재연될 수 있다. 헌재는 “신문발전위원회가 그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을 현실적으로 행사했을 때 비로소 신문사업자인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신문발전위원회는 헌재 결정이 있고 1주일이 되기도 전인 7월4일 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대상 사업자 12개사를 선정했다. 전국 일간신문으로는 신청한 6개사 중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이 지원사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적법절차의 원칙 및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재 결정의 기속력(羈束力)을 부정한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신문지배적 사업자를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조항이 위헌결정을 받아 무효가 되었는데, 3대 신문사 중에는 자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된다고 믿었거나 해당되지 않더라도 신청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싫어서 신청하지 않았을 수 있는데 신문발전위원회가 헌재 결정 후 1주일도 되지 않아 지원대상자를 선정한 것은 잘못이다. 위헌 결정으로 해당 조항이 무효가 된 만큼 새로 공고한 후 신청을 다시 받아야 했다.

    ”자기가 보기에 좋은 신문이 시장에서 선호되지 않으면, 자기 돈으로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된다. 그렇지 않고 국가의 돈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그 신문을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헌재가 간과한 점

    언론중재법의 언론중재위원회 조항은 조직규범이라는 이유로, 즉 조항 자체만으로는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헌재는 “법률에 의하여 설립된 조직이나 기구가 구체적으로 이러한 권한을 행사할 때 비로소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헌법재판소 결정은 현재의 신문시장이 독자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며 지금의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편하려는 것은 헌법상 허용될 수 없음을 확인해줬다.

    언론중재법 32조의 시정권고제도도 위헌 시비가 크게 일었던 조항이다. 시정권고 자체는 언론사에 대하여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데 그치므로 그러한 이유에서 시정권고 조항 자체는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없어 각하 결정을 받은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같은 조 5항이 시정권고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문사의 명예를 부당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서도 헌재는 실제로 공개했을 때 권리 침해가 발생하므로 그때 가서 다투라고 미루었다.

    언론의 자유란 민감한 것이어서 그러한 조항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자유로운 언론을 저해하는 위축효과를 일으키는데, 헌재가 이를 경시한 점은 아쉽다.

    이 밖에도 신문법 4조(언론의 사회적 책임), 5조(공정성과 공익성), 8조(독자의 권익보호) 및 언론중재법 4조(사회적 책임), 5조1항(인격권 보호) 등은 추상적·선언적 조항으로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되었다. 이러한 조항이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헌재는 “이 조항으로 말미암아 신문사업자인 청구인들에게 자유의 제한이나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신문발전위원회에서 이 조항을 근거로 기금지원대상자를 선정한다면, 그래서 탈락한 신문사가 선정된 신문사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하더라도 여전히 자유의 제한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헌재가 좀더 적극적으로 판단했어야 했다.

    편집권 독립 법제화

    신문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졌던 조항 중 하나가 편집권의 독립인데, 이번 헌재 결정은 앞으로의 논의에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신문법 중 편집권과 관련된 조항은 3조2항 및 3항, 6조3항, 18조 등이다. 3조2항은 “누구든지…편집에 관하여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편집권에 대하여 이 법, 즉 신문법에서 마음대로 규제할 수 있으리라는 반대해석이 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같은 조 3항은 “…사업자는 이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편집인의 자율적인 편집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편집권이 사업자가 아닌 편집인에게 있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었다.

    편집권이 사업자에게 있는지, 아니면 편집인에게 있는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아래서 중요한 문제다. 책임이 있는 곳에 권한이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 신문사의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편집권의 최종 주체이고, 그 사람이 일상적인 편집권을 편집인에게 위임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보다 사회주의적 성향이 짙은 독일에서도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태도이고 다수의 견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편집권이 기자에게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다. 사주(社主)의 부당한 압력을 배제한다는 논리 아래 편집권의 독립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그 주장이 법으로 반영된 것이 신문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3조2항은 외부세력에 의한 규제·간섭으로부터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보호하는 규정이고, 3조3항은 신문기업 내부에서 발행인과 편집 종사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규정이다. 3조2항은 외부로부터 독립을 보호하는 조항이므로 신문사가 이를 근거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을 할 수 없어 각하 판정을 받았다.

    3조3항의 내적 관계가 문제인데, 헌재는 “이 조항이 편집인 또는 기자들에게 독점적으로 ‘편집권’이라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였다거나 신문 편집의 주체가 편집인 또는 기자들이라는 것을 명시한 것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조항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도 없다”는 이유로, 즉 발행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어 각하 결정을 내렸다.

    결국 편집권의 독립과 관련해서는 열린우리당이나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신문법 18조의 편집위원회 조항은 설치 자체가 강제력이 없는 임의조항이므로 원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기 힘든 조항이다. 헌재가 각하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하다.

    공인에 대한 감시 위축

    언론중재법 중에는 그 내용이 절차규범이라는 특성 때문에 각하 결정을 받은 것도 많다. 언론중재법 30조는 언론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규정인데, 이를 토대로 법원의 재판이라는 집행행위가 있을 때 비로소 기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조항 자체를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 언론중재위원회가 하는 조정에 관한 규정인 18조2항 및 같은 조 6항도 마찬가지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조정결정을 한 뒤에야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 이는 헌법소원 제도가 가지고 있는 보충적 성격 때문에 나타난 것이지, 이들 조항이 잘 만들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언론중재법의 거의 모든 조항에 대하여 합헌 내지 각하 결정이 내려져 법이 그대로 유효하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침해는 충돌하기 쉬운데, 지금까지 그 조정은 법원이 담당해왔다. 언론중재법은 이러한 법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루아침에 인격권 쪽의 손을 들어준 법률이다.

    흔히 언론이 무책임하게 보도한다고 불평하고 언론이 진실만을 보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러한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으로 하여금 진실만을 보도하라고 하는 것은 정부나 힘있는 자들이 홍보하고 싶은 내용만 베껴 쓰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나라 법원은 미국에서 발전한 공인이론을 도입하여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을 해결해왔다. 즉 보통사람이 피해자일 경우에는 보통사람의 인격권을 중시하고, 사회 지도층이 언론보도의 대상일 때는 그 사람의 인격권보다 언론의 자유를 중시해온 것이다.

    언론중재법은 이 균형을 일시에 무너뜨리는 법이어서 걱정스럽다. 이 법률이 합헌 결정을 받았다고 국민이 승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보통사람의 인격권은 예나 지금이나 보호되고 있으며, 사회 지도층의 인격권만이 추가적으로 보호되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들의 공적 활동에 대한 언론의 감시 활동은 종전만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신문법에 국민은 없다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의 개정은 처음 법률을 제정할 때만큼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신문법에 반대하는 쪽은 이번 기회에 대폭 개정 혹은 법 자체의 폐지를 주장하고, 신문법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소폭 개정 또는 3대 신문을 더 옥죄는 내용으로 개정할 것을 주장한다. 이 논쟁은 내년 대통령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방송과 인터넷 매체를 중심으로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싶을 터이고, 한나라당은 보수층이 주 독자인 3대 신문에 기대고 싶을 것이다.

    사실 신문법이 탄생하게 된 배경도 이러한 정치적 역학관계와 상당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앞으로 전개될 개정 논쟁에는 제정 논쟁 때와 달리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따라 새로 형성된 이해관계인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발전위원회, 여기서 기금 지원을 받은 신문사, 또 받으리라고 기대하는 신문사가 신문법의 수혜자이며, 언론중재위원회가 언론중재법의 수혜자다.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존적 역학관계는 앞으로 신문법 개정 논쟁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신문법 판결 유감
    문재완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인디애나대 석·박사(법학)

    매일경제 사회부·경제부 기자, 법조팀장

    미국 뉴욕주 변호사

    단국대 법학부 교수

    現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 기획위원

    저서 : ‘순진한 상식 매정한 판결’ ‘표현의 자유 그리고 한계’ 등


    이 논쟁에 국민은 빠져 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법 제정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지 의문이다. 현재 신문시장에서 일반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신문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는가.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진보적인 신문을 보는 데 무엇이 문제인가. 보수적인 신문이 그러한 신문을 못 보도록 방해한다면, 이는 법 집행기관이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가가 개입해서 자금을 지원할 이유는 없다. 그럴 필요를 인정하더라도 모든 신문에 혜택이 돌아가는 간접적인 방법, 예컨대 기자 연수제도, 변호사 자문제도, 심층취재 지원제도 등에 발전기금이 사용되어야 한다.

    자신이 보기에 좋은 신문이 시장에서 선호되지 않으면, 자기 돈으로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면 된다. 그렇지 않고 국가의 돈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결국 남의 돈으로 그 신문을 지원하라고 하는 것은 자기만 생각한 것이지, 국민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신문법 헌재 결정에서 국민도 승자라고 보기 어렵다. 이 논쟁에 국민이 참여한 적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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