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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연 20억 버는 족집게 강사… 현직 변호사도 줄줄이 ‘과외교사’로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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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시 준비생 대다수가 ‘과외 세대’…“학원은 선택 아닌 필수”
  • ‘스터디 매니저’ 포함 5∼10명 팀 이룬 ‘귀족과외’
  • 법대 교수 강의, ‘수험 적합성’에서 전문강사에 완패
  • ‘합격 못 시키는 강사’ 찍히면 바로 퇴출
  • 독서실에서 볼펜 소리 내면 ‘경고장’…살벌해진 수험 분위기
‘대입 시장’ 뺨치는 신림동 고시학원가
‘고시 특구’로 불리는 서울 관악구 신림9동의 시계는 고시 준비생을 중심으로 돈다. 아니, 과거에는 그랬다. 요즘 고시촌 24시는 학원 강의시간을 축으로 숨가쁘게 돌아간다. 야행성 체질의 고시생들로 새벽까지 떠들썩하던 고시촌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요즘은 밤 12시만 되면 거리가 쥐 죽은 듯 조용해진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빽빽한 강의를 좇아가려면 일상의 모든 활동을 강의 일정에 맞출 수밖에 없다.

특유의 문화가 또 있다. 이곳은 입소문과 정보전, ‘보이지 않는 룰’이라는 독특한 생존방식에 지배된다. 학원과 강사 선택에서부터 먹고 자는 데 필요한 모든 생활 기반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고 입소문을 통해 퍼지면서 업소와 학원, 강사의 흥망을 좌우한다.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5년차 고시생으로 2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추모(31)씨는 “서점도 경쟁력이 있으면 커지고, 그렇지 못하면 폐업하거나 인터넷으로 터전을 옮겨야 한다. 경쟁력은 주인에 달렸다. 친절한지, 책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 초보 고시생에게 책 내용에 대해 코치해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작정하고 서점들을 순례하며 주인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고시생도 있다. 잘못 걸려들면 금방 소문나서 발길이 끊긴다. 식권이나 강의 테이프도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매물로 나온다”고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곳은 학원가다. 학원 대 학원, 강사 대 강사가 피 튀기는 생존경쟁을 벌여 승자만이 살아남는다. 한국사이버대 법학과 교수이자 신림동 학원에서 13년째 형법 강사로 활동 중인 신호진씨는 “2만명에 가까운 고시생은 줄지 않았는데 학원 수는 크게 줄면서 학원과 강사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이곳엔 2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1등과 꼴찌가 존재할 뿐이다. 100점짜리 강사와 99점짜리 강사가 있다면 수강생은 모두 100점짜리 강사에게 몰린다”며 살벌한 분위기를 전했다.

학원 관계자에 따르면 1995년 이후 해마다 사시 합격자가 수백명씩 늘면서 이른바 ‘독학 장수생’이 많이 빠져나가고 대신 그 자리를 20대 젊은 고시생이 메웠다. 학원마다 이들을 잡기 위한 경쟁이 불붙었다. 고시촌에 진출한 20대는 유아기 때부터 대학 입시까지 각종 과외에 길든 세대다. 따라서 고시공부도 학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뿐 아니라 이들은 훌륭한 강사와 커리큘럼을 한눈에 알아보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과거와 다른 까다로운 수강생을 맞으면서 학원들은 경쟁적으로 프로그램을 과학화하고 수험 적성에 맞춘 강의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정비했고, 그 결과 더욱 많은 고시생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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