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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아파트’

송파

서울 최고급·초대형 아파트 촌으로의 예약?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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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골조가 두꺼운 탓에 평면이 좁고 천장이 낮아서 답답하다는 것, 가구수가 많아 일부 가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요즘의 고급 아파트들이 기본적으로 갖춘 ‘조망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게 단점이다. ‘이렇게 좋은 아파트가 겨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거실 창을 가지고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은 지 20년이 되다보니 손볼 데가 늘어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40평형 이하의 아파트는 욕실 겸 화장실이 1개뿐이다. 아파트를 지을 무렵엔 다 그랬지만 지금은 매우 유의미한 약점이다.

88올림픽 당시 파격적이던 따뜻한 회색(Warm grey)의 아파트 벽 색깔은 화이트톤으로 새로 칠해 산뜻한 느낌이 한결 살아나는 것 같다. 조망이 좋은 아파트를 찾아내 인테리어 공사를 멋지게 하고 살면 모든 것이 풍족한 아파트라 할 수 있다.

송파의 자존심, 아시아선수촌

“툭탁, 우르릉 콱, 뻥….”

요즘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지나다보면 도처에서 이런 소음이 들려온다. 11월 한 달 동안 모든 동의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많은 38평형 입주자가 발코니를 트고 안방에 화장실을 한 개 더 만드는, ‘셀프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금은 웬만한 25평형도 화장실이 2개지만, 올림픽선수촌아파트와 마찬가지로 1986년에 아시아선수촌이 입주할 때는 38평형도 화장실이 1개였다.



최근 몇 년 새 아파트의 ‘질’에 방점을 찍는 사람이 많아지며, 특히 중산층 밀집지역에는 ‘화장실 1개’가 때로는 거래에 지장을 줄 만큼의 결격사유로 떠오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화장실이 1개인 아시아선수촌 38평형도 11월 현재 16억원을 호가한다. 여기에 화장실 1개와 약간의 인테리어 보수가 추가된 흔적이 있으면 억 단위가 더 붙곤 한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잠실의 최요충지 4만8000평에 용적률 150%, 9층에서 18층까지로 배열된 ‘도심 전원 아파트’로 불린다. 동간 거리가 넉넉한데다, 단지 안팎으로 수목이 울창하고, 2만여 평의 아시아공원을 앞마당으로 쓰고 있어 가히 국내 최고급 ‘웰빙 아파트’라 할 만하다. 20년 전에 지어진 아파트라 요즘 비슷한 수준의 주상복합이나 고급 아파트들이 갖추고 있는 디지털 보안 시설이 없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분양가 자율화와 브랜드 아파트가 생기기 전 압구정동 현대, 서초동 삼풍과 함께 ‘대한민국 20세기 빅3’ 아파트로 명성을 날렸으나 2000년경부터는 시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이는 고교 학군이 미세 조정되면서 아시아선수촌아파트의 남자 중학생들이 이때부터 대부분 잠실 2단지 내에 있는 잠신고교로 배정받기 시작한 것과 관련 있는 듯하다.

그전까지 이 아파트의 남학생들은 경기고, 영동고, 단대부고 등 강남구의 유명 고교에 배정받았다. 잠신고교는 13, 15평형으로 구성된 잠실 2단지 내 학생들이 주로 배정받았기 때문에, 38∼66평의 중대형으로 이뤄진 아시아선수촌에 사는 학부모들은 ‘문화적으로 서로 득될 게 없다’고 여겼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후 5년여가 흘렀다. 이미 잠실 2단지는 헐렸다. 지금은 12∼48평형, 주축 평형은 38·48평형인 새 아파트로 재건축 중이다. 입주 시점인 2008년이 되면 잠신고에 대한 기대수준도 당연히 올라갈 듯싶다.

비록 20년 전이지만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57·66평형 거주자에게 지하 주차장을 배정해줬다. 1대씩 자기 자리가 있고 등기까지 나와 있는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면 귀족 아파트 안에서도 황제가 된다. 단지 내 최대 평형인 66평형은 올 들어서만 10억원이 올라 30억원을 호가한다.

‘올드 잠실’과 ‘뉴 잠실’

저녁 7시면 잠실역 롯데캐슬골드 아파트 앞에는 200m가 넘는 긴 행렬이 늘어선다. 대성리, 마석, 도농까지 가는 1115번 좌석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잠실은 1970년까지 섬이었다. 1945년까지 뽕나무밭이던 잠실은 1950년대에 들어 오이 배추 땅콩 참외밭으로 바뀐다. 그 무렵까지 360만평의 ‘잠실도(島)’에는 200가구가 살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동과는 신천강으로, 삼전동과는 송파강을 경계로 나누어졌다. 여름이면 강물이 넘쳐 상습 침체구역이던 잠실도는 1971년 2월 매립공사를 통해 육지가 된다. 드문드문 조각나 있던 주변 섬과 강까지 메워져 750만평의 공유수면 매립지가 됐고, 아파트 분양이 러시를 이루며 새로운 개발지가 됐다. 예전 ‘잠실도’ 시절에 볼 수 있었던 강의 흔적을 지금의 석촌호수에서 어렴풋이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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