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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IMF 사태’ 10년

김우중과의 대화

“제국경영 비전은 오만 때문에 실패했다”

  • 김 윤 경제세계화포럼 대표 ky0213@yahoo.co.kr

김우중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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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위기 전, GM에 지분 팔아 미국 끌어들이려 했다”
  • “새로운 경제질서 만들려고 하니 강대국이 태클”
  • “김 회장에게 배우라”…DJ 호통에 돌아선 관료들
  • “관료들을 너무 몰랐어…그렇게 뒤통수 칠 줄이야”
  • “나가라니까 나갔지…들어오겠다 해도 오지 말라는 거야”
  • “세계 각국 엘리트 네트워크, 내가 물려줘야 하는데…”
김우중과의 대화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를 독대하고 있는 김우중 당시 대우 회장.

1995년 10월 말, 서울 남산의 힐튼호텔 지하 중식당. 나를 비롯한 11명의 동료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은 지 5분쯤 지났을까. 얼굴 가득히 미소를 머금고 하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다들 내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궁금하지?”

“자동차 사업은 키워야겠는데 노조가 자꾸 말썽을 부리니까 노무관리 차원에서 저희 같은 운동권 출신을 뽑아 활용하려는 것 아닙니까?”

“운동권 출신을 현장에 배치해 파업 때마다 써 먹는다? 솔직히 전면 부정할 생각은 없네. 그러나 그건 지나치게 좁은 시각이야. 자네들이 민주화운동 할 때 나는 밥 먹는 시간 아끼고 잠자는 시간 줄이며 수출보국 일념으로 청춘을 바친 사람이네. 자네들만 애국자가 아니야. 아무튼 나는 누가 뭐래도 자네들을 높이 평가하네. 젊은 사람이 정의감과 열정이 없다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투사에서 프런티어로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자네들도 잘 알다시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어. 소련이 해체되자 동유럽 지역이 요동을 치고 있네. 다녀보니 온 세상에 일거리야. 자네들이 비판하듯 우리나라 재벌구조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 하지만 문제가 있으면 같이 해결해 나가면 될 것 아닌가.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하다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 시간이 없네. 이제는 나랑 손을 맞잡자고….”

당시 김우중 회장은 모든 기업의 채용 기피 대상 1호이던 운동권 출신을 100여 명이나 채용했다. 압축 경제성장을 일궈낸 주역의 비전과 목표에 민주화운동 세대가 공감하고 의기투합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나는 바로 다음날부터 재벌과의 전면전도 불사하던 투사에서 세계경영의 프런티어로 변신했다. 1995년 11월 대우자동차에 입사하자마자 생산현장에 배치돼 1년6개월 동안 일하다가 1997년 6월부터 세계경영기획팀장으로 경영혁신운동과 글로벌 전략을 수립했다.

대우의 세계경영은 간단하게 평가할 수 없다. 370개의 현지법인과 140개의 현지지사가 동원돼 자동차, 전자, 중공업, 무역,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그 전모를 살펴본다는 것은 나의 경험과 능력을 벗어난 일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크라이나 현지 합작법인 주재원으로 일한 1997년 12월부터 2000년 2월까지의 체험과 그 후 베트남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김우중 회장을 여러 차례 만나 나눈 얘기를 바탕으로 세계경영의 의미와 좌절의 원인을 살펴보려고 한다.

동유럽과 GM의 동상이몽

대우는 1990년대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뒤 체제전환기에 있던 폴란드, 루마니아, 우크라이나의 국영 자동차공장을 인수했다.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모두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었다. 경제활동의 무대였던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면서 준비 없이 자본주의 질서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미래를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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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제세계화포럼 대표 ky0213@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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