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호

영어의 Trouble Maker, 관사를 정복한다!

  • 이윤재 번역가, 칼럼니스트 yeeeyooon@hanmail.net

    입력2007-01-16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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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의 Trouble Maker, 관사를 정복한다!
    암스트롱의 잃어버린 ‘a’

    That’s one small word for astronaut Armstrong, one giant revision for grammar sticklers everywhere(그것은 우주 비행사 암스트롱에게는 하나의 작은 단어이지만, 문법에 까다로운 사람에게는 커다란 정정(訂正)이다).

    2006년 10월1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발(發) AP통신은 ‘Software finds missing ‘a’ in Armstrong’s moon quote(암스트롱이 달에서 한 말 중 실종됐던 ‘a’를 소프트웨어가 찾아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1969년 7월20일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역사상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암스트롱은 미 해군조종사로 6·25전쟁에서 78회에 걸쳐 전투임무(combat mission)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지구인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일보(一步)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비평가들은 그의 말이 문법적으로 부정확하다면서 암스트롱 자신을 지칭하는 한 사람은 man이 아닌 a man이 옳다고 지적했다. man이라고만 하면 ‘인류에게는 작은 일보이지만 인류에게는 거대한 도약’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호주 시드니의 컴퓨터 회사 Control Bionics의 프로그래머 포드(Ford)는 NASA 웹사이트에서 암스트롱의 음성녹음을 내려받아 컴퓨터를 이용한 첨단 음성분석 기법으로 암스트롱의 말 속에서 잃어버린 ‘a’를 찾아냈다. 포드는 “I found evidence that the missing ‘a’ was spoken and transmitted to NASA(잃어버린 ‘a’는 발성됐으며 NASA로 전송됐다는 증거를 찾았다)”라고 말했다. 암스트롱의 명언을 둘러싼 문법 논란이 컴퓨터 과학의 도움으로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I intended to say it properly and believes I did(나는 그것을 정확하게 말하려 했고, 그렇게 했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해왔던 암스트롱은 이 소식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I have reviewed the data and Ford’s analysis of it, and I find the technology interesting and useful, I also find his conclusion persuasive. Persuasive is the appropriate word(나는 이에 관한 자료와 포드의 분석을 검토했으며 그 기술이 재미있고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포드의 결론이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persuasive(설득력 있는)는 적절한 단어다).”

    포드는 암스트롱이 ‘One small step for a man’부분에서 부정관사 ‘a’를 35ms(밀리세컨드, 1ms는 1000분의 1초)로 발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인간이 청취할 수 있는 속도보다 10배 이상 빨라 결과적으로 지구인의 귀로는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영어 강세의 기능과 중요성

    사실 이런 현상은 일상에서도 나타난다. ‘Excuse me!(미안합니다!)’ ‘Emergency landing!(불시착이다!)’ 등도 ‘큐즈 미’ ‘머전시 랜딩’으로 들릴 정도로 [eks]와 [i]가 빨리 발음된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우 왜 그토록 빨리 흘려 발음하는가.

    한국어는 음절수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언어(syllable-timed language)이고, 영어는 강세수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언어(stress-timed language)이다. 한국어는 음절 하나하나의 길이가 같아서, 한 문장을 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음절의 숫자에 비례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한 문장을 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강세(stress)의 숫자에 비례하고 음절수와는 상관이 없다. 음절의 숫자가 서로 다른 문장이라도, 강세의 숫자가 같으면 같은 길이로 발음된다.

    우리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하면, 글자 하나가 한 음절이니까 6박자가 되고, “안녕”이라고 하면 2박자가 되어 두 문장을 말하는 데 6대 2의 시간차가 난다. How are you?(3음절)와 Howdy!(2음절)를 우리말식으로 말하면 음절수에 따라 3대 2의 시간차가 나겠지만, 원어민은 두 문장의 길이를 같게 발음한다. 강세를 받는 음절이 각각 하나씩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 강하게 발음하는 품사는 내용어(Content Word)라고 하고, 약하게 발음하는 품사는 기능어(Function Word)라고 한다. 의사 전달의 핵심어라 할 수 있는 내용어에는 명사, 형용사, 동사, 부사, 의문사, 지시사, 감탄사 등이 속한다. 기능어는 전치사, 접속사, 관사, 조동사, 인칭대명사, 부정대명사, be동사, have동사 등 보조단어이다. 기능어는 독자적인 음의 영역을 갖지 못하고 내용어에 동화되어버린다. Mary and Jane are sisters(메리은 / 제인어 / 씨스터즈).

    [h]와 부정관사의 관계

    원어민은 herb(풀)를 [:rb], humble(겸손한·비천한)을 [∧mbl]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h·흐]를 기식(氣息)음이라 한다. 영어로는 audible breath(들을 수 있는 숨소리) 또는 aspirate·aspiration이라고 한다. 라틴어에서는 기식음 [h]가 키케로 시대부터 사라지기 시작했으며, 프랑스어에서도 아주 오래전 사라져 프랑스어에는 자음 [h]가 없다.


    vehicle(차량)과 forehead(이마)의 h는 발음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형용사 vehement(격렬한)와 명사 vehemence(격렬)의 h는 발음하지 않는다. 반면 동사 exhibit(전시하다), prohibit(금지하다), exhilarate(기분을 들뜨게 하다)의 h는 발음한다. 명사 exhibition(전시), prohibition(금지), exhilaration(들뜸)의 h는 발음하지 않는다.

    hour(한 시간)의 경우는 첫 기식음(initial aspirate) [h] 없이 발음한다. 이 경우는 기왕에 확고하게 묵음으로 처리되어 이론의 여지없이 an hour이다. human being의 경우, [h]를 발음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발음하지 않을 경우 첫 발음은 [ju:]가 된다. [j]는 모음과 자음의 중간에 있는 음으로 ‘반모음’이라고 하는데 자음에 속하기 때문에 a human being이 된다.

    문제는 기식음 [h]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경우 부정관사와의 관계다. history는 앞 음절에 강세가 있어 [히스토리]라고 분명하게 발음하지만 형용사 historian·historic·historical의 경우는 두 번째 음절 [to]에 강세가 있어 [h]가 약한 자음(soft consonant)이 되는가 하면 Cockney English(런던 토박이 영어)에서는 ‘h’가 항상 묵음이다. historian(역사가), historic event(역사적 사건), historical novel(역사 소설)에는 [a]가 아니라 [an]을 붙여야 한다는 문제로 발전하는 것이다. 실제로 원어민의 대화에서 [an]을 붙이는 경우를 적잖게 경험하게 되며, 그렇게 표기하는 경우도 많다. 2006년 10월9일 BBC News의 ‘North Korea claims nuclear test(북한 핵실험 주장)’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자.

    When it announced the test, KCNA described it as an “historic event that brought happiness to our military and people”. It said the test would maintain “peace and stability” in the region and was “a great leap forward in the building of a great prosperous, powerful socialist nation(조선중앙통신은 핵실험 소식을 알리며 “우리의 군대와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역사적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 실험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주고, “번영하는 강력한 대(大)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커다란 도약”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KCNA(Korean Central News Agency)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Webster’s Third New International Dictionary’에서도 영국의 ‘The Times Literary Supplement(타임스 문예부록)’에서 뽑은 ‘an historian and not a mere chronicler(단순한 연대기 작가가 아닌 역사가)’라는 구절을 예로 들고 있다. 미국인은 이런 식의 표현을 영국식(British)이라거나 ‘an attempt to sound educated or superior(교양 있게 들리게 하거나 우월하게 보이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기식음 h의 발음과 부정관사의 관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언어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형된다는 사실이다.

    a와 the, 이렇게 다르다

    문장이 얼마나 정교한가는 관사를 보면 판단할 수 있다. 관사가 문장의 마지막 손질이기 때문이다. 네이티브 스피커들도 문서를 작성할 때 관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정관사는 지시대명사(that)가, 부정관사는 1(one)을 표시하는 수사(數詞)가 약화된 것이다. on the dot(그 점에→정각에)와 to a dot(하나의 점까지→완전히·철저히)를 비교해보면 감이 잡힌다.

    영어의 Trouble Maker, 관사를 정복한다!

    1969년 7월20일 달에 첫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이 한 말 중 사라진 ‘a’가 최근 확인됐다.

    ‘내가 결정권자다’를 영어로 하면 ‘I am the(혹은 a) decision maker’다. 이때 the가 붙으면 조직 내 의사 결정권자가 나 한 명이라는 의미이고, a가 붙으면 여러 명의 의사 결정권자 중 한 명이라는 의미가 된다. 2006년 4월18일자 BBC News는 이렇게 전한다.

    President George W. Bush has backed his Defence Secretary, Donald Rumsfeld, against calls from former generals for him to resign. “I’m the decider and I decide what’s best. And what’s best is for Don Rumsfeld to remain,” Mr Bush said(부시 대통령은 전직 장성들로부터 사임하라는 압력을 받은 럼스펠드를 옹호했다. “나는 결정권자이며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럼스펠드가 유임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부시는 말했다).

    부정관사는 미지(未知)의 것이라는, 정관사는 기지(旣知)의 것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한다. (1)화자(speaker)는 알지만 청자(listener)가 모르는 경우, I wrote a book(나는 책을 썼다). (2)화자는 모르지만 청자는 아는 경우, I am told that you wrote a book(네가 책을 썼다더군). (3)화자와 청자 모두 모르는 경우, I picked up a book on a road(길바닥에서 책을 주웠다). (4) 화자와 청자 모두 아는 경우, I have already read the book which you gave me(네가 나에게 준 그 책을 이미 읽었다).

    Young women of today want the man-made world to be a woman-made one, where they can decide what is good for them(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은 남자가 만든 세상이 여자가 만든 세상이 되길 원한다. 그 세상에서는 그들에게 좋은 것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the는 앞에 나온 것을 받는다. ‘The Great Gatsby(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피츠제럴드(F. Scott Fitzgerald)의 말 중에 이런 것이 있다. First you take (1)a drink, then (2)the drink takes (3)a drink, then (4)the drink takes you(처음에는 네가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마시고, 다음에는 술이 너를 마신다). (2)가 (1)을 받고, (4)가 (3)을 받는다.

    뒤에 나온 것을 받는 경우도 있다. That’ll take (1)the edge off (2)your hunger(그것이 너의 배고픔의 언저리를 떼어내줄 것이다→그것이 너의 시장기를 줄여줄 것이다). (1)이 (2)를 받는다.

    영화 ‘RoboCop(로보캅)’은 막강한 능력의 사이보그(cyborg←cybernetic +organism)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전근해 온 여자경관 루이스(Nancy Allen 분)가 로보캅(Peter Weller 분)에게 “Do you have a name? Don’t you have a name?” 하고 묻자 로보캅은 기분이 나쁜 듯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가 ‘What’s your name?”이라고 묻자 “Murphy(머피)” 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앞 문장의 ‘a name’은 이름이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묻는 질문의 형태이고, 뒷 문장은 당연히 이름이 있을 거라는 전제하에 나온 질문이다.

    한국인이 ‘I’m looking for my job’이라고 하는 걸 들으면 네이티브 스피커는 배꼽을 잡는다. 영어에서 소유격은 Did you see my English book?에서처럼 이미 ‘나에게 속해 있는 어떤 것(something that already belongs to me)’에 대해 말할 때만 사용한다. 그러니 원어민으로선 ‘이미 갖고 있는 직업을 구한다’는 식의 표현이 우스울 수밖에 없다. 직업을 구하고 있다면 I’m looking for a job이라고 말해야 한다. 영어에서 소유격은 이미 자기 소유가 된 기정(旣定)의 것에만 붙이며, 미정(未定)의 것에는 부정(不定)관사를 붙인다.

    소문난 a bird / the grapevine / the horse’s mouth

    ‘소문으로 들었다’를 영어로 ‘A little bird told me’나 ‘I heard a little bird sing so’라고 표현한다. ‘지나가는 새 한 마리’라는 뜻으로 bird 앞에는 부정관사를 붙인다.

    A: A little bird whispered in my ear that Robert will be fired soon. You must not tell anybody(소문으로 들었는데, 로버트가 곧 해고될 거래.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마).

    B: All right. My lips are sealed(그래, 입을 봉하고 있을게).

    이 표현은 이야기의 출처를 밝히기 곤란한 상황에서 주로 사용하며, 대개 Keep it to yourself!(너만 알고 있어야 해!)나 Keep it secret!(비밀로 해!)가 뒤따른다.

    이러한 표현의 어원(etymology)은 전도서(Ecclesiastes) 10장20절이다. Do not revile the king even in your thoughts, or curse the rich in your bedroom, because a bird of the air may carry your words, and a bird on the wing may report what you say(심중(心中)에라도 왕을 저주하지 말며 침방(寢房)에서라도 부자를 저주하지 말라, 공중의 새가 그 말을 전하고, 날짐승이 그 일을 전파할 것이니라).

    또 다른 표현을 보자. ‘그것을 소문으로 들었네’를 ‘I have (got) it by hearsay(=I know it by hearsay)’라고 하거나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이라고 한다. grapevine은 grapevine telegraph(포도나무 전보)의 약칭으로 the telephone이나 the computer처럼 일종의 시청(視聽) 관련 발명품으로 간주해 정관사를 붙인다. 그럼 어떻게 해서 grapevine telegraph가 소문을 뜻하게 됐을까.

    First came the telegraph, then the grapevine. In fact, one led to the other. This would seem to reverse the natural order, in that Mother Nature grew grapevines long before Samuel Morse strung the first telegraph wire from Washington to Baltimore in 1844. The phrase provided a wry comparison between the twisted stems of the grapevine and the straight lines of the then new electric telegraph marching across America(telegraph(전보)가 생긴 다음에 the grapevine(유언비어·포도덩굴)이란 말이 나왔다. 사실 전자가 후자를 초래했다. 이것은 자연의 질서를 역행한 듯하다. 왜냐하면 새뮤얼 모스가 1844년, 워싱턴과 볼티모어 사이에 최초의 전신선을 가설하기 훨씬 전부터 대자연에 포도나무가 자랐기 때문이다. 유언비어(the grapevine)는 당시 미국을 가로지른 곧은 전신선과 배배 꼬인 포도덩굴을 비딱하게 비교한 것이다).

    The telegraph was the marvel of the 1840s vastly improving the speed of communication between communities. In comparison, the grapevine telegraph was by individual to individual, often garbling the facts or reporting untruths, so reflecting the gnarled and contorted stems of the grapevine(전보는 지역 간 통신 속도를 엄청나게 향상시킨 1840년대의 기적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포도덩굴 전보(소문)는 포도나무의 꼬이고 비틀어진 줄기를 반영하듯 사실을 왜곡하기도 하고, 거짓을 전하기도 했다).

    While the telegraph is long gone, the grapevine(the person-to-person communication) that preceded it is still going strong in this era of instant electronic communication, circulating news, gossip, and rumor in an organization or community outside of official cha-nnels(전보가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입소문은 오늘날의 찰나(刹那)적인 전자통신시대에도 공식 채널 밖에서 조직이나 집단에 뉴스, 가십, 그리고 루머를 유포하며 여전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I got it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 that Vivian would get a divorce(비비안이 이혼할 거란 소식을 믿을 만한 사람한테서 직접 들었어). 본인에게서 직접 들었을 때나 믿을 만한 소식통(safe source)으로부터 들었을 때는 ‘hear straight from the horse’s mouth’라고 표현한다. 특정의 마(馬)라는 개념으로 정관사를 붙인다. 이 말의 어원은 경마장 정보제공자(racetrack tipster)가 내기꾼(bettor)에게 ‘I have gotten the information from the horses themselves and the info is the correct!(말에게서 직접 들은 정보가 있네, 그러니 그만큼 정확할 수밖에!)’라고 하며 호언장담한 데서 비롯됐다(the correct에서 the는 부사로 ‘그만큼’이라는 의미이다).

    책임지는 ‘the buck’

    ‘The buck stops here’는 ‘최종권한(final authority)은 내게 있다’→‘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는 의미로 buck에는 the를 붙인다.

    이 표현은 미국 제33대 대통령 트루먼으로 인해 널리 알려졌다. 그의 집무실 책상에는 ‘The BUCK STOPS Here!’라는 표찰(desk sign)이 놓여 있었다. 호두나무 대(臺)를 붙인 채색유리로 되어 있고 뒷면엔 ‘I’m from Missouri’라고 씌어 있었다.

    이 표찰은 그의 친구인 미주리주 서부지역 연방보안관 Fred M. Canfil이 포커게임을 즐기는 트루먼에게 보낸 선물이다. 트루먼 도서관(the Truman Library)을 방문하면 트루먼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모습을 그대로 복원해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책상 위에 이 표지판이 놓여 있다. 물론 복제품이다. 진품은 카터 대통령의 요구로 백악관에 되돌아왔다. 트루먼은 1953년 1월 이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The President - whoever he is - has to decide. He can’t pass the buck to anybody. No one else can do the deciding for him. That’s his job(대통령은, 그가 어떤 사람이건 간에 결정을 해야 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그 누구도 그를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결정은 대통령이 할 일이다).”

    영어의 Trouble Maker, 관사를 정복한다!

    D.H. 로렌스의 대표작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는 신체 부위명 앞에 the를 쓰는 문장이 많이 들어 있다.

    The buck stops here라는 표현은 ‘pass the buck’이라는 표현에서 유래했다. 이 말은 1865년경에 포커 은어(poker jargon)로 처음 생겨났다. 카드놀이를 할 때 카드 패를 돌리는 것을 dealing이라고 하며 dealing 하는 사람을 dealer라고 한다. 그리고 dealer 앞에 놓는 패를 buck이라 한다. dealing을 원치 않으면 buck을 다음 player에게 넘김(passing)으로써 책임을 전가하면 된다. 서부개척 시절 이 buck(패)으로 1달러 은화가 사용됐다. buckshot(사슴 사냥용 알이 굵은 산탄)이나 buck horn(사슴뿔) 손잡이로 된 주머니칼을 쓰기도 했다. Webster사전은 buck이 ‘buckhorn-handled knife’를 줄여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pass the buck’의 의미가 발전하여 ‘shift responsibility to another person, especially one higher in the organizational chain of command(다른 사람, 특히 명령 조직도상의 상급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다)’란 의미로 사용된다. the buck은 책임을 뜻하며, ‘buck passer’는 ‘사사건건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A: I keep getting runaround(계속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했어요).

    B: Did you speak to the clerk(직원한테 말해봤어요)?

    A: She sent me to another clerk(또 다른 직원에게 나를 보내더라고요).

    B: Was she able to help you(그 사람은 도와주던가요)?

    A: No. She sent me to you(아니오. 당신한테 보내더군요).

    B: I am the manager(제가 관리자입니다).

    A: Are you passing the buck? (당신도 책임을 회피할 건가요)?

    B: No, the buck stops here(아닙니다, 제가 책임질게요).

    신체 부위 앞에 쓰는 the

    You hit me!와 You hit my head!는 어떻게 다를까. 전자는 의미의 중점이 피해자의 인격 전체에 있고, 후자는 의미의 중점이 피해자의 신체 일부분에 있어 ‘왜 하필이면 머리냐’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합친 의미가 ‘You hit me on the head!’다. 이 표현법은 우리말에는 없는 영어만의 표현이다. the는 소유격 my를 대신한다.

    ‘그는 그녀의 입에 키스했다’를 영어로 표현해보자. (1)He kissed her mouth. (2)He kissed her on the mouth. (3)He kissed her into the mouth. (1)은 목적어가 her mouth로, 단순히 그녀의 신체 일부분인 입에 키스했다는 의미이고, (2)·(3)은 입을 접촉·교감(交感)하여 그녀의 인격 전체에 키스한다는 의미로 (1)보다 함축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한 (3)은 전치사 into로 인하여 (2)보다 더 열정적인 키스(deep kiss·soul kiss·french kiss)를 뜻한다. 영국의 소설가 D. H. 로렌스(Lawrence)의 장편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Lady Chatterley’s Lover)’의 묘사를 보자.

    She felt the sudden force of his wanting her again. ‘No, I must run,’ she said, a little wildly. ‘Ay,’ he replied, suddenly changed, letting her go. She turned away, and on the instant she turned back to him saying: ‘Kiss me.’ He bent over her indistinguishable and kissed her on the left eye. She held her mouth and he softly kissed it, but at once drew away. He hated mouth kisses(그녀는 그가 다시 그녀를 원하고 있다는 강한 유혹을 느꼈다. ‘아니에요, 급히 가야 해요’라고 약간 거칠게 말했다. 그는 ‘그래요’ 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그녀가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녀는 몸을 돌렸으나 갑자기 되돌아서서 ‘키스해줘요’라고 말했다. 그는 (어둑어둑하여) 잘 보이지 않는 그녀를 향해 몸을 구부려 그녀의 왼쪽 눈에 키스했다. 그녀가 입을 그의 입에 갖다 대자 그가 부드럽게 키스했다. 그러나 곧 몸을 뒤로 뺐다. 그는 입에다 여러 번 키스하는 것을 싫어했다). *he held her mouth 다음에 to his mouth가 생략돼 있다.

    ‘그는 그녀의 손에 키스했다’를 영어로 표현할 경우엔 주의할 점이 있다. ‘He kissed her hand’라고 하지 ‘He kissed her on her hand’라고 하지 않는다. 남자가 여자의 손에 키스하는 것은 인격 전체에 대한 의례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시 ‘채털리 부인의 연인’의 한 대목을 보자.

    He was a curious and very gentle lover, very gentle with the woman, trembling uncontrollably, and yet at the same time detached, aware, aware of every sound outside. To her it meant nothing except that she gave herself to him. And at length he ceased to quiver any more, and lay quite still, quite still. Then, with dim, compassionate fingers, she stroked his head, that lay on her breast. When he rose, he kissed both her hands, then both her feet, in their suede slippers, and in silence went away to the end of the room, where he stood with his back to her(그는 호기심이 강하고 온화한, 특히 그 여인에게 아주 온화한 연인이었다. 그는 걷잡을 수 없이 떨었다. 그러나 동시에 바깥의 온갖 소리를 의식하고 신경 쓰면서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이것은 그녀가 그에게 자신을 준다는 것 외에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았다. 드디어 그는 더 이상 떨지 않았고 아주 조용히 아주 고요히 누웠다. 그러자 그녀는 (어둑어둑하여) 희미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가슴 위에 있는 그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두 손에 키스하고, 스웨이드 실내화를 신은 그녀의 발에 키스했다. 그러고는 조용히 방 끝으로 가서 그녀를 등지고 섰다).

    When just three years old, Braille was playing in his father’s small leather-making shop. While picking up a tool with a sharp point, he fell on it, blinding himself in both eyes(브레일은 세 살 때 아버지의 조그마한 가죽 제조공장에서 놀고 있었다. 그는 끝이 예리한 연장을 들다가 그 위로 넘어져 양쪽 눈이 멀었다).

    ‘그 안과 의사는 (진찰하기 위해) 나의 눈을 들여다보았다’를 영작하면 The eye doctor looked me in my eyes보다 ‘The eye doctor looked in my eyes’가 적절하다. 안과의사의 관심은 인격 전체보다는 오직 눈에 있기 때문이다. * Braille은 15세 때 브레일식 점자(點字)법을 고안한 프랑스인이다.

    the를 활용한 은유적 표현

    늪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친구를 구출하기 위한 비스마르크(Bismarck)의 소름끼칠 정도의 냉철한 지혜를 보자.

    Bismark cried, “Keep quiet, I cannot take correct aim. In order to put you at once out of misery I must shoot you through the head!” The man thought only of dodging Bismark’s bullet, and he struggled so violently that finally, by almost superhuman effort, he rescued himself(비스마르크는 소리쳤다, “가만히 있어, 제대로 겨냥할 수가 없잖아. 당장 단말마(斷末魔)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자네의 골통을 관통시켜야겠어.” 그 사람은 비스마르크의 총알을 피해보자는 일념뿐이었다. 그러고는 아주 격렬히 몸부림쳤다. 마침내 그는 거의 초인적인 분투로 살아났다).

    hold someone by the bu-tton(누구의 단추를 붙들어 잡다. 누구를 못 가게 붙잡아놓고 말동무 삼다). 여기에서 buttonhold(마지못해 듣는 사람의 단추를 붙잡고 긴 이야기를 하다)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Never hold anyone by the button or the hand in order to be heard out; for if people are unwilling to hear you, you had better hold your tongue than them(자기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도록 하기 위해 누군가를 붙들어 잡지 마라;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그들을 붙드느니 차라리 혀를 붙드는 게 낫다). 18세기 영국의 귀족 체스터필드(Chesterfield)가 한 말이다.

    이 표현은 사람에만 국한되지 않고 동물에게도 두루 쓰인다. ‘Don’t look a gift horse in the mouth(선물로 받은 말의 입 속을 들여다보지 마라)’는 ‘선물로 받은 물건에 대해서는 흠을 잡지 마라(Don’t complain about something that is given to you)’고 충고할 때 쓰는 은유적 표현이다. ‘The New Dictionary of Cultural Literacy’는 이렇게 설명한다.

    Don’t question the value of a gift. The proverb refers to the practice of evaluating the age of a horse by looking at its teeth. This practice is also the source of the expression “long in the tooth,” meaning old(선물이 ‘좋다’ ‘나쁘다’ 말하지 마라. 이 속담은 말의 치아상태를 봄으로써 말의 나이를 가늠하는 관습에서 생겨났다. ‘long in the tooth’가 ‘나이 먹은’을 의미하게 된 것도 이 관습에서 비롯됐다).

    ‘take the bull by the horns(황소의 뿔을 잡다)’는 ‘용감히 난국에 맞서다(meet the difficult situation bravely)’ ‘정면 대응하다’라는 의미이다. Let’s take the bull by the horns and get the job done(정면 돌파해서 일을 해냅시다).

    이 표현은 사물에도 두루 쓰인다. Take time by the forelock(기회의 앞머리를 잡아라)은 (1)기회를 놓치지 마라(Don’t let slip an opportunity) (2)빨리 결정적으로 행하라(act quickly and decisively)는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에서 ‘time’은 시간이 아니라 ‘시기’ ‘기회’를 뜻한다. 비슷한 표현으로는 Gather the rosebuds while you may(장미꽃 봉오리를 모을 수 있을 때 모아라), Make hay while the sun shines(해가 비추는 동안에 건초를 말려라), Strike while the iron is hot(쇠는 달았을 때 두들겨라, 쇠뿔도 단김에 빼라)가 있다. ‘The Story of William Tell’의 한 토막을 보자.

    Tell fitted the arrow to his bow. He took aim, and let it fly. The boy stood firm and still. He was not afraid, for he had all faith in his father’s skill. The arrow whistled through the air. It struck the apple fairly in the center(Tell은 화살을 활에 끼웠다. 목표물을 겨냥한 다음 화살을 날렸다. 소년은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활 쏘는 솜씨에 확신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화살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화살은 사과의 중심을 정통으로 맞혔다).

    한자의 月과 닮은 the

    한자 月은 달(moon)을 의미하지만 변(邊)으로 사용되면 몸(body)이나 살(meat)을 뜻한다. 이때의 月은 ‘육달월변’이라 부른다. 肉(고기 육)의 변형이다. 신체의 각 기관이나 부분의 명칭은 모두 月변으로 되어 있다. 폐(肺), 간장(肝臟), 늑막(肋膜), 갑골(胛骨), 배태(胚胎), 비위(脾胃), 뇌수(腦髓), 복막(腹膜), 방광(膀胱), 간담(肝膽), 위장(胃腸), 신장(腎臟), 지방(脂肪) 등등.

    영어에서는 인간의 심신(心身) 앞에 the를 붙인다. The soul and the body are one(심신은 하나이다). Reading is to the mind what food is to the body(음식은 육체의 양식이고,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In music one must think with the heart and feel with the brain(음악은 가슴으로 생각하고 머리로 느껴야 한다). ‘Youth’란 시로 유명한 미국 시인 새뮤얼 울만(Samuel Ullman)은 ‘Years wrinkle the skin, but to give up enthusiasm wrinkles the soul(세월이 피부를 주름지게 하지만,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한다)’이라고 말했다.

    the는 소유격의 대용어이다. 그 증거를 성경에서 찾을 수 있다. 고린도 후서(Second Corinthians) 12장7절에 나오는 ‘내 몸의 가시’가 새국제성경(NIV)에서는 ‘a thorn in my flesh’라고 되어 있고, 킹제임스성경(KJV)에서는 ‘a thorn in the flesh’라고 되어 있다.

    * NIV(New International Version): 1978년 미국에서 번역된 영문성서. KJV(King James Version): 1611년 잉글랜드 왕 제임스 1세가 명령하여 완성된 흠정(欽定)역 성경.

    잉글랜드 왕 제임스(James) 1세(스코틀랜드 왕으로서는 제임스 6세)는 1604년에 영국 의사회의 도움을 받아 ‘A Counterblast to Tobacco(담배에 대한 강력한 반대)’라는 책을 출간했다. A custom loathsome to the eye, hateful to the nose, harmful to the brain, dangerous to the lungs(이 습관은 눈에 거슬리고, 코에 지긋지긋하고, 뇌에 해롭고, 폐에 위험하다). 그렇다고 the가 인체에만 쓰이는 건 아니다. Fish begins to stink at the head(생선은 머리부터 썩기 시작한다(국가나 사회의 부패와 연관해 비유한 말)).

    형용사를 명사로 바꾸는 the

    시저의 요청으로 성직자들이 동물 한 마리를 산 제물로 바쳤는데 절개해보니 심장이 없었다. 그들은 시저에게 집을 나서지 말라는 전갈을 보냈다. 이 날이 예언자(soothsayer)가 이미 경고했던 운명의 그 날 ‘the ides of March(3월15일)’이다. 시저는 이렇게 말한다.

    “Cowards die many times before their deaths; The valiant never taste of death but once. Of all the wonders that I yet have heard, It seems to me most strange that men should fear; Seeing that death, a necessary end, Will come when it will come(겁쟁이는 죽기 전에 여러 번 죽지만 영웅은 오직 한번 죽을 뿐이다. 죽음이란 필연적인 것이어서 그것이 올 때 오는 법인데도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모든 놀라운 이야기 중 가장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어의 Trouble Maker, 관사를 정복한다!
    이윤재

    1949년 전남 보성 출생

    중앙대 영문과 졸업

    현대건설 해외업무 담당

    중앙대, 숙명여대, 한양대, 동국대 강사

    現 한반도 영어공학연구원 원장


    이 말에서 the valiant(용감한 사람들)는 Cowards(비겁한 사람들)에 대칭되는 복수보통명사 기능을 한다. ‘the+형용사’가 복수보통명사가 되는 변천 과정은 이렇다. those who are high(고귀한 사람들)→those high→the high(=high people). those가 관계대명사의 선행사로 사용되면 ‘~한 사람들’이란 의미가 된다. those who say happiness(행복을 말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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