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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취재

‘민주화 20년’ 맞는 고려대 사학과 87학번의 인생 변주곡

“자본이 푼돈 빼앗고 권력이 얕잡아 보면 언제든 다시 거리로 뛰어들 것”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민주화 20년’ 맞는 고려대 사학과 87학번의 인생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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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고사 1세대…1987년 고려대 논술문제 ‘평등에 대해 논하라’

‘삶의 방향타’ 강만길 교수 “역사는 강의실이 아니라 거리에 있다”

광주항쟁 화보집 ‘죽음을 넘어 사선을 넘어’가 운동권 입문서

당시 주사파 문과대 학생회장은 비리로 구속된 청와대 행정관

시위 권하는 교수들, 입학 1년 만에 전공과목 첫 시험 본 신입생들

고향 부모님 호통 “데모 안 하고 왜 내려왔냐, 우리도 하는데!”

DJ ‘비판적 지지’ 놓고 사분오열된 동기들

사학과 최고의 주사파 이론가, 뉴라이트운동의 핵심 되다

“우린 너무 진지했다. 그게 탈이었다.”


‘민주화 20년’ 맞는 고려대 사학과 87학번의 인생 변주곡
기자는 1987년 3월 고려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입학한 지 석 달 만에 6·10 항쟁이라는 도도한 물결을 체험했고 6·29 선언을 목도했다. 6월항쟁은 1970년대 이후 학생운동권이 다져놓은 민주화의 텃밭에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양심적 시민들이 씨를 뿌려 거둔 ‘무혈혁명’의 과실이었다. 그래서 87학번들은 학생운동권에서 ‘승리의 학번’으로 불린다. 386세대의 막내 격인 그들은 입학하자마자 군부독재를 상대로 한 첫 싸움에서 승리를 맛봤다. 물론 그 과정에는 박종철, 이한열의 가슴아픈 희생이 있었다.

민주화 1세대인 87학번은 그들이 이뤄낸 5년 단임제 직선제 대통령 선거를 그해 말에 치렀다. 그후 5년마다 직선제 대통령을 뽑았고 사회생활 3~4년차이던 입학 10년 후(1997년)에는 IMF 관리체제의 고통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해 12월에는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입학 15년 후인 2002년에는 6월항쟁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이 모여들었다는 월드컵에 열광했다.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그해 12월이었다. 87학번들은 학생운동권 안에서 가장 많은 연애 스캔들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한데, ‘87학번’이라는 연애소설이 탄생하기도 했다.

대학 입학 20년이 되는 해이자 민주화 20년째인 올해에는 정초부터 대통령이 개헌 논란을 촉발해 시끌시끌하다. 성격은 완전히 다르지만 역사의 아이러니 같다. 6월항쟁 때 목이 터지도록 소리친 구호가 ‘호헌철폐, 직선쟁취’였다. 20년 전 오늘도 귀가 따갑도록 ‘개헌’을 입에 올리지 않았던가.

그러니 87학번만큼 ‘민주화 20년’의 삶을 제대로 압축해 보여줄 수 있는 세대가 또 있겠는가. 87학번 중에서도 특히 고려대 사학과 87학번의 상징성은 더하다. 6월항쟁 당시 학생운동의 중심이던 전국대학생협의회(전대협, 당시 의장은 이인영 현 열린우리당 의원)의 지도부가 고려대에 있었고, 그중에서도 사학과엔 학생운동의 각 정파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또 역사라는 학문 자체가 주는 무게감은 사학과 신입생을 무작정 거리로 뛰쳐나가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 무렵 고려대 사학과를 대표하는 인물은 강만길(姜萬吉·74) 교수(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장)로 1980년 신군부의 압력으로 해직됐다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의 호는 ‘여사(黎史)’. ‘검을 여(黎)’자는 관(冠)을 쓰지 않아 검은 맨머리를 드러낸 사람들 즉 민중을 가리킨다. 그의 호에는 민중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史官)이 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에도 교수실 문을 조금 열어놓고 학생들의 인생 상담을 마다않던 강 교수는 사학과 학생의 정치적 방향타이자 학문적 지표였다.

운동권 밥줄 된 논술시험

1월9일, 오랜만에 고대 사학과 동기회 모임에 나갔다. 이날 모임은 고대 87학번 전체 동기회에서 입학 20주년, 민주화 20주년 모교 방문행사를 하는데 사학과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의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87학번들은 그만큼 1987년 6월을 특별한 감정으로 추억하고, 그 때문에 특별한 유대감을 나누고 있다.

기자가 “이제 우리도 불혹(不惑)이다. 6·10 항쟁이 있은 지 벌써 20년이고 우리가 입학한 지도 20년이 지났다”고 하자 이곳저곳에서 탄성과 신음이 교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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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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