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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기업인들의 토로 ‘우리의 모험심을 짓밟는 것들’

“양아치 같은 금융기관, 기업인 불신, 불공정 시장에 운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젊은 기업인들의 토로 ‘우리의 모험심을 짓밟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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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의 투자 부진이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고도 돈을 쓰지 않는다. 관망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들은 왜 투자하지 않는가. 왜 불안해하는가. 뭔가 꿍꿍이셈이 있는 것일까.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다. ‘신동아’가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기업인 모임의 멤버들을 대상으로 좌담회를 기획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젊은 기업인들의 토로 ‘우리의 모험심을 짓밟는 것들’

참석자 명단 비공개를 전제로 신동아 좌담회에 참석한 EO 멤버들.

꽉 다문 입들이 좌담회가 시작되자 이내 풀렸다. “기업인의 모험심을 죽이는 게 뭐냐?”는 다소 추상적인 화두를 던졌을 뿐인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기업가에게 부과된 과중한 책임, 가업(家業)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두려움, 투자자의 그릇된 간섭 등 저마다 현장에서 겪은 내밀한 얘기를 조심스럽지만 주저 없이 끄집어냈다.

‘감 놔라, 배 놔라’

1월16일 서울 강남의 벤처소사이어티 사무실. 저녁 7시가 되자 30대 초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비교적 젊은 CEO들이 속속 들어왔다. 젊은 사업가들의 커뮤니티, ‘EO 코리아’의 정기모임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은 특별히 ‘신동아’가 제안한 좌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EO는 ‘Entrepreneurs Organization’의 약자로 미국 버지니아 주에 본부를 둔 국제적인 CEO 조직이다.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 오너, 공동설립자, 지배주주이면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조동혁 한솔그룹 명예회장이 이 모임을 한국에 들여왔고, 서로 경험을 나누면서 성공의 열정을 공유하자는 취지에 동감한 기업인 2∼3세, 젊은 창업자들이 매달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이 모임에는 현재 59명의 기업인이 등록돼 있다. 한솔그룹 조동혁 명예회장, 구자두 LG벤처투자 회장의 차남 구본완 상무, 넥센타이어 강병중 회장의 차남 강호찬 상무, 광동제약 최수부 회장의 장남 최성원 사장,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의 차남 이상훈 시스원 상무, 이화공영 최종찬 전무 등 기업인 2∼3세가 절반 정도 된다. 그리고 신용한 맥스창업투자 사장, 백승택 네오싸이언 사장, 인크루트 이광석 사장,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 이강덕 비즈엠알오 사장 등 창업가들이 또 절반을 차지한다.

‘신동아’가 제안한 좌담회에는 이들 가운데 2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지만, 참석자의 이름과 발언자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속내를 제대로 털어놓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좌담회 패널로 참가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정승일 박사는 “참석자들이 기업인의 처지만 두둔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솔직한 반성과 경영 현장의 생생한 고충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며 “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나 국민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오늘 패널로 참석한 정승일 박사는 ‘신동아’ 1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기업인의 모험심을 가로막는 요인은 주주자본주의라고 지목한 적이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투자가 위축된 것은 국내외 투자자의 권한이 막강해지면서 이들이 기업의 장기적 투자보다는 단기적 성과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투자자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는 얘긴데요.

“저는 연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정보통신(IT)기업을 운영합니다. 6년 전에 외국계 금융기관으로부터 300억원을 투자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는 IT 바람이 불 때여서 주당 16만5000원으로 평가하더군요. 코스닥 예비심사를 통과해 기업공개 일정만 남기고 있는데, 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공개하지 못했죠.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그 금융회사가 우리에게 시시콜콜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기 시작했어요.

한번은 70억원을 주고 어느 회사를 인수하려 했어요. 영업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꼭 필요한 회사였는데, 그 금융회사에서 인수하면 얼마나 이익이 되냐고 물어요. 그래서 인수한 뒤 1년차엔 적자고, 다음해엔 수지를 맞춰서 3년차에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단기적으로 이익이 안 된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어요. 결국 인수하지 못했죠. 그 회사는 지금 코스닥에 등록해서 돈 잘 벌고 있어요. 그때부터 금융회사 무서운 줄 알게 됐죠. 결국 예금이자 6%를 주고 투자받은 돈을 전부 되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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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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