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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부장學’

“낀 왕따들이여, 깬 롬멜이 되어라!”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김영민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부장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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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기업의 40대 부장들은 샌드위치의 햄과 너트크래커의 호두 중 하나가 될 운명 앞에 서 있다. 먹음직한 샌드위치가 되느냐, 본전도 못 뽑고 사라지는 너트크래커 속 호두가 되느냐.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끈질긴 생명력과 유연한 의사소통 능력으로 한국 기업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이들의 내일은 낀 세대인가, 깬 세대인가.
#Scene 1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부장學’
윤병구 대리. 나이 33세. 한국물산 홍보실 사보(私報)담당. 술만 마시면 다음 날 어김없이 지각하는 약골이지만, 술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분파이자 의리파다. 어제는 공연기획담당 한공연 부장과 1차 감자탕에 소주, 2차 골뱅이에 맥주 3000cc를 들이켰다. 3차로 노래방에 가자는 한 부장을 윤 대리가 말렸다. 대신 포장마차에 들러 시원한 가락국수를 한 그릇씩 비웠다.

“야, 윤 대리, 한잔 더 안 할 거야?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부장님, 새털같이 많은 날이 있는데, 오늘 꼭 끝장을 보시렵니까? 저는 갑니다.”

다음 날 30분을 지각, 잠입하듯 사무실로 들어온 윤 대리는 책상 위에 놓인 메모를 보았다.

‘박명진 부사장 호출.’

부사장 호출? 지각한 걸 혼내려면 홍보실 과장님만으로도 충분한데. 뭔 일이지? 상 받을 일도 없고. 아무래도 불안한데….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

똑똑. 홍보실 윤병굽니다. 들어와.

박 부사장. 언제나 깔끔한 외모에 높낮이가 없는 목소리 톤. 감정의 기복을 전혀 눈치 챌 수 없도록 엄청 훈련된 솜씨다. 눈은 얼굴에 두 개, 귀 옆에 두 개, 뒤통수에 세 개. 사방에 안테나를 가동해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감지한다. 일이 떨어지면 종마처럼 달리지만, 평소엔 메뚜기처럼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한국물산 임원의 전형. 오늘은 종마보다는 메뚜기 같다. 그런데 무슨 일로….

“윤 대리가 보기에 나는 어떤 점이 장점인 것 같아?”

“예?”

“나야 삼류 대학 출신에, 영어도 잘 못하고, 집안이 부자도 아니고.”

“아, 예.”

“30년 이 회사에 다니면서 내가 누구보다 잘하는 게 하나 있지.”

“하나만 잘하시겠습니…까?”

“입 하나는 무거워. 입 닫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명문대 나온 내 동기들은 이걸 못해 다 깨지더군. 돌아보니까 나만 살았어. 자넨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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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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