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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공부법

‘통섭학자(統攝學者)’ 최재천 교수의 통합논술 어드바이스

“쓰기에 집착하지 말라, 끊임없이 독서하라”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통섭학자(統攝學者)’ 최재천 교수의 통합논술 어드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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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실, 주방, 화장실 옆에 무릎 높이 책장을
  • ‘유해 도서’는 없다, 선택은 자녀에게
  • 인간은 표현하고 싶어 미치는 동물…쓰기 강요 말라
  • 탄탄한 인문·자연과학 기초가 평생의 무기
  • 두뇌활동을 ‘반복’에만 사용해서야…
‘통섭학자(統攝學者)’ 최재천 교수의 통합논술 어드바이스
이른바 ‘통합논술’이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수험생은 이 과목 저 과목은 물론,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다양한 지식까지 섭렵해 글쓰기에 응용해야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 더욱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는 수학능력시험이 등급제로 바뀌기 때문에 논술시험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통합논술만큼은 누구도 자신 있게 ‘뾰족한 대책’이라고 내세우지 못한다. 당대의 석학 이어령 선생조차 “내게도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을 정도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한 듯싶다. 이런저런 학원들에서 ‘왕도(王道)는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들에게서 배운 학생들의 답안지를 채점한 대학교수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공식 같은 글쓰기 테크닉은 한눈에 알 수 있다”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한 지방학생들의 논술점수가 좋다”는 교수들의 채점 후기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2006년 2월 서울대에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로 자리를 옮긴 최재천(崔在天·53) 석좌교수에게 ‘통합논술 잘 쓰기’에 대한 조언을 청했다. 마침 그가 학문세계에서 이루려는 화두가 ‘통섭(統攝)’이라는 점에서 통합논술의 교육적 지향점과 닿아있는 듯해서다.

최 교수는 2005년 미국 하버드대 박사과정 시절 은사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책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오른쪽 사진)를 번역하면서 ‘지식의 대통합’ 혹은 ‘학문과 현실의 대통합’을 뜻하는 ‘consilience’를 ‘통섭’이라 칭한 바 있다. ‘통섭’은 원효대사가 화엄사상을 설파할 때 자주 쓴 말이라고 한다.

최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미국 유학 및 교수시절 경험을 토대로 ‘통합적으로 학문하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통합논술을 대비하는 공부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 자연과학도이니 학창시절 해당 과목 성적도 좋았겠네요.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이과를 택한 다른 친구들이 주로 수학과 과학에서 집중적으로 점수를 딴 반면에 저는 그 두 과목에서 무더기로 점수를 잃었고, 대신 국어와 영어에서 점수를 만회했습니다. 특히 국어는 만점에 가까울 만큼 잘했습니다. 수학, 과학은 100점 만점에 30점 정도밖에 안 됐어요. 경복고 재학시절 전교 1등부터 50등까지를 이른바 ‘1상한’이라고 불렀는데, 1상한에 들면 서울대 자연계열에서 손꼽히는 학과에 진학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1상한에 드는 학생 중 수학, 과학 점수가 가장 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대 의예과에 두 번이나 떨어지고 삼수 끝에 동물학과에 들어갔지요.”

부모의 ‘독서 시범’ 절실

▼ 통섭적으로 학문을 익혀야 하는 이유가 뭡니까.

“깊고 넓게 학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 유학 경험 한 토막을 들려드리죠. 유학 초기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서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제 주임교수가 ‘수학생태학’이라는 학문을 가르치면서 칠판에다 수학 공식 몇 개를 적어놓고 설명하셨어요. 저는 영어실력은 신통치 않았어도 칠판에 씌어진 수식은 다 이해가 가더군요. 그래서 가끔은 교수가 실수하는 것도 지적해주고 학생들 앞에서 수학 풀이 시범을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선 수학을 못했지만, 미국 대학에서는 이차방정식이나 순열 같은 기초적인 게 많이 나왔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학생과 교수들은 저를 마치 ‘한국에서 온 천재’처럼 여기더군요. 제 주임교수는 제게 ‘미국의 어느 대학이건 정교수 자리를 보장하겠다’며 수학학위도 딸 것을 종용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수학으로 밥 먹고 사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죠. 그래서 끝까지 거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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