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호

‘동네학원’ 수강생이 다섯 자리수? 분당 아발론어학원 급성장 비결

“영어만은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 무한경쟁 유도해 인기몰이

  • 조인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ij1999@donga.com

    입력2007-04-11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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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학원’ 수강생이 다섯 자리수? 분당 아발론어학원 급성장 비결

    아발론어학원의 수업시간. 각 반에는 외국인 담임(왼쪽)과 한국인 담임교사가 1명씩 배정된다.

    입시학원가에서는 ‘동네학원’이란 말을 자주 쓴다. 종로학원, 대성학원처럼 이름 있는 전국단위 학원이 아니고 ‘우리 동네에만 있는 조그만 보습학원’을 일컫는 말이다. 수강생은 학원 규모에 따라 10명 안팎인 경우도 있고 많으면 몇 백명인 곳도 있지만,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세 자리 숫자 수강생을 거느린 동네학원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경기도 성남시 분당 신도시와 용인시 일대에 동네학원으로 다섯 자리수 수강생을 기록 중인 곳이 있다. 영어전문이면서 특목고 진학 전문학원을 표방하는 ‘아발론어학원’이다. 2001년 3월 분당 수내동에서 학원 문을 연 이래 ‘넘쳐나는 학생’을 소화하기 위해 불과 6년 동안 분당, 용인에만 12개의 직영 캠퍼스를 신설했다.

    개원 첫 해 400여 명이던 수강생은 지난 3월 현재 1만명을 넘겼다. 6년 만에 25배 성장한 것이다. 그 사이 10명 남짓하던 정직원은 450여 명이 됐고, 법인세와 지방세 등 학원이 납부하는 세금도 22억원에 육박했다.

    지난달에 등록한 학생이 다음달에도 등록하는 비율을 ‘재등록률’이라 하는데, 이는 학원가에서 안정적인 운영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이 학원의 재등록률은 평균 95%에 달한다. 누적등록률, 즉 지난 1년 동안 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등록한 비율도 72% 수준이다. 분당·용인 지역 중학교 재학생 중 아발론어학원에 다니는 학생의 비율은 5~8%에 이른다는 게 학원측의 추산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가 수강 대상인데, 2007학년도 특목고 입시에서는 462명을 합격시켰다. 물론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학원 수강생 중 특목고 합격자가 462명’이라고 해야 한다. 특목고 입시에서 영어가 절대적인 변수이긴 하지만 내신성적이나 면접의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숫자는 분당·용인지역 중학교에서 배출한 특목고 합격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렇듯 ‘표본’이 많다보니 꼭 등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력 점검 삼아 레벨 테스트를 하러오는 학생도 적지 않고, 신생 외고 진학 담당자들은 우수한 학생들을 지원시키기 위해 ‘로비’ 차원에서 이곳을 찾기도 한다.

    아발론어학원의 ‘독식’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이 지역 학원장들 사이엔 “분당은 영어학원의 무덤”이라는 말도 나돈다. 일각에서는 “영어 공부의 목적을 지나치게 ‘레벨업’에 두다보니 오히려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가로막는 측면이 있다” “학부모들은 좋아하는데 학생들은 지친다”는 푸념도 들린다.

    “영어는 레벨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아발론’을 치면 ‘아발론 레벨 테스트’에 대한 학생들의 문답글 수십여 개가 뜬다. “XX동에 사는 중 3학생인데요, 이번에 테스트를 받았더니 HB등급으로 나왔습니다. 학교 내신 영어는 최상위권인데 이걸 어떡하면 좋죠?”라는 질문이 뜨면 “특목고 가려면 좀 모자라겠네요. 일단 녹지원 등급을 받아야 가능성이 있다고 보거든요” 같은 답글이 금세 달라붙는다.

    중3 학생들이 이 학원에서 받는 레벨은 HB HI HA MB MI MA PB PI 녹지원 등 9개로 분류된다. H등급은 일반적 수준의 중학교 3학년 과정, M등급은 고교생 정도의 과정, P등급과 녹지원 등급에서는 그 이상 과정의 영어를 배운다. ‘녹지원’ 등급을 받으면 전용 강의실과 자습실을 쓰게 된다. 학원측은 “중등 최고 레벨에 이르면 대학입시는 물론 그 이상 수준의학습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지도한다”고 주장한다.

    아발론어학원 김명기 대표는 “중2, 3 녹지원 레벨 학생들에게 대입 수능시험지를 주고 테스트해보면 80% 정도가 만점을 받는다. 게다가 특목고 입학에 필요한 토플 점수는 미리부터 고득점으로 받아놓는 사례가 많아 적어도 이들의 ‘시험 영어’ 수준만큼은 ‘성인 우등생’을 넘어선다”고 자신한다.

    중1, 2 학생들에겐 녹지원 과정에서 다시 레벨 1, 2, 3, 4로 세분되면서 총 13개의 레벨이 부여된다. 또 초등 3~6학년생들도 테스트 결과에 따라 11개의 레벨을 받게 된다. 특목고 진학을 앞둔 중3생은 여름방학부터 2주 단위로 레벨 테스트를 보며 계속 반을 바꾸는 ‘서바이벌 게임’에 들어간다. 영어실력에 따라 초등 3학년생이 6학년생과, 중1생이 중3생과 한 반에 들어가 수업을 받기도 한다. 적어도 영어 실력만큼은 ‘계급장 떼고 한 판 붙는’ 무한경쟁을 독려하는 셈이다.

    레벨 테스트에 의한 분반은 일종의 수준별 학습으로, 미국식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다만 미국의 많은 영어교육기관에서는 레벨 테스트 결과에 대해 본인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낮은 레벨로 들어가면 성취 동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이유를 대면 한두 레벨쯤 올려주는 데 인색하지 않다. “레벨 테스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영어 실력 향상이 목적이다”라는 게 이런 기관들의 의례적인 답변이다.

    반면 아발론어학원은 ‘한국적 특수성’을 이용해 레벨 테스트 자체를 부가가치 창출원으로 삼았다. 초창기부터 레벨 테스트 결과에 따른 분반에서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관리’를 해온 것. 이런 관행은 레벨 테스트의 공신력을 알게 모르게 올려놨다.

    시간이 흐르며 수강 인원이 늘어나자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것도 학원측으로서는 고무적인 부분. 현재 개설된 수십여 레벨의 개별 반 중 정원이 특별히 많거나 적은 반은 없다고 한다. 다른 어학원 중에도 ‘레벨 테스트에 의한 수준별 학습’을 표방하는 곳이 있긴 하지만 학생 수가 적은 반이 생기면 몇 개 레벨의 반을 통합할 수밖에 없고, 이러다 보면 당초의 수준별 학습 취지는 구호로 끝나게 마련이다.

    학생들의 경쟁의식은 갈수록 고취되고 있다. 등록과 상관없이 매월 개강 시즌이 되면 레벨 테스트만 보러 오는 학생도 적지 않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에만 4700명이 레벨 테스트를 봤다. 이 가운데 등록 학생, 혹은 재등록 학생은 70% 정도. 나머지는 ‘실력 점검’ 차원에서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아이가 아주 잘하면 좋지만, 조금만 못해도 자괴심이 든다”며 아발론의 ‘비평준화 교육법’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부모 박모씨는 “아들이 친한 친구보다 학교 성적은 앞섰는데 아발론 레벨이 그 친구보다 낮게 나와 더 낮은 반에 들어갈 뻔한 적이 있다. 아들이 속이 상해서 등록하려다 단념했다”고 말했다.

    이 학원 레벨 테스트 담당자는 “사교육기관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조치라고 생각한다. ‘레벨’을 따기 위해 동기부여가 되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냐”고 했다. 다만 학원에서도 최근에는 예민한 사춘기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해 중학교 3학년 학생반에는 저학년 학생들이 섞이지 않도록 레벨 체계를 이원화했다고 한다.

    ‘도깨비 방망이’는 없다

    아발론어학원에서만 사용하는 특수한 교습방법이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수업 내용과 교재들을 살펴본 결과 특수한 방법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에 충실했고, 가르치는 것 자체보다는 학생들이 가르침을 잘 흡수하도록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 식이었다. 물론 몇 가지 실험적인 학습방법은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도 했다.

    ‘동네학원’ 수강생이 다섯 자리수? 분당 아발론어학원 급성장 비결

    통원버스에서부터 어학실, 휴게실까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이 학원에는 10명으로 구성된 교재관리팀이 있다. 각 레벨에 따른 교재를 만들어 학원수업에 이용하게 하고 숙제장까지 만들어 나눠준다. 그래서 학생들이 별도의 단어장을 만들거나 수업 중 과도한 필기를 할 필요가 없다. 언뜻 살펴본 교재들은 미국과 영국의 유명 어학교재들과 한국의 ‘토종’ 영어교재들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했다.

    학원측은 “교육부 검증을 받은 중·고교 영어교과서를 전부 분석해 그 내용과 예문들을 교재 곳곳에 배치했다. 이 때문에 학원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내신시험 영어는 기본적으로 대비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학원에서는 ‘중3 영어가 평생영어의 기반’이라는 모토 아래 중2 상위 레벨 학생들 수준에서는 고3 교과서 수준의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고 했다.

    중2 ‘듣기’ 영역만 봐도 낮은 레벨에서는 원어민의 말을 듣고 빈 칸 채우기’를 하는 수준이지만, 높은 레벨에서는 3분 정도 되는 긴 말을 모두 따라 적게 시킨다. 중2 상위 레벨에서 쓰이는 숙제장에 있는 ‘필수단어’ 중에는 ‘aggravate’(악화시키다), ‘swollen’(부풀어오른) 같은, 대학생들도 부담스러워할 만한 단어들이 눈에 띄었다.

    한 반은 13, 14명으로 구성되며 하루 2시간40분 동안 주 2, 3회 수업을 듣기에 절대시간은 많은 편이다. 김명기 대표는 “영어는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 ‘문리가 트이는’ 과목이라 확신한다. 때문에 굳이 별도의 특목고반을 두지 않는 대신 학생들이 최고 레벨을 정복할 때까지 계속 수강할 것을 권장한다. 학부모들도 이런 철학에 호응하고 있다”고 했다.

    듣기, 쓰기, 읽기, 말하기 등 영역을 세분해 수업을 하는데, 한국인과 미국인 교사 1명씩이 ‘담임’이 되어 학생들을 관리한다. 상급반의 미국인 교사들은 특히 이 학원이 자랑하는 디베이트(토론)반과 다큐멘터리 시청반 수업을 주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능력’

    디베이트 수업은 특목고 입시에 필요한 변별력이 높은 영어 에세이나 구술 면접에 대비해 단순한 말하기가 아니라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수업은 BBC나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인문·자연과학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 다양한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을 주기 위해 개설했다. 학원측은 “3년가량 디베이트 수업 론칭에 관여해온 원어민 교사 한 명이 올해 초 민족사관고 정교사로 자리를 옮긴 것을 보면 우리 토론 프로그램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료는 주 3회 기준으로 29만5000원(주 2회는 22만원). 학생들의 내신성적 관리를 돕기 위해 중간·기말고사 기간에는 수업을 아예 안 하고 대신 그 기간만큼 수강기간을 연장해준다.

    단어 외우기, 작문하기, 테이프 들어오기 등 매일 내주는 숙제에는 부모의 확인 사인을 받아오게 한다. 사인이 없거나 숙제를 못 해오면 반드시 수업 후에 남아서 숙제를 마치고 검사를 받은 뒤 귀가하도록 관리한다. 한국인 담임교사는 숙제를 자주 안 해오거나 컨디션이 안 좋다 싶으면 학부모에게 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대신 담임교사에겐 숙제검사에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조교사 1명씩을 붙여준다.

    정기적으로 ‘학부모 데이’가 열리는 것도 특징. 캐나다 출신 교사 션 비에날트씨는 “처음에는 한국 학생들이 수줍어하는 것 같아 걱정도 됐지만, 학부모 데이에 학부모들로부터 자녀의 특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 학부모들의 요구사항도 귀담아 듣게 된다”고 했다.

    ‘세심한 관리’는 교실 밖에서도 계속된다. 흔히 ‘태권도 차’ ‘어린이집 차’로 불리는 10인승합차가 아니라 고급사양의 45인승 관광버스로 학생들을 실어나르고, 버스정차장에서 학원까지 50m쯤 되는 길에는 관리직원들이 나와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마중한다.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는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다. “학교 수업 때문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학생들이 버스 안에서나마 좀 원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쾌적하게 관리한다”는 것.

    학원측에 따르면 개원 첫 해인 2001학년도 입시에서 학원 수강생 중 23명이 특목고에 입학했고, 2002학년도 35명, 2003학년도 67명, 2004학년도 105명, 2005학년도 179명, 2006학년도 348명, 그리고 올해는 462명이 합격했다. 특목고 중에서도 좀더 높이 인정받는 민족사관고, 외대부속용인외고 진학 실적은 더 두드러진다. 민족사관고는 2003학년도에 7명을 합격시킨 이래 매년 10~18명을 꾸준히 보내고 있다. 150명 남짓한 신입생 정원을 고려하면 꽤 높은 비율이다. 350여 명을 뽑는 용인외고에는 아발론 출신이 101명이나 진학해 합격률이 30%에 육박했다.

    용인지역에서 내신성적이 좋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지역특별전형이 있는데, 내신이 우수한 학생들이 이 학원에 많이 다녔기 때문에 이렇듯 무더기 합격생이 나왔다는 게 학원측의 분석이다. 이 밖에 특목고는 아니지만 지난해 5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청심국제중학교 입시에서도 입학생 100명 중 11명이 아발론어학원에서 공부한 학생이었다. 학원측은 “‘아발론 출신 합격생’의 정의는 ‘특목고 입시를 치를 당시 학원 재학생’이다. 자체 추산에 따르면 6개월에서 3년 정도 꾸준히 다닌 학생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아발론은 2001년부터 연매출이 해마다 60~150%씩 늘어나 지난해에는 250억원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가먕학원을 몇몇 지역으로 확상할 계획이어서 매출 규모가 4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동네학원’이 눈에 띄게 급성장한다면 대개는 몇몇 유명 강사의 흡인력 덕분이기 쉽다. 그러다 이 강사가 다른 학원으로 이적하거나 스스로 학원을 차려 독립하면 기존의 학원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러나 아발론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지속적 성과를 이뤄낸 데 대해 학원측은 ‘시스템의 승리’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사들을 만족시켜라’

    강사들의 후생복지에 기업논리를 도입한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다른 어학원에서는 주로 강사들의 등급이나 시간에 맞춰 개별적인 급여를 결정하지만, 이곳은 철저히 연공서열이다. 성과급 역시 학원 전체 매출이 올라가면 골고루 받게 돼 있다.

    또한 강사 개개인의 맨파워보다는 교재팀에서 개발하는 교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연구수업을 통해 강사들끼리 ‘바람직한 수업방식’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분당권 직영 12개 캠퍼스의 강사들도 철저히 순환근무에 따라 움직인다. 김명기 대표는 “고등부 수능학원이라면 유명 강사가 필요하겠지만, 초·중등 영어에서는 학생들이 계속 성취동기를 갖고 학습에 매진하도록 붙잡아주는 멘토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학원가에서는 드물게 주 5일 수업을 고수하는 데도 이유가 있다. ‘주말은 학생도 쉬고 교사도 재충전을 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 특목고를 대비하는 여타 보습학원에서 암암리에 운영 중인 심야반 개설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저녁 수업도 10시면 모두 끝난다. 강사들은 일반 공립학교처럼 주당 20여 시간만 수업을 하면 되고, 공강(空講) 시간도 하루 1시간30분가량 주어진다. 4대 보험, 근속휴가가 보장돼 있으며 골프연습장 비용도 보조받는다.

    주 5일 수업과 고급 오피스텔 및 동호회 활동 서비스 제공 등의 혜택은 양질의 외국인 강사를 끌어들이는 데 일조했다. 학원 경영인들은 흔히 외국인 강사 채용을 ‘맥도날드 리쿠르팅’에 비유한다. 외국인 강사들은 조금만 대우가 낫다 싶으면 다른 학원으로 옮기는 것이 일상화돼 있고, 특별한 강사교육이 없다보니 순전히 강사의 ‘개인기’에 의존해 수강생들을 맡기기 때문이다. 학원들도 큰 기대 없이 ‘얼굴 마담’ 노릇만 기대하는 수준이다.

    아발론어학원에서 외국인 강사 채용을 담당하는 케빈 슈프 교수부장은 “학원에서 제공하는 규칙적인 강의 스케줄이 소문나면서 매달 수십장의 이력서가 내 책상 위에 쌓인다. 또한 다른 학원에선 외국인 강사들에게 2~3인실 오피스텔을 제공하는 데 비해 아발론은 1인 1실 체제라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외국인 강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슈프 부장은 또 “성실하지만 과묵한 아시아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학습법을 연구한 뒤 강사들에게 피드백을 준다. 이 때문에 강사들도 스스로 발전한다고 느껴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아발론 레벨 테스트의 과열 현상을 부른 요인 중 하나를 분당 신도시라는 지정학적 위치라고 설명하는 이도 적지 않다. 비슷비슷한 수준의 학부모들이 몰려 사는 데다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각종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해 ‘소문’과 ‘타인의 눈’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한번 소문이 좋게 난 학원들은 ‘Winner takes all(승자 독식)’ 효과를 어느 지역보다 많이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분석도 있다. 학원들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다른 지역보다 애를 많이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원가에서는 일반적인 분당·용인 학부모들을 ‘30~40대 고학력, 전문직이면서 비슷한 수준의 서울 강남 부모들에 비해 전체 자산 규모는 상대적으로 낮은, 그래서 상승과 발전을 위한 욕구가 더 왕성한 계층’으로 정의한다.

    ‘메인드 인 분당’의 특징

    김명기 대표는 “아발론어학원의 성공요인을 한 가지만 꼽으라면 주저없이 ‘분당권역 학부모들의 끊임없는 잔소리’를 들겠다”고 했다.

    “학원가에 이런 말이 있다. 강남 부모들은 자녀를 학원 보내놓고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개인과외로 메우는데, 분당 부모들은 모든 불만을 학원에 제기해서 결국은 학원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김 대표는 이 때문에 ‘전 직원의 상담 교사화’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 경진대회도 정기적으로 연다. 언제 누가 불시에 아발론어학원의 특징이나 레벨 테스트의 장점 등에 대해 물어도 최소한의 답변 요령을 갖춰야 학부모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부모들의 높은 학력수준과 계층상승 욕구는 이곳에 어느 지역보다 큰 영어학원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게 입시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려면 영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다는 것.

    특목고 시장이 신도시에서 먼저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도 아발론엔 플러스 요인이 됐다. 김명기 대표는 1997년 12월 아발론의 전신인 CIE학원을 열었으나 2001학년도부터 분당 지역의 고교 평준화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수강생이 수십, 수백명에 불과했다.

    아발론어학원과 자주 비교되는 대상이 일산 신도시의 특목고 전문학원인 글맥학원(현재는 글맥과 G1230학원으로 분리)이다. 글맥학원 역시 자체 선발고사의 경쟁력이 인정받는 데다 일산권에서만 400명 이상의 특목고 합격생을 내고 있으며,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고양외고 합격생을 해마다 100명 넘게 배출한다. 다만 글맥학원은 논술 수학 과학 등을 두루 가르치는 데 비해 아발론은 영어만 전문으로 한다는 사실이 차별된다.

    아발론측은 “해외 체류 경험이 전혀 없는 토종 초등 6학년생 몇몇은 3년간 집중 트레이닝을 받은 뒤 중3 때 토플 CBT 297점(300점 만점)을 받고 토론능력도 원어민 이상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것이 아발론의 경쟁력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신화는 이어질까?

    아발론어학원은 모두 12개지만, 분당권에 캠퍼스를 분산하는 형식이라 사실상 1개의 학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올해 3월부터는 부천, 인천 지역에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부천, 인천에서도 개강 첫 주에 3500여 명이 등록해 명성을 실감케 했다. 학원측은 “인터넷으로 정보 공유가 워낙 잘 되기 때문에 서울 강남지역은 물론 방학 때는 대전, 광주, 부산 등지에서도 학생들이 올라와 수업을 듣는다”고 귀띔한다. 프랜차이즈 로열티는 수도권 2억원, 서울 3억원. 최상위 수준이라는 종로, 대성학원이 3000만~5000만원임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액수다.

    현재 아발론어학원처럼 영어전문학원으로 전국적 명성을 날리는 학원은 서울어학원, 정상(JLS)어학원, 청담어학원 등이 있다. 모두 서울 대치동과 청담동 지역을 중심으로 본원이 생긴 다음 명성을 얻어 신도시와 새로 부상한 서울의 우수학군 지역으로 프랜차이즈 분원이 뻗어나간 케이스다. 아발론어학원은 초·중학생만 대상으로 하기에 대입반이나 별도의 유학반이 없다는 점, 그리고 ‘메이드 인 비(非)강남’이라는 점에서 이들과 다른 성격을 띤다.

    직영되는 본원과 별도의 오너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분원들과의 수준 차이는 부인할 수 없다는 게 학원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김명기 대표는 “피치 못할 지역은 엄선된 프랜차이즈로 돌리지만, 대치동 목동 일산 중계동 평촌 잠실 등 수도권의 핵심 경쟁지역은 2, 3년 안에 모두 직영으로 분원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발론어학원이 이들 지역에서도 성공을 거둘 것인지에 대해 입시학원장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유명 A어학원 교수부장은 “어린아이들에게 공연히 지나친 수준의 영어를 강요해서 지레 주눅들게 하거나 흥미를 잃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강남이나 목동, 중계동 등지에서는 기존의 여러 우수학원과 경쟁해야 하는데 분당처럼 독점적 지위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B학원 관계자는 “영어를 도구로써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 중요한데, 아발론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라도 외국에서 몇 년만 살다오면 한국에서 공부를 잘해온 6학년과 동등한 평가를 받는다. 레벨 테스트가 이들의 지적 수준까지는 커버하지 못한다고 보는데, 이런 것들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또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시스템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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