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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우리말도 어설프고, 과외비로 허리 휘고”

  • 하은석 자유기고가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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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 11년차 이모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해외파견 근무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아내가 “영어는 기본이요, 제2외국어까지 가르쳐야 한다”고 고민하는 걸 보며 3~4년 해외에 나가 있으면 아이가 외국어를 수월하게 습득하지 않을까 싶었다. 특히 중국이라면 물가도 싸니 생활비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주재원들 사이에 한국발 사교육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쳐 ‘중국 근무하면 돈 모은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저축해둔 돈마저 끌어다 과외비로 쏟아 부을 판이다. 2005년부터 상하이에서 거주 중인 필자가 현지 사정을 취재했다.
중국 주재원 자녀교육 다중고

중국 상하이 교민신문에 실린 각종 학원 광고들. 한국의 사교육 열풍에서 벗어나 여유로운 생활을 꿈꾸던 중국 주재원들은 이내 자녀교육 다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따르릉~.”

38세 주부 A씨가 자명종 알람소리에 잠을 깬 시각은 새벽 5시30분. 3월에도 상하이의 아침 공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따뜻한 전기담요 속에 더 누워 있고 싶지만 꾸물거릴 틈이 없다. 6시40분에 출발하는 스쿨버스에 아이들을 태워 보내려면 얼른 아침상을 차리고 아이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시키기에 빠듯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이 상하이 주재원으로 발령난 지 2년째.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 웬만큼 적응이 된 듯한데, 올해 막 입학한 둘째는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며 투정을 부린다.

“엄마, 내 PE키트(kit) 어디 있어? 아이, ICT 홈워크 파일(homework file)은 어디로 간 거야? 어제 뉴스레터(News letter) 봤어요? 상하이 채러티(Shanghai charity)에서 나눠준 거. 그거 도네이션(donation)도 가져가야 하고, 런치 카드(lunch card)에도 돈 없어. 그리고 오늘 혜진이 어셈블리(assembly) 있는 거 알죠?”

준비할 것을 전날 미리미리 말해주면 좋으련만 아들은 꼭 정신없는 아침에 요구사항을 속사포처럼 쏘아댄다. 중간중간에 암호 같은 영어를 섞어가면서. ‘스쿨 런치’가 맛없다고 투정하는 둘째를 위해 도시락까지 싼 A씨가 아이들을 데리고 스쿨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는 시각은 6시30분. 인근 아파트에서도 아이들이 속속 잰 걸음으로 나온다. 잠이 덜 깬 둘째가 탄 스쿨버스가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며 출발, 뿌연 안개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면 졸음과 피곤이 몰려오고 이게 웬 고생인가 싶지만 A씨는 새삼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도 우리 애들은 최고의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잖아.’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엄마 얘기 같지만, 상하이에 살면서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집에선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상이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략 아침 6시30분쯤 스쿨버스에 오른다. 대부분의 국제학교가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구베이, 훙메이루, 룽바이 등과 가깝게는 30분, 멀게는 1시간 이상의 통학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학부모들은 이른 등교시간과 시속 130~140km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스쿨버스의 안전에 마음을 놓지 못해 ‘학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할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인 밀집지역을 벗어나면 아이들을 한국식 학원에 보낼 수 없고 과외 교사를 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이내 포기한다. 또 가장 멀리 있는 특정 학교가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인 사회에서 최고 명문으로 꼽히고 있어 이 정도 불편은 기꺼이 감수한다. 특히 상하이에서 몇 해 지내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주재원 자녀들에겐 영어와 더불어 한국 교육과정에 따른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당연시된다.

“2년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돌아가면 우리 애가 고 1인데 그냥 놔뒀다가는 한국의 수학, 과학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거든요. 어느 쪽 수준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주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다르니까요. 아이는 학교 갔다 와서 잠깐 간식 먹고 곧장 학원으로 가요. 그래도 학원 근처에 사니까 나은 거죠. 그렇지 않은 엄마들은 애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가 아이가 나오면 책가방을 학원 가방으로 바꿔주고, 곧바로 학원으로 보내죠. 우리 아이는 하루 건너 학원에 가고, 나머지 날에는 영어만 집중적으로 과외를 받아요.”

상하이 생활 2년차인 주부 B씨는 한국식 학원에서 마련한 특례입학설명회에 가는 길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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