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가장 아름다운 한강’ 조망권이 최대 경쟁력

  • 봉준호 부동산 컨설턴트 drbong@daksclub.co.kr

    입력2007-05-04 14: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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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 고정된 눈높이를 벗어나는 경이로움. 남쪽으로는 한강과 강남의 빌딩숲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건국대학교의 넓은 호수(일감호), 어린이대공원, 북한산, 아차산이 차례로 펼쳐진다. 동쪽과 서쪽으로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씨네 집처럼 생긴 추억의 단독주택들이 가득하다.

    지난 3월1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주상복합 스타시티 A동 58층에서 내다본 풍경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는 역세권 3만평 땅 위에 들어선 스타시티는 물론 바로 옆에 자리잡은 신설 백화점 부지를 보면 ‘진짜 주상복합이란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시티가 들어선 자리는 원래 건국대 야구장이었다. 그 앞으로 고가철로가 지나가고 노란 물탱크를 옥상에 얹은 노후주택과 다가구주택이 가득하던 강북 주택가에 초대형 랜드마크 주상복합 단지가 들어선 것이다.

    적정 규모와 적정 평형, 좋은 위치 등 갖춰야 할 것을 골고루 담아놓은 스타시티는 서울 강북에서는 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복합단지라 할 만하다. 39평형에서 99평형까지 아파트 1177가구와 44평형에서 76평형까지 오피스텔 133가구, 이마트와 롯데시네마, 롯데백화점, 예술회관, 건국대병원 등 주거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섰다.

    스타시티는 가운데 잔디광장을 중심으로 A~D, 4개동으로 나뉜다. 지하 1층엔 1000평이 넘는 헬스클럽과 골프연습장 등 각종 부대시설이 들어섰고, 지하 2·3층은 주차장이며, 지상 1층은 로비층, 2층부터가 아파트다. A동은 58층, B동은 35층, C동은 50층, D동은 45층이다. 이 중 30층 이상은 세상의 사물을 내려다보는 고층의 마력을 그대로 갖고 있다.



    한 개 층에 7, 8가구가 살게 돼 있어 층당 가구수는 많은 편이다. 따라서 현관 출입문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전망도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옥의 티다. 한쪽 집은 남쪽과 동쪽을, 다른 한쪽 집은 북쪽과 서쪽을 내다볼 수 있다. 39평형과 40평형 등 상대적 소형 평수에서는 북쪽 조망과 1면 발코니로 만족해야 한다.

    51·52·54평형은 자투리 공간을 전부 집어넣어서 집게손가락을 구부려놓은 듯한, 이른바 ‘거머리형’ 평면을 갖게 됐다. 제공되는 용적률을 모두 ‘찾아 먹어야’ 하는, 주상복합의 어쩔 수 없는 한계다.

    56·65·71·75·78평형 같은 대형 평수로 넘어가면 2면의 긴 발코니를 가진 제대로 된 평면이 나온다. 그래도 71평형까지는 방이 3개다. 거실을 넓히기 위해 방수를 줄였다. 그래도 구석구석 찾아보면 방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하지만 가족실과 서재 등 작은 공간을 마련해놓기는 했다. 75·78평형은 부러울 것 없이 제대로 된 넓은 공간과 전 가구 고층 배치로 볼 만한 조망을 가졌다.

    D동 꼭대기인 42층부터 45층까지 4개 층에는 99평형 4가구가 자리잡고 있다. 3면 조망의 펜트하우스다. 남쪽 한강 방향으로 긴 테라스를 갖고 있어 동쪽과 서쪽 채광이 만족스럽다. 전용면적 74평에 방 3개, 거실 2개, 욕실 3개가 있으며 발코니는 무려 8개다. 인테리어만 보면 ‘새로 만들어지는 주상복합이 이 정도는 될 것’이라는 예상의 범주를 넘지 않는다.

    강북 주상복합의 자존심

    스타시티 입주와 동시에 문을 연 상가동 지하 1층의 이마트 자양점은 1개 층 3500평의 프리미엄 대형 마트다. 복층을 쓰는 대부분의 이마트와 달리 1개 층을 넓게 쓰기 때문에 소비자가 기동성 있게 쇼핑에 나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상가동에는 신한은행, 스타벅스, 버거킹을 비롯해 대형 호프집, 전문식당가, 부동산, 미용실, 옷가게 등이 있고 지상 2층과 3층은 롯데시네마가 2200석, 11개 영상관의 멀티 영화관으로 개관했다.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광장동 워커힐 아파트. ‘최고급’이란 수식어는 여전히 유효하다.

    상가동은 내부 브리지를 통해 롯데백화점으로 연결될 예정. 2008년 10월 개점 예정인 롯데백화점은 9층, 8000평으로 건국대 상권을 업그레이드할 매머드 쇼핑공간이다. 백화점 연결동에는 금호건설이 34·50층짜리 임대용 실버타운인 ‘건대 시니어타운’을 시공 중이다.

    단지 옆 청담대교를 타면 분당으로, 영동대교를 타면 강남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으며, 지하철로는 논현, 반포, 고속터미널, 잠실, 테헤란로와 금방 연결된다.

    스타시티의 탄생에는 건국대가 기여한 바 크다. 건국대는 2000년 지하철 7호선이 개통되자 건대입구역을 상업화가 가능한 다기능 지역으로 계획했다. 그러고는 지구단위계획변경으로 일반주거지역을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으로 바꿨다.

    광진구는 야구장 부지를 용도 변경해 주상복합을 짓게 해주고 구민회관 부지를 기부채납받아 광진문화예술회관으로 2005년 탈바꿈시켰다. 용도 변경된 부지 중 준주거지역 1만8000평에 스타시티가, 상업지역 7000평에 판매시설, 백화점이 들어오게 됐다. 나머지 땅은 도로와 구민회관 용지로 구에 기부채납됐다. 부동산대학원을 갖춘 건국대여서 이런 작업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2003년 5월 분양된 스타시티는 당시 평당 분양가 1200만~1400만원인데도 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강북 주상복합시대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시행사인 건국대에 5000억원의 개발이득을 안겨줬을 뿐 아니라 광진구에도 새로운 주택 트렌드와 인프라를 마련해줬다.

    4년이 지난 현재, 지난날 대학 상권이던 건대입구역 주변은 스타시티 입주로 ‘새 봄’을 맞고 있다. 타워팰리스에도 담지 못했던 백화점, 영화관, 전문식당가는 광진구의 명소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건대입구역에서 남쪽으로 7호선 뚝섬유원지역까지 2km는 광진구의 대표 프로젝트인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된다. 7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라 어떤 모양으로 거듭날지 궁금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자양동 학군은 당장 같은 구의 광장동 학군에 비해 열세에 있다. 화양동 및 자양동 노후 주택가와 ‘먹자골목’을 낀 재래 상권, 만성 교통정체지역이 스타시티 주변을 감싸고 있는 사실이 그렇다. 또한 비슷한 규모의 강남 주상복합과 맞서기에는 유입인구의 소비수준과 경제환경에서 아직은 차이가 있다. 입주 때 평당 3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던 스타시티 시세도 부동산시장 전반의 침체와 함께 가라앉았다. 거래될 만한 평당 적정가격은 대형 평수로 2500만원대이며, 중형 평수는 2000만원대까지 밀려나 있다.

    ‘1970년대 타워팰리스’ 향취

    아차산 언덕에 자리잡은 옛 선경종합건설이 지은 광장동 워커힐아파트. 1970~80년대 초 최고의 아파트로, 이른바 ‘1970년대의 타워팰리스’다. 당시 고관대작, 재력가들이 살던 최고급 주택이었으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류층의 맥은 이어진다.

    워커힐아파트는 1978년 태릉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를 계기로 지어진 국내 최초의 ‘선수촌 아파트’로 12·13층, 14개동 576가구에 56·57·67·77평형으로 이뤄져 있다. 지금도 대형 평형이니, 당시에는 얼마나 큰 집으로 느껴졌을지 짐작이 간다. 준공 30주년을 앞뒀지만 방 5개, 화장실 2개 구조는 지금 봐도 안정감이 있다. 내부 평면 또한 직사각형에 남북향 앞뒤 발코니가 있어 채광과 환기에 부족한 점이 없고 수납공간인 창고도 2개가 있다. 최근 2억원가량을 들여 인테리어 위주로 개별 리모델링을 한 집들은 최신 주상복합아파트 실내보다 훨씬 낫다.

    워커힐아파트의 또 다른 차별성은 단지를 둘러싼 광활한 자연에 있다. 아차산 자락에 위치한 아파트는 북쪽으로 산을 조망할 수 있고 남쪽으로 한강을 훤히 내려다본다. 일부 가구에서는 뻥 뚫린 하늘을 배경으로 앞과 뒤에 위치한 발코니를 통해 산과 강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비경(秘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한강 중에서도 ‘광장동 한강’이 가장 아름답다고 입을 모은다. 한강 상류에 위치한 탓에 한겨울이면 꽁꽁 얼어붙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광나루는 물길이 꺾이는 곳이라 운치를 더하고, 광진교 너머 올림픽대로의 야간 조명도 장관이다.

    워커힐아파트 거실에서 바라보는 한강 전망은 워커힐호텔 16층 재즈바에서 내려다보는 조망과 다를 바 없다. 최근에는 워커힐아파트 앞쪽의 준주거지역 오피스텔들과 한강호텔 옆 한강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예전처럼 ‘아무것도 없는 뻥 뚫린 조망’이 가능한 가구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광진구의 랜드마크인 구의동 테크노마트.

    부동산시장 활황기에 접어든 2003년 말까지만 해도 워커힐아파트는 타워팰리스의 반값에 불과했다. 그러다 2004년 들어 급상승세를 타더니 그후 1년 만에 2배가 올라 타워팰리스와 비슷한 가격대로 올라섰다. 이런 경우는 틀림없이 개발 이슈가 있게 마련이다.

    2004년 상반기에 삼성, 대림, LG, 포스코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회사들 간에 워커힐아파트 리모델링 수주전이 벌어졌다. 주민투표 결과 1위 삼성, 2위 LG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됐다. 강북의 대표적인 대형 평수 고가 아파트이며, 리모델링이 끝날 경우 뭔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아파트라는 전망이 가격 상승에 불을 댕긴 것이다. 워커힐아파트는 대지면적 3만3387평으로, 현재 용적률은 103%에 지나지 않는다. 강남 아파트들의 절반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고 넓은 공간을 활용한다는 뜻이다.

    ‘워커힐 리모델링’ 향방은?

    용적률이 낮고 ‘나이’도 많은데 왜 재건축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소형 평수가 전혀 없기 때문에 소형 평수 의무비율을 적용할 수도 없거니와, 아파트 단지의 상당부분이 자연녹지이고 풍치지구인데다 아차산성 문화재보호지구에 속해 재건축 규제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유로 워커힐아파트는 리모델링 대상 1위 아파트가 됐다. 리모델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77평형 아파트는 100평형 아파트가 되고 아파트 가격도 많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없던 지하 주차장도 생기고, 주차공간이 있던 지상에는 조경면적과 편의시설이 늘어날 것이고, 부대시설이 부족했던 재래 상가도 새로운 모습을 갖출 것이다.

    하지만 워커힐아파트 리모델링은 시공사 선정 후 3년 동안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아직 동의율이 60%를 넘지 못해 소유주의 67%가 찬성해야 이루어지는 리모델링 조합설립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이주와 재건축 시공비의 70%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 때문이다.

    “워커힐아파트보다 더 좋은 곳이 있어야 이주를 하지요. 이곳 자연환경이 얼마나 좋은데…. 어디서 살다가 오란 말예요? 우린 주상복합은 안 가요.”

    “2억원을 들여 수리한 집이 대부분인데, 그런 분들이 또 돈 들여서 리모델링을 하려 하겠어요?”

    “노인이 많이 사는데, 그분들이 동의를 안 해요.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리모델링을 한들 득이 없다고 봐요. 지금도 넓은데 뭘….”

    워커힐아파트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5호선 광나루역이 특색있게 상업화하고 있고, 천호동으로 이어지는 4차선 광진교도 개통됐다. 인접한 워커힐호텔 옆에는 6성급 W호텔도 성업 중이다. 단지 곳곳에 벚꽃은 또 왜 그리도 아름답게 피었는지.

    트라팰리스와 이튼타워

    광진구에는 최근 강을 끼고 소규모 주상복합들이 들어서고 있다. 그중에 으뜸으로 손꼽는 게 트라팰리스다. 7호선 뚝섬유원지역에 붙어 있으며 아파트 204가구, 오피스텔 40실로 구성된 중형 주상복합이다.

    이곳도 한강 조망권이 주무기다. 청담대교의 진출입 램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강북 강변도로변에 늘어선 자동차 전조등의 반짝거림이 대단한 구경거리다. 청담대교 건너편으로는 삼성동 아이파크가 보이고, 탄천에서 흘러드는 물줄기도 선명하게 들어온다. 강남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어 빌딩을 담은 도시 풍경도 시야에 들어오고, 쏟아지는 남쪽 햇살도 가득히 받을 수 있다.

    단지는 작지만 시공사가 삼성물산인데다 헬스클럽과 상가 등 기본적인 것은 다 갖췄다. 2개동, 29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A동에는 방 4개, 화장실 2개가 있는 58·64평형이, B동에는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32·45평형과 오피스텔이 있다. 서울숲 뚝섬 개발의 영향권인데다가 뚝섬 유원지의 놀이시설과 한강시민공원 조깅코스, 자전거도로를 즐길 수 있는 매력에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다만 단지 내 조경면적이 작고 놀이터 등 각종 여유공간이 부족한 핸디캡은 감수해야 한다.

    트라팰리스 뒤쪽으로 줄줄이 들어선 새 주상복합들은 ‘이튼타워’ 1·2·3·5단지의 간판을 달고 있다. 중형 건설사 인정건설이 공을 들인, 이른바 ‘능동로 프로젝트’다. 2003년 초 인정건설은 자양동, 노유동에 ‘올인’ 했다. 단독주택지역의 낡은 주택들을 사들인 뒤 아파트 짓기 좋을 만한 땅을 디자인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조성 중인 이튼타워는 8차까지 건립계획이 세워져 있다.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구의동 현대프라임 아파트. 중대형 평형이 많고 한강이 잘 보여 수요층이 두텁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땅 작업’ 형태의 재개발사업이라 가구별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이튼타워 1차는 24·34평형 146가구, 2차는 33평 단일 평형 131가구, 3차는 33·48·50·54평형 총 260가구다. 4차 부지는 트라팰리스로 넘어갔고, 5차는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주상복합 대신 일반 아파트로 지어지고 있다. 4500평 대지 위에 34~78평형 279가구를 분양했다. 6·7·8·8-1차는 노면상업지역을 따라 150가구 미만 주상복합 아파트로 건립될 계획이다.

    소규모 주상복합 행렬

    이런 식의 소규모 재개발은 어떤 사업 경로를 통해 이뤄질까. 일단 시행사가 목표한 지역에 대한 구획을 긋고, 매입에 필요한 총 한도금액을 정한뒤 우선 매수가 가능한 땅들을 산다. 노유동, 자양동 일대 주택지는 수요가 많지 않아 매수 희망자가 땅을 사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목표치의 절반 규모 땅을 구입하면 주변에 건설사의 ‘땅 작업’ 소문이 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동매매 형식으로 나머지 땅을 구입한다. 지주 몇십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 “함께 팔면 매입가에 약간의 인센티브를 더 얹어주겠다”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꼭 필요한 땅의 주인은 매일 만나 계속 설득한다. 결국 아파트 입주권 제공을 제안하기도 한다.

    문제는 아파트 입주권을 어떻게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서울 등 수도권지역에서 분양가로 아파트를 받으면 시세차익의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지역민은 당연히 조합원이 되려 하고, 때로는 조합원 지분을 비싸게 주고 사기도 한다.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는 조합원 자격을 갖추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지만, 시행사에 땅을 판 지주는 법적으로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20가구 이상 아파트는 모두 청약예금 대상자에게 분양해야 하기 때문.

    이런 경우 시행사는 지주와의 아파트 배정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업승인과 분양승인을 받기까지 일부러 보안을 유지한다. 이후 비주류 신문이나 지방지에 분양공고를 내 미분양을 유도한 뒤, 지주들에게 약속한 평형을 우선 나눠준다. 남은 물량은 다시 선착순 분양을 시도하는데, 그때부터는 3대 일간지와 2대 경제지 등에 전면광고를 하며 화끈하게 분양소식을 알린다. 시장만 좋다면 물량 소진은 시간 문제다.

    작은 규모의 주상복합을 고를 때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할까. 작은 핸디캡을 확실한 개성으로 커버해야 한다. 위치가 아주 좋거나 브랜드가 확실하거나 조망권이 딱 떨어지거나 부대시설이 잘 구비됐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천장이 높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보안 인프라와 주차공간, 헬스클럽 등이 제대로 갖추져야 한다. 아무리 작아도 100가구 이상은 돼야 하고, 단일 평형보다는 중대형 위주로 여러 평형이 섞여 있는 단지가 좋다. 한 동보다는 두 동 이상이 좋고 한 면만 창문이 있기보다는 더블 조망, 트리플 조망을 갖춘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

    광진의 주인은 현대아파트?

    광진구에는 앞으로도 강변을 따라 이러한 스타일의 소규모 주상복합단지들이 쭉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강변을 따라 고만고만한 다가구 주택이나 연립주택단지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지만, 이들을 합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기에는 땅이 폭이 좁고 길게 나 있어 힘들다. 이 지역은 결국 대부분 시행사나 시공사, 빌라업자들의 땅 매입작업을 거쳐 ‘나홀로 아파트’나 소규모 주상복합타운으로 변신할 것이다.

    2호선 강변역에서 5호선 광나루역까지 운행하는 광장운수 01번 녹색버스 뒷좌석에 앉아 재잘거리는 여고생들의 봄은 싱그럽다. 가로에는 봄꽃이 화사하게 피었고 아파트 출입구에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버스가 지나가는 도로변에는 어김없이 빼곡한 아파트의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구의동, 광장동을 지나 자양동…. 그런데 한 블록씩 지나면서 계속 똑같은 이름이 눈에 띈다. 바로 현대아파트다. 현대, 현대, 현대….

    광진구에는 약 1만5000가구의 현대아파트가 있다. 광진구 전체 아파트의 절반을 차지하는 물량이다. 구의동에는 현대프라임아파트 1592가구와 현대 2단지 1606가구를 비롯, 6개의 현대 단지가 있고 광장동에는 광장 3단지 1056가구와 현대 10차 아파트 1170가구를 필두로 11개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자양동에도 9개의 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대부분 현대건설이 시공한 아파트다.

    왜 이렇게 현대아파트가 많을까. 이 아파트들은 대부분 1990년대 초·중반에 지어졌다. 이때가 직장조합아파트의 전성기였다. 당시 구의동, 광장동에 널려 있던 제약회사와 제지회사 소유의 공장들은 이주를 시작했고, 그 땅들은 조합원들의 내집 마련 수요가 강한 여러 직장조합에 팔려 나갔다.

    시공사 브랜드가 탄탄해야 조합원 모집이 수월한 것은 불문가지. 현대건설은 막강 파워로 광진구 일대 아파트 부지를 점령해갔다. 광진구의 현대아파트 평수가 대개 30평형대 전후인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 바 크다. 당시 주택법상 전용면적 25.7평까지만 조합아파트 승인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의동, 광장동, 자양동 현대아파트는 31·33·35·37·38·39평형까지도 전용면적이 25.7평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파트를 매입할 때는 시세와 평형만 볼 게 아니라 전용평수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당시 직장조합들은 전용, 공용면적에 지하 주차장 면적까지 더해 분양평형을 정했기 때문이다.

    광진구의 다른 아파트들은 위치는 좋은데 내부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직도 도시가스나 중앙난방이 남아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한강 조망권 여부에 따라 추후 재건축, 리모델링이 이뤄질 때 가치평가 기준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도 새겨둬야 한다.

    자양동에는 우성아파트 1차 656가구를 필두로 우성 2~7차 아파트가 있다. 현대아파트가 잘나갈 때 그 대항마가 우성아파트였다는 역사의 흔적이다. 광나루역 근처에는 광장동의 맹주라는 극동아파트 1, 2차가 있다. 역세권 앞 평지라는, 딱 떨어지는 입지의 극동아파트는 광장사거리 요지에 있을 뿐 아니라 광진구에서 선호도가 가장 높은 광남초·중·고교를 끼고 있어 인기가 높다. 이들 학교에는 워커힐아파트를 비롯, 건너편 고급빌라촌 등지에서 통학하는 학생이 많다.

    극동과 프라임아파트

    극동아파트 1차는 1985년 9월식으로 32·45·55평형 448가구로 이뤄져 있고, 2차는 1989년 1월식으로 28·32·37·46·55평형 896가구로 구성돼 있다. 대형 평수는 강변에 늘어서 한강이 훤히 보이고 동간 거리도 넓다. 광장동 극동아파트는 한강변 앞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라는 점에서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와도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극동아파트 건너편에는 근래 입주한 33평형 현대홈타운 11차와 53·55평형 현대홈타운 12차가 있다. 200가구 미만 소형 단지지만 신축 아파트라 광진구 아파트의 가격변동을 이끌고 있다.

    1990년에 발표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인 5·8조치는 대기업이 소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을 내놓도록 한 것이 골자였다. 이때에도 부동산값 폭등은 큰 문제였다. 현대건설도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걸린 구의동 금싸라기 땅 2만5000평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땅은 1992년 자산관리공사의 공매에 부쳐져 부동산 개발회사 프라임산업에 넘어갔다. 이 가운데 일반주거지역 1만6400평은 현대프라임아파트로 분양됐고, 상업지역 7600평에는 복합전자상가인 테크노마트가 들어섰다. 1998년 지하 6층, 지상 39층의 테크노마트에는 2000여 개의 전기·전자매장과 CGV 영화관, 대형마트 롯데마그넷 등이 입점했다.

    1997년 입주한 현대프라임아파트는 24~30층에,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광진구의 대표 고층아파트다. 구의동 일대에 수많은 아파트가 있지만 40평형대 이상은 많지 않다. 총 15개동, 1592가구의 현대프라임은 큰 평수가 많다는 이유로 예나 지금이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중 13, 14동 47평형과 12, 15동 67평형은 거실에서 보면 고즈넉한 한강 풍경과 총 길이 1440m가 멋들어지게 연출되는 올림픽대교가 정면으로 다가온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이 가깝고 광진구를 드나드는 대부분의 버스가 테크노마트 근처에 정차하므로 어느 쪽으로 이동하든 교통 편에 불편함도 없다. 테크노마트 옆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있어 지방으로 이동하기도 수월하다.

    아쉬운 것은 용적률이 397%로, 아파트 단지 내부가 너무 빽빽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프라임아파트 건설 당시에는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의 한계가 400%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10년이 지나 프라임산업은 프라임그룹이 됐다.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2위를 했고 동아건설 인수전에서는 1위를 해 우선협상자가 됐다.

    한강과 대원외고의 경쟁력

    대원외국어고. 중곡동 산비탈에 있는 작은 학교다. 좁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 학교의 유명세에 비해 교정의 풍경은 실망스럽다. 더욱이 한울타리 안에 대원고, 대원외고, 대원중이 몰려 있다. 그러나 이 학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2007학년도의 경우 하버드, 스탠퍼드, 프린스턴, 코넬 등 미국의 랭킹 10위 이내 대학에만 61명이 합격했다고 한다. 서울대 69명, 연세대 147명, 고려대 172명, 이화여대 35명, 카이스트 30명 등 국내 명문대 합격률도 독보적이다.

    중곡동에는 이렇다 할 만한 아파트 단지가 없다. ‘4차 뉴타운’ 지정을 신청한 노후 주택지역일 뿐이다. 그러나 구의동, 광장동 아파트 단지들은 비록 학군제 고교는 아니지만 대원외고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이왕이면 학교와 가까운 아파트에서 자녀를 뒷바라지하려 몰려드는 ‘맹모(孟母)’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서 합격해 온 학생의 학부모라면 더욱 이 동네 아파트에 눈독을 들인다.

    얼마 전 금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구내의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이 1% 상승할수록 평당 매매가격이 206만원, 전세가격이 36만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광진구는 대원외고 등의 영향을 받아 서울에서 교육환경 좋은 지역 랭킹 6위에 올라 있다.

    총 515만평으로 분당 신도시보다 약간 작은 광진구는 1995년 3월 성동구에서 분리됐다. 현재는 인근 자양동 스타시티 입주와 뚝섬개발계획 진행에 따라 ‘개발이슈’를 공유하고 있다.

    대부분 1990년대에 건립된 중소형 중층 아파트들은 리모델링 바람을 타고 있다. 게다가 구의동 자양동 일대 11만6565평은 서울시에 의해 2차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선정됐다. 낙후된 지역의 중심지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자연과 첨단 공존하는 ‘리버 타운’ 광진
    봉준호

    1962년 출생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졸업 (건축사), 동 대학 국제경영 대학원 졸업

    현대건설 근무, 네이버·조인스랜드·머니투데이 재테크 칼럼니스트

    現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 부동산컨설팅사 닥스플랜 대표

    저서 : ‘월세 단칸방에서 삼성동 아이파크로’ ‘닥터봉의 부동산 쇼’ 등


    상대적으로 낙후 주거지인 화양동, 중곡동에는 뉴타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아차산공원과 어린이대공원은 최고급 녹지라 해도 손색이 없으며 구의정수장 부지는 동대문야구장 이전지로, 전국 안가는 곳이 없다는 ‘멀티 플랫폼’ 동서울터미널은 복합시설단지로 개발될 계획이 떠돈다. 광장동 화이자제약 부지에도 30층 이상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광진구가 좀더 나은 주거지역으로 발돋움할 개발 프로젝트의 열쇠는 역시 한강변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는지에 달렸다. 강변의 물길을 끌어들여 자연친화적인 조경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강변을 따라 있는 노후 주택단지들에 뚝섬의 ‘성수 뉴타운 예정지’와 같은 대규모 개발계획이 잡힌다면 광진에도 한바탕 바람이 불지 모르겠다. 한강을 제대로 끼고 있는 천혜의 입지, 이것이 광진구의 현주소이자 미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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