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호

노 대통령 측근 정승영 (주)휴켐스 부사장

“대통령이 집 짓는다니까 손해 봐도 땅 떼줬다”

  • 허만섭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7-05-07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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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대통령 측근  정승영  (주)휴켐스 부사장

    2007년 1월1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의 기공식이 열렸다. 노 대통령의 형(오른쪽)인 건평씨가 안전공사를 기원하고 있다.

    ‘신동아’ 2007년 4월호에 노무현 대통령 후견인 박연차씨가 매입 중인 김해 시외버스 터미널 땅 특혜 논란이 보도된 뒤 (주)휴켐스의 정승영(鄭承榮·56) 부사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번 만나서 얘기 좀 하자”는 것이었다.

    그간 ‘신동아’는 김해 시외버스 터미널 기사 외에도 노 대통령의 봉하 저택 특혜 논란, 박연차 회장과 노 대통령 친형 건평씨와의 수십억원대 하도급 거래관계, 2006년 5월 박 회장의 열린우리당 의원 불법 정치자금 제공 문제 등 노 대통령과 ‘후원인’ 박연차 회장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보도해왔다.

    노 대통령 고향인 김해 출신의 박연차(朴淵次·61) 태광실업 회장은 2002년 12월 노무현 후보 정무팀장 안희정씨에게 불법자금 5억원을 제공했고, 2003년 3월 다시 안씨에게 2억원을 줬다. 또한 그는 노건평씨 관련 정원토건에 수십억원어치의 공사를 줬다. 그는 1998년, 2002년에도 노건평씨의 부탁으로 노씨측 임야와 땅, 주택을 사줬다. 그런데 박 회장은 2002년 말 한국토지공사로부터 김해 시외터미널 땅을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후 수백억원의 시세상승을 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6년엔 농협으로부터 322억원을 깎아서 자회사 휴켐스를 인수해 특혜 논란이 일었다.

    같은 김해 출신인 정승영 부사장은 박 회장의 측근으로, 본인 소유의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땅을 2006년 노 대통령에게 퇴임 후 자택 부지 용도로 매각했다. 그는 박 회장이 휴켐스를 인수한 뒤로는 이 회사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 중구 충무로 휴켐스 사무실에서 정 부사장을 만났다.

    박연차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에게 1인당 300만~500만원씩 9800만원의 후원금을 부인과 임직원 등 5명 명의로 불법제공한 혐의로 지난 3월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된 바 있다. 이 부분부터 물어봤다.



    “젊은 의원들이 힘들어해서…”

    ▼ 박연차 회장은 왜 열린우리당 의원 20명에게 불법 후원금을 줬나. 사업적인 필요가 있었나.

    “로비 용도로 준 것은 아니다. 그쪽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따른 것뿐이다.”

    ▼ 어떤 요청이 들어왔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A의원이 박 회장에게 ‘나는 괜찮지만 젊은 의원들이 요즘 좀 힘든 모양인데 박 회장이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 이에 박 회장이 ‘알았다. 명단 보내주시면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박 회장은 선거법을 잘 모르고 순진한 사람이어서 지원해주다 법에 저촉됐다. 대가를 바라고 지능적으로 했다면 표가 안 났을 것이다.”

    ▼ 법에 자주 저촉되면서 돈을 주니까 문제가 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 박 회장측은 농협 자회사로서 독과점 품목을 판매해 많은 수익을 내는 휴켐스를 인수했다. 박 회장측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농협이 당초 약정한 매각대금에서 322억원을 깎아줘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통상적 가격 변동 폭(10~15%) 보다 컸다는 지적이다.

    “틀린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특혜는 없었다. 휴켐스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할 때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후엔 상세실사를 벌인다’는 조건이 있었다. 외상 등 의외의 채무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휴켐스 노조는 신분 보장과 보너스를 요구하면서 실사를 방해했다. 실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농협측은 계약금(매각대금의 10%선)의 2배를 돌려줘야 하는 처지였다.”

    정 부사장은 ‘신동아’의 김해 터미널 기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는 “김모씨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터미널 부지를 매입한 뒤 중도금을 내지 못할 형편이 되자 아는 사람을 통해 박 회장에게 전매했다. 따라서 박 회장은 김씨와의 사적인 계약에 의해 그 땅을 매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나 토공은 수의계약으로 이 땅을 박 회장에게 넘겼음을 자체 문서에서 분명히 밝히고 있다.

    ▼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2002년 10월 박 회장이 김해 터미널 부지 2만2527평을 토공으로부터 282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한 뒤 땅값이 800억원 정도 뛰었다고 하는데.

    “지난 5년간 땅값 안 오른 곳이 어디 있나. 그 땅은 내가 검토했던 곳인데 계속 터미널로 활용하더라도 효용성이 있고, 터미널이 이전해 상업지역으로 개발될 가능성도 있는 곳이다. 땅 시세가 오른 건 사실이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준 것”

    ▼ 현재 그 땅을 임차해 쓰고 있는 김해 시외버스 터미널이 이전하고 그 땅이 상업용지로 개발된다면 더 큰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것 아닌가.

    “현재의 시외버스 터미널은 고속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 김해시에서 안(案)이 나올 때까지 가만히 둘 생각이다.”

    ▼ 정부의 영향을 받는 공기업인 농협이나 토공으로부터 알짜 회사와 개발 요지를 비교적 싼 가격에 인수한 것인데.

    “휴켐스와 김해 터미널 인수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투자행위이며 특혜소지는 일절 없다.”

    ▼ 박 회장 소유 골프장은 2003년 12월 노건평씨의 관계회사인 정원토건에 32억6000만원 상당의 토목공사를 맡긴 바 있다. 대통령의 형이어서 공사를 준 것인가.

    “그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정원토건에 준 것으로 안다. 주고 싶은 사람에게 줘도 문제가 안 된다. 노 대통령이나 노건평씨와는 오래전부터 고향인 김해에서 잘 알고 지내왔다. 공사를 할 만한 능력이 되고 같은 값이라면 아는 사람에게 주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좀 사자’는데…”

    정 부사장은 2005년 7월 노 대통령 생가가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본인 명의로 산9번지 8000여 평을 매입했다. 1년여 뒤인 2006년 11월 그는 이중 1300평을 지분분할(산9-1번지)해 노 대통령에게 퇴임 후 자택부지로 팔았다. 이 땅은 노 대통령 생가 바로 뒤편에 위치해 있다. 노 대통령은 이 땅 위에 연건평 137평에 이르는 저택을 지을 예정이다.

    ▼ 정 부사장은 김해 출신이지만 봉하마을엔 특별한 연고가 없지 않나. 2005년 노 대통령 생가 뒤편 땅을 산 이유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봉하마을은 잘 안다. 노건평씨 측근인 이종길씨가 그 땅을 소개해줬다. 봉하마을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아서 2005년 투자 목적으로 사둔 것이다. 주말농장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땅값으로 전 소유주인 김해김씨 안경공파 종친회측에 4억5000만원 정도 줬다.”

    ▼ 투자 목적으로 샀다면서 왜 1년 만에 그중 일부를 노 대통령에게 팔았나.

    “노 대통령은 변호사가 된 뒤 박연차 회장과 가깝게 지냈다. 두 분은 나이가 비슷해 서로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였다. 나도 노건평씨를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냈다. 이렇게 이러저러하게 얽혀 있는 분이 대통령이 돼 ‘좀 사야겠다’고 하는데 ‘안 팔겠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적 관계 때문이라도 안 팔면 안 되지.”

    노 대통령 측근  정승영  (주)휴켐스 부사장

    김해시 진영읍 소재 노건평씨 관련 건설회사인 정원토건(주) 전경.

    ▼ 노 대통령 자택 부지로 쓰일 것을 염두에 두고 2005년에 이미 땅을 사둔 것은 아닌가. 노건평씨는 땅 매입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나.

    “땅을 살 때는 노 대통령의 자택 신축 계획에 대해선 전혀 듣지 못했다. 노건평씨와는 관련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증언도 있다. 정 부사장에게 땅을 판 김해김씨 안경공파 종친회 관계자는 “노건평씨와 그의 측근인 이종길씨가 ‘대통령의 집을 지을 계획이니 땅을 팔 수 없겠는가’라고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 정 부사장이 2005년 매입한 8000여 평 중 노 대통령에게 분할해 판 1300평은 도로를 물고 있는 편평한 지역이어서 가장 요지에 해당한다. 나머지 6700평은 도로에서 멀고 산비탈이다. 즉, 노 대통령에게 1300평을 팔게 됨으로써 나머지 땅의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됐다.

    “노 대통령에게 팔고 남은 땅이 가치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남은 땅에 집을 짓기란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그냥 나무나 심는 용도로 써야 할 것 같다.”

    노 대통령의 자택 예정지 위에 위치한 정 부사장의 나머지 땅은 노 대통령이 매입한 땅보다 경사가 더 심한 편이다. 경사도가 심하면 건축허가를 받기 어렵다. 정 부사장도 이점을 인정했다. 땅을 분할해 팔게 됨으로써 집을 지을 수도 있던 땅이 녹지나 임야로밖에는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 보통의 지주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불리한 거래는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손해를 감수하고 판 것인가.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였다면 이렇게 분할해서는 안 팔지…. 좀 전에도 말했지만 대통령이 ‘좀 사자’고 하는데, ‘사려면 다 사라’ ‘돈이 없다. 조금만 사겠다’, ‘그러면 못 판다’, 이렇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손해 좀 나더라도 그렇게 한 거다.”

    ▼ 정 부사장은 4억5000만원을 주고 땅을 사서 그중 가장 요지를 떼어내 1억9455만원에 노 대통령에게 팔았다.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은 회수가 안 된 상태에서 나머지 땅의 가치는 떨어지게 됐다. 고향 사람이고 대통령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손해를 보는 것 아닌가.

    “내가 부산 구산동에 사는데 이 동네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라, 내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여유자금으로 사둔 것이어서 상관하지 않는다.”

    ▼ 노 대통령은 2006년 8월27일 노사모 회원들에게 ‘퇴임 후 고향에 집을 크게 짓겠다고 생각하는데 그곳에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만들어질 것이다. 알맹이의 3분의 2는 노사모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했다. 기념관 계획에 대해 들어본 바 있나. 현재 신축 중인 자택 뒤편에 지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집 뒤에 들어설 것 같지는 않다. 봉하 마을은 교통여건이 아직 좋지 않아 오가기가 불편한 곳이어서 기념관 자리로는 좋지 않다. 김해시내나 접근성이 좋은 곳에다 짓겠지.”

    ▼ 그러나 만일 노 대통령이 기념관 용도로 나머지 땅도 사겠다고 하면 팔 의향이 있나.

    “노 대통령이 원하면 언제든지 나머지 땅도 팔 수 있다.”

    ▼ 정 부사장은 노 대통령과 얼마나 친했나.

    “어릴 때부터 노건평씨와는 자주 어울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는 특별히 친하진 않았다. 만나면 인사 정도 나누는 사이였다.”

    “자택 들어서면 오르겠지”

    ▼ 친구 사이의 금전 거래도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 4억원대의 부동산은 보통사람에게는 적지 않은 재산이다. 평소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다면서 대통령을 위해 자신의 재산권을 많이 포기하는 것 같아 이해가 잘 안 되는데….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야지. 대통령과의 인간관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그런 거 아니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반대급부 받는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대통령 자택이 들어서면 그 뒤편 내 땅도 시세가 많이 오를 것으로 본다.”

    이에 대해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대통령 저택 주변에 경호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저택 바로 뒤편 언덕은 토지 활용에 있어 제약이 따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박 회장이 대선 때 노 대통령측에 불법자금을 준 이유는 무엇인가.

    “친구가 대통령선거에 나간다고 하니 줬겠지. 박 회장은 한나라당에도 줬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취임한 후 박 회장은 손해 봤으면 봤지 덕 본 것은 없다.”

    저택 부근 묘지 1기 사라져

    지난해 12월 노 대통령 자택 신축 예정지 인근 언덕에 있던 김해김씨 안경공파 종친회 묘 1기가 없어졌다. 정 부회장이 안경공파 종친회로부터 땅을 살 당시 이 땅에는 안경공파 문중의 묘 수십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정 부회장과 종친회는 17기는 화장, 5기는 영구보존키로 결정했다. 이 같은 내용은 매매계약서에도 포함됐다. 그런데 종친들은 묘제를 지내기 위해 이 땅을 찾았다가 보존하기로 한 5기 중 1기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사라진 묘는 조선 순조 때 종2품 오위장을 지내 안경공파의 자랑인 5대 조부 성배 공의 묘였다.

    안경공파 친인척인 묘 관리인 박모씨는 자신이 묘를 없앴다고 종친회측에 밝혔다. 시신은 화장해 뿌렸다는 것. 그러나 종친회는 박씨에겐 묘를 훼손할 만한 동기가 없다는 점에서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훼손된 묘가 대통령 저택 예정지와 가까이 있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정 부사장은 “5기의 묘를 토지 매수인이 책임지고 보존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묘지 정리를 맡은 박씨가 보존해야 할 묘와 옮길 묘 중 1기를 잘못 처리한 것이다. 종친회와 원수 져서 좋을 게 뭐가 있나. 남의 묘를 구태여 훼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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