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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경제전쟁 첨병, 대표이사급 대리들의 군주적 본능을 깨워라!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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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 4월호에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부장學’이 실리자 그 기사에 나온 이들 중 누가 임원이 됐는지 알려달라는 독자의 요청이 쇄도했다. 편집장이 이번엔 ‘대리學’을 취재해서 독자의 궁금증을 덜어주라고 했다. 그리하여 경제전쟁의 첨병, 대리들의 세계를 취재하면서 기자는 아직 수면으로 떠오르지 않은 한국 기업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기쁨이 일었다.
#Scene 1

꽁트로 엿본 한국 대기업 ‘대리學’
한국물산 홍보팀에서 한국전자 홍보팀으로 옮긴 윤병구(33) 대리. 자리는 옮겼지만 윤 대리는 여전히 사보(社報) 담당이다. 한국물산을 떠나기 전날, 사무실에서 짐을 싸고 있을 때 홍보팀 나영만 부장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윤 대리, 섭섭해.”

“부장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요, 뭐.”

“한국전자는 우리 그룹 최고의 계열사잖아, 좋겠어.”

“다, 괴력의 소유자 부장님 덕입니다.”

“어, 윤 대리 아네! 내가 힘 좀 썼지.”

크, 허세는…. 그래도 섭섭하다. 나 부장은 형님 같은 분이었다.

“참, 김정도 상무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던데. 한번 가봐. 그리고 오늘 저녁 홍보팀 회식 있으니까 도망가지 말고. 노래방 가서 재미있게 놀자, 응?”

이거 뭐, 어린이도 아니고, 보채긴. 알았다고요. 도망 안 간다고요.

‘모든 걸 다 걸어서…’

김정도 상무. 사장 비서실 부장 출신인데, 얼마 전 한국전자 인사팀 상무로 승진했다. 박명진 부사장이 민 것 같다. 지난번에 윤 대리에게 부장들 만나서 ‘성향 보고서’를 올리라고 했는데, 결과는 김 부장과 신수미 부장의 임원 승진. 공연기획팀 한공연 부장은 퇴사했다. 잘렸다기보다는 그가 먼저 사표를 냈다. 사표 내던 날, 한 부장은 윤 대리에게 이별주를 샀다.

“야, 윤 대리. 나 이제 로또복권 안 사기로 했다.”

“이제부터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천만에. 오늘부터 안 살 거야. 이젠 푼돈에 목숨 걸지 않기로 했어. 푼돈 아무리 써봐야 말짱 꽝이란 거, 어제 깨달았어.”

“….”

“어제 사무실 정리하다가 예전에 읽은 책을 찾았지. 변화경영 전문가를 자처하는 구본형씨 책인데, 주르륵 훑어보다가 밑줄 친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마흔 살은 가진 것을 다 걸어서 전환에 성공해야 한다. 나의 모든 것을 걸어 내 안에 있는 군주적 본능을 깨워야 한다.’ 캬, 얼마나 멋진 말이야. 나도 내 안에 있는 군주적 본능을 깨울 거야. 자, 건배.”

한 부장의 말은 성경에 나온 갈렙 선지자의 외침 같았다. 모세가 아꼈던 두 명의 후계자 중 하나였고, 이스라엘 민족의 가장 용맹한 영웅이었던 갈렙은 85세에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한다.

“그날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이 산지(山地)를 내게 주소서. 그 성읍들이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하시면 내가 필경 여호와의 말씀대로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한 부장은 자신의 ‘산지’를 찾아 지방으로 내려갔다. 모 지자체 산하의 예술문화회관 팀장으로 가는 그의 얼굴은 한층 밝아 보였다. 꼭 꿈을 이루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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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 일러스트·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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