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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노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재판관들 고성 지르고 주먹다짐 직전까지…”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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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대통령 덕분에 온 국민이 헌법소원 이용
  • 노 대통령 탄핵 심판 때 재판관실, 식당 등에 도청방지 장치
  • 재판관,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심판 때 강력한 소수의견
  • 신문법, 여론의 다원화냐 언론자유 침해냐로 치열한 다툼
  • 부임 늦은 순서대로 평의(評議)에서 의견 내야
  • 찬반 팽팽할 경우 재판관들끼리 서로 설득하기도
이공현  재판관이 들려주는 헌재 판결 뒷얘기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대 졸업
●1971년 제13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민·형사지방법원 판사, 대구고법 판사, 부산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판사 겸 법원행정처 법무담당관,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실장, 대법원장 비서실장, 법원행정처 차장, 사법개혁위원회 부위원장
●現 헌법재판소 재판관

“헌법재판소로 갑시다.”

“헌재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헌법재판소와 법원을 헷갈렸지만 요즘은 ‘헌재’라고만 해도 통한다. 택시기사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가회로 15번지에 있는 헌법재판소가 어떤 재판을 하는 곳인지 잘 안다. 다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참여정부’ 출범으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심판을 받았고, 신행정수도 건설이 헌법재판소의 위헌(違憲)결정으로 중단됐으며, 최근에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중앙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결정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개인의 자격으로 선거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낸 것에 대해 ‘헌법을 유린하는 또 하나의 진기록’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헌재 소속 재판관 9명 중 최고참인 이공현(李恭炫·58) 재판관을 만나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주요 판결 뒷얘기를 들어봤다. 이 재판관은 법원에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만 23세에 최연소 판사로 법복을 입은 이래 지난 31년 동안 민사·형사·행정 분야에서 다양한 재판을 경험했다. 헌재에 온 지는 2년4개월째.

헌법재판관 한 사람의 힘은 막강하다. 우선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견제하는 권한이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위헌을 선언함으로써 기본권을 보호한다.

“헌재 위상 높아진 건 민주주의 덕분”

▼ 헌법재판소는 ‘재판관’이라 하고 법원은 ‘판사’라고 부르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일반 재판과 차원이 다르고 성격이 다릅니다. 법원의 판사는 법률에 의해 특정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민·형사 재판을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헌법재판소에서는 법률 그 자체가 헌법에 위반됐는지를 다루죠. 그것을 분명히 구분하기 위해 ‘재판관’이라는 용어를 쓰는 겁니다. 예전에는 법원으로 전화해 헌법재판소를 찾았는데, 요즘은 ‘헌재’라고 해도 다 알아듣지요. 하긴 노무현 대통령 덕분에 온 국민이 헌법소원을 이용하는 국가가 됐으니…(웃음).”

▼ 헌재를 홍보하는 데 노 대통령이 일조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어떤 것이든 우연히 이뤄지는 건 없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거죠. 제가 1973년에 판사가 됐는데 지난 30~40년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선진국의 300~400년과 맞먹습니다. 경제성장은 물론, 사회가 변화하고 국민 인식이 변했어요. 특히 민주주의 정착이 잘 된 거죠. 헌법소원 심판은 국가의 어떤 작용으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무효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를 구제하는 심판인 셈이죠. 유치장 화장실에 칸막이가 설치된 것이나 미결수가 재판받을 때 수의(囚衣)를 입지 않는 것, 미결수가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수갑과 포승에서 해방된 것이 모두 헌법소원 심판 덕분입니다.”

작년 한 해 헌재에 접수된 헌법소원은 총 1562건. 그중 1209건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전체 헌법소원 청구사건의 68%에 해당된다.

최근 여야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고발사건으로 확대하는 형사소송법개정안에 합의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는 불기소처분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형사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수고를 덜게 돼 오직 위헌법률 심판과 헌법소원 심판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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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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