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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헌법가치 무너뜨리고 ‘적법한 법집행’이라니…”

  • 신 평 경북대 교수·헌법학, 변호사 lawshin@knu.ac.kr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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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26일과 27일 검찰은 ‘신동아’ 6·7월호가 보도한 ‘최태민 보고서’ 기사의 취재원을 밝혀내기 위해 기자들의 e메일 계정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비록 동아일보 기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긴 했으나, 검찰이 언론자유의 핵심인 취재원 보호를 정면으로 침해하려 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은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아닌 ‘피내사자의 관련인’으로 단순한 참고인에 불과했다. 판사 출신의 변호사이자 헌법학자인 신평 교수가 이 사태를 지켜본 소회를 보내왔다. 그는 “동아일보 압수수색 시도는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라는 기본권을 유린한 위헌적 법 집행이기에 검찰의 적법성 주장은 무의미하다”고 비난했다.
법관 출신 헌법학자의 ‘신동아 사태’ 관찰기

7월27일 동아일보 전산 서버에 대한 두 번째 압수수색을 시도한 검찰과 이에 맞선 동아일보 기자들.

검찰이 기자의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해 언론사를 압수수색한 사례는 군사독재시대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2003년 SBS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한 차례 있었지만 이번 ‘신동아 사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당시의 압수대상은 청와대 고위인사의 비리 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였는데, 이는 일선 검사에 의해 불법 촬영된 것이었다.

그런데 신동아 사태의 경우, 검찰은 범죄혐의 자체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기자가 해당 사건의 피의자도 피내사자도 아닌 상황에서, 단지 사건과 관련됐을 개연성만으로 기자들의 모든 e메일을 뒤지려 했다. 법원은 사건과 관련된 e메일을 특정하지 않고 사생활 영역이 포함된 모든 e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이는 언론자유와 사생활 보호를 보장한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언론의 자유를 수사편의보다 별반 중시하지 않는 안이한 의식의 발로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특히 이번 사태가 ‘언론개혁’을 줄기차게 부르짖어온 ‘참여정부’에서 일어난 점에 주목한다. 동아일보 전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이 헌법과 얼마나 불일치하는지를 살펴보려면 우선 신동아 사태의 전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미봉으로 끝난 ‘신동아 사태’

신동아는 지난 6월호에서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예비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기사를 ‘박근혜 X파일 · 히든카드’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옛 중앙정보부가 작성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최태민 보고서’(기자가 입수한 보고서의 원제목은 ‘최태민 관련자료’로 A4용지 16쪽 분량)를 토대로 작성된 이 기사는 박 후보의 가장 큰 약점으로 알려진 최태민 목사와 박 후보의 관련설을 다뤘다. 기사의 전체적 맥락은 오히려 X파일에 대한 진상규명과 박 후보측의 해명에 무게를 둔 측면이 있다.

신동아는 이어 7월호에서 1980년 전두환 정권 당시의 국가안전기획부 수사기록을 토대로 “‘전두환 안기부’, 박근혜 약혼설과 재산 의혹 수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신동아는 이 기사에서도 항간에 나도는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반론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등 다각도의 취재로 균형감 있게 보도했다.

신동아 기사가 보도되던 때는 박 후보와 한나라당 경선 경쟁자인 이명박 후보 사이에 온갖 잡음이 일며 각종 고소고발이 이어지던 시점. 일각에선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이 한나라당 경선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전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 후보측과 한나라당은 신동아 6·7월호에 ‘최태민 보고서’ 관련 기사가 잇달아 보도되자 “국가정보원이 박 후보를 흠집내기 위해 기밀문서를 고의로 유출한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던 중 신동아가 입수한 최태민 보고서와 또 다른 형태의 ‘최태민 수사 기록’이 6월 말 이후 이해찬 전 총리,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 등 4명의 범(汎)여권 의원 홈페이지에 게재되자 한나라당은 7월12일 국정원과 김만복 국정원장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 “이들 보고서가 어떤 경로로 작성됐고, 어떻게 외부로 흘러갔는지를 밝혀달라”는 요청이었다.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한 내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증거로 미뤄 보고서의 유출과정에 국정원 직원 박모씨가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신동아 기자와 박씨의 연관성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7월25일 서울중앙지법에 박씨와 신동아 기자 2명의 e메일 계정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것도 국정원과 신동아 기자의 관련성을 추적하기 위함이었다.

영장담당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청구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인정했다. 사건과의 연관성에 관계없이 동아일보와 각 포털사이트 웹 스토리지 서버에 보관된 신동아 기자의 모든 e메일 자료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법원은 다만 압수수색 기한을 7월31일까지로 한정했고, 압수수색 대상을 2007년 4월21일 이후에 저장, 보관된 e메일 자료로 한정했다.

7월26일과 27일 검찰은 이 영장을 제시하고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내 전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동아일보 기자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관련 자료를 얻는 데 실패했다. 동아일보와 기자들은 “언론사의 전산 서버를 뒤져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취재원과 기자의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파헤치는 것은 심각한 인권 및 언론자유 침해”라며 반발했다. 결국 검찰은 7월30일 사건과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e메일 자료만 임의제출받기로 동아일보와 합의하고 압수수색을 단념했다.

이로써 신동아 사태는 어느 정도 수습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봉에 불과하다. 이 사건의 전개과정에서 언론측이 제기한 언론의 자유 혹은 취재원 보호와 같은 법적, 사회적 쟁점들에 대해 이해 당사자 간에 그 어떤 합의나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재원을 색출하기 위한 검찰의 언론사 압수수색을 헌법상 보장된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반발하는 언론사 및 기자 사회와는 대조적으로 검찰은 “언론사 압수수색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집행한 적법한 행위이며 언론사라고 법 집행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언론자유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두 집단 간의 냉기류는 앞으로도 대상과 시기를 달리할 뿐 제2, 제3의 신동아 사태가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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