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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체벌, ‘운동기계’는 먼 나라 얘기… 훈련도 선수 맘대로

  • 김영아 자유기고가 paxpen@empal.com

‘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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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단 1년 안 돼 전국대회 4강, 청소년대표 2명 배출
  • 학교 운동장 없어 남의 운동장 빌려 연습
  • ‘전술’ 대신 ‘틀’을 가르친다
  • “4강 진출보다 페어플레이상 받은 게 더 값진 성과”
  • 4-3-3 선진 시스템으로 ‘생각하는 축구’ 구현
  • 체육특기학교 지정되는 게 가장 큰 바람
‘공포의 외인구단’ 성지고 축구팀의 행복한 자율 리더십
“이세상에서 축구를 하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

현역 축구선수 가운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손꼽히는 호나우지뉴(FC 바르셀로나)의 말이다. 이 말처럼 오로지 축구를 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모인 한 고등학교 축구팀이 창단 1년도 채 안 돼 전국대회 4강을 차지하며 고교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돌풍의 주인공은 지난해 7월 창단한 서울 성지고등학교 축구팀. 2007 청주 직지배 우수고교초청축구대회 준우승, 제44회 부산MBC 전국고교축구대회 4강, 서울시 교육감배 고교축구대회 준우승을 차지했고, 18세 이하 국가대표를 2명이나 배출했다.

내로라하는 축구 명문고도 이루기 힘든 성적을 창단 1년도 안 된 팀이 해낸 것을 두고 축구인들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성지고는 한때 방황하던 학생들과 못 배운 것이 한이 되어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중장년층이 주로 다니는 ‘학력인정고교’, 이른바 도시형 대안학교다. 이 학교에는 운동장도 없어서 이곳저곳 남의 운동장을 빌려 연습해 이룬 성적이기에 놀라움을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다른 학교에서 축구를 하다 그만뒀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로 구성된 성지고 축구부가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일을 일궈냈을까.

‘거대한 용광로’ 같은 학교

서울지하철 5호선 화곡역 3번 출구에서 걸어서 2분쯤 가다 보면 상가 건물들이 밀집한 도로변에 3층짜리 흰색 건물이 보인다. 성지중·고등학교다. 본래 강서구 종합사회복지회관이던 건물을 인수해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교실 크기도 제각각이고, 공간도 협소하다. 강당도 운동장도 없다.

이 학교의 전신은 구두닦이, 신문팔이, 넝마주이, 공장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야학이다. 영등포에서 소규모 운송업을 하던 김한태 교장은 배움의 기회를 놓친 길거리 청소년들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겨 1972년 영등포구 영중초등학교의 낡은 창고를 빌려 야학을 시작했다. 1978년에는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교남회관 지하로 옮겨 강서청소년직업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지금 사용하는 강서구 종합사회복지회관으로 이사한 것은 1981년. 이때 처음으로 교무실, 교실 등을 갖춘 학교 시설이 마련됐고, 이듬해인 1982년 성지중·고등학교로 개명했다. 1988년 완전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 승인을 받았고, 2001년 도시형 대안학교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주간 1551명, 야간 375명 총 1926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골목길 같은 좁은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 마주친 성지중고 교정은 2000명 가까운 학생이 공부한다고 믿기 힘들 만큼 비좁았다. 축구부 담당인 함익주 선생의 안내를 받아 먼저 교장실로 들어섰다. 이 학교 교무실 출입문에는 ‘사랑방’, 교장실 문에는 ‘안방’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학생들이 제집 안방처럼 스스럼없이 드나들라는 뜻에서 붙였다는 게 김한태 교장의 설명.

“우리 학교는 거대한 용광로입니다. 제철소에 한번 가보세요. 부러져 못 쓰게 된 숟가락, 낡은 자전거 바퀴, 녹슨 고철덩이가 수북이 쌓여 있어요. 고철도 3000℃ 열로 녹이면 여러 가지 좋은 제품으로 탈바꿈해서 비싼 값에 팔려 나가지 않습니까. 용광로가 좋은 고철, 나쁜 고철 가려 받지 않는 것처럼 우리 학교도 다양한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어 훌륭한 시민으로 길러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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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아 자유기고가 paxpe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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