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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국민 지지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승계 ‘절차’와 ‘분위기’가 유일 변수”

  • 이규성 아시아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obos@newsva.co.kr

‘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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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검찰의 압수수색, 삼성 특검법 통과 등으로 삼성은 지금 커다란 위기를 겪고 있다. 그 구성원인 삼성맨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회사 문제를 거론하는 자체가 금기(禁忌)시돼온 삼성맨들이 솔직하게 생각을 털어놨다.
‘삼성맨’들이 보는 삼성의 오늘
“삼성이라는 거함이 망망대해에서 불이 나 좌초된 형국이다. 처음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난 작은 불쯤으로 치부했는데, 어쩌다 보니 진화가 안 돼 선박의 심장이라 할 엔진실까지 번진 셈이다. 쓰레기 소각장은 늘 화재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 안전수칙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데, 예상치 못하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차라리 외부의 공격이면 맞서 싸우면 되는데, 내부에서 터진 재해다 보니 어떻게 손쓸 틈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한 고위 임원은 최근의 ‘삼성 사태’를 바라보는 삼성 내부의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법무실장)의 폭로를 계기로 삼성증권, 삼성SDS 등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이 이어졌고, 2008년 1월부터는 특검 수사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는 형국으로 퍼지자, 당사자 격인 ‘삼성맨’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폭로 내용의 진위 여부를 떠나 삼성으로선 김 변호사의 폭로 자체가 여간 당혹스러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삼성 고위직을 지낸 인사의 내부고발도 처음인 데다 삼성의 ‘머리와 심장’으로 불리는 구조조정본부 법무실장을 지낸 사람이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경영권 승계’ 같은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삼성의 조직문화에선 여태 발생한 적도 없고, 발생해서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관리의 삼성’ 강박관념

삼성그룹은 국내 임직원만 16만명, 해외지사 인력까지 포함하면 25만명이 넘는다. 삼성전자만 해도 110여 개의 국내외 법인을 관리하고 있다. 해외 생산법인(공장)도 11개국에 걸쳐 21개나 된다.

이런 매머드급 글로벌 조직을 그동안 별 탈 없이 운영해온 비결 중 하나가 삼성만이 가진 ‘관리’의 힘이었다. 원래 ‘관리’란 단어는 삼성의 직책을 일컫는 용어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과거 삼성은 관리부장, 관리본부장이 사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관리본부장은 요즘 ‘재경팀장’ ‘재무팀장’ 등으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 과거 재무·경리 관련 인력이 승진하는 코스가 관리부장, 관리본부장이었다.

삼성이 재무가 강하고 재무통(通)이 대접받는다는 사실은 삼성 내부뿐 아니라 재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장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구조조정본부)을 필두로 주요 계열사 사장들 중 태반이 재무 출신이다.

삼성맨들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표현에 대해 외부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룹 고위 임원은 “‘관리의 삼성’엔 단순히 재무팀의 파워가 세다는 뜻만 담겨 있는 게 아니다. 삼성의 조직관리 기법을 통칭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광의의 의미로 받아들이길 당부했다. “삼성 계열사가 수십개를 넘고 오너가 일일이 계열사 경영을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면서 관리본부장을 통해 이원화된 조직관리를 해온 게 삼성의 전통이었다”는 것. 이렇듯 일사불란하고 치밀한 조직관리를 자랑하는 삼성에서 내부고발자(deep throat)가 생겨난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삼성의 처지에선 관리의 중대한 허점이 발견된 것이다.

삼성 IT계열사의 한 간부는 “삼성맨들은 내부에 문제가 발생해도 절대 외부로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 같은 것을 갖고 있다. 김 변호사가 그런 관행을 깨뜨린 첫 번째 사례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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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아시아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bobos@newsv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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