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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 5

전 연세대 총장 송자

“학교가 주식회사면 어때요? 잘 가르치기만 하면 되지”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hunghokim@hotmail.com

전 연세대 총장 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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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녀교육에 성공하셨죠? 하버드대를 나왔던가요?

송 자 큰아이는 학부를 브라운대에서 마쳤고, 시카고대 의대, 하버드대에서 공중보건을 공부했습니다. 작은아이도 브라운대와 뉴욕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안과의사로 일하고 있어요.

김정호 독자에게 전수할 만한 자녀교육법이 있다면요.

송 자 아이들 스스로 잘 해주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특히 큰아이가 부모의 마음을 읽고 책임감 있게 행동해줬어요. 제가 한 일이라고는 관심을 쏟은 것밖에 없어요.

공교육 수준 끌어올려야



김정호 자녀가 자생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가요.

송 자 그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관심입니다. 아이 뒤통수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부모가 관심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신에게 온 정성을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그때부터 아이는 부모가 없어도 함부로 행동하지 않아요. 또 대화를 자주 하고,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죠.

김정호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송 자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찬성하는 편이에요. 외국에 나가는 게 나쁠 이유가 없죠. 국수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을 처음 보딩스쿨(기숙학교)에 보낼 때 중학교 2학년이라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방학을 계산해보니 1년에 5개월쯤은 집에서 보낼 수 있더라고요. 또 떨어져 있는 동안에도 선생님들이 캠퍼스에 살면서 부모처럼 아이들을 돌봐요. 더욱이 요즘같이 국제전화가 잘 되고, 비행기 직항노선이 있는 여건에선 조기유학이 그리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돈을 밖에서 쓴다는 게 문제죠. 그래서 더더욱 그런 학교를 한국에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종합예술학교만 봐도 그렇습니다. 그 학교 출신 세계 콩쿠르 우승자가 배출되지 않았습니까. 다른 분야라고 안 되나요. 한국 학교도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또 그럴 수 있습니다.

김정호 한국 교육현실에 대해 한말씀 해주시죠.

송 자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교육은 순서가 중요합니다. 교육은 ‘굿 앤 스마트 퍼슨(good · smart person)’을 만드는 건데 이 중에 ‘굿 퍼슨’을 만드는 일이 우선입니다. 인성교육은 어릴 때 잘해야지, 시간이 지나면 잘 안 됩니다. 지식교육은 평생 해야 하는 건데, 그러려면 인성교육을 통해 그럴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는 스마트 퍼슨을 만드는 것, 즉 지식교육만 강조한 나머지 아이들이 다들 부모에 의해 양생되고 있어요. 이제는 스스로 공부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 학부모에겐 학교선택권이 보장돼야 하고, 더불어 그만한 책임도 져야 합니다.

둘째, 제도적으로 학교의 자율과 경쟁을 보장해야 합니다. 셋째,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리 때는 학교 가는 게 너무 즐거웠어요. 학교 시설이 집보다 훨씬 좋았거든요. 학교에는 집에 없는 풍금, 철봉 같은 게 있으니 학교 가는 게 즐거울 수밖에요. 요즘은 안 그래요. 학교는 적어도 중산층 생활수준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김정호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송 자 방향은 찬성입니다. 하지만 자립형 사립고를 100개 만들겠다는 등 수치를 정하는 것엔 반대합니다. 자립형 사립고 만들겠다는 사람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정부는 공립학교의 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공립학교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정부의 몫 아닐까요. 그래야 어린아이들이 학원을 두 군데, 세 군데씩 안 다녀요. 말로만 창조교육 외치치 말고 마음껏 놀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지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의무교육의 질을 높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도 망해봐야…

김정호 (주)대교 회장을 지내셨는데, 대학 운영과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입니까.

송 자 대학엔 말 듣는 사람이 없어요. 누구나 쉽게 총장을 갈아 치울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반면에 기업에선 사람들이 말을 잘 듣습니다. 지시만 하면 척척이죠. 그래서 기업 경영이 수월하긴 하지만 위험부담이 큽니다. 대학은 한번 판단을 잘못해도 시간이 문제를 해결해줍니다. 학생들이 등록금 투쟁하느라 총장실이 난리가 나도 시간이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지죠. 또 대학은 망하지 않습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종종 “대학과 은행이 망해야 대한민국이 잘된다”고 했습니다. 요새는 은행이 망하기도 하니까, 이제 대학만 망하면 됩니다. 요즘은 대학 총장도 경영 능력과 성과를 요구받으니 대학 운영이 예전만큼 쉽지는 않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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