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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2000만원 무담보 대출과 2000원 로또 사이

  • 손민규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lugali@naver.com

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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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의 재력이 사교육 수준을 결정하고, 사교육이 대학 입학을결정하는 시대. 대학의 간판은 다시 아르바이트 수입과 재정적 여유의 폭을 결정짓고, 나아가 졸업 후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차이로, 결국은 수입과 계층의 차이로 연결된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 신화가 사라진 자리, 누구는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2000만원을 벌어들이고 누구는 2000원짜리 로또에 유일한 희망을 거는 2008년 대학가의 회색 풍경.
대학가, ‘계층 세습’ 서막이 되다

2007년 10월 한 지방대 캠퍼스에서 열린 채용박람회장에서 취업 지원자들이 지원 회사를 꼼꼼히 살펴보며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김모(24)씨와 권모(24)씨는 모두 1984년생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대학생이며 남자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이들 사이에 공통점은 없다.

김씨의 아버지는 서울대 출신 대학교수다. 어릴 때부터 줄곧 1등을 놓치지 않던 김씨는 주변의 예상대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서울대에 합격했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법을 공부해 기업 간 M&A 전문가가 되고 싶어 사법시험을 치렀다. 현재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그간 미뤄둔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사법연수원과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하면 그가 사회에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미 상위계층이 될 초석은 마련한 셈이다.

김씨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바로 그해에 지방대 학생인 권씨는 군에서 제대했다. 사회의 따스한 환대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앞에 놓인 현실은 생각보다 더 냉혹했다. 부모의 사업이 망해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막연히 복학을 생각하고 있던 권씨는 등록금을 대줄 수 없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휴학 기간을 연장했다. 집에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의대생은 등록금 걱정 안 한다?

매일같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기저기 발품도 팔았지만, 자격증이나 특별한 기술 없는 대학 휴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이전에는 술집에서 서빙을 했고 지금은 사설경비업체에서 일한다. 야근이 잦고 근무도 힘들지만 시급은 고작 3500원. 자기 계발은커녕 먹고살기도 벅차다. 또래 친구들은 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스펙(취업 준비생들의 학점·이력·영어시험 점수 등을 일컫는 은어)’을 쌓고 있지만 권씨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고요? 용은 고사하고 지렁이 한 마리도 못 나오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지방 국립대에 재학 중인 차승호(23)씨는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에요. 그냥 당연한 거죠. 요즘처럼 사교육비가 대학 입학을 좌우하는 시대에는 돈 많은 집안 아들딸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또 명문대생은 과외로 손쉽게 돈 벌어서 어학연수도 다녀와 스펙도 쌓고, 결국 좋은 직장 들어가고, 그러잖아요. 그에 반해 돈 없는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인생의 목표가 되죠.”

언뜻 들어도 차씨의 말은 사회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 사회계층은 전적으로 경제적 자원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 사회적 명예 등 복합적인 요소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는 대학생 사회의 계층 역시 마찬가지다. 대학생의 계층화에 대해 성지훈(25·한국외대 2년)씨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사회에나 계층 분화는 존재하고 대학사회도 예외일 수는 없죠. 다만 대학생이라는 집단이 가지는 특수성은 있겠죠. 학교 간판의 차이 정도? 그 밖에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나 성별은 일반 사회에서나 대학사회에서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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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규 동아일보 대학생 인턴기자 lugal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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