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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 7

법경제학 개척자 리처드 포스너

“美, 법관도 경제논리로 판결할 만큼 시장친화적”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법경제학 개척자 리처드 포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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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법경제학이 미국 판사들을 시장친화적, 기업친화적 성향으로 바꿔놓았다고 봐도 될까요.

포스너 그렇습니다. 그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옳습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정치적 환경 자체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어요. 당시 인플레이션은 심했고 성장률은 형편없었지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절실했습니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집권해서 경제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것이 성공을 거두자 흥미롭게도 상대적 좌파인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도 레이건의 유산인 자유시장 중심의 경제정책을 계승했습니다. 공산주의 붕괴도 이런 추세에 일조했지요. 현재 시장경제는 북한과 쿠바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지배적인 경제관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중앙통제 경제가 아닌, 규제 완화를 비롯한 시장경제가 주도적 흐름을 형성한 겁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판사들도 판결에 경제분석을 받아들이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경제학은 중앙집권적 정책이나 전체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는 중요한 도구였기 때문이지요. 법경제학도 그런 시장경제를 향한 큰 흐름의 일부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자유방임주의 지지”

김정호 법관이 경제학 논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미국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가 뭘까요.



포스너 미국이 보통법 체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보통법은 판사들이 새로운 방법론을 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반면 대륙법 국가의 판사들은 국회에서 정한 법조문을 철저히 따라야 하기에 새로운 시도를 하기가 어렵지요. 판사가 되는 과정도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보통법 국가에서는 로스쿨 교수 같은 다른 직업을 가졌다가 나중에 판사가 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대륙법계 나라들은 처음부터 판사로 출발합니다. 그런 차이 때문에 미국 판사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김정호 미국은 여러 면에서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과 차이를 보이는데, 대기업 정책도 그런 것 같습니다. 유럽은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애플과 같은 대기업들에 대해 규제 지향적 태도를 보이는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데,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자국 기업이라서 봐주는 걸까요, 아니면 법의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까요.

포스너 그런 대기업들의 국적이 미국이라는 사실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믿음이 유럽인들보다 확고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그만큼 시장개입을 자제하다 보니 대기업을 규제해서 작은 기업에 이익을 주려는 시도도 드물지요.

김정호 혹자는 대기업을 적절히 규제해야만 시장에서 경쟁과 역동성이 살아난다고 주장하는데요.

포스너 저는 일반적으로 자유방임주의를 지지합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효율적이지 않고서는 대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물론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실질적으로 경쟁을 해치는 행위를 할 수 있고, 그런 행위는 억제돼야 하지만, 단순히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덩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기업을 규제하다 보면 싸고 좋은 제품을 공급해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기업의 노력도 줄어들게 됩니다.

“플리바기닝, 법정의에 어긋나지 않아”

김정호 좋은 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법은 많을수록 좋은가요. 한국에서는 활발한 입법활동을 벌이는 의원들이 훌륭한 의원으로 간주되며 인기도 높을 때가 많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가 국회의원들로 하여금 더 많은 입법활동을 하라고 부추기는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포스너 판사께서는 “의회가 제정한 법은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고 경고했습니다. 의회가 만들어야 할 법과 만들지 말아야 할 법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포스너 의회가 잘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가령 세금과 관련된 구체적 사항들은 판사가 판결하기보다 의회가 결정하는 것이 쉽습니다.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황 단속의 기준치도 판사가 결정하기보다 의회가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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