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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권한도 책임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관(官)’자 달기 올인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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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히 ‘철밥통’에 비유되는 공무원에게 또 하나의 꼬리표가 붙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들에게 ‘머슴’이 돼라 했다. 기획재정부 관료에게 한 말이지만 시·군·구 6급 공무원, 이른바 ‘주사’들은 자신들을 겨냥한 말이라 여긴다. ‘관(官)’자 붙은 고위직과 하급직 사이에 ‘낀 세대’. 사무관 승진엔 거듭 고배를 마셔도 말단의 ‘큰형님’으로 정부의 말초신경망을 책임지는 그들이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 고위관료들이 ‘쌩쇼’를 해도 그들은 좀처럼 말이 없다. 이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말단 큰형님’ 6급 공무원이 사는 법
철밥통. 무사안일. 칼퇴근. 일 떠넘기기. 거저먹기. 부패의 온상.

국민의 머릿속 검색창에 ‘공무원’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이런 ‘연관어’가 뜨지 않을까. 국민들 사이에서 공무원의 위치는 미묘하다. 국민을 위해 일하지만 국민들은 ‘수고한다’는 한마디에도 인색하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뭇매를 맞는다. 그렇다고 못마땅한 내색을 해서는 안 된다. 속에선 부아가 치밀어도 겉으론 늘 저자세여야 한다. 세금을 녹으로 먹고 사는 죄인 아닌 죄인인 탓이다.

백과사전은 공무원을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종류에는 크게 중앙부처의 국가공무원과 기초·광역자치단체의 지방공무원이 있고, 직렬은 행정·기술·기능직으로 나뉘며, 직급은 1급부터 9급까지다. 업무는 ‘단순반복’, 인사는 연공서열 위주로 진행된다.

여기까지가 공무원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정보다.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부정적인 연관어의 출처가 대충 짐작된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속으로 이렇게 항변한다.

“그건 일부의 단점을 극대화한 편견일 뿐이죠. 정부가 실책하고 경제가 어려운 게 우리 책임은 아니지 않습니까.”

3월10일 이른 새벽, 이명박 대통령은 기획재정부 관료들을 모아놓고 ‘공무원 머슴론’을 설파하며 공직 사회의 대대적 변화를 촉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창의시정은 ‘머슴론’과 같은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다음은 이 대통령의 발언 일부.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서번트(servant, 머슴)이죠. 말은 머슴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국민에게 머슴 역할을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 간부들은 국제 여건이 어렵고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 잠을 못 잡니다. 국민들이 일자리가 없고 서민들이 힘들어할 때 공직자들이 과연 그런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까. 국민들이 힘들어도 여러분에게는 봉급이 나가죠. 재정에 위기가 오고 경제성장은 떨어지고 일자리가 준다고 한들 여러분이 감원되겠습니까, 봉급이 안 나올 염려가 있냐고요. 출퇴근만 하면 됩니다. 신분이 보장돼 있으니 위기나 위기가 아닐 때나 같은 자세이죠….”

공무원 사회에 불어닥친 ‘경쟁과 효율’ 바람 탓일까.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공무원들이 최근 들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수십년간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무원 사회는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민선 4기 지자체 이후 ‘무능 공무원 퇴출’ ‘성과 기준 신인사제도’는 그 문구의 자극성만큼이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변화 요구에 대한 공무원들의 태도는 크게 상반된다. ‘장기적으로 공무원의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과 ‘공조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테러이며,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곧 수그러들 것’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지금 공무원을 괴롭게 하는 이 시간이 훗날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 될지 아니면 단순히 ‘잃어버린 시간’으로 공중분해될지 누구도 단정하진 못한다. 가까이 있는 사람 같지만 정작 아는 건 별로 없는 공무원의 세계, 그중에서도 하급직 공무원의 ‘큰형님’으로 대한민국 공무원 사회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라 할 6급 공무원들은 급변과 효율의 시대에 공무원 노릇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전으로 살아가기

‘1980년대 9급으로 입사. 공무원 경력 25년. 시·군·구청에서 계장 혹은 주사로 통함.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10여 년 후 정년. 연봉 5000만~5500만원. 자녀는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부부가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음. ‘별’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 중.’

9급으로 입사한 6급 공무원의 평균 프로필이다. 먼저 구청 6급 공무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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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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