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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切磋琢磨),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총리 통역 하려면 총리 아이큐는 돼야 해!”

  • 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절차탁마(切磋琢磨),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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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탁마(切磋琢磨), 통역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통역사는 연설 내용을 정확하게 청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덧입히는 것은 금물이다.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1차 시험에 외대는 단답형 문제가 출제돼요. 총 100문제가 나오는데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숙지하면서 준비해야 하지요. 독해, 한자, 문법, 띄어쓰기 등 한국어 시험도 치러야 하고요. 반면 이화여대 1차 시험은 영어 에세이예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영어로 논설문을 쓴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2차 시험은 외대는 번역, 영어·한국어 에세이, 영어 구술시험 3가지가 포함되고, 이화여대는 한-영 순차통역 시험을 치러야 하지요. 외대 입시가 이화여대에 비해 다소 복잡하지만 본인의 특성과 강점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좋습니다.”

나는 이대를 선택하기로 했다. 원래 이것저것 끼적이는 걸 좋아하는지라 메모리 위주의 문제보다 에세이의 매력이 컸다.

일단 ‘골인’을 위해 철저히 시험유형에 맞춰 준비하기로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모든 고시(‘통역고시’라 치고)가 그렇듯 장수생이 되면 ‘고시 수렁’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소문처럼 떠도는 평균 준비기간은 1년8개월. 10개월 안에 ‘쇼부(승부)’를 본다는 계획을 잡고 전략을 짰다.

내가 공부해야 할 부분은 영한통역, 한영통역, 그리고 에세이. 긴 지문을 요약해 다른 언어로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구사해야 할 언어는 ‘막말’이 아닌 정제된 고급문장이다. 일단 6월까지는 단어, 문장, 구를 외워 어휘력을 늘리고, 8월까지는 한국어 뉴스 따라 읊기, 영어 연설문 외우기에 주력하기로 한다. 물론 영한, 한영통역 및 에세이 작성을 포함하는 학원 수업과 함께.

돌아온 수업시간. 학원 강사들 모두 통대 출신으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다.



“이 수업은 영한 순차통역, 한영 순차통역, 문장구역까지 전방위로 이뤄집니다. 국내외 신문·잡지 등의 소스를 활용해 정치, 경제, 문화, 연예 등의 주제를 아우를 겁니다. 아시죠? 영어만 잘해서는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없다는 거.”

수업은 발표 위주로 진행됐다. 지문을 듣고 난 뒤 바로 영어로 옮겨 발표해야 한다.

‘동물도 남을 의식할까. 동료가 무엇을 느끼는지, 무엇을 보고 듣는지 알까. 감정이입이 가능할까. 감정이입은 지극히 인간적인 속성이라고 여겨왔다. 남의 감정을 이해하고 동감하는 능력은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며, 인간만이 남의 처지를 이해하고 돕는다고 간주했다….’

강사가 읽어준 지문을 듣고 바로 영어로 옮겨야 했지만 나는 입 없는 사기주전자처럼 굳어버렸다. 받아쓰라면 일필휘지일 것 같은데…. 일단 ‘메모리 스팬(기억의 범위)’이 부족했다. 길게는 5분가량 되는 지문을 구성을 잡아 기억하는 훈련이 돼 있질 않았다. 여러 학생 앞에서 온몸이 벌겋게 달아올라 ‘버벅’댄 뒤 창피하고 발표가 부담스러워 학원가기가 꺼려질 만큼 절망했다. 책상에 코를 푹 박은 내게 강사가 한마디 던졌다.

“언어는 ‘철판’으로 하는 거야.”

#STEP3 정년과 차별 없는 ‘전문직 프리랜서’를 향해

학원 수강생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언론사 기자로 활동하며 틈틈이 수업을 듣는 사람, 아이를 낳고 사회생활을 접었다 재기를 꿈꾸는 사람, 대학 학부생 등등. 외국어, 경영, 이공계, 음악 등 전공도 각각이다. 연령대도 종잡을 수 없지만 직장 경험이 있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학생이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영어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영어공부를 해왔다는 것.

또 학원생 대부분이 여성이다. 일전에 언어학을 전공한 교수가 “음성학상 여성과 남성의 높이가 다른데 흡수범위가 여자 쪽이 크다. 즉, 생물학적으로 언어감각이 좋다”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이들이 공들여 쌓은 저마다의 기반을 접고 ‘통대입시반’을 택한 건 프리랜서, 전문직 고소득, 여성 위주로 돌아가는 분위기, 그리고 정년이 없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서다.

두어 번 시험에 떨어지고도 마음을 추슬러 재도전하는 이도 많다. 학원에서 만난 고등학교 동창 영주도 재수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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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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