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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부조(扶助)공화국

체면치레? ‘원금 非보장 적금’ ? 경조사 쳇바퀴 도는 ‘봉투 인생’

  • 김순희 자유기고가 wwwtopi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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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 몰려든 하객. 많은 사람이 ‘현직’에 있을 때 자식의 결혼을 성사시키려 애쓴다.

고씨의 남편은 공무원, 김씨의 남편은 대기업 종사자다. 고씨 남편의 직장 동료가 낸 조의금 봉투는 종종 5만원이 담긴 것이 눈에 띄긴 했지만 대체로 3만원짜리였다. 그러나 대기업 중견간부인 김씨 남편의 회사 동료나 지인이 낸 봉투에 든 조의금은 5만원이 기본이고 10만원도 적지 않았다. 3만원이 담긴 봉투는 가뭄에 콩 나듯했다. 김씨는 손윗동서에게 “공무원은 주로 3만원을 (부조)하느냐?”고 물었고, 고씨는 “공무원 월급이 얼마나 되느냐”면서 “그마저 부담된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이 경조사비를 가장 내기 싫을 때로는 ‘평소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낼 때’(38.6%)가 꼽혔으며, ‘각종 경조사비 지출이 유난히 많을 때’(25.2%), ‘내가 경조사비 받을 일이 없을 것 같을 때’(16.8%),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에게 낼 때’(12.7%), ‘경조사비를 내는 문화 자체가 싫다’(6.2%)가 뒤를 이었다. 또한 ‘회사 상사의 경조사, 꼭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5.6%가 ‘꼭 참석해 부조를 한다’고 답해 상사의 경조사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이, 우리 보좌관이 결혼하는데 말이야, 집이 없어….”

국회의원의 이 말 한마디면 산하 유관기관과 관련 기업들이 ‘알아서’ 거액의 축의금을 ‘바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결혼 축의금으로 집 마련”



“14·15대 국회 당시 몇몇 보좌관은 결혼 때 들어온 축의금으로 집을 마련했다. 16·17대에서는 정치권이 많이 투명해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회의원 비서관이 결혼하면 축의금으로 수천만원이 우습게 들어왔다. 국회의원이 자기 돈 들이지 않고 아랫사람을 챙기는 기회로 삼았다.”

17대 국회에서 보좌관을 지낸 김모(43)씨는 “15대 국회 당시 국회의원 후원회를 열면 적게는 몇억원에서 많게는 10억여 원의 후원금이 걷혔다”면서 “국회의원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비서진의 애경사에도 기업들이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회의원이 자녀 혼사를 치르거나 부모 상을 당할 경우 기업이 적지 않은 돈을 부조했다. 얼마를 했는지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다 거액을 부조한다고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아 정치인에게 ‘돈’을 쥐어주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몇몇 사례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 보좌관이 결혼 축의금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국회의원 당사자의 애경사인 경우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 국회의원 C씨는 14대 국회 임기 초 부친상을 당했다. 이른바 ‘끗발 있는’ 상임위에 소속된 데다 당 총재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터라 빈소엔 두툼한 봉투를 든 조문객이 줄을 섰다. 부조금 액수가 몇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정치권에서 화제가 됐다. C의원은 14대 국회 임기가 끝날 즈음엔 모친상을 당했다. 부친상 못지않게 부조금이 쌓였다. 주변에서는 C의원을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의원 임기 중에 부모가 모두 사망해 부조금을 두둑이 챙긴 데 대한 부러움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세간에 알려진 부조금 중 가장 큰 액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결혼식 때 축의금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18억여 원이다. 2004년 검찰은 재용씨의 괴자금 167억원의 출처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당시 전씨는 검찰에서 “결혼 축의금 18억여 원을 외조부 이규동씨가 관리해 167억원으로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술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4월28일. 증여세 73억원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용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씨는 “결혼 축의금으로 내가 5000만원, 아버지(이규동씨, 작고)가 1억7000만원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 곁사돈인 진주 모 병원장 배모씨는 “촌스러운 말일지 모르겠지만 어지간히 해서는 표시도 안 날 것 같아 3000만원을 하고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고, 배씨의 처남은 1억원을 축의금으로 냈다고 털어놓았다. 또 완산 전씨 종친회장은 4000만원을 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전 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아들 결혼 축의금으로 챙긴 돈이 모두 18억여 원이다. 1987년 12월에 18억원이면 서울 강남에서 132㎡(40평) 아파트 18채를 살 수 있었다. 어찌됐든 전재용씨는 결혼 축의금으로 한밑천 단단히 챙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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