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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과의 대화 10

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실패 즐기다 보니 성공이 눈앞에 있네요”

  •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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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북동포 중에서도 자유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인물로 꼽히는 코레푸드 전철우 사장. 개그맨으로 시작해 방송인으로 이름을 얻고, ‘고향랭면’ 프랜차이즈 업체를 차려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는 사기를 당해 큰 실패를 맛봤다. 자살 직전까지 몰렸지만 남쪽 사회의 냉혹함에 무릎을 꿇을 순 없었다. 낙천적인 태도가 그를 살렸다. 엘리트 공학도 출신으로서 국제적 비즈니스맨으로 거듭난 그의 ‘자유론’.
400억대 매출 기업 일군 새터민 전철우

●1969년 평안남도 남포 출생
●북한 김책공업종합대 졸업, 동독 드레스덴 공업종합대 유학, 한양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9년 한국 입국, MBC개그맨, 고향랭면 사장, 영화 ‘남남북녀’ 시나리오 감수
●現 코레푸드 대표

“실패를 많이 겪다 보니, 실패를 즐기는 지경까지 됐어요.”

필자가 고정출연하는 모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어떤 출연자의 말이 방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말은 평소 나의 지론과 같았다. 자유는 실패까지 책임져야 한다.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자유를 누릴 자격도 없는 것이다.

누가 그런 용감한 말을 했을까. 궁금해서 스튜디오 안을 들여다봤다. 눈에 들어온 사람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누굴까 기억을 더듬는 사이에 그는 방송을 마치고 방을 나갔다. 작가에게 들어보니 새터민 전철우란다. 맞다! 요즈음 내 기억력이 이렇다. TV에서 숱하게 봐놓고도 기억을 못하다니. 인사라도 해둘 걸….

방송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동안 그에 대한 궁금증이 가시지 않았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인터넷 자료를 뒤져봤더니 그 이유를 알 만했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체제에서 교육을 받은 사람답지 않게 그는 남한에 온 후 큰 성공을 거뒀다. 방송인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고향랭면이라는 음식점을 차려서 프랜차이즈로 발전시켜 큰돈도 벌었다. 그러나 그는 사업에서도, 인생에서도 큰 실패를 맞은 적이 있었다. 자포자기해 자살을 생각할 정도까지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낙천적인 태도를 되찾았고, 무일푼 상태에서 재기에 성공했다. 2900원짜리 국밥을 파는 ‘고향국밥’ 음식점을 개업해서 지금은 연매출 80억원을 올리고 있다. 홈쇼핑과 할인점에까지 판매망을 넓혀놓았다. 그의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의 연매출이 400억원에 달한다니, 실패를 딛고 정말 ‘큰 장사’를 일구어낸 셈이다. 결혼도 다시 해서 행복한 가정도 꾸렸다. 그 정도가 되니 실패를 즐긴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겠다 싶다.

탈북동포들 중에서 전철우만큼 자유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드물 것 같았다. 파란만장한 그의 지난 이야기도 듣고 다른 새터민들과 북한 이야기도 들어볼 겸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그는 바쁜 시간을 쪼개 흔쾌히 허락했다.

평양→드레스덴→서울

김정호 전 사장께선 자유의 소중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자유를 찾아 남한에 막 도착했을 때부터 학생, 코미디언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부지런히 하셨죠.

전철우 네, 당시 1인 3역을 했어요. 한양대 전자공학과 학생이자 방송인, 대우전자 산학프로그램 연수생이었으니까요. 저는 북에서 김책공업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동독에서도 기계를 전공했어요. 그래서 남에 와서도 자연스럽게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우전자에서 산학 연수생으로 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이 독일 기계를 많이 쓰고 있었고 동독 진출을 위해 그쪽 문화를 아는 사람이 필요했거든요.

김정호 그럼 방송 쪽으로는 어떻게 진출하게 됐습니까. 당시 여러 프로그램에서 무척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 같은데요.

전철우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TV에 나가지도 못했어요. 제가 워낙 말을 솔직하고 거침없이 하니까 국정원에서 방송에는 나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도 방송에 별 관심이 없었고요. 북에서는 방송인이라는 직업을 ‘딴따라’라고 해서 아직도 많이들 무시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게 KBS ‘남북의 창’이라는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어요. 눈이 오는 날 녹화를 했는데 사회자가 “북에서는 눈이 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귀찮아 죽겠는데 치우라고 한다”며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너무 재밌어 하는 거예요. 그간 다른 북한 출신 출연자들은 딱딱하게 각 잡고 앉아서는 “당에서 강제로 시킨다”는 식으로 대답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격식 차리지 않고 주절주절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이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제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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