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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스승’은 못 돼도 ‘선생’은 되고 싶은데…

  • 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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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고 기성세대들은 “그래!”하고 무릎을 쳤다. “지금 같았으면 가만있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왜 당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군홧발과 몽둥이질이 난무하던 학교풍경. 아연실색할 일이지만 그때는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몰랐다. 요즘? 세상 많이 변했다. 교사가 아이들 눈치를 본다. 매를 들기는커녕 꾸지람도 아이의 결을 봐가며 가려 한다. 교사들은 매일 절망하고 매일 다짐한다. 그래도, 내일은 더 좋아질 거라고.
“어느 학교 나왔길래 그렇게 가르쳐?” 요즘 교사들의 좌절과 희망
평생직장, 여유, 신붓감 인기 1위, 방학….

교사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안정’ ‘웰빙’ ‘신망’이라는 공통의 키워드로도 엮인다. 하나도 갖추기 힘든 3가지 미덕을 골고루 갖춘 교사는 ‘괜찮은 직업’으로 통한다. 그러나 요즘 교사들은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과거에 비해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극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으나 애환은 제자들로부터 시작된다.

중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한 지 5년째인 여교사 김모씨. 2학년 수업을 하던 중 그는 문자 메시지 보내기에 여념이 없는 아이를 발견했다. 눈짓으로 몇 차례 경고를 보내도 계속되는 ‘문자질’. 참다못해 아이를 불러내 “수업에 집중하라”고 나무랐다.

“X발, 지가 뭔데….”

뜻밖의 반격에 “방금 뭐라고 했냐”며 도끼눈을 떴지만 아이는 당당하기만 했다. 교실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씨는 당황하고 창피한 마음에 아이를 자리로 돌려보낸 뒤 수업을 이어갔다. 그는 “평소 태도가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으나 교사에게 대놓고 욕설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아이들 앞에서 자존심이 짓밟힌 것 같아 교실에 들어서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 중인 경기도 A중학교. 이 학교에서 여교사 이모씨는 평가표를 받아들고는 숨어서 펑펑 울었다. “XX년. 븅신. 가슴은 없는 주제에 뽕브라만 껴요.ㅋㅋ.” 철없는 중학생이라지만 장난으로 흘려듣기엔 심한 말들이었다. 여학생이 적은 글이라곤 믿기 힘든 성적 험담도 가득했다. “선생님, 사랑해요” “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도 있었지만 욕설과 폭언은 가슴의 멍으로 남았다.

서울 강서구 B초등학교 교사 유모씨는 얼마 전 5학년 학생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다가 경악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자신을 모욕한 글들이 가득했다. 동료 교사들에 대한 험담도 있었다. 아예 교사별로 게시판 폴더가 따로 구분돼 있었다. 설상가상 올려진 글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교사들을 희화화해 이야기를 꾸며대거나 각종 만화나 영화 포스터의 패러디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이게 뭐냐”고 묻자 아이는 “그냥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이유 없는 교실폭력

지난 5월 서울 강서구 C초등학교의 여교사는 꾸중에 반항하는 남자 초등학생 2명의 팔에 맞아 입 주위가 찢어졌다. 서울 D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과정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해 전치4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달에 알려진 교사 폭행사건만 여러 건. 그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한 사건도 간간이 있었다.

과거 ‘교실폭력’은 교사의 과잉체벌을 일컫는 단어였다. 하지만 지금은 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의 폭력을 가리킨다. 교실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것이다. 실제 구타로 이어지는 교실폭력 사건은 건수로만 보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시끄러워지는 것을 꺼리는 학교사회 분위기를 고려하면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교원 들의 의견이다.

욕설과 폭언은 다반사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전국 교원 705명을 대상으로 교권침해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38.4%가 학생에게 심한 욕설 또는 반항을 겪었다고 답했다. 동료 교원이 학생에게 폭행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것을 봤다는 답변은 62.3%나 됐다. 일선 교사들은 “초·중·고를 망라해 욕설 한번 들어보지 않은 교사는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실폭력은 교사가 교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하는 ‘교실붕괴’와 맥을 같이한다. 학생과 수업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교는 인성지도는 물론 교과수업의 기능도 잃게 된다. 교실붕괴는 이제 지역과 학교를 초월한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상당수 교사가 학생들의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에 몸과 마음을 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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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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