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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중’ 기자들 VS ‘M·한·경’ 기자들

“처음엔 같았다, 우릴 갈라 세운 건 조직과 ‘야마 뻥튀기’…”

  • 이혜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동·조·중’ 기자들 VS ‘M·한·경’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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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뉴월 초여름, 장마 속에서도 세 달간 계속된 촛불집회. 그 와중에 민심은 진보와 보수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언론도 두 갈래로 갈라섰다. ‘동아’ ‘조선’ ‘중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과 ‘MBC’ ‘한겨레’ ‘경향’으로 대표되는 진보언론이 그들이다.
  • 과연 각각의 언론에 속한 기자들은 자신들에게 덧씌워진 ‘보수’와 ‘진보’의 멍에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기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동·조·중’ 기자들 VS ‘M·한·경’ 기자들
여러 사람이 똑같은 피사체를 놓고 각각 사진을 찍을 경우 그 사진은 모두 똑같은 느낌을 전달할까? 천양지차가 난다고 한다. 찍는 사람마다 앵글과 프레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사람이 찍어도 찍는 위치에 따라 피사체가 주는 느낌은 180도로 바뀐다. 어느 단면을 찍는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되기도 한다.

오뉴월 두 달 동안 광화문 일대를 달군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촛불집회를 두고 한쪽은 시위대의 과격 폭력시위를, 다른 한쪽은 경찰의 과잉진압을 부각시켰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서로의 보도 태도는 큰 차이를 보였다. 촛불 집회의 주요 동력이자 참가자였던 진보적 네티즌들은 전자에 속하는 신문을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이하 동·조·중)로 지목하고 이들에게 ‘보수언론’이란 낙인을 찍었다. 그리곤 불매운동과 광고중단 운동까지 벌였다.

반면 그들은 후자에 속한 ‘MBC’,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이하 M·한·경)에 대해선 ‘진보언론’으로 추켜세우며 그들이야말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하는 ‘참 언론’이라고 했다. 진보세력에 맞선 보수단체들은 정반대의 논리로 진보언론을 비난했다.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동안 어느덧 시민세력의 ‘진보 대 보수’ 대결 양상은 언론에 그대로 이식됐다. ‘동·조·중’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과 ‘M·한·경’을 필두로 한 진보 언론은 서로 보도 태도나 논조가 상충되는데 그치지 않고, 사설이나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동원해 서로를 공격했다.

“위에서 인터뷰하지 말라 한다”

‘동·조·중’ 기자들 VS ‘M·한·경’ 기자들

기자는 기사의 ‘야마’(핵심내용)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6월26일 시위대와 경찰이 심하게 충돌한 다음날 조간신문의 1면 톱 제목은 이들 언론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보수 언론은 “공권력이 짓밟히고 있다.”(중앙), “비폭력으로 얻을 게 없다, 촛불 변질, 시위대 동아-조선 사옥 잇단 공격”(동아), “광화문은 한달 넘게 밤마다 무법천지, ‘폭력의 해방구’”(조선)라며 시위대를 비판한 반면, 진보 언론은 “국민 저항 확산”(경향), “고시 후폭풍 정부-촛불 충돌 확산”(한겨레)이라고 시위대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평면적인 보도를 했다.

1면 사진도 차이가 많았다. 보수언론은 전경이 폭행당하는 모습, 새총을 든 시위대 등 공권력이 유린당하는 현장을 앵글에 많이 담았다. 반면 진보언론은 물대포를 맞는 시민과 비폭력적인 시위대의 행진 모습을 담았다. 진보 성향의 방송사 미디어 비판 프로그램은 이날 새벽의 시위 도중 손가락이 절단된 시민에 대한 보도를 한 곳은 진보언론 뿐이었다며 보수언론을 질타했다.

여기서 이들 독자와 시청자는 큰 의문에 맞닥뜨린다. 한 신문사나 방송사에 소속된 기자만 수백 명, 촛불집회 현장 취재기자만 해도 적게 잡아도 20~30명이 넘는 상황에서, 어떻게 ‘동·조·중’와 ‘M·한·경’의 전체 기사가 이토록 무 자르듯 두 동강으로 갈릴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과연 그들은 소속사가 같으면 논조도 통일하기로 ‘동맹’이라도 맺은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속한 언론사에 따라 ‘보수적’ 또는 ‘진보적’ 기자로 규정되는 현실에 불만은 없을까? 그들의 ‘실존적 고민’은 무엇일까.

이러저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촛불집회 취재의 최전선에 나선 양측 진영 언론사 기자들을 찾아가 얘기를 들었다. 입사 5년차 안팎의 사회부 소속인 이들은 평소와 달리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듣는 건 쉽지 않았다. 기자들은 “위에서 타사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말라고 했다” “신동아도 동아일보 자매지인데 기사가 왜곡될지 모른다”는 말까지 했다. 서로 간에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언론의 대결 구도는 심각했다.

물론 진보언론이나 언론사 노동조합 소속 기자가 사적으로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나 블로그에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적은 있었다. 5~6건 정도였는데 대부분 자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KBS 소속의 두 기자가 올린 아고라 게시판 글은 각각 1만2000건, 17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내용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KBS를 지키겠다고 모인데 대해 너무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진보 언론의 기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 기자는 “기자가 개인 자격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객관성이 흔들릴 수 있어 나 같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어쨌든 이런 기자들의 취재 거부 와중에도 어렵사리 입을 열어 준 기자가 10여 명 있었다. 모두 자신과 소속 회사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래서 ‘동·조·중’을 비롯한 보수 언론(촛불집회 참가 네티즌의 시각을 기준으로) 소속 기자들은 ‘보수 언론’으로, ‘M·한·경’을 포함한 인터넷신문 등 진보성 언론 소속기자는 ‘진보 언론’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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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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