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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대학생판 ‘쩐의 전쟁’

대출금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는 기본, 대부업체 이용하다 파산신청까지

  • 문수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rplmsa@hanmail.net

2008 대학생판 ‘쩐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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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갚고 있는 이자도 부담이 커서 더 이상 대출은 무리예요. 다음 학기에 휴학하고 등록금 벌려고요.”

대학생 한형수(가명·남·24)씨는 올해 2학기 학자금 대출 금리가 7.8%로 올랐다는 얘기를 듣고 휴학을 결심했다. 이자율이 1학기 때보다 1.65%나 올랐기 때문이다. 한씨는 고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서울에 있어봐야 5만원 오른 자취방 월세와 각종 세금만 더 나갈 뿐이다.

“저뿐 아니라 학자금 대출이 부담이 돼 휴학한 친구가 여럿 있어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대출을 받은 대학생 조정식(가명·남·29)씨는 한 달에 이자로만 12만원을 낸다.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명문대가 아니라서 과외교사 자리도 없고 편의점이나 서빙 알바 정도가 고작이에요. 그것도 주말에만 하기 때문에 한 달에 50만원 벌면 이자 갚고 휴대전화 요금 내면 얼마 남지도 않아요.”

교육 평등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정부 학자금 대출이 오히려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대출금 갚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다

교육과학기술부는 7월31일 2008년 2학기 정부보증 대학(원)생 학자금 대출금리를 연 7.80%로 확정 발표했다. 교과부는 “기준금리인 국고채 금리와 가산금리가 지난 학기에 비해 급등했지만 기준금리 결정 시기를 미루고 은행수수료와 유동화 비용을 최소화해 8%대 금리 결정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가까스로 8% 금리 책정은 면했다고 하지만, 이는 사상 최고 금리를 갱신한 것이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종만(23)씨는 올해 여름방학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냈다. 2학기 등록금을 모으기 위해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10시간씩 팬케이크 전문점에서 일했다. 이렇게 일해서 받은 돈은 한 달에 110만원. 앞으로 한 달 더 일해 등록금 일부를 마련하고 나머지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그 역시 2008년 1학기에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다행히 무이자 대상자로 선정됐다. 무이자 대상자는 학자금 대출신청자 중 소득분위에 따른 가계소득과 재산 정도를 따져 선정된다. 김씨는 이자 없이 원금만 갚으면 되지만 또 대출을 받기는 부담스러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은데 등록금 달라고 손을 벌릴 수는 없고, 그렇다고 또 대출을 받자니 이자가 부담되고, 빚지고 사회에 나가고 싶지도 않아서 차라리 방학에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버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택시운전을 하는 아버지가 몇 해 전 투자를 잘못해 큰돈을 날린 데다, 최근엔 교통사고를 내 합의금으로 큰돈을 물어주는 바람에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다고 한다.

김씨는 10시간 꼬박 일해야 하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건강도 나빠졌다. 병원비와 약값으로 30만원이나 썼다.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패턴도 엉망이 돼, 방학 때 하려던 자격증 공부는 손도 못 댔다.

“부동산학과라서 11월에 있는 공인중개사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려고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새벽 3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공부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렇다고 주중에 알바를 하자니 받는 돈이 얼마 되지 않고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개강하면 전공만 여섯 과목을 들어야 한다는 김씨는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아르바이트도 공부를 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다가 정작 공부를 제대로 못할까봐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취업하려면 학점이 좋아야 하니까….”

내년 2월에는 두 살 터울인 남동생이 군에서 제대해 복학할 예정이다. 내년에 학자금 대출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몰라 동생은 차라리 휴학하고 돈을 벌겠다고 한다.

“한 명이 대출을 받고 한 명은 돈 벌어 다니든지, 아니면 번갈아가면서 휴학을 해야겠죠. 그런데 휴학하면 할수록 재학기간이 길어져 나중에는 10% 이자율로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상환할 길 없어 결국 파산신청

박나라(여·26)씨는 2006년 가을과 2007년 봄 학기, 올해 봄 학기까지 모두 세 차례 대출을 받았다. 총 대출금액은 1327만원. 첫 번째 대출금은 거치기간 6년에 상환기간 10년, 두 번째 세 번째 대출은 상환기간이 각각 5년, 15년이다. 결국 졸업하고 20년 넘게 한 달에 몇십만원씩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그는 파산신청을 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보증을 서는 바람에 생긴 빚에 학자금 대출금까지 겹쳐 어쩔 도리가 없단다.

“갚을 가능성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 거죠. 이건 일종의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취업해서 갚는다고 해도 몇십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잖아요.”

파산신청을 하면 1년간 신용과 관련된 어떤 활동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그의 어깨가 축 늘어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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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rplms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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