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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교수의 ‘재미학’ 강의 ⑨

감탄할 일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

  • 김정운│명지대 교수·문화심리학 entebrust@naver.com│

감탄할 일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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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느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하는 시가 있다. 그건 시에서나 하는 이야기다. 그냥 웃을 일이 절대 아니다. 삶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우리는 행복하려고 산다. 문제는 사람마다 행복의 내용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세상은 매번 그토록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다.
감탄할 일 많아질수록 더 행복해진다!
행복의 내용이 각기 다르다지만 행복하면 나타나는 사람들의 신체적 반응은 한결같다. “이야~”하며 감탄한다. 행복하고, 재미있고, 즐거우면 사람은 자동적으로 “이야~”하는 행복한 신음소리를 내게 되어 있다. 그럼 삶의 목적을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우리는 행복하려고 산다. 행복하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줄여서 말하면, 우리는 감탄하려고 산다. 감탄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어설픈 구라가 아니다. 인간 문명의 비밀은 바로 이 ‘감탄하기’에 있다.

감탄은 인간만의 욕구다. 식욕, 성욕은 인간의 욕구가 아니다. 개나 소나 다 가지고 있는 동물의 욕구다. 인간과 원숭이의 차이에 관해 수많은 주장이 있다. 누구는 인간만 도구를 사용한다고 했다. 틀렸다. 원숭이도 도구를 사용한다. 원숭이는 땅 속 개미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사용한다. 그것도 한번에 많은 개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혀와 이빨을 이용해 아주 정교한 낚싯대를 만든다. 그뿐만 아니다. 원숭이는 사물의 복잡한 인과관계도 아주 정확히 이해한다. 국내에서도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적이 있는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실험 결과를 보면 침팬지는 자신의 행위와 사물의 인과관계에 관한 아주 정밀한 이론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그 실험 내용이다.

아주 좁고 가는 실험용 유리관 바닥에 땅콩을 넣고, 그 유리관을 벽에 고정시켜 놓은 방에 침팬지를 집어넣는다. 침팬지는 손가락으로 땅콩을 꺼내려고 애쓴다. 그러나 이내 쓸데없는 짓임을 알고 포기한다. 그러나 땅콩의 유혹을 어쩌지 못한다. 침팬지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곧 방 한쪽의 물통을 발견한다. 그러나 물을 마실 수 있는 컵은 없다. 침팬지는 그 물통의 물을 입에 한 가득 담는다. 유리관 앞으로 다시 온다. 그러고는 유리관으로 입 속의 물을 뱉는다. 유리관과 물통을 몇번 왔다갔다하며 유리관 속을 물로 가득 채운다. 땅콩이 물에 떠올라 손가락에 닿자, 아주 간단히 집어 올려 입에 넣고 의기양양하게 사라진다. 정말 놀라운 인지능력이다. 자신 행위의 가역성, 비가역성에 관한 통찰로부터, 사물의 인과관계에 관한 정확한 표상이 있어야만 가능한 능력이다.

누구는 인간만 언어를 사용한다고도 했다. 아니다. 침팬지도 훈련시키면 인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언어를 개발하기도 한다는 것을 수많은 유인원 관련 연구는 보고하고 있다. 일단 침팬지는 물건의 그림이 찍혀있는 카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도록 훈련받는다. 조금 지나면 바나나 그림이 있는 카드를 이용해 ‘바나나를 달라’는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된다. 카드를 통한 의사소통에서 자신의 단순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된 침팬지는 자신이 어휘를 점점 늘려, ‘배고프다’와 같은 내면의 느낌까지 표현할 정도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틀린 이야기다.

모든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난다

도구 사용, 언어 사용이 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라면 다른 포유류와 구별되는 인간문화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어머니와 아기의 상호작용에서 원숭이를 비롯한 다른 포유류의 어미-새끼의 상호작용과는 구별되는 아주 중요한 메커니즘을 발견한다. 원숭이를 비롯한 모든 포유류의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몸을 스스로 가눈다. 태어나서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 지나면 어미의 젖을 스스로 찾아 먹는다.

그러나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난다. 꼼짝 못한다. 그저 목청 키워 울 따름이다. 인간이 다른 포유류와 같이 성숙된 상태로 태어나려면 어머니의 뱃속에서 적어도 18개월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오래 어머니 태내에 있다 보면 태어나지도 못하고 다 죽는다. 뇌가 커져서 바깥세상은 구경할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모든 어머니는 겨우 9개월을 꽉 채워 아기를 세상으로 밀어낸다. 모든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난다는 이야기다.

스스로 어미의 젖을 찾아 먹는 다른 포유류와는 달리, 인간의 아기는 꼼짝 못한다. 잘 보이지도 않는 눈을 겨우 뜰 수 있을 따름이다. 이 미숙아를 인간의 어머니는 품에 안아 올려 젖을 먹인다. 그러나 그냥 먹이지 않는다. 끊임없이 말을 건다. 아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도 어머니는 혼자 말을 걸고, 웃고, 만진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아기가 웃기 시작한다.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 둘만의 아주 독특한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정말 단순하기 그지없는 놀이가 하루 종일, 몇 달이 되도록 반복된다. 하루에 수백번도 더 반복한다. 아기가 자신의 의지를 스스로 표현하고, 자신의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생후 9개월까지 이 단순한 놀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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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명지대 교수·문화심리학 entebru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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