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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비자금사건’ 수사 관계자 증언

“청와대 수석·장관들 ‘뇌물 정황’ 나오자 덮어”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한보 비자금사건’ 수사 관계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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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뇌물배달 정태수 운전기사 추궁해 확인”
  • ● “수석·장관 여러 명에 사과상자 전달”
  • ● “언론과 접촉 못하게 운전기사 특별관리”
‘한보 비자금사건’ 수사 관계자 증언

1997년 한보비리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

1997년 1월부터 6월까지 온 나라를 들끓게 했던 한보특혜대출비리사건. 대통령의 아들, 국회의원, 장관, 은행장, 재벌 총수가 줄줄이 구속된 초대형 권력비리였다.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구속되면서 말했다는 ‘깃털론’은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회자됐다. “그렇다면 몸통은 누구냐”는 의문은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그런데 당시 한보사건 수사 관계자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수사 비화를 밝혔다. ‘깃털과 몸통’에 관한 이야기다.

1997년 2월 국회의원 4명, 장관 1명, 전·현직 은행장 3명 등이 구속됐다. 이른바 한보사건 1차 수사결과였다. 대검 중수부는 2월20일 “홍인길 당시 신한국당 의원은 3조2600억원에 이르는 한보철강에 대한 특혜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황병태 의원은 보조역할을 했다”고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깃털과 몸통’ 이야기

검찰에 따르면 당시 홍 의원은 1994년, 1995년 한보그룹 대출압력을 행사했으며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총회장으로부터 10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홍 의원은 대통령 측근인 청와대 총무수석 출신이기는 하지만 실세 한 사람의 힘만으로 3조원이 넘는 대출이 가능했겠느냐는 의문이 당시에 제기됐다. 홍 의원은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1차 수사결과가 나오자 여론은 “미진하다”고 비판했다. 정태수 총회장의 진술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고 해도 250억원이 비는데 정·관계에 로비자금으로 뿌린 의혹은 일부밖에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론의 압력이 비등해졌다. 대검 중수부장이 교체되고 재수사가 시작됐다. 6월6일 2차 수사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배후 몸통’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를 구속기소했다. 또한 현철씨가 관리해온 1992년 대선자금 잔여금을 규명, 발표했다. 또 검찰은 ‘정태수 리스트’에 거명된 ‘한보 자금 수수’ 여야 정치인 33명 중 8명을 기소했다. “상식을 뛰어넘는 떡값을 받은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이로써 한보사건 수사는 마무리됐다. 언론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한보사건 1차수사의 내막

수사 관계자는 한보사건 1, 2차 수사 중 1차 수사의 내막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언론은 1차 수사결과와 관련, 김영삼 정권의 청와대와 정부를 정조준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한보사건 연루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다음은 ‘동아일보’ 1997년 2월20일자 ‘검찰 발표 이게 뭔가’ 사설.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으나 수사결과를 보면 믿을 수가 없다. 당진제출소 인허가 과정, 코렉스 신공법의 도입, 은행감독원 업무 등 어느 부분에서도 정부가 잘못한 것은 없다고 한다. 검찰의 발표 내용은 한마디로 주범으로 지목된 홍인길 의원 등이 은행장들에게 압력을 넣어 천문학적 금액을 대출케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과연 국민이 이를 믿을 것으로 생각하는가. 이런 엄청난 일이 홍 의원 정도 선에서 10억원의 대가로 벌어질 수 있을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전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을 조사했다고 하나 얼마나 적극적으로 조사했는지 알 수 없다. 검찰이 권력층 외압 의혹의 수사단서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 전현직 관료에 대한 극비조사와 정태수씨의 구속만기일에 맞추어 불과 20여일 만에 서둘러 수사를 마감하려는 움직임이 그런 인상을 준다.”

수사 관계자의 증언 내용은 이 보도 내용과 맥락이 유사하다. 그는 당시 수사팀 업무 분장 방식부터 설명한다.

“1차 한보사건 수사 때 피의자, 참고인, 연루 혐의 전·현직 공직자 등 조사할 대상자가 많았다. 이들을 수사팀에 맨투맨으로 배분했다. 각자 맡은 사람을 조사하도록 했다.”

검찰은 베테랑 검사, 수사관에게 핵심 피의자를 배당했다.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전담 운전기사인 임모씨(당시 45세)는 말단 수사관에게 맡겼다고 한다. 임씨는 2월 들어 대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수사 관계자는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터졌다. 임씨를 통해 수사가 급진전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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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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