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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여기에 한 달만 있어도 벌금 150만원이 공제되잖아요…”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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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없이 지내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어깨가 축 처지는지…. 불황 중 성황인 이곳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교도관 감시 아래, 두 줄로 걸으며 전자탐지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 활기는 없다. ‘1초만 참자’ ‘용서함을 아는 자는 용서받을 것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교화 문구를 보며 멍하니 걷는 이들에게 삶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불황의 시대, ‘5.17평’ 방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만나봤다.
불황의 시대, 교도소 가는 사람들
20년 지기 친구가 자신은 신용불량자라 통장을 만들 수 없다면서 대신 좀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현찰을 빌려주마 했더니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대포통장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 대가로 뭘 받은 것도 아니고 친구지간이니까 만들어준 건데, 그것 때문에 제가 벌금 300만원을 내야 할 줄은 몰랐죠. 여기에서 나가면 그 친구를 찾아내 아주 의 낼 겁니다.”

2008년 초 A씨는 경찰에 불려가 몇 달 전 친구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A씨가 전과기록은 물론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별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말만 믿고 그 일에 대해선 까마득히 잊고 지냈다. 그러다 4월 2일 의정부역 앞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중 경찰의 무단횡단 집중단속에 걸려 의정부교도소로 오게 됐다. 벌금 300만원을 미납했다는 이유에서다.

“주소지가 평택으로 되어 있는데 제가 외지 생활을 해서 그런지 벌금 나왔다는 통지서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미납 벌금만 내면 됐지만 낼 돈이 없었습니다. 단돈 300만원이 없는데, 어쩔 도리가 없더라고요.”

의정부시에서 건설업체로 등록해 조그만 아파트 공사를 해왔다는 그가 벌금 300만원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갔다는 게 이상했다.

“건설 쪽은 ‘최저낙찰제’예요. 싸게 부르는 쪽이 낙찰되는 거지요. 그러다 보니까 공사를 해도 이윤이 거의 안 남습니다. 1억원 들여 하는 공사를 9000만원에 계약하는 꼴입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계약을 따내지 못하면, 이후 계약을 못 따니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남은 것은 빚 3억원뿐입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때에는 건설업계에서 돈 번 사람이 꽤 있었다. 건설의 경우 시공하는 전년에 공사 계약을 마치는 게 대부분인데, 계약할 당시보다 시공할 때 인건비가 훨씬 싸졌기 때문이다. 일거리가 없으니 사람들이 너나없이 일하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당시에는 돈 번 건축업자가 많았다. 지금은 돈이 없어 교도소행을 택한 A씨도 당시에는 한몫 챙겼다고 했다.

“전세계적으로 다 어려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은 도리어 공사를 안 해야 돈 벌 수 있는 구조입니다. 건설업 하면서 빚 안 진 사람이 없어요. 최소 몇억씩은 빚을 졌을 겁니다. 1년 순수익이라고 해봐야 가족 먹고살고 제 용돈 쓰는 정도죠, 뭐.”

일시불로 낸다는 게…

경제위기라는 요즘, A씨와 같은 노역수용자가 증가한 게 사실이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노역수용자 1일 평균 수용인원’이 2007년 1797명이었다가 2008년 들어 2036명으로 늘었다. 기자가 방문한 의정부교도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보통 노역수용자가 70, 80명 정도 됐는데,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늘었습니다. 오늘 (4월8일) 기준으로 총 148명이 있으니 2배로 는 셈입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다 보니 벌금 대신 노역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우리 관할 노역수용자의 직업을 살펴보면 무직이 30%, 단순노동이 20% 정도 되는데, 이처럼 직업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벌금 내는 게 녹록지 않겠지요.”(배명수 의정부교도소장)

노역장에 오는 사람들 중에는 벌금 미납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거나 거리를 지나다 불심검문에 걸려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개중에는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을 살겠다’고 자발적으로 오는 이도 있다. 의정부검찰청에서는 그런 사람이 1년에 3,4명 된다고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벌금 대신 노역 사는 걸 택한 사람이 증가했을 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이들의 증가 추이를 알기 어렵다. ‘적발돼서 오게 된 사람’과 ‘자발적으로 교도소에 온 사람’을 구분해놓지 않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단단해 뵈는 50대 B씨도 자발적으로 노역장에 왔다. 고등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구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던 중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을 구형받았다.

“축구를 같이하는 친구들과 술을 자주 마시는 편입니다. 술은 제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안 마시려야 안 마실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벌금이 400만원 나왔는데, 돈 낼 형편이 안 됐지요. 잘나가던 족발집이 지난해부터는 손님이 없어 집세도 인건비도 밀린 상황이거든요.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되다 보니 1기분에 1000만원씩 내야 하는데…. 학비는 근근이 모아둔 돈으로 충당했지만, 도저히 그 돈에는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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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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