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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 전문가 제언

“숫자 늘리기보다 절실한 건 ‘좋은’일자리 만들기”

  •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bhlee@cau.ac.kr│

노동문제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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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실업자 100만, 잠재실업자 400만 시대
  • ● 노동의 종말? 실업난에 대한 진실과 오해
  • ● 줄어드는 ‘좋은 일자리’, 늘어나는 ‘나쁜 일자리’
  • ● “MB 정부 ‘땜질’ 처방, 노동의 종말 부추겨”
노동문제 전문가 제언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유령처럼 전세계를 휘감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옮겨와 100년 만의 공황 조짐을 안겨주었다. 세계적 불황이 닥친 요즘 일자리 문제가 많은 나라의 큰 걱정거리로 대두됐다. 미국의 경우 올 3월 말 현재 실업자가 1967년 조사 이래 최대 규모인 572만8000명으로 실업률 8.1%를 기록했으며, 영국(6.5%)을 포함해 유럽(8.2%) 전역에서 높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 일본 역시 실업률 4.4% 실업자 수 299만명으로 보고됐다. 러시아는 실업자 수가 640만명에 달했는데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연말에는 7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 실업률이 6.0%에 달해 2007년의 5.7%보다 0.3%포인트 상승했으며 경제 불황이 올해에도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낮게는 6.1%에서 높게는 7.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에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G7(선진 7개국)의 실업자 규모가 2010년 후반에는 2007년 중반의 2배 수준인 3600만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자 100만, 잠재실업자 400만 시대

한국도 지난해 10월부터 급속한 경기하강으로 4/4분기에 3.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12월에는 일자리가 증가하기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경제상황은 올 1, 2월에 더욱 악화돼 실업률이 4%대에 육박했고 실업자 90만명을 바라볼 정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정부 전망대로 마이너스 4% 성장을 할 경우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고 실업률이 4.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공식 실업률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은 400만명에 달하는 구직단념·취업준비·불완전취업 등의 잠재실업자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OCE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자영업자도 최근 경기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17만명이 줄어들어 511만6000명 수준으로 하락했고, 청년층의 일자리난이 심각해 2006년 이후에는 취업준비자가 실업자 수를 초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 결과 실업급여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자 수는 2008년 11월 이후 크게 증가해 2009년 2월 현재 각각 10만8000명과 14만3000명을 기록했다.

제레미 리프킨 ‘노동의 종말’

사실 일자리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로서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였다. 특히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다 보니 매년 45만~46만명의 대졸 청년이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지만 그들의 기대수준을 충족할 만한 일자리가 없어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한국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일자리 문제가 크나큰 사회문제로 제기됐다.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1995년에 서구 사회에서 성인인구의 다수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빗대어 ‘노동의 종말’이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기술혁신을 통해 20%의 전문기술인력이 인구 100%의 소비욕구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생산력을 확보함에 따라 80%의 인구가 더 이상 일할 기회를 가질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리프킨의 암울한 전망과는 달리 노동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마르크스는 250년 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왕성해진 기술혁신에 의해 노동자들이 필요에 따라 소비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는 ‘노동 해방’의 공산사회를 이룰 것이라 희망 섞인 예언을 남겼다. 또한, 저명한 미래학자인 다니엘 벨 역시 저서 ‘이데올로기의 종언’에서 기술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에 의해 탈산업사회로 바뀜에 따라 대부분의 노동자가 보다 인간적인 노동환경에서 지적인 일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기술혁신과 생산력 발전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반된 예측이 교차하지만 이들의 전망은 공통적으로 기술결정론적인 경향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들이 국가별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제도, 고용정책기조에 따라 노동 환경에 상당한 편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전세계의 일자리는 어떤 변화 추세를 보였을까. ‘표 1’에서는 세계 및 주요 경제권역별 고용률(15세 이상 인구대비 취업인구 비율)을 예시하고 있는데, 노동에 대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전망 모두 현실과 부합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세계적 고용률은 경기 변동을 반영해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1998년의 61.8%로부터 2008년(추정치) 61.2%로 전반적인 하락세를 드러내고 있다. 세계 전체의 고용률 변동추이에서 일자리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일자리의 감소세가 공통적인 것은 아니다.

1998∼2008년 중남미(+3.3%)와 북아프리카(+2.2%), 그리고 동유럽(+1.2%)에서는 고용률이 일정한 증가세를 보였고 동아시아(-2.7%)와 동남아시아(-0.4%)에서는 감소세를 나타냈으며 북미와 EU의 선진국들과 중부와 남부아프리카에서는 별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 고용률 증감추세에서 산업화 수준과 경제체제 그리고 사회문화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제수준이 높은 선진국 경제권의 고용률이 평균 56.4∼56.5%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고용의 양(일자리 수)만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노동의 미래를 단순히 비관적 또는 낙관적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세계 전체의 고용률 추이를 성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남성의 경우 1998년의 74.6%에서 2008년에는 73.1%로 하락한 반면, 여성은 같은 기간에 49.0%에서 49.3%로 상승해 성별에 따라 상이한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별 고용구성에서는 1998∼2008년 1차산업(농림어업)의 고용비중은 전세계적으로 40.8%에서 33.5%로 감소한 반면, 3차산업의 서비스부문이 38.1%에서 43.3%로, 그리고 2차산업의 제조업부문이 21.1%에서 23.2%로 각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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