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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30년 동안 뭐 했니?” 교과서의 굴욕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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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내믹 코리아’. 한국 국가브랜드 전략의 핵심키워드다. 그렇다. 한국만큼 변화가 빠르고 다이내믹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수십년 넘게 과거의 틀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것이 있다. 초중고 교과서다. 변화를 거부하는 교과서가 이제는 국가경쟁력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요즘 중학생들이 공부하는 문제를 한번 풀어보자.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 과목이다.

(문제)파자마 바지를 만드는 순서를 답하시오.

㉠바짓부리박기 ㉡밑아래 솔기박기 ㉢가장자리 시접처리 ㉣허리박기 ㉤밑 위 솔기박기

정답은 ㉢-㉤-㉡-㉣-㉠이다.

문제를 하나 더 풀어보고 싶은가? 다음 문제는 ‘머리’를 조금만 쓰면 참 쉽다.

중학교 2학년 도덕문제다.

(문제)오늘날 특정한 기업이나 정치 집단이 법과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해서 일으키는 각종 불법과 비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 같은 사회문제의 바람직한 해결방안은?

①과학 기술의 발전 ②준법정신의 함양 ③개인의 도덕성 회복 ④제도와 정책의 개선 ⑤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

정답은 ④번이다.

초중고 교과서 집중분석

하코트사가 펴낸 미국 교과서. 교과서 제공 언어세상/ 김형우 기자

참고로 해외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한 기자에게는 중학교 2학년 딸이 있다. 언젠가 딸이 어떤 교과서를 가지고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지를 보고 나서, 기자는 마치 망치로 머리를 한방 맞은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기자가 중학교 2학년이었을 때는 1981년이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다. 28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또 한국도 모든 분야에 걸쳐 얼마나 발전했는데…. 그런데 한국 교과서는 내용이나 형식 등 큰 틀이 거의 바뀌지 않은 채 ‘전통’을 꿋꿋이 지켜오고 있다.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교과서를 좀 더 자세히 보자. 2001년 교육과학기술부 검정을 통과한 D사가 출판한 교과서다. 1장 ‘의복 마련과 관리’ 중 바느질 부분에는 재봉틀 사용방법이 재봉틀 각 부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어른이 돼서 중학교 때 배운 재봉틀 사용법을 실제로 써볼 아이는 몇 명이나 될까.

670원짜리 교과서

우선 미국과 한국의 초등학교 5학년 과학교과서를 비교해보자. 한국의 5학년 1학기 과학교과서는 분량이 88쪽이다. 가격은 670원. 요즘은 아이스크림콘도 제일 싼 게 7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믿어지지 않는 가격이다. 목차는 거울과 렌즈, 용해와 용액, 기온과 바람, 물체의 속력, 꽃, 용액의 진하기, 식물의 잎이 하는 일, 물의 여행, 작은 생물 등 모두 9개 주제로 나뉘어 분야별로 과학적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참고용 부교재로 ‘실험 관찰’이라는 교과서가 있다. 66쪽인 이 책의 가격은 470원이다.

그렇다면 미국 과학교과서는? 비교대상은 미국 메이저 교과서출판사인 하코트사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제작한 과학교과서. 재규어 사진을 표지에 쓴 하드커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700쪽분량의 이 교과서의 가격은 한국 과학교과서의 약 20배인 11만원.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약 두 배라고는 하지만 이것은 좀 심했다. 초등학교 5학년용 교과서인 만큼 쉽게 서술돼 있지만 19개 장을 통해 세포의 역할, 식물과 동물의 성장과 번식, 유전, 에너지와 에코시스템, 지구과학, 날씨, 지구와 달 등 천체, 물질, 에너지, 전기, 소리, 힘, 운동 등 과학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내용만 쉽게 서술돼 있을 뿐 성인용 과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더욱이 화려한 사진과 그래픽 등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어려운 과학용어에 대한 별도의 용어사전,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연습문제까지 과학교과서에 포함돼 있다. 교과서 한 권이면 모든 것이 해결돼 별도의 참고서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였다. 찬찬히 살펴보고 난 뒤 기자는 한마디로 기가 죽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교과서를 학년별로 비교하면 우리 교과서는 백전백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하코트사가 펴낸 초등학교 6학년용 읽기 교과서의 경우 800쪽 분량에 청소년 소설이나 그림책 분야에서 미국 최고의 상을 수상한 작품을 포함해 전기, 과학, 시 등 다양한 분야의 글들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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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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