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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남들이 뭐라 해도 오빠는 너희가 너무 좋다. 아흑!”

  • 이승재│동아일보 기자 sjda@donga.com │

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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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Girl) 그룹 전성시대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2NE1’ ‘브라운 아이드 걸스’ ‘카라’ ‘포미닛’ 등으로 대표되는 걸 그룹들이 최근 가요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걸 그룹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주목할 만한 사실은 ‘아저씨’ 팬층이 전면으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녀시대’의 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룬 ‘소시당’(‘소녀시대 당’의 줄임말)은 아저씨 팬들이 중심이 되어 움직일 정도. ‘삼촌팬’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아저씨 팬들은 멤버들의 생일을 챙기거나 사인회에 떼를 지어 출몰하기도 한다. 30~40대가 주축인 이들은 1980년대 마이클 잭슨과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하면서 서울 강남역 일대 디스코텍을 드나들던 대중문화의 적극적인 향유층이기도 하다. 아저씨 팬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9인조 소녀그룹 ‘소녀시대’에게 마흔 살 아저씨 팬이 보내는 가슴 절절한 편지를 싣는다.
마흔 살 아저씨 팬이 그룹 ‘소녀시대’에게 보내는 편지
유리=오빠, 정말 내일 밤에도 시간이 안 난단 말씀이세요?나=으음, 미안해. 갑자기 회사에 야근이 잡혀서 말이야.

유리=거짓말, 거짓말. 화요일 저녁엔 꼭 저를 만나주신다고 했잖아요. ‘국가대표’(영화) 함께 보러가기로 약속해놓고…. 허니 팝콘이랑 버터구이 오징어 먹으면서 손잡고 영화 보기로 했잖아요.

나=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 하지만 진정한 사나이라면 일을 거부해선 안 되는 거야.

유리=오빠 이러는 거 다 ‘티파니’ 때문이죠? 사실은 내일 티파니 만날 거죠? 걘 내숭쟁이란 말이에요. 오빠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할 사람은 저예요, 유리.

나=아유, 내 마음속엔 유리뿐이야. ‘윤아’도 만나봤고, ‘태연’이도 만나봤고, 얼마 전까진 ‘제시카’와도 짬을 내어 만나봤지만, 역시 내겐 유리였어. 너의 새까만 머릿결이 오빠를 사로잡아버렸다고.

유리=(감격한 표정으로) 아, 오빠! 감사해요. 전 머릿결이라면 자신 있어요. 오빠를 위해서라면 전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겠어요. 오빠가 유부남이란 사실은 저에겐 어떤 의미도 제약도 될 수 없어요.

나=으음, 그렇진 않아. 난 아내를 사랑해. 난 유리와는 꼭 지켜야 할 ‘선’은 넘지 않을 생각이야.

유리=아, 너무 멋져! 그런 건 어떠해도 상관없어요. 만약 오빠가 저를 버리시면, 그냥 콱 죽어버릴 거예요.

나=(능글맞은 표정으로) 으흐흐, 유리, 이 욕심쟁이 같으니라고….

‘소녀시대’ 멤버들아. 이 오빠가 바로 어젯밤에 꾼 꿈이란다. 오빠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 음악선생님(미혼의 미녀였음)과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꾼 이후로 가장 짜릿한 꿈이었지.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 꿈이 실현되지 않을지라도, 오빠는 너희를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난 너희가 고맙다. ‘아저씨’로만 불리던 이 마흔 살 남자의 심장에 다시 뜨거운 피가 돌도록 만들어준 게 바로 너희였으니까. 너희를 좋아하는 한, 나는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다.

“‘소녀시대’ 멤버들아, 요즘 너희를 보면 내가 미친다”

얼마 전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고등어구이에다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혼합주)을 몇 잔 했는데, 순 너희들 얘기뿐이더라. 늘 교실 난롯가에 앉아 1교시만 끝나도 점심도시락을 다 까먹었던 한 동창친구는 자기가 너희 팬클럽인 ‘소시당’ 회원이라고 자랑하더라. 그러면서 우린 ‘소녀시대’ 멤버인 ‘티파니’가 멤버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풍문이 정말 사실인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단다. 또 다른 멤버인 ‘제시카’가 얼마 전 한 TV 가요프로그램 리허설 자리에서 자기 앞을 우연히 가로막은 막내 멤버 ‘서현’에게 험담 비슷한 걸 내뱉는 모습을 한 팬이 찍어 인터넷에 올린 사진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단다. 한 친구는 “제시카의 입 모양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상스러운 욕을 한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지만, 그 ‘소시당’ 회원인 친구는 “제시카가 직접 밝힌 바와 같이 ‘이 바보야’라고 말한 게 맞다”고 끝까지 반박하더라. 다만, 우리는 ‘소녀시대’의 리더인 ‘태연’이가 평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더라면, ‘소녀시대’가 이토록 구설에 올라 마음고생을 하진 않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을 함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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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동아일보 기자 sjd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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