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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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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naver)는 언론이다. ‘남이 만든 기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포털 저널리즘에 의한 여론왜곡 우려가 일자 네이버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했다. 7월 ‘방송법 파동’이 났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이념적 갈등이 첨예화됐다. 네이버는 이 때 공정했을까?
NAVER ‘방송법 파동’ 때 공정했나?

네이버를 운영하는 최휘영 당시 NHN사장이 2008년 7월1일 네이버의 뉴스서비스 편집권을 언론사와 개인사용자에게 넘기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 포털(portal·관문)사이트 네이버는 직접 기사를 취재-작성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 언론사로부터 기사를 제공받아 자사 사이트에 편집 게재한다. 네이버는 ‘인터넷 언론제국’으로 떠올랐다. 2007년 10월 ‘시사저널’의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 조사에서 네이버는 국내 모든 언론사 중 6위에 올랐다. 2008년 7월 ‘한국언론재단’의 ‘신문과 방송’ 조사에선 3위에 등극했다. 2008년 하루 방문자는 1700만명. 네이버보다 더 영향력이 센 언론사는 ‘KBS’와 ‘MBC’뿐이었다.

영향력 증대는 수익으로 직결됐다. 2007년 네이버는 6000억원 이상의 배너광고, 검색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일간지는 물론 ‘KBS’(5660억원)마저 제친 결과였다. “2007년 10월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12조6890억원, KT는 12조2690억원. 인터넷공룡이 통신공룡을 이겼다.”(시사저널 2008년 7월30일 보도)

네이버가 갖게 된 막강한 영향력, 의제설정권의 원천은 기사 배치(편집)에서 나온다. 이상헌씨의 논문(2005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는 매일 3000~1만건의 기사를 각 언론사로부터 제공받는다. 이용자들은 포털의 구석구석까지 클릭해 들어가 이 많은 뉴스를 볼 수 없다. 대다수 이용자는 포털이 초기화면(front page) 상단 뉴스박스에 게재한 기사들에 주목한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불편부당, 품위, 책임의 결여

미국 학자 매콤과 쇼의 ‘의제설정이론(Agenda setting theory)’은 네이버에 그대로 적용된다. 대체로 이용자들은 네이버가 제시한 초기화면 뉴스를 ‘실제 중요한 뉴스’로 믿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그 뉴스의 논조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네이버는 초기화면의 기사 배치(편집)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 의제설정 권력을 행사한다.

초기 논의에서 이런 영향력 행사 구도는 대수롭지 않게 보였다. 김경희씨의 논문(2008년)에 따르면 포털사이트는 초기화면에서 ‘정치’ 뉴스보다는 ‘사회-연예-스포츠’ 뉴스를, ‘갈등성’ 보다는 ‘인간적 흥미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초기화면 뉴스 배열에‘정치적 편향’ 논란이 대두됐다. 불편부당, 품위, 책임의 결여가 그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거대 포털들은 노무현 정권의 비호 아래 ‘잡식성 공룡’으로 몸집을 불렸다.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의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다음(Daum)은 촛불시위 때 광고주들을 협박하는 누리꾼들의 조직적 불법 활동을 방치해 언론자유와 시장경제를 위협한 바 있다.”(동아일보 2008년 12월25일 보도)

정치권은 포털사이트를 언론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르는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네이버도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네이버는 편집권을 행사하고 이용자 참여의 폭을 제한함으로써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촛불시위 정국에서 네이버의 이 같은 운영방침에 대해 여론이 더욱 나빠진 것이 사실이다.”(연합뉴스 2008년 7월1일 보도) 네이버는 그 대책으로 2008년 7월부터 뉴스캐스트 시스템 검토에 들어가 2009년 1월 이를 시행했다.

뉴스캐스트란 네이버가 자체 편집해오던 초기화면 뉴스박스 기사들을, 네이버와 계약한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여 올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2009년 8월 현재 47개 일간지, 방송, 경제지, IT신문, 인터넷신문, 스포츠-연예신문, 매거진, 지역신문, 전문지, 영자신문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박스에 들어가는 10~13건 안팍의 기사 제목의 문구는 언론사가 직접 만든다. 이 때 이용자는 선호하는 언론사를 지정하면 해당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박스를 보게 된다. 특별히 선택하지 않을 경우 언론사들이 편집한 뉴스박스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순환하며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박스에 노출된다.

한국 저널리스트의 자괴감

네이버의 뉴스캐스트 시행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포털의 ‘여론독점’ 논란 자체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상황이다. 포털이 자체 대안으로 내놓은 뉴스캐스트 역시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이한 언론현상이다. 긍정론자들은 “네이버는 초기화면 뉴스박스 편집에 관여하지 않고 언론사들에 일임함으로써 책임에서 벗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부정적 반응도 적지 않았다. 언론계 일각에선 불쾌감이 표출됐다. 한 언론인은 “정보의 생산(언론사)과 유통(네이버) 간 힘의 불균형이 심해졌다. 언론사들이 ‘어, 어’ 하는 사이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 일제히 특정 포털 뉴스박스 양식에 맞게 편집해 줄서야 한다.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네이버가 언론사들이 제공한 뉴스를 편집해 수익을 올리고 여론까지 주도하려 하더니, 이제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면서 언론사 줄 세우기에 나섰다. 뉴스캐스트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삼중전략이 숨어 있다.”(한국일보 2008년 12월4일 보도) 여기서 삼중전략이란 △자의적 편집에 따른 저작권 위반 및 유사언론 행위에 대한 비난 회피 △언론사 간 경쟁 부추기기 △언론사에 편집의 수고와 비용 떠넘기기다.

12개 중앙 종합일간지 인터넷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온라인신문협회는 뉴스캐스트 불참을 선언했었다. 뉴스의 선정성을 부추긴다는 이유에서였다. 뉴스캐스트를 시행해 보니 선정적 제목이 넘쳤다고 한다.(한겨레 2009년 3월25일 보도) ‘국회의원 의사당서 성관계’‘여비서 다이어리 살생부’라는 제목이 초기화면에 걸렸다. 클릭해 읽어 보면 상상한 것과는 다른 내용. 뉴스의 품격과 질이 떨어지는 건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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